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71
김재황 사장과 김재욱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든다는 강주혁의 발언. 덕분에 방안으로 들어오던 최명훈 감독이 멈칫했고, 김재황 사장은 멍하게 입을 벌렸다.
그 모습에 주혁이 피식했다.
“ 그렇게 놀랄 일인가요? ”
“ 그, 그럼! 이게 안 놀랄 일인가?!! ”
충분히 자연스레 입 벌어질 발언이었다. 하지만 주혁은 채워진 소주를 입에 털어 넣으며 간단하게 답했다.
“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죠. 아, 감독님. 일단 앉으세요. ”
“ ······예?! 아, 예예. ”
강주혁이 옆자리로 손짓하자, 멈췄던 최명훈 감독이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곧, 주혁이 최명훈 감독을 소개했다.
“ 사장님. 이쪽은 영화 ‘척살’과 사장님이 저와 했던 내기. ‘간 큰 여자들’을 연출하신 최명훈 감독입니다. ”
“ 아, 안녕하십니까! ”
대뜸 던져진 소개에 최명훈 감독이 각 잡힌 인사를 던졌고, 김재황 사장이 어렵게 그의 인사를 받았다.
“ 그···래요. 반가워요. ”
방금 각 잡힌 인사를 던진 최명훈 감독도 앞에 앉은 해창전자 김재황 사장의 얼굴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당연했다.
한국에서 김재황 사장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몇 없을 테니. 어쨌든 간단하게 인사가 오간 후, 김재황 사장의 시선은 다시 강주혁에게 닿았다.
“ 이 사람아. 이제 설명을 좀 해봐. 아니, 애당초 내 얘기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 ”
당연히 설명은 필요했다. 더군다나 최명훈 감독은 앞뒤 사정을 전혀 모르니. 덕분에 방금 최명훈 감독에게 소주잔을 내민 주혁이 입을 열었다.
“ 가능하죠.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니 영화답게 각색은 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영화 시나리오는 써야 된다는 거죠. ”
“ 시나리오······ ”
“ 네. 시나리오. 사장님과 재욱이의 이야기는 하나의 원석일 뿐이고, 그걸 가공하는 겁니다. 여기 계신 최명훈 감독님이. ”
곧, 김재황 사장의 시선이 강주혁에서 최명훈 감독으로 옮겨졌다.
“ 가능한가요? 사람들 사는 얘기로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
대뜸 김재황 사장이 묻자, 양반다리를 한 최명훈 감독은 앞뒤 사정을 모름에도 강주혁의 추진력에는 익숙한지, 꽤 담담하게 답을 내놨다.
“ 세상에 모든 이야기는 영화로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당연히 셀링포인트나 강주혁 사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각색이 들어가야겠지만. ”
답을 들은 김재황 사장이 다시 강주혁을 쳐다봤고.
“ 그럼 해외는 뭔가? ”
주혁의 대답은 빨랐다.
“ 어차피 영화를 만들 거라면 해외시장까지 노려보자는 거죠. 잘만 되면 해외 문화산업에도 도움이 될 테고, 무엇보다 어정쩡하게 기자들 모아서 이러쿵저러쿵 공식 발표해봐야 피해만 커질 겁니다. ”
“ 영화로 발표하면 다를 거다? ”
“ 다르다. 라기보다는 ‘사건’이 아닌, ‘사실’로서 대중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죠. 농도를 좀 옅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영화에 의미를 담고, 대중들의 감정을 건드리면. 거기다. ”
-스윽.
내내 담담히 듣고 있는 최명훈 감독에게 소주 한잔을 따르며 주혁이 말을 이었다.
“ 사장님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개봉시키고, 흥행한다고 쳤을 때, 그 타이밍에 사장님이 등장하는 겁니다. 이 영화는 내 이야기고 실화다! 하면서, 쾅 터트리면 엄청난 파급력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모르긴 몰라도 궁금해서라도 보지 않을까 싶은데. ”
당연했다. 영화의 모티브가 무려 해창그룹 김재황 사장의 이야기인 데다가,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들 김재욱이 영화의 주연이다? 어쩌면 영화판. 아니, 국내 전체가 발칵 뒤집힐지도 모를 일.
김재황 사장도 미래가 그려지는지, 말문이 막혀버렸다. 반면, 강주혁은 멈추지 않았다.
“ 만약.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면 처음부터 화제에 올라야 합니다. 음- 예를 들어 영화의 투자를 오롯이 사장님이 전부 맡고, 제가 제작을 맡는 다부터 시작해서, 재벌이 등장하니 국내의 빈부격차 등을 꽤 디테일하게 다룬다든지. 뭐, 방법은 많죠. ”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최명훈 감독이 얼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파악했는지, 아이디어를 툭 뱉었고.
“ 사람 사는 얘기를 풀어보자는 거군요. 다만, 실존 인물. 즉, 조금 특별하거나 특이한 사람 얘기를 풀면서,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먹힐만한 자극도 좀 첨가하고, 작품성까지 챙기면서. ”
강주혁이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지금 제가 구상한 것은 그 정돕니다. ”
“ ······ ”
곧, 방안에 침묵이 흘렀다.
특히나 김재황 사장은 마치, 뒤통수를 후려맞은 것마냥 아직도 충격에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고, 강주혁은 채워진 소주잔을 검지로 툭툭 때리고 있었다.
그 상태로 약 2분이 흘렀다.
이쯤 김재황 사장이 강주혁을 쳐다보며 입을 어렵게 열었고.
“ ······시간이 필요해. 당장 결정하기는 어려워. 아들놈한테도 물어봐야 하고. 그런데 이 일을 한다고 쳤을 때, 전부 자네가 맡아주는 건가? ”
내내 만지작거리던 소주잔을 들어 올린 강주혁의 대답은 심플했다.
“ 당연하죠. 내 배우와 동업자의 일인데. 제가 맡지 누가 맡습니까? ”
돌아가는 강주혁의 차 안.
꽤 오랜 시간 얘기한 덕분인지, 강주혁이 돌아가는 시간은 어느새 새벽을 넘기고 있었다. 운전은 대리기사에게 맡긴 주혁은 최명훈 감독과 뒷좌석에 앉아 있다.
“ ······ ”
그런데 강주혁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리를 꼰 채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내내 고민하던 최명훈 감독의 입이 어렵사리 열렸다.
“ 사장님. ”
침묵이 흐르던 분위기를 깨트린 목소리에 주혁은 여전히 창밖에 시선을 둔 채 답했다.
“ 네. ”
“ 기억나십니까? 사장님이 예전 제 독립영화 촬영장 찾아오셔서, ‘척살’ 찍으라고 하셨던 것. ”
“ 기억나죠. ”
“ 전 처음에 진짜 사장님이 미치신 줄 알았습니다. 갑자기 찾아와서 영화를 찍으라고 하질 않나, 하정훈 씨를 주연으로 쓰겠다고 하질 않나. ”
덕분에 추억이 떠오른 주혁이 픽 웃었다.
“ 그럴 만하죠. 나 같아도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
“ 그렇죠? 하하. 그래서 그런지 ‘척살’의 마지막 촬영 날은 죽어도 못 잊을 것 같습니다. 죽을 때까지. ”
-스윽.
곧, 내내 창밖을 보던 강주혁의 시선이 최명훈 감독에게 닿았다. 마치,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그래?’ 정도의 눈이었고.
“ 그······후- ”
말을 꺼내던 최명훈 감독이 짧게 자른 머리를 벅벅 긁더니,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 사실은 최근에 독립영화팀 감독님들을 우연히 만났는데, 거기서 들었습니다. 이번 독립영화팀 작품을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출품한다는 거요. ”
“ 아- ”
“ 왠지는 모르겠는데, 질투가 났습니다. 해외라는 뜻을 가진 독립 감독님들께. ”
“ 영화감독이라면 당연한 감정이겠죠. ”
“ 하하하. 이 나이 먹고, 질투를 그런 곳에서 느낀다는 게 부끄럽긴 합니다만, 사실은 전 ‘척살’ 마지막 촬영날. 현장에 찾아오신 사장님을 보고 번뜩 생각한 게 있습니다. ”
“ 생각이요? ”
강주혁이 되묻자, 캄캄한 차 내부임에도 확실히 보이는 미소를 짓는 최명훈 감독이 답했고.
“ 예. 아- 나는 이 분과 뼈가 부서져라 일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
이어 자세를 바로잡은 최명훈 감독이 눈을 빛냈다.
“ 이번 일. 솔직히 앞뒤 사정은 잘 모르겠으나, 시켜주시면 뼈가 부서져라 해보겠습니다. 턱시도 입고, 헐리웃 같이 가시죠. ”
반면, 주혁은 당연한 소리를 한다는 듯 픽 웃었다.
“ 뼈가 부서지면 영화는 누가 찍습니까? ”
같은 시각, 김재욱의 집.
용인에 있는 김재욱의 집. 새벽 2시가 넘은 시각에 집안 주방에 김재욱과 김재황 사장이 앉아 있다. 그런데 분위기가 영 무겁다.
이어 얼음 섞인 양주잔을 들어 올린 김재황 사장이 입을 열었다.
“ 넌 어떠냐? ”
“ ······해보고 싶어요. ”
“ 해보고 싶다? ”
김재황 사장은 이미 아들인 김재욱에게 영화 얘기를 전부 전한 상태였고, 꽤 빠르게 답하는 아들의 대답에 김재황 사장이 침음을 뱉었다.
“ 흠- 재욱아. ”
“ 네. ”
“ 이렇게 사는 것이 불편하냐? 아니. 아니지. 당연히 불편하겠지. 미안하다. 애비가 돼서, 아는 게 이렇게 없다. ”
“ 아니요. 아버지는 충분히 잘하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
“······어? ”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는지, 김재황 사장이 대뜸 파하하 웃으며 김재욱의 머리를 헝클었다.
“ 그래그래. 고맙다. ”
이어 김재황 사장은 최근 김재욱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사과하면서도, 확실한 처리를 약속하며 영화 얘기를 다시 꺼냈다.
“ 그러니까, 너는 우리 이야기를 모티브 하는 영화. 그걸 하고 싶다 이거지? ”
“ 네. 전 재밌을 것 같아요. ”
“ 음. ”
-탁.
아들의 간결한 대답에 김재황 사장이 들었던 양주잔을 내리면서, 결단을 내렸다.
“ 그래. 알았다. ”
새벽이 지나, 23일 수요일 아침.
언뜻 봐선 집을 반으로 잘라 놓은듯한 형태의 세트장에 가구 배치가 한창이었다.
“ 야야! 여기 액자 걸려야 되는데? 아까 누가 들고 다니던데, 액자 어디 갔냐!! ”
“ 아! 그거 그림 바꾼다고 소품팀이 가져갔습니다! ”
“ 소파 들어갑니다!! 비켜주세요! ”
“ 어허! 조심! 소파에 기스내지마! 그거 협찬이다 협찬! ”
반으로 잘린 집 형태의 세트장을 집처럼 꾸미기 위해, 분주한 스텝들. 여긴 바로 MBS 시트콤 ‘누나 넷 3대 독자’의 촬영 현장이었다.
그때 세트 내부에서 작은 소품들을 배치하던, 소품팀 여자 스텝 두 명이 국장, PD 기타 등등이 모인 메인 모니터 쪽을 보며 수군거렸다.
“ 국장이 직접 확인 나왔네? ”
단발머리 여자 스텝의 말에, 방금 작은 화분을 배치하던 안경 낀 여자 스텝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 이 시트콤, 이동남 국장이 직접 핸들링했다더라. 그래서 PD님이나 스텝들 전부 작가 컨텍 후에 합류했잖아. ”
“ 아- 하긴. 우리 팀도 리딩 직전에 합류했지? 참! 아직 PD님이 작가도 못 봤다며? ”
“ 어어- 그것 때문에 PD님이 이 시트콤 안 한다고~ 안 한다고 했는데, 어쩌겠어. 회사원이 위에서 까라는데, 해야지. ”
-스윽.
말을 마친 여자 스텝이 모니터 주변에 모인 인원들을 확인했다. 시트콤 연출을 맡은 PD와 MBS 드라마국 이동남 국장 그리고.
“ 정혜인 기럭지 봐. 저 키에 저 얼굴에. 진짜 세상 혼자 사네. ”
탑스타 정혜인까지.
“ 근데 정혜인이 왜 이런 시트콤을 찍지? 중국에서 광고 하나 찍으면 이거 찍는 거 열 배는 우습게 벌면서? ”
“ 열 배가 뭐야. 한 백배? 어쨌든 우리 시트콤에 정혜인 주연으로 간다는 거 때매 스텝들 난리 났잖아. ”
여자 스텝들은 메인 모니터에 모여, 이동남 국장, PD와 얘기를 나누는 긴 생머리 정혜인을 보며 수군거리다, 여배우 한 명을 더 소환했다.
“ 정혜인 주연에 강하영까지. 진짜 우리 시트콤
이러다 대박 나는 거 아냐? ”
바로 그때.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PD님! 선배님!! ”
방금 메이크업을 마친 흰색 반팔 입은 강하영이 당차게 인사하며 들어왔다. 그녀가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트콤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속속 도착했고.
“ 자자!! ”
슬슬 때가 됐는지, 시트콤을 연출하는 PD가 전체에 대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 배우님들 다 왔으니까, 대사 한번 맞춰봅시다!! ”
시트콤 ‘누나 넷 3대 독자’ 촬영이 시작됐다.
같은 시각, 인천 공항.
아침임에도 수많은 인파가 넘나드는 출국장. 거기서 방금 남자와 여자가 섞인 외국인들이 하품하며 등장했다.
그중 연주황 머리칼 여자가 길게 기지개를 켰다.
“ 끄윽!! 언제나 느끼지만, 이곳을 통과할 때면 피곤해 죽겠어. ”
여자는 캘리였다. 오늘 그녀는 검은색 나시티에 청바지를 입었는데, 얼마나 몸매가 좋은지 지나가는 남자들이 대놓고 힐끔거릴 정도였다.
“ 캘리. ”
그때 같은 나시지만, 캘리와는 반대로 근육이 덕지덕지 붙은 에반이 끼었다.
“ 우리 호텔 예약은 한 거야? 저번처럼 날짜 헷갈려서, 당일 방 잡는 건 싫다고. ”
그의 말에 머리 큰 콜슨이나 콧수염 존 등등 캘리 주변으로 모여들며 말을 하나씩 보탰다.
“ 설마. 그럴 리가. 확실히 잡았지 캘리? ”
“ 난 캘리를 믿어. ”
무비마운틴 픽쳐스 협상단의 반응에 캘리가 허리에 양손을 올리며 당당하게 가슴을 들어 올렸다.
“ 다들 걱정하지마. 이번에는 확실하게 예약했다고. ”
“ 좋아! 슬슬 움직이자. 캘리. 택시는? 아니, 렌터카를 빌렸나? ”
“ ······아. ”
그런데 콧수염 존의 이동수단이 뭐냐는 질문에 당당하던 캘리의 모습이 단숨에 찌그러들었고, 그 모습에 에반이 미간을 찌푸렸다.
“ 캘리. 너 설마. ”
곧, 캘리가 머리를 긁으며 베시시 웃었다.
“ 이동수단은 생각 못 했어. ”
“ 이런. ”
그때였다.
“ 캘리!! ”
웬 남자 목소리가 캘리를 크게 불렀다. 덕분에 커다란 캐리어를 든 무비마운틴 픽쳐스 협상단의 고개가 모두 같은 곳으로 돌아갔고.
“ 캘리!! 이쪽이야! ”
외침이 들리는 방향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송사장이 웃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송사장은 혼자가 아니었다. 뒤에 직원 너덧 명이 그를 줄줄 따르고 있었다.
“ 송? 너 어떻게? ”
캘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어느새 그녀 앞에 선 송사장이 웃었다.
“ 오늘 도착한다며? 공식적으로 마중 나왔지. ”
“ 마중? 진짜? ”
이어 캘리를 보던 송사장이 협상단 전체를 보고 자신을 소개했다.
“ 반갑습니다. 보이스프로덕션 해외 지사를 맡은 송입니다. 환영합니다. 여러분.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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