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74
박찬규 사장에게 전화 건 상대가 강주혁이라는 말에 널브러졌던 류진주가 벌떡 일어났다.
“ 진짜?! 선배님이 갑자기 왜 전화를. ”
-스윽.
하지만 눈이 커진 류진주의 외침은 끝을 맺지 못했다. 박찬규 사장이 이미 전화를 받았기 때문.
“ 그래요. 강사장님. 접니다. ”
덕분에 소파에 있던 류진주가 박찬규 사장이 앉은 자리로 꾸물꾸물 다가갔고, 사장실이 꽤 조용한 탓에 그녀에게도 강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박찬규 사장님. 오랜만이죠? ”
“ 다 바쁜 처지에. 그리고 몇 주 전에 내부파티에서 봤는데, 오랜만은 무슨. ”
곧, 박찬규 사장 핸드폰 너머에서 강주혁의 옅은 웃음소리가 퍼졌다.
“ 하하. 바쁘긴요. 지석이 형은 잘 지내고 있죠? ”
“ 물론이죠. 강사장님 덕분에 ‘당해 낼 수 없다’ 시청률도 연일 오르고 있고, ‘레시피를 내놔’도 분위기 좋아요. ”
“ 다행이네요. ”
그때 류진주가 검지로 자신을 두세 번 찍으며 무음의 발악을 했다. 덕분에 짧은 한숨을 뱉은 박찬규 사장이 말을 이었다.
“ 그······진주도. 잘 지내고 있다네요. 아니, 있어요. ”
“ 예? 아. ”
이어 박찬규 사장이 앞에 서서 방방 뛰는 류진주를 쏘아보며 고자질했다.
“ ‘간 큰 여자들’ 크랭크업 이후로 시나리오가 막 들어오는데, 애가 할 생각을 안 하네요. 돌겠어요. 아주. ”
“ ······그래요? 흠- 그런데 사장님. ”
“ 예? ”
“ 이건 그냥 궁금해서 여쭤보는 겁니다만. 류진주 최종 목표가 어떻게 됩니까? ”
“ 최종 목표라면. ”
“ 그냥 배우로서든 아니면 브랜드파워든. 뭐가 됐든.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목표요. 지석이 형도 마찬가지고. ”
갑자기 딥한 질문이 던져져서 그런지, 박찬규 사장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 그런 건 왜 물어요? ”
이후 강주혁에게서 들려오는 대답은 꽤 늦게 나왔다.
“ 사장님. 일단, 좀 뵀으면 좋겠는데. 언제 시간이 되십니까? ”
“ 나를요? 허- 갑자기? ”
“ 네. 오늘은 제가 좀 힘들고, 다음 주라면 제가 사장님 시간에 맞춰 보겠습니다. ”
느닷없이 약속을 잡는 강주혁 덕분인지, 잠시 넋 놓던 박찬규 사장이 다급하게 책상 위 달력을 집었다.
“ 어- 다음 주면 30일 목요일. 저녁은 괜찮아요. 그런데 나를 만나 무엇을. ”
하지만 강주혁은 바쁘게 통화를 마무리했다.
“ 그럼. 그날 뵙도록 하겠습니다. 장소는 제 쪽에서 보내드리죠. 괜찮으시죠? ”
“ 아···그래요. ”
“ 그럼. ”
-뚝.
그렇게 끊긴 전화에 박찬규 사장이 멍하게 핸드폰을 내리자, 앞에 서 방방거리던 류진주가 얼굴을 바싹 내밀었다.
“ 왜요? 선배님이 뭐래? ”
반면, 박찬규 사장은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 나를 보자는데···이 타이밍에 나를 왜 보자고 하는 거지? ”
10분 뒤, 보이스프로덕션 엘리베이터 안.
2명의 직원과 함께 VIP픽쳐스 오상훈 사장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다.
“ 후- ”
현재 엘리베이터가 가리키는 층수는 3층. 층수를 보며 오상훈 사장이 옷매무새를 바로잡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저 층수가 5층이 되면 배급사 VIP픽쳐스의 미래가 좌우되는 미팅에 참여해야 했으니까.
그때.
-띵!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하며 스르륵 열렸고, 입고 온 정장을 바로 잡던 오상훈 사장이 같이 온 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런데.
“ 음? ”
우연찮게 방금 회의실 문을 열려던 강주혁이 보인 오상훈 사장이 외쳤다.
“ 강주혁 사장님! ”
-스윽.
덕분에 고개를 돌린 강주혁이 오상훈 사장을 알아보곤, 인사하는 직원들에 하나하나 고개를 작게 숙여가며 다가왔다.
“ 오셨어요? ”
“ 예. 서둘러 온다고 왔는데, 좀 늦었습니다. ”
“ 아닙니다. 딱 맞춰 오셨어요. 이분들은? ”
“ 아, 김표성 본부장과 홍보팀장입니다. ”
“ 안녕하십니까. ”
“ 처음 뵙겠습니다! ”
VIP픽쳐스의 간부급 직원들이 강주혁에게 던지는 깍듯한 인사에, 주혁이 둘과 가벼운 악수를 한 뒤 오상훈 사장에게 다시 시선을 맞췄다.
“ 바로 들어가시면 될 것 같아요. 다들 모여 있으니까. ”
“ ······지, 진짜. 저 회의실에 해외 스튜디오 팀이 있는 겁니까? ”
“ 네. 우리 회사 해외파트 팀이랑. ”
대답을 들은 오상훈 사장이 새삼 긴장의 침을 삼켰다.
그도 그럴게 해외 스튜디오와 미팅을 위해 해외에 나간 적은 있으나, 이렇게 스튜디오 측에서 한국을 들어온 것은 처음 봤기 때문. 거기다.
‘ 분명 스튜디오 규모가 작진 않을 거야. ’
이 강주혁이 일을 이렇게 크게 벌릴 정도였다. 결코, 작은 규모의 해외 스튜디오가 아닐 것이 빤했다. 어쨌든 짧은 심호흡을 끝낸, 오상훈 사장이 지갑에서 명함을 준비한 뒤, 마음을 다잡았다.
“ 됐습니다. 가시죠. ”
잠시 뒤, 회의실 안.
짧은 쉬는 시간이 주어진 회의실 안 인원들은 의외로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 어? 정말? 그 집 삼겹살이 그렇게 맛있어요? ”
“ 네! 진짜. 정말. 엄청 맛있어요. ”
“ 오 마이······ 회의 끝나고 그 맛집 위치 좀 알려줄래요? ”
“ 당연하죠. ”
해외파트 팀 여자 직원과 캘리의 대화가 주를 이뤘고, 무비 마운틴 협상팀 인원들도 하하호호 웃으며 대화를 즐기고 있을 무렵.
-끼익.
회의실 문이 열리며 강주혁 그리고 낯선 남자 3명이 따라 들어왔다.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한 머리 큰 콜슨이 물었다.
“ 강. 그분들은? ”
“ 국내 대형 배급사 VIP픽쳐스 오상훈 사장님과 직원분들입니다. ”
“ 배급사요? ”
콜슨이 되물었지만, 주혁의 고개는 오상훈 사장에게 돌아갔다.
“ 오상훈 사장님. 저쪽은 무비마운틴 픽쳐스 스튜디오에서 오셨습니다. ”
“ ······무비마운틴 픽쳐스 스튜디오. 세상에. ”
이제사 강주혁과 거래한 해외 스튜디오 이름을 들은 오상훈 사장이 입을 벌렸다. 그는 국내 대형 배급사인 VIP픽쳐스의 사장이었다.
유명한 마운틴 픽쳐스 스튜디오를 모를 리 없었다.
그간 오상훈 사장이 미팅을 진행했던 해외 스튜디오와는 급이 달랐다. 덕분에 잠시간 멍때리던 오상훈 사장이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곤, 해외용 명함을 돌렸다.
“ VIP픽쳐스 오상훈입니다. ”
이어 가장 먼저 명함을 받은 콜슨. 그가 명함과 영어로 자신을 소개한 오상훈 사장을 번갈아 보다가, 강주혁에게 다시 물었고.
“ 강. 설명이 필요해요. 이분들이 여긴 왜. ”
콜슨의 물음에 주혁은 자리에 앉으며 차분하게 답했다.
“ 이게 제 제안입니다. ”
“ 제안이요? ”
“ 네. 콜슨. 아까 말했다시피, 전 한국에 외화를 배급하기 위한 직배사. 즉, 무비 마운틴 픽쳐스의 직배사가 철수하는 실정임을 확인했어요. ”
“ ······혹시. ”
콜슨이 말끝을 흐리자, 강주혁이 후진 없는 직구를 날렸다.
“ 예. 맞아요. 전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의 국내 배급, 더 나아가 앞으로 무비 마운틴 픽쳐스에서 제작하는 영화의 국내 배급 관련으로 VIP픽쳐스를 소개하고 있는 겁니다. ”
강주혁의 직구 다음으로 회의실이 술렁였다.
사실, 강주혁이 VIP픽쳐스를 밀어주는 데에는 그의 목표. 즉, 국내 연예계 판을 씹어먹는다는 목표가 섞여 있는 게 컸다.
경쟁사 MV e&m을 밀어내고, 국내 배급 쪽 시장을 VIP픽쳐스를 이용하여 쥐락펴락하는 설계. 딱 그 정도였다. 그런데.
‘ 이 판에 재욱이가 끼면 얘기가 달라지지. ’
강주혁이 펼친 판에 난데없이 김재욱이 끼었다. 이렇게 되면 상황은 180도 달라져야 했다. 김재욱이 끼지 않는다면 하는 김에 VIP픽쳐스를 밀어주는 것이겠지만, 지금은.
‘ 무조건 VIP픽쳐스가 이 일을 맡아야 돼. ’
헐리웃이든 국내든 어느 판이건 영화는 배급의 지대한 영향을 받는 법.
만약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에 김재욱이 낀다면 배급사의 영향에 따라 배우 김재욱의 인지도가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컸다.
딱 여기까지 생각한 주혁이 송이사에게 손을 내밀었고.
“ 송이사님. 준비한 것 나눠주세요. ”
고개를 끄덕인 송이사가 따로 준비한 파일을 무비 마운틴 협상팀에게 나눴다. 곧, 파일을 펼친 협상단에게 강주혁이 말을 이었다.
“ 그 파일에는 국내 대형 배급사들의 실적과 브랜드파워 외의 여러 자료 등이 담겼습니다. ”
“ 흠······그러니까, 강의 말은 어차피 우리의 직배사가 철수하는 마당에 한국의 배급사를 컨텍해라? ”
콜슨의 정리에 주혁이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 한국의 마케팅은 한국 기업이 제일 잘 알겠죠. VIP 픽쳐스의 실력은 제가 보장합니다. ”
같은 시각, MV e&m 본사 옥상.
작은 숲속처럼 꾸며놓은 MV e&m 본사 옥상에 여러 직원들이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와중.
“ 아오- 속 뒤집히겠네. 정부장 이 개새끼랑 회식만 하면 뒤지겠네. ”
셔츠에 넥타이만 맨 배급 해외사업본부의 남자 대리와 부하직원이 담배 피우며 대화 중이었다.
대화의 주제는 상사를 씹는 것.
“ 박대리님. 어제 정부장이 주는 술 다 받아드시던데, 이따 끝나고 해장이나 때리시죠. ”
부하직원이 낄낄거리며 핸드폰을 꺼내자, 배를 슬슬 만지던 대리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 지금 상태론 해장해도 다 게워낸다. 아오- 속 쓰려. ”
그때였다.
“ 응? ”
핸드폰을 보던 부하직원이 멈칫했고, 핸드폰 화면을 쓸어내리는 손가락이 빨라졌다. 그 모습에 방금 새 담배를 꺼낸 대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 왜 그래? 뭐, 여배우 스캔들이라도 떴냐? ”
“ 아······ 그건 아니고, 대리님. 이거 아무래도. ”
“ 뭐냐고. 아 답답하네. 줘봐. 대체 뭘 봤길래. ”
슬쩍 언성을 높인 대리가 부하직원에게서 핸드폰을 뺐어, 화면을 확인했다. 곧, 대리의 눈에 기사 하나가 비췄다.
『[공식] 보이스프로덕션 1층 로비에 나타난 외국인들, 강주혁 해외까지 손 뻗나? / 사진』
기사에 걸린 사진에는 대충 6명 정도 되는 외국인들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찍힌 외국인 중 3명 정도는 대리도 본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 어? ”
이어 눈이 커진 대리를 보며 부하직원이 조심스레 물었다.
“ 여기 머리 큰 애랑 콧수염 난 애. 그때 저희 LA 출장 갔을 때 봤던 사람들 아닙니까? 무비 마운틴 픽쳐스에서. ”
“ 콜슨이랑 존. ”
“ 맞죠? 걔네. ”
“ 뭐야. 얘네가 왜 보이스프로덕션에······ ”
기사를 보며 말끝을 흐린 대리가 다급하게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연결 신호는 짧았고.
“ 부장님. 혹시 지금 기사 보셨습니까? 방금 뜬 것 같은데, 무비 마운틴 픽쳐스에서 봤던 애들이 보이스프로덕션에. ”
“ 야 이 새끼야! 지금 그 기사 때문에 사무실 발칵 뒤집혔는데, 어디서 놀고 자빠진거야! 빨랑 안 튀어 들어와?!! ”
“ 예? ”
대리가 답답하게 되묻자, 찢어지는 듯한 부장의 고성이 대리에게 되돌아왔다.
“ 튀어 들어오라고!!! ”
같은 날, 늦은 오후.
국내 여러 배급사들이 바빠졌다. MV e&m의 배급사업본부처럼 긴급회의를 소집하거나.
“ 아니! 갑자기 보이스프로덕션에 무비 마운틴 픽쳐스가 왜 나타난 거야?! 우리가 하잘 땐 콧방귀나 끼던 것들이!! ”
“ 이유는 확인이 어렵습니다! 어쨌든 오늘 무비 마운틴 픽쳐스가 강주혁과 만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
“ 그러니까! 왜 강주혁이 무비 마운틴 픽쳐스를 만났냐고! 보이스프로덕션 걔네는 배급도 안 하잖아?! ”
어느 배급사는 강주혁이나 보이스프로덕션 그리고 무비 마운틴 픽쳐스를 검색해보기까지 했다.
“ 뭣도 안 나옵니다! ”
물론, 검색해봤자 개뿔 나오는 건 없었다. 오늘 점심 무렵 터진 무비마운틴 픽쳐스가 보이스프로덕션을 방문한 모습 관련해서, 몇몇 기사가 뜨긴 했지만,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럼 에도 배급사들은 다급해졌다.
“ 염병!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아직 정보가 뭣도 없음에도 국내 내로라하는 배급사들이 바빠진 이유. 그 이유는 아주 심플했다.
‘ 이젠 강주혁이 배급 시장에도 발을 들이려는 것인가? ’
해외 유명 스튜디오, 무비마운틴 픽쳐스 인원들이 보이스프로덕션에 방문한 한 장의 사진. 이 사진 덕분에 국내 배급사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걱정하기 시작한 것.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혜성처럼 나타난 강주혁은 나타난 지 딱 2년 안짝으로 연예계를 쥐락펴락하고 있었고.
“ 망할! 강주혁 이 새끼 또 무슨 짓을 벌이는 거야!! ”
그것도 모자라, 배급 시장에까지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이틀 뒤, 9월 27일 일요일 아침.
보이스프로덕션 삼성동 사옥. 시간은 아침 9시쯤. 핫팬츠에 배꼽이 살짝 보이는 짧은 반팔티를 입은 서아리가 방금 2층에 멈춰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스윽.
내리자마자, 그녀가 회색 머리칼을 찰랑대며 핸드폰을 꺼냈다.
“ 아우- 좀 늦었네. ”
짧게 읊조린 서아리는 늦었다고 말하면서도, 기분은 꽤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움직였다. 한 손에 든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쪽쪽 빨면서.
어쨌든 2층 중간쯤에 있는 곡 작업실 앞에 그녀가 멈춰섰다. 바쁜 서아리가 아침부터 작업실에 온 이유.
그 이유는 간단했다.
강주혁의 부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작업실 앞에 도착한 서아리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달린 창문을 통해 연습실 내부를 확인했다.
“ 벌써 다 와있었네. ”
작업실 안에는 강주혁 포함, 헤나와 추민재 부장, 홍혜수 부장, 작곡가 최화진, 매니지먼트 1팀 팀장 겸 작곡가 김수열까지 모두 모여 있었다.
“ 근데 저 남잔 누구······ ”
그런데 작업실 안에는 서아리가 처음 보는 남자도 보였다. 이어 입술을 샐쭉 내민 서아리가 작업실의 문을 열었다.
때마침 열린 문틈 사이로 강주혁의 중저음 목소리가 서아리에게 들렸다.
“ 마니또를 해외서 데뷔시킬까 하는데.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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