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76
강주혁이 쉬자며 작업실을 나서자, 헤나와 서아리는 1층 카페에서 커피를 사 오겠다며 강주혁 다음으로 작업실을 나섰다.
이제 작업실에는 추, 홍혜수 부장과 김수열 팀장이 남았고,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추민재 부장이었다.
“ 아줌마. 케이제인지 꾀죄죈지 그 신인 작곡가 들어본 적 있어? ”
“ 어머. 민재야. 작곡가님한테 꾀죄죄가 뭐니 꾀죄죄가. 케이제이야. 케이제이. 영어가 입에 잘 붙니? ”
“ 몰라. 하여튼. 알아? ”
“ 신인인데, 내가 알겠어? ”
곧, 반팔 셔츠를 입은 추민재 부장이 본인의 다이어리를 펼쳤고.
“ 보자- 딱 사이즈 보니까, 사장님이 저 신인 작곡가 계약하려는 것 같은데, 케이제이라는 이름은 바꿔야 되지 않나? 좀 어려운데. ”
홍혜수 부장 역시, 분홍 다이어리를 펼치며 되받아쳤다.
“ 어렵긴 하네. 차라리 화진이처럼 본명이 나을지도. ”
“ 흠- 마니또 해외 진출이라. 가장 빠르게 준비해야 할 게 뭐지? ”
“ 일단, 가닥을 잡아야겠지요? 앨범으로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콘서트로 돌릴 건지. ”
“ 예산은? ”
“ 뽑아봐야 알겠지만, 헤나 정규보다 적어도 두 배? 그것도 최소로 잡는다면. ”
“ 어이구- 어마어마하네. ”
두 부장의 대화는 아까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내내 김수열 팀장과 같이, 반대 의견을 내놓던 그들은 어느새 마니또 해외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강주혁이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태세전환.
덕분에 김수열 팀장의 두 눈에 물음표가 떴다. 태세전환이 빨라도 너무 빨랐기에.
“ ······저 부장님들. 아까 전엔 사장님 의견에 반대하지 않으셨나요? ”
김수열 팀장이 눈을 껌뻑이며 묻자,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적던 추민재 부장이 고개를 들었다.
“ 엉? 반대하긴 했지. 아- 김팀장님은 아직 얼마 안 돼서 잘 모르려나? 크크. 아까 사장님 눈빛 못 봤어요? ”
“ 사장님 눈빛이요? ”
되물음에 추민재 부장이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 예~ 눈빛. 그건 하겠다는 거야. 사장님 눈에 쓰여 있었잖아요? 오로지 직. 진. ”
“ ······그냥 눈빛만으로 움직이신다고요? ”
큭큭 거리며 뱉은 추민재 부장의 답변에 김수열 팀장이 입을 벌리자, 홍혜수 부장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톡 쳤다.
“ 우리가 아까 사장님 계획에 반기를 든 건, 그냥 조언. 우린 조언만 할 뿐이에요. ”
싱긋 웃는 홍혜수 부장의 말을 추민재 부장이 거들었다.
“ 그렇지. 우린 그냥 조언만 하고, 결정은 사장님이 하고. 결정 나면 우린 따른다. 심플하잖아? 사장님이랑 일하려면 그게 편해. ”
“ 후후. 김팀장님도 적응을······어머! 김팀장님 왜 그래요? 입에 벌레 들어가겠어요. ”
이 순간 김수열 팀장은 이들의 유대에 입을 벌릴 뿐이었다.
작업실 밖, 복도.
보이스피싱을 받은 주혁이 방금 자신을 지나친 헤나와 서아리에게 손을 흔들며 핸드폰 버튼을 눌렀다.
곧, 버튼음과 함께 보이스피싱 키워드들이 들렸다.
-띠익.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강원 춘천시 남산면’, 2번 ‘따듯한 봄이 오면’, 3번 ‘5명 그리고 3명’, 4번 ‘수원 화성행궁’, 5번 ‘오후 7시 40분경’, 6번······ ]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키워드들을 들은 주혁이 턱을 쓸었다.
“ ······ ”
잠시간 고민하던 그가 생각이 있는지, 1번 ‘강원 춘천시 남산면’ 키워드를 선택했다.
-띠익.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강원 춘천시 남산면’ 입니다! ] [한국 여배우 유재은이 중요 캐릭터에 캐스팅되면서, 큰 화제를 낳았던 히어로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스톤맨1.] [이 영화에서 유재은이 맡은 캐릭터의 세계관을 풀기 위해, 영화 제작사인 위너필름 스튜디오가 병원 폐건물을 영화 세트장으로 개조해 촬영을 진행했던 ‘강원 춘천시 남산면’ 검봉산 부근 영화 세트장. 이 폐건물 세트장이 영화 개봉 이후, 잘나가는 BJ나 너튜버들도 찾는 꽤 유명한 관광명소로 자리 잡습니다.]-뚝.
역시나 보이스피싱은 가차 없이 끊겼고, 강주혁은 언제나 그렇듯, 수첩을 꺼내며 읊조렸다.
“ 유재은? ”
강주혁은 방금 미래정보에서 나온 유재은이라는 여배우가 낯설었다. 즉, 탑 급의 여배우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 유재은도 유재은인데, 갑자기 위너필름 스튜디오? ”
강주혁도 위너필름 스튜디오는 잘 알고 있었다. 아니, 배우로서 이 영화사를 모를 리 없었다. 그만큼 유명한 영화사니까.
마볼 픽쳐스와 양대 산맥인 위너필름 스튜디오.
이 두 영화사는 만화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히어로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한 영화사들이었다.
히어로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쉽게 말해, 각각의 시리즈 영화 속 히어로 캐릭터의 세계관이 이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마볼 픽쳐스가 시작하고, 위너필름 스튜디오가 그 뒤를 쫓는 중이었다.
“ 위너필름 스튜디오나 마볼 픽쳐스나 어쨌든 국내선 대성공하긴 했지. ”
뭐가 됐든 두 영화사 모두 해외선 대단한 영화사들이었고, 뭣보다 한국 여배우가 히어로 시네마틱 유니버스 중요 캐릭터에 캐스팅되는 것은 더더욱 대단한 일이었다.
-스윽.
이어 미래정보를 수첩에 메모한 주혁이 핸드폰을 꺼내, 영화 ‘스톤맨1’을 검색했다.
“ 없어. ”
하지만 아직 찌라시 정보조차 뜨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답은 하나였다.
“ 시작조차 안 한 거야. ”
기획도 안 잡은 단계. 보통 히어로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는 국내에도 팬이 많으므로 영화 기획을 잡으면 소문도 순식간에 퍼지기 마련.
하지만 정보가 뭣도 없다.
즉, 기획도 안 잡힌. 어쩌면 아직 예정도 없는 상태임을 뜻했다.
바로 그때.
“ 뭐가 시작도 안 해요? ”
강주혁의 등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덕분에 핸드폰을 내려보던 주혁의 고개가 돌아갔고.
“ 아. 화진씨. ”
뒤에는 신인 작곡가 케이제이를 3층 휴게실에 안내했던 작곡가 최화진이 서 있었다. 그녀는 최근 좀 여유로워졌는지, 연갈색으로 염색도 하고 피부에 생기가 돌았다.
그녀를 보며 주혁이 검지로 위층을 가리켰다.
“ 아까 신인 작곡가분. 위층에? ”
“ 네. 위에 계세요. ”
“ 그럼 화진씨. 잠깐 같이 갈까요? ”
피식한 주혁이 최화진과 함께 3층 휴게실로 향했다.
잠시 뒤.
신인 작곡가 케이제이는 휴게실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를 강주혁이 불렀다.
“ 작곡가님. ”
“ 네? 네! ”
덕분에 핸드폰 보던 케이제이가 자리서 벌떡 일어났고, 주혁이 그의 앞에 서며 입을 열었다.
“ 작곡가님. 혹시, 계약된 곳 있어요? ”
계약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살짝 갸웃하던 케이제이가 이내 아! 같은 탄성과 함께 답했다.
“ 아아! 그 3곡 모두 계약 해지라서, 자유롭게 쓸 수. ”
“ 아니. 아니요. 곡 말고. 작곡가님이요. ”
“ 저요? 저를 누가 계약해요? ”
“ 제가요. ”
“ 아- 사장님이······예?!!! ”
케이제이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의 말은 이어졌다.
“ 계약된 곳 없으면 저랑 하시죠. 물론, 작곡가님이 좋다고 하시면. 그리고 화진씨. ”
“ 네? ”
이어 주혁은 뒤에 선 최화진에게도 요청을 전했다.
“ 지금 헤나씨나 아리씨 노래 작곡으로 바쁜 거 아는데. ”
그런데 작곡가 최화진은 강주혁의 마음을 간파하기라도 하듯, 빙긋 웃으며 끼어들었다.
“ 네. 알아요. 저 이미 마니또 곡 쓰고 있어요. ”
같은 날, 늦은 점심 무렵. 인천공항.
공항에는 23일에 입국했던 캘리가 27일인 오늘 돌아가기 위해, 출국장 앞에서 마중 나온 송이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 캘리. 수고했어. ”
물론, 방금까지 무비마운틴 픽쳐스 협상단 전부가 있긴 했지만,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출국장 안으로 들어간 뒤였고, 지금은 캘리와 송이사만 남아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곧, 커다란 캐리어 위에 앉은 캘리가 시간을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 꽤 피곤했지만, 재밌었어. 삼겹살도 맛있었고. ”
“ 하하하. 캘리. 그냥 한국에서 살지? 삼겹살을 그렇게 좋아할 정도면 한국에 와서 살아. ”
“ 송. 이건 비밀인데, 사실 진지하게 고민 중이야. ”
입국할 때 입었던 정장 차림이 아닌, 편한 반팔티를 입은 캘리가 기분 좋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 한국 배급 건은 본사에서 얘기해보고 연락 줄게. 아마 큰 문제가 없다면 가능할 거야. ”
“ 힘 좀 써줘 캘리. ”
“ 그럼! 친구 좋다는 게 뭐야? 그리고 송 너는 마음에 준비나 하고 있어. 우리 돌아가면 다음 주쯤부터 공식적으로 홍보자료 돌릴 텐데, 시끄러워질 거야. 벨트 꽉 매라고. ”
“ 물론이지. ”
말을 마친 송이사가 캘리와 마지막 포옹을 한 뒤, 미소지었다.
“ 또 봐. 캘리. ”
“ 응. 참! 시나리오나 캐스팅보드는 완성되자마자, 메일을 통해 보내줄게. ”
그런데 대뜸 송이사의 표정이 짐짓 진지하게 변했다.
“ 시나리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캘리. 혹시 무비마운틴에서 하는 시나리오 서치말고, 직접적으로 시나리오를 받기도 해? ”
“ 당연하지. 우린 시나리오 서치보단 직접 받는 것을 선호해. ”
“ 그래? 일단은 알았어. ”
이어 빙그레 웃은 캘리가 송이사에게 손을 휘휘 저으며 출국장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 아! 송! ”
어느새 5걸음은 멀어진 캘리가 대뜸 뒤돌며 송이사를 불렀다. 덕분에 마찬가지로 뒤돌았던 송이사가 몸을 다시 원위치시켰고.
“ 응? ”
다시 다가온 캘리가 송이사에게 물었다.
“ 강은 더이상 연기하지 않는 거야? ”
꽤 딥한 캘리의 질문이었지만, 송이사의 대답은 빨랐다.
“ 글쎄. 당장은 생각이 없어 보이던데? 그래도 아예 연기를 놓은 것은 아닌 것 같아. ”
“ 어째서? ”
“ 최근 강을 보면 자기를 소개할 때, ‘배우’겸 작은 엔터 회사를 운영한다고 말하거든. ”
“ 그게 어떻다고? ”
이어 송이사가 씨익 웃었다.
“ 그놈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소개할 때, 배우라는 단어를 안 썼어. 최근부터 쓰기 시작한 거야. ”
“ ······그래? 그러니까, 희망은 있다는 거네? ”
“ 희망? ”
“ 아! 아니야. 그럼 송! 다음에 봐! ”
고개를 갸웃하는 송이사를 뒤로하고, 캘리가 커다란 캐리어를 드르륵 끌며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이어 줄 선 사람들 뒤에 선 캘리가 미소지으며 작게 읊조렸다.
“ 그렇단 말이지? ······조만간. ”
늦은 밤.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기나긴 일과를 마친 주혁이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 후- ”
짧은 숨을 뱉은 그였지만, 번뜩 떠오른 생각에 그의 쉬는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 이름이 유재은이라고 했나? ”
아침에 받았던 보이스피싱. 강주혁은 미래정보를 파악해 두어야 했고.
-스윽.
곧장, 노트북을 염과 동시에 수첩을 꺼내든 주혁이 다시 한번 미래정보를 확인했다.
“ 요약하면 이 유재은이라는 여배우가 히어로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스톤맨1에 캐스팅될 거라는 거고. ”
시작은 유재은이라는 여배우부터였고, 다음 정보까지 주혁이 꼼꼼하게 확인했다.
“ 스톤맨1을 제작하는 영화사 위너필름 스튜디오. 걔네가 어- 보자, ‘강원 춘천시 남산면’ 검봉산 부근, 병원 폐건물을 영화 세트장으로 만든다는 건데. ”
거기다.
“ 이 영화 세트장이 잘나가는 BJ나 너튜버들도 찾는 꽤 유명한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는다라······ ”
여기까지 확인한 주혁이 바로 든 생각.
‘ 일단, 무조건 이 병원 폐건물은 사둬야겠네. ’
아직 어딨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병원 폐건물은 곧 위너필름 스튜디오가 구매할 가능성이 컸다. 잠시 빌리는 것이 아닌, 영화 세트장으로서 개조할 정도니까.
즉.
“ 똥값에 사서 금값으로 위너필름 스튜디오에 팔 수 있겠지. 일단, 폐건물부터 찾아야 하고, 이건 황실장님한테. ”
슬슬 머리가 돌기 시작한 주혁은 다이어리를 꺼내, 적어가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어 그는.
“ 다음은 여배우 유재은. ”
히어로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스톤맨1’에 캐스팅된다는 여배우 유재은. 어떻게 그녀가 위너필름 스튜디오의 눈에 들어, 영화에 캐스팅되는지 당장 알 길은 없었고, 그것은 둘째 문제였다.
무려 위너필름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시리즈 히어로 영화의 중요 캐릭터로 캐스팅될 정도였다.
무조건 데려오는 게 맞았다.
이어 주혁이 유재은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는 빨랐고, 가장 먼저 주혁에게 보인 것은 그녀의 사진. 앞머리 없는 긴 머리에 단아하면서도 섹시함이 공존하는 얼굴.
“ ······마스크는 좋은 것 같은데. ”
이어 주혁은 유재은의 작품 필모를 확인했다. 그런데.
“ 2016년부터 작품은 멈췄고, 지금은 종합 연예정보 프로그램 하나가 끝? ”
그녀의 필모가 좀 이상했다. 2016년 이후로 작품은 끊겼고, 지금은 종합 연예정보 프로그램 ‘연예가 소식’ 출연이 전부였다.
이러면 답은 하나였다.
“ 버리는 카드. ”
유재은이라는 여배우는 소속사에서 버리는 카드임을 뜻했다. 이어 소속사가 궁금해진 주혁이 그녀의 종합 프로필을 확인했다.
-유재은 (영화배우/ 모델)
-출생: 1995년 9월 11일.
-신체: 168cm/ 4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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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 MV e&m.
-데뷔: 2010년 ‘스톡’ 모델.
딱 여기까지 확인한 주혁이 이마를 감쌌다.
“ 아오- 씨. ”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의 소속사가 MV e&m이었기 때문. 하필 국내 많고 많은 소속사 중에 강주혁과 척을 졌다고 봐도 무방할 MV e&m이라니.
주혁은 순간 일이 꽤 귀찮아질 것을 직감.
“ 흠. ”
그녀의 프로필을 보던 주혁이 검지로 마우스를 톡, 톡 때리기 시작했다. 강주혁이 머리를 굴리고 있다는 증거였고.
“ 이 여배우를 MV e&m에서 빼내는 게 급선무긴 한데······내가 직접 나서면 절대, 죽어도 안 줄게 빤하고. ”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2분, 5분, 8분. 그러나 주혁은 미동도 없었다. 누가 봐도 계획을 짜고 있는듯한 모습.
“ ······ ”
이윽고 정확히 15분이 흐른 뒤에야 주혁이 여유롭게 다리를 꼬며 결론을 내렸다.
“ 배우 트레이드. 대신, 나 말고 다른 인물이 하게끔 하면 돼.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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