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78
룸에 잠시간 정적이 흘렀다. 강주혁은 벙찐 표정으로 박찬규 사장을 쳐다봤고, 박찬규 사장은 꽤 흥미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50대 중후반임에도 새치 하나 없는 진갈색 머리카락을 자랑하는 박찬규 사장. 그는 어째서 이렇게 단박에 대답을 하는가?
솔직히 강주혁은 살짝 놀랐다.
그도그럴게, 강주혁이 뱉은 합병이란 말은, 말이 좋아 합병이지, 사실상 강주혁의 보이스프로덕션이 박찬규 사장의 빅엔터테인먼트를 흡수.
즉, 인수하겠다는 말과 같았다.
한마디로 강주혁이 빅엔터를 삼키겠다는 것인데, 박찬규 사장의 대답이 너무 빨랐다.
-스윽.
곧, 집었던 누런색 서류봉투를 내린 강주혁이 박찬규 사장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대답이···생각보다 빠른데요? ”
“ 왜? 대답을 늦게 하는 게 좋았을까요? ”
“ 아니, 그건 아니죠. 저야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뭔가 대답이 너무 빠른 것 아닌가 싶어서. ”
이어 박찬규 사장이 강주혁이 챙겨온 누런 서류봉투를 검지로 가리켰다.
“ 그거 내 회사 관련 조사 자료들이 아닌가? ”
“ 맞습니다. ”
“ 허허- 그러니까. 나도 이 바닥 20년이 넘었어요. 척보면 척이지. ”
“ 그러니까 사장님 말은. ”
주혁이 말을 이으려던 찰나에 박찬규 사장이 팔짱 끼며 주혁의 말을 잘랐다.
“ 그러니까 나도 내 빌어먹을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말이지. 이 바닥 20년에 강사장 자네를 본 게 2년이 좀 안 됐지만, 강사장 스타일도 잘 알고 있다는 뜻이고. 내 회사를 아주 철저하게 조사했을 거야. ”
“ 대충 그렇습니다만. ”
박찬규 사장은 곧, 웃음을 날렸다. 덕분에 강주혁은 꺼내려던 자료들을 아예 접었다. 그 모습에 박찬규 사장이 다시 진지해졌다.
“ 합병. 즉, 강사장 자네가 내 회사를 흡수하겠다는 거겠지. 뭐, 나한테는 썩 괜찮은 제안이기도 하고, 뭣보다 보이스프로덕션 같은 대국이 손을 내밀면 나 같은 소국이 방법이 있나요. ”
말을 마친 박찬규 사장이 허허 웃으며 설명을 보충했다.
“ 나도 생각을 좀 해봤어요. 왜 이 타이밍에 강사장이 나를 보자고 하는가? 그래서 나름대로 확인을 해봤지. ”
“ ······그래서요? ”
“ 답은 꽤 쉽게 나왔어요. 스타들 영입, 영화제작, 투자 등. 보이스프로덕션 몸집은 점점 커지는데, 내부적으로 보면 내실이 탄탄하지 않아. 아니, ‘뼈대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 가 더욱 확실하겠군. ”
순간, 강주혁의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박찬규 사장을 더욱 영입해야겠다는.
“ 잘 파악하셨네요. ”
이어 주혁이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 사장님 말씀 그대롭니다. 요 며칠간 보셨겠지만, 전 해외 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어요. 지금이야 아직 초기 단계라 국내 일도 처리할 여력이 되지만, 점점 빈틈이 생길거라 생각합니다. ”
“ 그런데 그게 싫다? ”
“ 맞아요. 국내에 빈틈이 생기는 것이 싫습니다. 그래서 경험이 풍부한 빅엔터와 합치고 싶은 것이고. ”
“ 허허. 그래도 내 회사를 좋게 봐줘서 고맙군.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하지만 채찍도 필요했다. 강주혁이 채찍을 휘둘렀다.
“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빅엔터를 보면 움직임이 멈춰있죠. 고착됐고. 전통은 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
“ ······ ”
박찬규 사장도 자신의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미 통감하고 있었고, 활로를 뚫어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즉, 실패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렇다면 회사는 점점 기울고, 그 피해는 오롯이 자신보단 아끼는 류진주나 유지석이 감당해야 할 짐으로 변할 것이 빤했다. 이것이 박찬규 사장은 죽기보다 싫었다.
짐이 되는 것.
변화는 필요했지만, 현실이 녹록지 못했고, 이것으로 박찬규 사장이 큰 고민에 빠졌을 때쯤.
강주혁이. 보이스프로덕션이 등장했다.
“ 아마 유지는 가능할 겁니다. 슈퍼스타가 2명이나 있으니까. 류진주, 유지석. 국내 내로라하는 탑 여배우와 국민 MC. 그러나 딱 거기까지죠. 그 두 명 가지고는 새는 물을 전부 커버하지 못할 겁니다.”
“ ······강사장이 전화로 말했던, 최종 목표는 그걸 말하는 거였죠? 그 두 명의 발전 가능성. 허나, 이대로 두면 발전은 개뿔 내 회사가 앞길을 막겠지. 빈 수레가 요란한 것처럼.”
사실, 박찬규 사장은 강주혁을 높게 평가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당연했다.
그가 약 20년간 연예계에서 굴러 만들어낸 결과보다 강주혁이 단 2년 만에 만들어낸 결과가 자신을 아득히 뛰어넘었으니까.
그야말로 괴물 같은 속도.
미래를 알지 못하고서야 불가능한 일들을 강주혁은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척척 해내고 있었다. 더불어 지금 강주혁이 걷고 있는 길은 박찬규 사장의 야망과 같은 길이었다.
곧, 젊을 때의 자신을 떠올린 박찬규 사장이 픽 하고 웃었다.
“ 자, 그럼 현실적인 얘기를 해봅시다. 빅엔터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상장은. ”
“ 안 합니다. 비상장으로 갈까 합니다. ”
“ ······하긴. 보이스프로덕션이야 자금이 부족할 일이 없겠지. ”
이어 주혁이 내려놨던 누런 서류봉투에서 종이 몇 장을 박찬규 사장에게 내밀었다.
“ 당연히 공식적으로 합병이 이루어지면 복잡한 절차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당장 계획은 이렇습니다. 지금 빅엔터가 품고 있는 빚은 제가 처리해드리죠. 그리고 청담에 있는 빅엔터 건물은 그대로 유지, 대신에 보이스프로덕션 지사로서 변경합니다. ”
“ 변경해서? ”
“ 거기가 아마 4층짜리 건물이었죠? 제 회사에서 추가로 편성되는 매니지먼트 3팀과 4팀. 그리고 플러스 제작팀. 마지막으로 지원팀까지 둥지를 거기에 틀까 합니다. 빅엔터의 직원들 역시, 그쪽에 편성하고요. ”
“ 음. 인수합병 시기는. ”
“ 올해는 보내야겠죠. 공식발표는 빨라도 상관없지만, 확실히 합치는 시기는 내년 초 생각합니다. ”
강주혁의 브리핑에 박찬규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2020년 해봐야 3달 남았다. 서로의 진영이 바빠질 것이 당연했고 복잡한 절차도 많았다.
거기다 이런 빅딜은 바쁘게 진행할수록 빈틈이 생기기 마련.
-스윽.
이어 주혁이 검지로 내민 계획 중 마지막 부분을 검지로 찍으며 입을 열었다.
“ 그리고 박찬규 사장님이 보이스프로덕션의 부사장을 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같은 시각, 보이스프로덕션 2층 연습실.
꽤 넓은 연습실 중앙에 각자 색은 다르지만, 몸에 착 달라붙은 레깅스나 탱크톱, 짧은 반팔을 입은 마니또 맴버들이 앉아 있다. 그리고.
“ 그러니까, 너희들의 생각이 중요해. 해외 데뷔. 어떻게 생각하니. 다들. ”
그녀들의 앞에서 매니지먼트 2팀 팀장 김수열 팀장이 하던 말에 마무리를 지었다.
덕분에 땀으로 머리카락이 젖은 마니또 멤버들은 각자의 얼굴을 한 번씩 둘러보다, 김수열 팀장에게 다시 시선을 맞췄다.
마치, 병아리같이 똘망똘망하게 눈을 뜨고서.
병아리들의 리더인, 이국적인 얼굴의 단발 효진이 질문이 있는지 손을 쑤-욱 올렸다.
“ 그래. 효진이. ”
“ 해외 데뷔라는 게. 그러니까, 감이 안 와서 그러는데요. 어디서 활동한다는 거예요? ”
“ 확정된 것은 없어. 그런데 미국이든 유럽 쪽이든 아시아든 어디든, 국내를 떠난다는 뜻이야. ”
그의 대답이 끝나자, 이번에는 피부가 약간 까무잡잡한 엘리야가 긴 생머리의 찰랑였다.
“ 그럼 지금 하는 전국투어 콘서트는요? ”
“ 그건 전부 소화한 뒤에 움직일 듯싶다. ”
순간, 키는 작지만, 글래머인 서진이 벌떡 일어났다.
“ 저, 저희!! 영어 못하는데요?!! ”
“ ······응. 나도 알아. 내가 제일 잘 알지. 그러니까 영어 레슨도 받아야 된다. ”
“ 흐어- 공부. 진짜 엄마 말이 맞네. 공부는 평생 해야 된다고 했는데. ”
서진의 울음 섞인 말에 피식한 김수열 팀장이 모두를 진정시켰고.
“ 괜찮아. 급하게 진행하는 거 아니고, 뭣보다 사장님께서는 너희들 생각을 존중한다고 말씀하셨다. 너무 부담가지지. ”
그때 내내 말없이 무릎을 끌어안고 앉았던 수현이 작게 마음을 표출했다.
“ 느긋하게 준비하면 그만큼 늦어지는 거. 맞죠? ”
“ ······그렇겠지. 지금부터 준비해도, 빠르면 내년 상반기나 돼야. ”
“ 그럼 지금부터 준비해야죠. 원하지는 않았지만, 몇 년 동안 쉴 만큼 쉬었으니까. 그리고. ”
이어 팔다리가 길쭉길쭉한 탓에 늘씬한 수현이 마니또 언니들을 쳐다봤고.
“ 우리 이번에 포기하면 기회가 또 올까? 우리 사장님 엄청 바쁘시잖아. ”
수현의 말은 병아리들에게 순식간에 스며들었다. 반응은 서진이 가장 빨랐다.
“ 맞아. 기사보니까, 헐리웃 영화에도 투자하고. 막 대형 배급사랑도 친하다고 하던데?! 우리 회사 소속 배우님도 헐리웃 영화에 출연한대! ”
그쯤 리더 효진이 동생 병아리들에게 담담하게 말을 던졌다.
“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잖아? 그리고 우리의 타이밍은 어쩌면 지금일지 몰라. ”
갑자기 꽤 수준 높은 말을 던진 리더 병아리가 기특했는지, 김수열 팀장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지었다.
“ 얘들아. 그럼 못 먹어도 고? ”
몇 시간 뒤, 늦은 밤.
강주혁과 꽤 긴 시간 얘기를 나눴던 박찬규 사장이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운전 중이었다. 그런데 운전하는 그는 꽤 생각에 빠져 있는 표정이었다.
“ ······이 나이에 미션을 받을 줄이야. ”
곧, 피식한 박찬규 사장이 강주혁에게서 받은 미션을 떠올렸다.
시작은 미팅의 마무리 시점에서 강주혁의 입에서부터였다.
“ 박찬규 사장님. 이 합병 소식이 세상에 밝혀지기 전에, 사장님이 해주실 일이 하나 있습니다. 이건 꼭 돼야 합니다. ”
“ 내가요? ”
박찬규 사장이 고개를 갸웃하자, 강주혁은 미소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미션을 던졌다.
“ 빅엔터테인먼트에 정태준이라고 국민 연하남 어쩌고 하는, 요즘 한창 라이징한 친구 하나 있죠? ”
“ 아- 태준이? 맞아요. 있지. ”
“ 제가 좀 찾아보니까, 그 친구 계약 기간이 1년 반 정도 남았는데, 빅엔터와 재계약을 안 한다고 하던데요. ”
곧, 박찬규 사장이 꽤 근심 섞인 표정으로 바뀌었다.
“ ······그렇게 됐어요. 아쉽긴 하다만, 어쩌겠어. 이 바닥이 다 그런 거지. 그런데 아마 합병 얘기가 돌면 태준이도 생각을 바꿀. ”
“ 아니. 그럴 필요 없습니다. 간다는데, 버리자고요. 대신에. ”
이어 강주혁이 몸을 바싹 당기며 목소리를 죽였고.
“ 버릴 쓰레기통은 우리가 정해주죠. ”
말을 마친 강주혁이 박찬규 사장에게 미션을 하달했다. 그런데 이 미션은 박찬규 사장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했다.
“ 뭐라고요?!! ”
딱 여기까지.
당시를 떠올리던 박찬규 사장이 다시 차 안 현실로 돌아왔다. 이어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던 박찬규 사장이 뒷머리를 긁으며 혼잣말을 뱉었다.
“ 이 미션은 아무래도, 테스트 같단 말이야. 그럼 어쩌겠어. 해봐야지. ”
벨 소리가 울린 것은 그때였다.
곧, 차 안에 퍼지는 벨소리에 박찬규 사장이 발신자를 확인했고, 상대는 류진주였다.
“ 그래. 진주야. ”
“ 사장님! 어떻게 됐어요? 선배님이랑 만났어? ”
“ 설마 기다리고 있었냐? ”
“ 응응. 기다리고 있었죠. 그래서? ”
꽤 상기된 류진주의 목소리에 박찬규 사장이 입꼬리를 올리며 간단하게 답했다.
“ 아직 비밀에다가 미션이 하나 있긴 한데, 류진주 너 이제 보이스프로덕션 소속이 될 예정이다. ”
다음 날 아침, 9월이 끝난, 10월 1일.
목요일 아침이 밝았다. 시간은 아침 10시. 국내는 여전히 강주혁과 보이스프로덕션 그리고 무비마운틴 픽쳐스 관련으로 시끄러웠고.
“ 아오- 국장이 강주혁이랑 척지는 바람에 우리만 새됐네. ”
강주혁으로 시끄러운 것은 SBC 드라마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 나야말로 돌겠다. 돌겠어!”
“ 그러게. 넌 이제 내년 상반기 미니 바로 들어가야 되잖아? ”
“ 옘병. 편성을 던지면 뭐해, 지금 핫한 것들 죄다 보이스프로덕션에 있는데. 풍작인 곳이 보이는데, 컨텍을 못 넣네. 시발. ”
지금 대화 중인 SBC 드라마국 PD의 말처럼 SBC 드라마국은 비상 아닌 비상이었다. 드라마국 국장 때문에 쉬쉬하곤 있지만, 베테랑 PD들의 불만은 커져가는 상태.
그때 방금 욕을 뱉었던, 네모난 안경을 쓴 PD가 들고 있던 펜을 책상에 집어 던졌고.
“ 내가 진짜! 김재욱 그거 ‘28주, 궁궐’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고! 이번 미니 때 무조건 같이하려고 계속 밑밥 깔고 있었는데! ”
이어 뒤쪽 굳건하게 닫힌 국장실을 노려보며 네모난 안경 PD가 거칠게 말을 이었다.
“ 시발. 갑자기 국장이 커트해서는. 봐봐라. 김재욱 보란 듯이 헐리웃 영화 들어가잖냐? 국장이 컷트 안 했으면 진작에 도장 찍고, 꽃길이었을 텐데. 어후! 좆같네! ”
그때였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책상 위 네모난 안경 PD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 이PD? ”
이PD라 불린 PD는 네모난 안경 PD의 친한 예능국 PD였다.
어쨌든 그가 전화를 받았다.
“ 어어- 이PD~ 아침부터 왜? 담배 하나 조질······뭐?! 진짜?! ”
그런데 대뜸 전화를 받은 네모난 안경 PD가 크게 외쳤고.
“ 지금 강주혁이 예능국에 왔어?!! ”
자리서 벌떡 일어났다.
“ 왜!! 강주혁이 갑자기 왜!! 어?! 지금 강주혁이 예능 국장을 만나고 있다고??!!! ”
그런데.
“ PD님. ”
대뜸 전화 받는 PD의 뒤쪽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고, 덕분에 놀란 네모난 안경 PD가 고개를 휙 돌렸다.
“ 구, 국장님? ”
뒤에는 놀란 눈의 드라마국 국장과 GM엔터의 이강수 사장이 서 있었다. 곧, 이강수 사장이 보기 드문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PD님. 강주혁 사장이 지금 예능국에 있다고 하셨나요?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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