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79
사실 SBC 드라마국 국장은 아침부터 GM엔터의 이강수 사장을 호출하여 만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근 헐리웃 영화 투자로 강주혁이 뜨겁게 불타자, 똥줄이 탄 모양.
“ 아무 문제 없겠죠? 강주혁이 이런 이슈가 한두 번이 아니긴 한데, 이번엔 덩치가 크다 보니까. ”
키는 작지만, 전체적으로 한 치수 큰 정장을 입은듯한 SBC 드라마국 국장이 이마를 쓸며 하는 질문에, 반대쪽에 앉은 이강수 사장이 아이 같은 웃음을 지었다.
“ 괜찮아요. 국장님이 그렇게 흥분하시면 될 것도 안 되죠. 지금 상황이 시끄럽긴 하지만, 이게 드라마 첫 방까지 이어지진 않을 텐데, 국장님. 너무 쫄으셨어요. ”
“ 허허. 그게 아무래도. ”
곧, 안심했는지 어쨌는지, SBC 드라마국 국장이 찻잔을 들어 올리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 후-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지금 입장이 좀 그래요. 위에선 강주혁이랑 활로를 뚫으라고 쪼고, 아랫놈들은 날 죽일 듯이 노려보고. ”
“ 공중파 방송국이 너무 한 소속사만 싸고돌면 쓰나요. 아닌 곳도 있어야지. ”
“ 그래! 내 말이 그 말이야! 방송국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고 내 그리 말해도! 쯧! 조금 뜬다 싶으면 우르르르. 조금 잘나간다 싶어도 우르르르. 아주 개판이야. 개판. ”
이어 이강수 사장이 시간을 확인하며 들었던 찻잔을 내렸다.
“ 어쨌든 지금 상황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국장님. 결국은 우리가 이길 수. 아니, 이길 거니까. ”
“ 허허허. 좋아요. 나는 이강수 사장만 믿고 갑니다? ”
SBC 드라마국 국장의 너털웃음을 끝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난 이강수 사장이 국장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들렸다.
국장실 밖 PD의 외침이.
“ 왜!! 강주혁이 갑자기 왜!! 어?! 지금 강주혁이 예능 국장을 만나고 있다고??!!! ”
이 외침으로 SBC 드라마국 국장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내내 웃음 짓던 이강수 사장 역시 돌연 무표정으로 변했다.
곧, 드라마국에는 이강수 사장의 목소리가 번졌다.
“ PD님. 강주혁 사장님이 지금 예능국에 있다고 하셨나요? ”
같은 시각, SBC 예능국.
예능국 사무실은 예능국답게 온통 잡스러운 것들이 많았다.
복불복으로 벌칙을 정할 때 쓰는 소품이나 벌칙에 쓰이는 요상한 조미료들, 무전기, 간이 의자, 소형 손전등 기타 등등.
“ 진짜? 진짜 지금 국장님이랑 강주혁 얘기 중이라고? ”
수많은 소품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진 예능국 안 PD들이나 작가 그리고 스텝 등이 웬일인지 국장실 앞에서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다.
“ 어어- 몇 번 말해. 아침부터 강주혁이 찾아왔다니까! 개놀랐어. 아까. ”
“ ······진짜 아까 나한테 국장 어딨냐고 묻는데, 지릴 뻔했다고 나는. ”
난리 통에 방금 예능국에 도착한 듯 보이는 여자 작가가 혀를 내둘렀다.
“ 어쩐지. 1층 로비 기자들이 강주혁강주혁 어쩌고 하면서, 시끄럽더라니. ”
“ 서작가. 1층 로비뿐이 아니라, 아까 강주혁 왔을 때 밖에 복도며 어디고 장난 아니었어. ”
그쯤 내내 팔짱 낀 채, 국장실을 쳐다보던 13년 차 예능 PD가 고개를 갸웃했다.
“ 근데 강주혁이 왜 왔지? 혹시 보이스프로덕션에 기획 보낸 사람? ”
“ 어떻게 보내요. 보내면 드라마국이랑 대놓고 전쟁하자는 거랑 같은데. ”
“ 다들 그것 때문에 드라마국 국장 씹었잖아요. 우리 국장님도 어제 좆같다면서, 지랄지랄 했는데. ”
“ 그렇지? ”
이어 모두의 고개가 국장실로 다시 향했다.
“ 근데 왜 왔지? ”
이어 예능 국장실 안.
한눈에 봐도 흰머리가 자욱한 예능 국장이 입을 벌리고 있다.
“ 잠깐. 잠깐잠깐. 그러니까 지금 연말 파일럿 프로그램을 우리 SBC랑 하고 싶다는 겁니까? ”
“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
“ ······허- ”
곧, 냉수를 들이마신 SBC 예능 국장이 다시 강주혁을 쳐다봤다. 그의 두 눈에는 ‘갑자기 왜?’ 같은 물음표가 떠 있었다.
그런 SBC 예능 국장이 짧게 숨을 뱉으며 다시 입을 열었고.
“ 강사장님. 혹시 우리 쪽에서 기획을 받은 거 있어요? 없을 텐데? ”
강주혁이 여유롭게 다를 꼬았다.
“ 네. 안 보내셨습니다. SBC에서는 드라마든 예능이든 시사든 어디든 전혀 안 왔어요. ”
“ 그런데 굳이 SBC로 오셨다고요? MBS나 KBC에서는 갔을 거 아닙니까? 기획이. ”
“ 왔죠. ”
“ 그런데도? ”
“ 네. 그래도 연말 파일럿은 SBC랑 하고 싶어서요. ”
“ ······ ”
강주혁의 대답에 예능 국장이 눈을 끔뻑였다. 사실, SBC 예능 국장은 최근 짜증이 치솟는 중이었다.
‘ 드라마국이 강주혁과 척지는 바람에 그림이 이상하게 흘러갔는데······ ’
드라마국 때문에 예능국이 괜한 피해를 보는 중이었기 때문. 심지어 방송국의 자존심 때문에 윗선에서도 보이스프로덕션과 관계 개선을 하라고 할 뿐 딱히 액션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강주혁이 대뜸 나타났다.
‘ 이러면 강주혁이 직접 왔으니, 명분도 괜찮고, 그냥 날름 받아먹어도. ’
즉, 예능 국장으로선 전혀 피해 볼 것이 없었다.
“ 하하하! 예능 국장에 앉은 내가 이걸 안 잡으면 되겠어요? 우리 애들이 욕합니다. 욕해. 좋습니다. 연말 파일럿 예능. 우리랑 합시다! ”
기분 좋게 강주혁의 손을 잡고 흔들던 예능 국장이 양손을 비비며 말을 이었다.
“ 그래서. 우리 강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아이템이 있습니까? 들어볼까요? ”
-스윽.
곧, 강주혁이 팔짱을 끼며 답했다.
“ 국내 난다긴다하는 가수들이 외국서 버스킹을 한다. 어떠십니까? ”
“ ······버스킹이요? ”
“ 예. 버스킹. 다른 거 없이, 가수가 직접 작사·작곡한 곡으로 외국서 버스킹을 하는 거죠. ”
대답을 들은 예능 국장이 턱을 쓸었다.
“ 버스킹이라······ 힐링 예능에 가깝겠네요. ”
“ 가깝다가 아니라, 힐링 예능입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 회사의 헤나씨나 서아리씨 같은 정상급 가수들이 노래를 직접 만들어서, 기타 하나 마이크 하나 들고, 외국서 버스킹을 하는 거죠. ”
“ 그러면서, 여행과 관광 그리고 먹방을 섞어내고, 음원도 내고! ”
“ 최종적으로는 해외 반응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어느 분야든 해외 반응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죠. ”
“ 오오- ”
기획을 들은 예능 국장이 탄성을 지르며 단숨에 다이어리에 메모를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며 주혁이 꼰 다리 방향을 바꿨다.
“ 그리고 국장님. ”
“ 예? ”
“ 이 기획의 최종단계로 연말 콘서트 하나 열어보면 어떨까 싶어요. ”
“ 연말 콘서트요? ”
“ 예. ”
이어 주혁이 국장실 벽면에 붙은, 방송인과 개그맨들이 자세를 잡고있는 SBC 예능국의 간판 예능 ‘방구석 친구들’ 포스터를 가리켰다.
“ 저분들과 콜라보를 해서. ”
그때 대뜸 국장실의 문이 괴팍하게 열렸다.
-벌컥!
“ 이봐!! 강주혁씨 지금 뭐 하는 겁니까! ”
문을 열고 나타난 것은 키 작은 SBC 드라마국 국장과.
“ ······ ”
그의 뒤에서 강주혁을 무표정으로 쳐다보는 이강수 사장이었다. 이쯤 예능 국장이 폭발했다.
“ 야! 김국장! 어디 문을 맘대로 열고 들어와!! 안 나가? ”
덕분에 드라마국 국장도 버럭했다.
“ 뭐야?! 이 양반이! 최국장! 어제 아침에 사장님이 하시는 말씀 못 들었나?! 보이스프로덕션과 관계를 개선하라고 했지, 대뜸 프로를 같이하라고 했나! ”
“ 뭣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이봐 김국장. 당신네 드라마국 때문에 우리 예능국이 피해를 왜 봐! ”
“ 이 친구가! 같은 식구끼리 이럴 건가!! ”
“ 식구? 식구우?! 그래! 당신 말 잘했다! 드라마국은 우리 예능국이 식구라서 저번 방송 빵꾸났을 때, 대놓고 우리를 무시하셨나?! 식구라서?!! 그리고 내가 강사장 불렀어? 직접 오셨네! ”
“ 직접 왔다고?! ”
곧, 나이 지긋한 국장들의 시선이 여전히 자리에 여유롭게 앉은 강주혁에게 닿았다.
-후릅.
반면, 강주혁은 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넘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드라마국 국장이 강주혁을 보며 쌍심지를 켰고.
“ 이봐요! 강사장! 자네 진짜 이럴 건가? 자존심도 없어? ”
자존심이라는 단어에 주혁이 픽 웃었다.
“ 연예계 판에서 아직도 자존심 운운하는 인물이 계셨네요. 그것도 방송국 국장씩이나 하시는 분이. ”
“ ······뭐야?! ”
-스윽.
이어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강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제가 보기엔 드라마국 국장님께서 속이 좁으신 것 같습니다만. ”
“ 이봐! 당신 말을 가려서. ”
“ 사실, 한 방송국이지만, 드라마국, 예능국, 시사, 라디오 등등등 부서는 결국, 다 따로 아닙니까? 실적도 따로 내고, 예산도 따로 받고, 시청률도 따로 나오는데, 왜 예능국이 드라마국 처지를 챙겨줘야 되는지 전 이해가 안 가는데요. ”
주혁이 말을 마치자, 예능 국장이 동조했고.
“ 그래! 솔직히 드라마국 하나 때문에 보이스프로덕션 전체를 등 돌리는 게 말이 되나?! ”
어느새 부들거리고 있는 드라마국 국장을 쳐다보며 강주혁이 미소지었다.
“ 추가로 당연히 드라마국 국장님께서도 저한테 기획 제안을 하시면. 그 기획이 좋다면 전 아무 감정 없이 국장님과도 일합니다. 그게 이 바닥이고, 그게 연예계의 공과 사니까. ”
-스윽.
곧, 강주혁이 움직였다.
“ 그럼. 예능 국장님. 결정되시면 연락 주세요. ”
예능 국장은 아직도 흥분상태였지만, 강주혁의 얼굴을 볼 땐 애써 웃음을 지었고, 강주혁이 문 쪽으로 이동했다.
“ ······ ”
그쯤 내내 문 앞에 서서 상황을 말없이 지켜보던 이강수 사장이 무표정과 미소, 그 사이 어딘가의 표정으로 주혁에게 말을 걸었다.
“ 욕심이······과해요. 주혁씨. ”
덕분에 문 쪽으로 걷던 주혁이 이강수 사장 앞에 멈춰섰고, 고개만 돌려 그와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 그럴지도. 그러니까, 확실히 각 잡고 덤벼요. 괜히 어물어물 덤볐다가 죄다 털리지 마시고. 회사서 빠져나가는 연예인들은 잘 챙기고 있어요? 까딱하면 개털 되시겠던데? ”
“ ······ ”
이어 이강수 사장의 표정이 보기 드문 서늘한 얼굴로 변했다. 그 모습에 픽 웃은 주혁이 이강수 사장의 귓가에 얼굴을 바싹 붙이며 작게 말했다.
“ 그 당신의 회장. 누구더라. 토우타 나오무네? 슬슬 등장해야 되지 않겠어요? 당신 혼자는 벅차 보이시는데. ”
“ 그 이름은 또······어떻게 알았어. ”
자신의 진짜 이름 이태평과 자신이 모시는 회장 토우타 나오무네까지 강주혁의 입에서 뱉어지자, 이강수 사장의 인상이 처음으로 잔뜩 구겨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은 국장실 문을 열며 웃었다.
“ 그럼. 또 보죠. 이강수 사장님. ”
이후.
하루는 더뎠지만, 일주일은 빨랐다. 어느새 10월 7일 수요일이 밝았다. 물론, 고작 일주일이지만, 많은 일이 진행됐다.
“ 우와- 이사님 이것 좀 보세요. ‘화이트 빅 마우스’ 캐스팅 겁나 화려해요! ”
가장 큰 일이라고 한다면 헐리웃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였다.
“ 음- ”
“ 크으. 취한다 취해. 이 대단한 헐리웃 배우 이름 중에 ‘김재욱’ 딱 박혀있으니까, 뭔가 괜히 제가 기분이 다 좋네요. ”
“ 한국인은 외국 나가면 죄다 애국자니까. ”
7일인 오늘 보이스프로덕션 해외 파트팀에 무비마운틴 픽쳐스 측에서 ‘화이트 빅 마우스’의 공식적인 1차 캐스팅보드와 시나리오를 보내왔다.
곧, 송이사가 받은 것들을 취합하며 읊조렸다.
“ 이제 ‘화이트 빅 마우스’도 다음 달이면 촬영 들어가겠어. 난 사장님 좀 뵙고 올게요. ”
이로써 보이스프로덕션의 해외 진출 첫 타자는 김재욱이 끊었다.
물론, 비슷하게 영화 ‘폭풍’ 쪽은 캐스팅 중 마지막 남주를 하정훈으로 확정 지으며 전체 캐스팅을 완료했고, 애니메이션 ‘폭풍전야’는 동화 작업에서, 이제는 그림을 디지털화하는 작업과 채색작업까지 진행됐다. 이어.
“ 네. 황실장님. ”
같은 날 점심 무렵.
“ 사장님. 말씀하신 폐건물 찾았습니다. ”
황실장이 주혁에게 지시받았던 병원 폐건물을 찾아냈다.
같은 날, 늦은 오후.
시트콤 ‘누나 셋 3대 독자’ 촬영 세트장. 어째선지 마른침을 삼키는 정혜인과 강하영 포함 출연 배우들 모두가 세트장에 설치된 소품 TV에 모여 있다.
그때 TV에서 광고를 마치고, 예정된 프로를 틀어주기 시작했고.
“ 한다!! PD님! 여러분! 지금 해요!! 빨리! ”
밤 씬 촬영이었는지, 분홍 파자마를 입은 강하영이 TV를 보며 방방 뛰었다. 덕분에 PD나 스텝들이 세트장 안 TV 앞으로 뛰어들었다.
특히나 시트콤 메인 PD는 세트장으로 뛰어들면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쯤 TV에서 발랄하게 꾸며진 타이틀이 떴다.
‘누나 넷 3대 독자 (1회)’
10분 편성 첫 시도인 시트콤 ‘누나 넷 3대 독자’의 첫 방이 지금 시작되고 있었고, 뛰어오던 시트콤 메인 PD가 핸드폰에 대고 외쳤다.
“ 오프닝 시청률 나왔어?!!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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