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83
일요일 점심 무렵. 청담에 있는 빅엔터테인먼트 주변 룸형식의 고깃집. 적어도 10명이 충분히 앉을 룸 안에 박찬규 사장과 류진주 그리고 그녀의 실장급 매니저가 앉아 있다.
“ 오빠오빠. 술 얼른 받아! 술이 식고 있어! ”
류진주는 뭐가 신났는지, 아직 고기도 안 나왔음에도 연신 매니저에게 맥주를 따르고 있었고, 매니저는 박찬규 사장의 눈치를 보며 억지로 술을 받고 있었다.
그 모습에 박찬규 사장이 푹- 한숨을 쉬며 류진주를 불렀다.
“ 진주야. 네가 여길 굳이 올 필요가 있었을까? ”
“ 어머. 뭐 어때? 어차피 점심시간인데, 사장님 혼자만 고기 먹으려고요? ”
“ 임마. 고기는 언제든지······후. 됐다. 말을 말아야지. ”
곧, 박찬규 사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시점에 고깃집 직원이 동그란 쟁반에 어마어마하게 쌓인 여러 종류의 고기를 들고 들어왔다.
“ 고기 들어왔고! ”
류진주가 고기를 가장 반겼고, 박찬규 사장이 다시 한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어 들어온 고깃집 직원이 류진주에게 조심스레 사진요청을 했고, 흔쾌히 허락한 류진주가 자세를 잡고 있을 때.
-드르륵.
룸의 문이 다시 열렸다. 그런데 이번에 들어온 것은 고깃집 직원이 아니었다.
“ 안녕···하세요. ”
흰색 롱셔츠를 입은 유재은이었다. 그녀는 매니저 없이 혼자 룸에 들어와서, 박찬규 사장에게 먼저 꾸벅 인사하다, 자세 잡고있는 류진주와 눈이 마주쳤다.
“ ······와. 류진주. 아니, 안녕하세요! 선배님. ”
덕분에 놀란 토끼 눈을 떴던 유재은이 화들짝 놀라며 류진주에게도 넙죽 인사를 던졌다.
당연했다.
류진주가 있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반면, 류진주는 넉살 좋게 유재은에게 다가서며 환영했다.
“ 재은씨 맞죠? 하지마하지마. 이런 인사 따위, 이제 같은 식구 될 건데 뭘. 빨리 와서 고기 먹어요. 우리. ”
류진주의 환대에 어버버거리던 유재은이 얼결에 류진주의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아니, 앉혀졌다. 그때 박찬규 사장이 끼었다.
“ 아니, 진주야. 앉히려면 네 옆에 앉히지? ”
“ 여긴 안돼요! 주인이 따로 있으니까! ”
양손으로 옆자리를 방어하며 외치는 류진주의 모습에 박찬규 사장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고, 유재은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에게 가까스로 호흡을 되찾은 박찬규 사장이 나긋하게 말을 걸었다.
“ 재은씨. 회사에서 말은 들었을 겁니다. 그렇죠? ”
“ 네? 아, 네. 들었어요. 이제 양측 사인만 남았다고. ”
“ 맞아요. 이제 진짜 그것만 남았어. 그래서 오늘은 겸사겸사 환영회 겸 소개시켜 줄 사람이 있어서 불렀어요. ”
“ 아······그래서 매니저 오빠 두고, 저만 오라고. ”
유재은이 말끝을 흐리자, 박찬규 사장은 대답 대신 인자한 미소를 던졌다. 이쯤 탁자 위에는 각종 고기와 모두의 정신을 흐리게 할 술들의 세팅이 끝나 있었다.
그쯤 룸의 문이 다시 열렸다.
-드르륵.
“ 안녕하세요~ 잠시 꼽사리 좀 끼겠습니다. ”
“ 하하하. 저희는 안 간다고 했는데, 사장님이 괜찮다고, 고기 먹자고 하셔서 염치불구하고 왔습니다. ”
독립영화팀인 최철수, 류성원 감독이었다. 꽤 느닷없는 방문이었지만, 그들이 합류한다는 소식을 이미 들은 박찬규 사장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 연락받았어요. 박찬귭니다. 앉아요. 앉아. 들어보니, 오늘 편집 끝내셨다고? ”
“ 아아- 100%는 아니고, 한 80%쯤. ”
“ 어이구. 그럼 고기 먹어야지. ”
가벼운 근황이 오고 가는 순간에 류진주가 손을 번쩍 들었다.
“ 선배님은요? ”
“ 선배님? 아아- 사장님이요? 화장실 가셨어요. 곧 오실 겁니다. ”
이어 독립영화팀 감독들이 박찬규 사장 주변에 자리를 잡았고, 유재은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사람들 방문에 여전히 어버버거리고 있었다.
그 시점에.
-스윽.
이미 열려있는 룸의 문에서 모두가 기다리던 남자가 통과했다.
“ 다 모이셨네요. ”
셔츠에 넥타이만 맨 강주혁이었다.
곧, 류진주가 벌떡 일어났고.
“ 선배님. 여기요! 선배님 자리 제가 맡아 놨어요! ”
“ 어? 어어. ”
류진주가 양손으로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는 모습에 대충 대답한 강주혁이 박찬규 사장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 ······이게 대체. ”
유재은의 벌려진 입에서, 결국 현실을 부정하는 듯한 말이 쏟아졌다. 그럴만했다. 강주혁이. 그 강주혁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으니까.
그 시점에 강주혁의 시선도 유재은에게 닿았고.
“ 재은씨? ”
“ ······네?? ”
“ 반가워요. ”
보이스피싱에서 들었던, 유재은의 실물을 처음 본 강주혁이 웃으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 재은씨한테 거는 기대가 커요. ”
같은 날 늦은 밤.
시간은 밤 11시쯤. 방금 퇴근했는지, GM엔터의 이강수 사장이 거실 가죽 소파에 몸을 던졌다.
“ 후- ”
입었던 정장도 벗지 않고, 그대로 소파에 몸을 파묻은 이강수 사장은 멍하게 허공을 바라봤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강주혁 생각뿐이었다.
“ ······내 진짜 이름과 영감 이름을 알고 있고, 뭣보다 그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 ”
읊조린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매번 아이 같은 웃음으로 가면을 쓰던 이강수 사장에게 강주혁이란 그런 존재였다.
웃음기를 싹 지워내는 존재.
이어 이강수 사장이 양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그의 핸드폰이 울린 것은 그때였다.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웅.
덕분에 어렵사리 핸드폰을 꺼낸 그가 발신자를 확인했다. 곧, 이강수 사장의 얼굴이 구겨졌고.
전화를 받은 이강수 사장의 입에서 일본어가 뱉어졌다.
“ 예. 회장님. ”
“ 야. 넌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내가 너를 한국에 관광 보낸 줄 알아? ”
“ ······죄송합니다. ”
“ 왜 그래? 너답지 않게. ”
이후로 회장이라 불린 남자의 설교가 쏟아졌지만, 이강수 사장은 그저 대답뿐이었다.
“ 지금 네가 쓴 돈이 얼만 줄 알아? ”
“ 예. 알고 있습니다. ”
“ 그리고 한국의 배우 나부랭이 하나 치우는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
“ ······실제로 확인하니, 강주혁은 그냥 배우가 아니었. ”
“ 이봐. 내가 지금 변명 듣자고, 전화했나? ”
회장이란 남자의 근엄한 목소리에 이강수 사장은 대답을 잇지 못했다. 곧, 침묵이 흘렀고.
“ ······ ”
그 침묵이 20초 정도 유지 됐을 때 회장이 결론을 던졌다.
“ 그냥 하던 데로, 그 배우 나부랭이 작업치고 넘어와. 다음 달 안으로. ”
-뚝.
그렇게 회장의 전화는 끊겼다. 그런데 이강수 사장은 전화가 끊기자마자, 어금니를 빠득 물며 핸드폰을 소파에 집어 던졌고, 욕을 뱉었다. 한국어로.
“ 시발!! ”
그의 핸드폰이 소파에 나뒹굴 때쯤 이강수 사장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읊조렸다.
“ 강주혁도 강주혁인데, 이 빌어먹은 영감부터······시발. 영감 공장이 어디 있는지만 알면. ”
이후, 시간이 날개 돋친 듯 날아갔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대신에 강주혁이 손댄 모든 일들은 착실하게 진행됐다. 그중 박찬규 사장과 MV e&m 매니지 사업본부와의 배우 트레이드는 양측 사인만이 남은 상황이었지만.
“ 양쪽 모두 배우들이 털어낼 자잘한 스케쥴이 좀 있으니까, 공식적인 사인은 11월 2일 월요일에 양측 모두 모여서 진행하기로 했어요. ”
“ 나쁘지 않네요. 어쨌든 해가 넘어가기 전에만 우리가 넘겨받으면 되니까. ”
박찬규 사장의 말처럼 양측 배우들의 자잘한 스케쥴을 모두 털어낸 뒤, 깔끔한 상태에서 거래가 이루어져야 했다.
그리고 10월 16일 금요일에 영화 ‘폭풍’이 크랭크인을 올렸다.
“ 죄송합니다! 오늘 6시간밖에 못 찍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준비 부탁드리겠습니다!! ”
영화 ‘폭풍’의 촬영지 중 하나인, 제주도 삼다수목장 측과 장소 협조 일정이 꼬인 탓에 피치 못하게 촬영 스케쥴을 앞으로 당겨야 했고, 그마저도 하루에 6시간 이상 촬영은 불가능했다.
“ 24씬! 25씬! 44씬! 연달아, 쉬는 시간 없이 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
덕분에 영화 ‘폭풍’ 팀은 다른 장면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주도 삼다수목장에서 찍어야 할 씬을 최대한 빠르게 찍고, 빠져야 했다.
그런 와중에.
『[오늘의 이슈] 시트콤 ‘누나 넷 3대 독자’ 시청률 20% 돌파!』
MBS의 시트콤 ‘누나 넷 3대 독자’가 입소문이 퍼진 탓에 시청률 20%를 돌파했으며.
“ 오늘 나 어디서 노동해요? 여기? 보이스프로덕션? 여기서 내가 뭘 해? ”
“ 오늘 김건욱씨 1일 매니저 하면 돼요. ”
“ 누구?! 김건욱? ”
“ 네. 오늘 하루 할당받았어요. ”
“ 할당받았으니까, 김건욱씨 내가 할짝여도 되는 거지? ”
안화영을 앞세운 백번 촬영팀 ‘병맛같은 체험’의 촬영이 공식적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이렇듯 수많은 일이 진행됨과 동시에 약 2주의 시간은 2시간처럼 지나갔다.
어느새 10월 말경.
날짜는 27일 화요일. 연말이 다가오면 방송가도 바빠지지만, 영화판도 방송가 못지않게 바쁘게 돌아가는 시기.
특히나 이쯤 영화판은 눈치싸움이 어마어마하게 벌어진다.
“ 박스무비 쪽 연말에 영화 몇 개 올려? ”
“ 3개 올린답니다. ”
“ 3개나? ”
“ 언제 언제 올린대? ”
“ 그것까진 아직. ”
국내 난다긴다하는 영화사들은 경쟁 영화사의 연말 개봉작들을 파악하며 신경을 곤두세우는데, 이들의 목표는 하나같이 같았다.
‘꿀 같은 대진표를 찾아야 한다!’
영화가 개봉하여 흥행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
바로 개봉 대진표.
대형 외화부터 시작해서, 국내 기대작인 영화까지. 피해갈 수 있으면 피해서, 넘어갈 수 있으면 넘어서, 영화를 올리는 것.
“ 지금까지 확인된 영화는 로코 3개, 스릴러 한 개, 액션 4개. ”
“ 액션은 그렇다 치고, 올해 로코 왜 이렇게 많아? 어디서 올리는 거야? ”
“ 빤하죠 뭐. 이 시기만 되면 MV e&m이나 숲속 영화사 등이 로코 꼭 개봉시키잖습니까. ”
특히나 연말이 다가오면 이벤트가 많다.
크리스마스는 물론이거니와 망년회, 신년회, 각 기업들이 벌이는 연말 이벤트부터, 휴가나 연말을 이어받는 새해 그리고 설날까지.
빅이벤트가 줄줄이었다.
즉,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몰리게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셈.
이 시기에 눈치싸움에서 승리한 영화는 관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고, 뭣보다 흥행을 잘 이어가면 대목인 설날까지도 그 화제성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니 국내 내로라하는 제작사나 영화사는 이 시기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눈치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 그럼 언제쯤 올리는 게 좋겠어? 야야. 이거 진짜 중요하다? 까딱 잘 못 올리면 내년까지 죽 쑤는 거야. ”
운이 나쁘면 초기 제작비도 못 건지고, 내년까지 쪽박 찰 상황에 놓일지도 모르기 때문.
어쨌든 연말인 이 시점에 개봉 영화를 가진 영화사나 제작사들은 경쟁사 작품을 파악하고, 개봉 시기를 가늠하는데, 올해부터는 보이스프로덕션이 자연스레 포함된 상황이었다.
“ 다른 곳은 그렇다 치고, 보이스프로덕션은? 거기가 지금 포인트다? 얘네랑 겹치면 진짜 좆돼. ”
허나, 각 제작사들은 꽤 안심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했다.
“ 다행히 보이스프로덕션은 올해 올릴만한 영화가 없습니다. 내년이나 돼야 올릴 거예요. 최명훈 감독의 ‘간 큰 여자들’은 한창 후반 편집 작업 중이고, 김삼봉 감독 쪽 ‘폭풍’은 이제 촬영 들어갔답니다. ”
“ 독립영화는? 그쪽 독립영화도 하잖아? ”
“ 국내 개봉 소식 없습니다. 생각 없어 보여요. ”
보이스프로덕션이 준비하는 작품은 많지만, 시기상 올해 선보일 작품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
“ 소문으론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한창 준비 중인 것 같고, 이제 투자 진행된 헐리웃 영화가 대뜸 개봉할 리도 없습니다. ”
“ 그러니까, 올해 보이스프로덕션을 만날 일은 없다? ”
“ 예. 보이스프로덕션은 올해 방송에만 치중할 모양입니다. ”
사실, 국내 모든 영화사, 제작사는 거의 비슷한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현실이 그랬고, 누가 봐도 맞는 소리였다.
“ 그럼 내년 초부터 보이스프로덕션이 밀어붙인다 치고, 우린 걔네 피해서 연말에 후딱 올리자. ”
그러나 이들이 간과한 것. 아니, 모두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 ······컷. 여기서 아까 잘라놨던 장면 붙입시다. ”
아주 작은 것이었지만, 이것이 가져올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이었다.
“ 러닝타임 몇 분 나옵니까. ”
“ 110분 나옵니다. ”
그것은 바로.
“ 좋아요. 오디오 바로 넘깁시다. 우리도 전부 넘어가죠. ”
“ 예? 바로요? 감독님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러다 쓰러지시면. ”
“ 괜찮아요. ”
그것은 바로, 지금 편집실에서 9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약 2달간 내내 밤새워 편집 속도를 높인 최명훈 감독의 승부욕. 그리고.
“ ‘간 큰 여자들’ 무조건 11월에 개봉시킵니다. ”
그의 헐리웃을 향한 열망이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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