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84
영화 ‘간 큰 여자들’ 음향감독의 ‘사운드트랙’ 작업실. 지금 사운드트랙 작업실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중 음향감독이 포문을 열었다.
“ 작업은 약 70% 정도 완료된 상황입니다. 대사 얹는 것은 끝났고, 폴리(효과) 작업 마무리, 나머지 자잘한 작업 정리하고······ ”
기기 앞에 앉은 음향감독의 브리핑에 모인 인원 모두가 ‘오오’ 같은 탄성을 뱉었다.
이곳에 모인 인원으로는 배급사 VIP픽쳐스 최혁 팀장과 산하 직원들, 보이스프로덕션의 제작팀장 박건웅, 홍보팀 박팀장, 빅엔터테인먼트의 박찬규 사장.
거기에 작업실 중앙, 넥타이 없이 흰 셔츠만 입은 강주혁 그리고.
“ 믹싱은 안 끝났지만, 시사테스트 하기엔 문제없을 겁니다. ”
강주혁의 옆에 앉아, 방금 설명을 마친 ‘간 큰 여자들’의 최명훈 감독까지.
이들 모두는 최명훈 감독의 영화 ‘간 큰 여자들’의 시사테스트 요청으로 인해, 모여든 것이었다.
오늘은 30일.
물론, 아직 남은 음향작업이 좀 남았지만, 음향작업이 시사테스트가 가능할 정도인, 70%까지 빠르게 완료된 이유는 모두 최명훈 감독의 열정 덕분이었다.
“ 아니, 근데. 2달 편집은 그렇다 치고, 음향작업을 시사테스트가 가능할 정도로 이렇게 빨리······”
지금 꽤 큰 목소리로 외친 VIP픽쳐스 최혁 팀장의 궁금증은 당연했다. 작업 속도가 너무 빨랐다. 이에 대해 핼쑥해진 최명훈 감독이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 기간에 맞춰, 쪽잠 자고 죽어라 하니까 되더라고요. 거기다 음향은 프리프로덕션 기간부터 같이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원 투입도 많았고요. 후반 작업 땐 편집과 음향을 거의 동시에 시작했습니다. ”
곧,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대답한 최명훈 감독을 모인 모두가 경이롭게 바라봤다. 이어 음향감독이 모두에게 읊조렸다.
“ 앰비언스(공간 소리)나 배경음악은 아직 마무리가 안 됐습니다. 감안하시면 되고, 시작하겠습니다. ”
그의 말을 끝으로 작업실에 불이 꺼지고, 정면 대형 모니터에 영화 ‘간 큰 여자들’이 재생됐다.
약 두 시간 뒤.
영화 ‘간 큰 여자들’이 끝났다. 덕분에 작업실 여기저기에 앉은 인원들의 입에서 탄성인지 아니면 감탄인지, 알아듣기 힘든 침음들이 뱉어졌다.
“ 음. ”
곧, 모두의 시선이 중앙에 앉은 강주혁에게 박혔다. 그것은 최명훈 감독도 마찬가지. 거기다 보이스프로덕션의 일에 적응하기 위해 불린 박찬규 사장 역시, 강주혁의 반응이 궁금했다.
반면, 다리를 꼰 채 여전히 정면 모니터를 응시하는 강주혁은 웃고 있었다.
‘ 재밌다. ’
구구절절 단어를 붙일 필요도 없었다. 최명훈 감독이 뽑은 ‘간 큰 여자들’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었다.
‘ 코믹과 스릴러 그 사이 미묘한 긴장선을 잘 담았어. ’
최명훈 감독이 만들어낸 ‘간 큰 여자들’은 코믹이 담기는 부분에선 충분히 웃음 포인트를 삽입하고, 긴박하게 흘러야 하는 부분에서는 신속한 프레임 아웃을 사용하여 속도감을 높였다.
‘ 거기에 인물들 나레이션은 후시로 따로 따서, 삽입한 건가? 덕분에 생동감도 높아졌고. ’
-스윽.
대충 평가를 속으로 마친 강주혁이 옆자리, 최명훈 감독과 눈을 마주쳤다.
‘ 확실히 최명훈 감독은 뭔가 타 감독들과는 미장센(연출)이 달라. ’
한마디로 송미진 작가가 쓴 ‘간 큰 여자들’의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최명훈 감독의 손을 거쳐 완성된 ‘간 큰 여자들’은 엄지를 치켜세울 만했다.
“ 어, 어떠셨습니까? 여기서 폴리(효과), 앰비언스(공간 소리) 작업 마치고, 장면 밑으로 음악 좀 깔면 더욱 그림이. ”
그럼에도 최명훈 감독은 긴장한 듯, 강주혁에게 구구절절 설명을 시작했다. 그 모습에 피식한 주혁이 딱 한마디를 던졌다.
“ 감독님. 영화 재밌습니다. ”
순간, 최명훈 감독의 맥이 탁 풀렸다.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다가, 이제사 끈이 풀려버린 것. 이쯤부터 모인 인원들의 감상이 쏟아졌다.
배급사 VIP픽쳐스 최혁 팀장이나.
“ 감독님! 이거이거 진짜 되겠어요! 이렇다 할 CG도 안 들어갔는데, 이 정도로 그림을 뽑으시면! ”
보이스프로덕션의 제작 1팀 박건웅 팀장, 홍보팀 박팀장도.
“ 이거 잘하면 같이 개봉한 영화들 싹- 밀리겠는데요? ”
“ 이게 코믹영화야 스릴러 영화야?! 재밌어! 계속 재밌어! ”
특히나 일을 배우러 나온 박찬규 사장은 팔짱을 끼며 돌아가는 상황을 즐겼다.
‘ 영화 하나 제작할 때마다 강사장이 매번 이렇게 직접 시사를 보는 건가? 그렇다면 나도?······고생길이 훤하군. ’
보이스프로덕션과 합병할 빅엔터. 만약 강주혁이 해외 일로 바빠진다면 이 모든 일은 박찬규 사장이 대리로 맡아야 함을 뜻했다.
때문에 강주혁이 이 자리에 박찬규 사장을 부른 것.
이때.
“ 감독님. ”
강주혁이 최명훈 감독을 보며 입을 열었고.
“ 혹시 ‘간 큰 여자들’을 11월 안짝으로 걸고 싶으신 겁니까? ”
주변이 꽤 부산스러워졌다.
“ 예?! 11월이라고 해봤자, 며칠 안 남았는데요? 거기다 아직 음향작업 마무리도 안 됐는데?! ”
“ 맞습니다! 심지어 아직 마케팅 계획도 안 잡혔는데! ”
당연히 생기는 의문들이었고, 문제들이었다. 하지만 강주혁은 담담하게 미소지으며 최명훈 감독의 눈을 쳐다봤다.
“ 평균 석 달은 걸릴 후반 편집작업을 두 달 만에 끝내셨고, 거기다 그 시기가 연말. 이건 제가 보기에 감독님이 제게 하는 무언의 메시지 같은데요. 11월 안으로 영화를 꼭 걸고 싶다는. ”
이어 잠시간 작업실에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을 최명훈 감독이 승부욕 불타는 눈빛으로 깨트렸다.
“ 맞습니다. 사장님. 전 이 영화를 꼭 11월 안으로 걸고 싶습니다. ”
10분 뒤, 지하주차장.
여전히 작업이 남은 최명훈 감독을 제외한 강주혁 포함, 나머지 인원들 모두가 지하주차장에 모였다.
그 이유가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강주혁의 입에서 나왔고.
“ 미팅을 좀 하고 싶은데, 작업을 방해할 순 없으니까. 급한 대로 여기서 미팅 좀 진행하죠. ”
모두가 수긍했다.
이어 모였던 남자들이 지하주차장에서 둥그렇게 선 채, 조촐한 미팅이 진행됐다. 시작은 역시 강주혁부터였고.
“ 먼저, ‘간 큰 여자들’에 관한 여러분 생각을 좀 들어볼까요? ”
주혁의 말을 홍보팀 박팀장이 붙잡았다.
“ 가능하다면 11월 개봉이 좋기는 해. 아니, 합니다. 나는 홍보팀이고 아시다시피 배우 하나가 연말 어느 시상식이건 상을 타는 게 얼마나 큰 홍보 효과인지 다들 아시잖아요? ”
박팀장 말의 속뜻을 강주혁이 풀어냈다.
“ 그러니까 박팀장 말은 청룡이든 대종이든 뭐가 됐든 영화제 타이밍을 버리는 것은 아깝다? ”
“ 그렇지. 아니. 그렇습니다. ”
맞는 소리였다. 소속 배우가 영향력 있는 시상식에서 상을 타는 것은 기사 100개 날리는 것보다 큰 홍보 효과를 가져오기에.
‘ 곧, 류진주도 우리 쪽에 합류한다면······ ’
뭣보다 ‘간 큰 여자들’의 여주 3명은 전부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물론, 류진주는 예정이지만.
‘ 경우의 수가 넓어진다는 거지. ’
즉, 상을 받을 확률이 높아짐을 의미했다. 물론, 모든 일이 순탄했을 때나 일이었다. 곧, 문제점들이 다른 인원들의 입에서 쏟아졌다.
“ 잘 되면 좋겠지만, 연말이지 않습니까? 영화들이 쏟아질 겁니다. 가뜩이나 여기저기서 눈치싸움 겁나 하고 있을 텐데. ”
“ 배급 마케팅도 마케팅 나름이죠. 홍보라는 게 틈새가 있어야 비집고 들어가는데, 개봉 영화가 많으면 그만큼 틈새는 비좁아지고, 효과가 떨어질 겁니다. 11월은 너무 급해요. ”
“ 까딱하면 저 퀄리티 좋은 영화 흥행은 고사하고, 마케팅 비용만. 아니, 마케팅 비용도 못 건지는 개똥 같은 상황이. ”
하나같이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한마디로 하자면 걸릴 영화가 너무 많았다. 중소, 중견, 대형 크기는 상관없이 상당히 많은 제작사, 영화사가 덤벼든다는 것을 뜻했고.
“ ······흠. ”
옆에서 가만히 듣던, 박찬규 사장도 입술을 살짝 내밀며 이해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느새 팔짱을 낀 강주혁이 픽 웃었다.
“ 딱 좋잖아요. ”
“ 예? ”
“ 딱 좋다고요. 개나 소나 몰리니까. ”
강주혁의 대답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반면, 주혁은 핸드폰을 꺼내, 11월 달력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게 대충 1분 정도 이어졌고.
1분 만에 계획을 마무리한 주혁이 고개를 올렸다.
“ 개봉일은 11월 12일. 딱 2주 뒤로 잡죠. ”
“ 그, 그게 무슨!! ”
가장 놀란 것은 VIP픽쳐스의 최혁 팀장이었다. 그러나 주혁은 담담하게 지시하기 시작했다.
“ 최혁 팀장님. 팀장님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11월 12일에 맞춰서, 마케팅 스케쥴을 짜주세요. 힘들겠지만, 불가능하진 않죠? ”
“ 가능···은 하지만, 효율이. ”
“ 괜찮아요. 어차피 효율 따질 상황은 아닙니다. 제작발표회, 인터뷰, 홍보자료 등 모든 스케쥴을 11월 12일에 맞춰주기만 해주세요. 나머진 제가 알아서 하죠. ”
“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
대답을 들은 주혁이 이번에는 보이스프로덕션 직원들에게 시선을 맞췄다.
“ 우리 홍보팀 제작팀도 모두 VIP픽쳐스와 맞춰서 움직입시다. 11월 12일에 맞춰서. ”
주혁의 마무리에 모인 모두가 문제점을 말하던 아까와는 다르게, 빠른 수긍을 하며 어느새 정보까지 공유, 손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미팅은 이쯤 마무리됐고.
“ 자, 그럼 이슈 있으면 연락 주시고. 박찬규 사장님 가시죠. ”
강주혁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벗어났다. 반면, 급박하게 변한 상황에 살짝 멍때리던 박찬규 사장이 움직이려던 홍보팀 박팀장을 신속히 붙잡았다.
“ 이, 이게 끝인가? ”
“ 네? 아, 예. 보통은 이런 식인데. ”
“ ······이렇게 중요한 사안인데,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
“ 현실적이요? ”
곧, 다이어리를 옆구리에 끼던 박팀장이 어느새 차에 탄 강주혁에게 시선을 던지며 피식했다.
“ 애초에 사장이 비현실적인데, 현실적으로 일을 어떻게 진행해요? 그냥 믿고 가는 거지. ”
다음 날 아침.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아침 일찍 출근한 강주혁은 지금 올라온 기획안 하나를 읽고 있었다.
-연말 파일럿 프로그램.
-방송국: SBC.
저번 강주혁이 한바탕 시끄럽게 만든 SBC 예능국에서 연말을 겨냥해 보내온, 파일럿 프로그램의 기획안이었다.
“ 어떻게 짧은 시간에 구색을 갖추긴 했네. ”
기획안에는 총괄 CP와 담당 PD 그리고 강주혁이 말했던 기획이 잘 녹아 있었다.
혹여나 제작비가 부족할 것을 대비해, 주혁은 투자까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기획안에 적힌 예상 제작비를 봐선 그럴 필요까진 없어 보였다.
-스윽.
이어 주혁은 책상 위 인터폰으로 추민재 부장을 호출했고, 회색 셔츠 소매를 팔뚝까지 걷어붙인 추민재 부장이 사장실에 나타난 것은 5분 뒤였다.
강주혁은 추민재 부장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물었다.
“ 여기 기획안에 적힌 가수들, 전부 캐스팅이 가능한 거야? ”
“ 어어- CP랑 통화해보니까, 구두상이지만, 전부 하겠다고 했다더라. ”
기획안에 적힌 출연진 가수들은 헤나와 서아리 포함, 총 6명. 급은 전부 정점을 찍은, 작사·작곡도 가능한 가수들이었다.
“ 속도는? ”
“ 어물거릴 필요 있겠어? 우리 쪽이야 뭐, 헤나나 아리랑 얘기는 끝났고, SBC랑 몸값 줄다리기만 하면 끝이지. 빠르면 11월 말에 바로 시작할 수도 있어. ”
사실이었다. 강주혁은 이미 헤나, 서아리와 연말 파일럿 방송에 관해 협의가 끝난 상황이었다.
즉, 보이스프로덕션이 스타트를 끊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음을 뜻했고.
“ 그럼 바로 쏘지 뭐. SBC랑 출연비 적당히 협의하고, 바로 시작하고 전해. ”
강주혁의 지시가 떨어지자, 추민재 부장이 ‘오케이!’ 정도의 대답과 함께, 사장실을 나서려 했다. 그 순간 주혁이 추민재 부장을 다시 붙잡았다.
“ 아, 형. ”
“ 음? ”
덕분에 사장실의 문손잡이를 잡은 추민재 부장이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를 보며 주혁이 한가지 지시를 더 추가했다.
“ 올해 우리 쪽에서 들어갔던 방송, 영화 등 모든 작품들 싹- 정리해서, 올려줘. ”
같은 날 늦은 밤.
여전히 사장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혁이 추민재 부장이 올린, 올해 보이스프로덕션이 관여한 모든 예능, 드라마, 영화 등이 정리된 서류를 보고 있다.
“ ······ ”
이어 서류의 마지막 부분까지 확인한 주혁이 책상 위 달력에 시선을 던졌고, 혼잣말을 뱉었다.
“ 11월, 12월. 두 달 동안 몰아붙인다면. 흠- ”
-톡, 톡, 톡.
다시금 뭔가 생각에 빠진 듯, 강주혁이 검지로 책상을 두들겼다. 그 두들김은 정확히 2분여간 이어졌고, 계획이 정리됐는지 대뜸 강주혁이 미소지었다.
“ ‘간 큰 여자들’도 빨라진 김에 휩쓸어볼까? ”
곧, 혼잣말을 뱉은 주혁이 핸드폰을 꺼내, 박찬규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 신호는 짧았고.
“ 그래요. 납니다. ”
“ 박찬규 사장님. 터트릴 타이밍이 잡혔습니다. ”
“ 터트려요? ”
강주혁은 박찬규 사장에게 무언가를 설명했다. 이어 주혁의 입에서 날짜가 뱉어졌다.
“ 9일쯤이 좋겠어요. ”
이 날짜를 끝으로 박찬규 사장과의 통화는 끝났다. 하지만 주혁은 어디론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 강사장. 이 밤에 무슨 일인가? ”
상대는 김재황 사장이었고, 그에게 주혁이 대뜸 말을 전했다.
“ 사장님. 딱 좋은 무대가 만들어졌는데, 슬슬 던져볼까요?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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