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85
11월의 첫날인 1일이 밝자마자, 여러 곳이 바빠졌다. 특히나 바쁜 곳은 배급사 VIP픽쳐스였다.
“ 어? ‘간 큰 여자들’ 11월 12일에 개봉시킨다고?! ”
VIP픽쳐스의 오상훈 사장은 최혁 팀장이 아침부터 올린 보고에 전체 회의를 소집한 참이었다.
“ 예. 강주혁 사장님이 무조건 그날에 맞춰서 배급 마케팅 진행하라고······ ”
“ 어째서 그리 급하게. ”
오상훈 사장이 눈을 끔뻑이며 물음표를 띄우자, 회의실에 모인 간부들 역시 술렁였다.
“ 마케팅 2주? 이게 가능한가? ”
“ 가뜩이나 영화들이 쏟아질 텐데, 굳이 이렇게 빠르게 개봉을 가져갈 필요가 있나 싶은데. ”
“ 아무리 강주혁 사장이라지만, 이건 좀 무리수······ ”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여러 문제점들이 나왔다. 뭣보다 VIP픽쳐스는 ‘간 큰 여자들’에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고도 10% 정도의 투자도 감행했었다.
그러니 간부들이 문제점을 뱉는 것이 당연했고, 오상훈 사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 강사장. 뭔가 생각이 있는 건가? ’
하지만 그 강주혁이었다.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진 않을 터. 그렇게 잠시간 입을 다물곤 직원들의 생각을 듣던 오상훈 사장이 고개를 들었고.
“ 전부 달라붙어. ”
최혁 팀장이 되물었다.
“ 예? ”
비등 최혁 팀장만이 아닌, 회의실에 모인 VIP픽쳐스 간부들 모두 눈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상훈 사장은 간결하게 지시를 되풀이했다.
“ 지금 이시간 부로 우리 VIP픽쳐스는 ‘간 큰 여자들’에 전부 달라붙는다. ”
“ 저, 전부 말입니까? 그럼 지금 진행 중인 것들은! ”
“ 고작 2주잖아. 지금은 ‘간 큰 여자들’이 가장 급해. ”
회의실이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어째선지 오상훈 사장의 입가에는 웃음이 흘렀다. 그런 표정으로 오상훈 사장이 작게 읊조렸다.
“ 이럴 때 강사장한테 빚진 것 조금이라도 갚아놔야, 나중에 어깨라도 피지. ”
이런 사정 탓에 11월 2일부터 세상에 쏘아진 ‘간 큰 여자들’의 마케팅 홍보는 어마어마했다. 실제로 VIP픽쳐스는 ‘간 큰 여자들’의 초기 마케팅 비용보다 2배를 넘기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 11월 12일 개봉 확정! 영화 ‘간 큰 여자들’ 』
『 연말 극장가 전쟁에 참여한 ‘간 큰 여자들’, 11월 12일 개봉 확정』
『[무비IS] ‘간 큰 여자들’ 개봉 소식에 대중들 눈길』
덕분인지, ‘간 큰 여자들’의 광고는 기사는 물론이고, 어디든 나왔다.
‘ ‘척살’의 최명훈 감독의 차기작! 류진주, 하정훈 강하진, 장주연 주연! ‘간 큰 여자들’ 11월 12일 개봉!! ’
너튜브에서 진행되는 5~15초짜리 광고는 물론이거니와, SNS, 검색사이트, 각종 카페, 블로그.
“ 와- 저 영화 광고 엄청 때리네? 버스에도 달려 있네. ”
하다못해, 버스정류장이나 버스의 옆면에도 광고가 붙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쯤 되니, 영화판에 비상이 걸렸다.
“ 야! 저거 뭐야! 올해 보이스프로덕션은 영화 개봉 없다매!! ”
수도 없이 쏟아지는 영화 ‘간 큰 여자들’의 마케팅은 당연하게도 각종 영화사, 제작사에도 스며들었고.
“ 11월 12일 개봉? 그거 뭐냐, 그래. ‘간 큰 여자들’ 편집이 벌써 끝났어?!! ”
“ 저, 저도 잘. ”
“ 씨발! 눈치 보고 들어갔다가, 똥 밟았잖아!! ”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 아오- 이제 와서 개봉 일정을 바꿀 수도 없고!! ”
이미 연말의 꽃이라 불리는 11월 한 달간 개봉 일정을 확정한 열 곳이 넘는 영화사, 제작사들. 만약 이 타이밍에 영화사, 제작사들이 개봉 일정을 변경한다면 시작도 못 해보고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었다.
거기다 이미 마케팅 홍보도 시작됐기에 늦어지는 만큼, 마케팅 비용적으로 손해를 보는 그림이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한다면 11월 영화 개봉 전쟁에 참여하는 회사가 많다는 것이었다. 즉, 아무리 파급력이 어마어마한 보이스프로덕션이라 할지라도, 마케팅의 한계가 있을 것이 빤했다.
바로 그 점을 국내 각 영화사 제작사가 파고들었다.
시작은 MV e&m의 배급사업본부부터였고.
“ 우리 배급사업본부도 VIP픽쳐스 정도의 마케팅 비용을 추가해야 합니다! ”
“ 당연합니다. 따라붙어야죠. 이대로 두면 비비지도 못할 겁니다. ”
“ 이번 연말에 우리 MV e&m이 개봉시키는 영화가 2갭니다! 로코, 액션. 그러니까 두 개 다 VIP픽쳐스와 화력을 비슷하게 맞춰야 돼요! ”
이런 반응은 비등 대형 투자배급사만이 아닌, 중견, 중소 영화사나 제작사 모두 같았다.
“ 쏟아붓자. 어차피 총제작비는 오바했어. 여기서 밀리면 진짜 똥 싸는 거야! ”
“ 그, 그래도. 자금에서 벌써 밀리지 않습니까? ”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문제는 돈이었다.
“ 괜찮아. 어차피 걸리는 영화가 많잖아? 언론이 전부를 소화하긴 힘들 것이고, 걔네가 아무리 돈을 들이부어도 마케팅에도 한계가 있어! 우린 슬쩍 숟가락만 얹자고! ”
어쨌든 대형 회사는 대형대로, 중소나 중견 급 회사들은 나름의 돌파구를 제시하며 마음을 다잡는 중이었다. 한마디로.
“ 시발! 빠지지도 못할 거, 밀어 붙여봐야지! 전쟁이다! 전쟁! ”
유례없는 영화 개봉 전쟁이 시작됐다.
그 시각.
강주혁은 홍보팀 박팀장을 불러다,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었다.
“ 이건 이때 터트리고, 이건 마지막에. ”
“ ······사장님. 이거 진짜야? ”
“ 진짜지 그럼. 가짜를 터트리라고 할까. ”
“ 헐. ”
박팀장이 주혁의 다이어리에 적혀진 글씨들을 보며 꽤 눈을 크게 떴다. 그만큼 꽤 놀랄만한 일들이 적혀 있었으나, 박팀장도 왕년에 디쓰패치에서 날렸다면 날린 기자였다.
이내 정신을 다잡은 박팀장이 입꼬리를 올렸고.
“ 크크. 난리 나겠네. ”
강주혁 역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박팀장님. 잘 들어. 우리 홍보팀 움직이면서, VIP픽쳐스와 디쓰패치랑 자료 공유해서, 화력을 높여야 돼. ”
“ 예예. 말해 뭐해. 당연하지. ”
“ 그리고. ”
이어 주혁이 가장 중요한 사항을 박팀장에게 전달했다.
“ 타이밍이 생명이야. 어긋나면 절대로 안 돼. ”
그때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책상 위, 강주혁의 핸드폰이 울렸고.
-박찬규 사장.
상대는 빅엔터테인먼트의 박찬규 사장이었다. 발신자를 확인한 주혁이 시간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고.
“ 네. ”
박찬규 사장의 목소리는 꽤 상기 돼 있었다.
“ 방금 배우 트레이드 마무리했어요. 사인까지 완벽하게. ”
“ 그래요? ”
즉, 오늘인 11월 2일. 보이스피싱에서 들었던 여배우 유재은의 소속사가 MV e&m에서 빅엔터로 옮겨짐이 공식화된 순간이었다.
“ 수고하셨습니다. ”
추가로 국민 연하남 어쩌고 하는 라이징스타 정태준의 소속사는 빅엔터에서 MV e&m으로 바뀐 순간이기도 했다.
일주일 뒤, 11월 9일. 월요일.
영화 ‘간 큰 여자들’의 개봉이 3일 남은 시점. MV e&m 본사 대회의실에 각 사업부 이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회의실에 모인 이사들은 만나자마자 으르렁거렸다.
“ 어이구~ 오희연 이사님. 오랜만이네. 그나저나 어째요? 뭐냐 그거. 이번에 개봉할 로코 영화랑 드라마 ‘대등한 법조인’ 둘 다 강주혁이랑 붙게 생겼네? ”
“ ······하! 매니지 사업부는 요즘 할 게 많이 없나 봐? 제작부 일을 어찌 그리 잘 알고 있을까? ”
시작은 MV e&m의 매니지먼트 사업본부의 이사와 제작이사 오희연부터였다.
“ 아니아니. 우리가 할 게 없는 게 아니라~ 제작부가 삐걱거리는 게 안타까워서 그러지. ”
“ 남일 신경 쓰지 말고 당신 일이나 잘하지? ”
“ 크크크. 그럴까요? 아니, 근데 워낙에 시끄러우니까. ”
사실, 지금 비아냥거리는 매니지 사업본부 이사를 제외하곤 MV e&m의 제작, 배급 사업본부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 맞았다.
“ 보니까, 배급사업부도 시끄럽더만? 박이사님. 배급 쪽은 상황이 좀 어때요? ”
곧, 박이사라 불린 남자도 얼굴을 잔뜩 구겼다. 오희연 제작이사 표정은 썩어있었다. 제작과 배급 라인은 같은 맥락이고, 이번 연말 영화 전쟁에서 패배하면 양쪽 다 직책을 내려놔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 참참. 오희연 이사님은 영화도 영환데, 드라마도 끼었잖아? 어이구. 슬슬 방 뺄 준비 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몰라. ”
“ 최이사. 말 좀 가려서 하지? ”
“ 크크. 허이구 죄송. ”
반면, 지금 계속 나사 빠진 사람마냥 웃음을 짓는 매니지 사업본부 이사는 기세등등했다.
그도 그럴게 저번 주에 라이징스타 정태준과 버리는 카드 유재은을 트레이드하는 거사를 치른 뒤였기 때문.
한마디로 MV e&m 사업본부 중에선 매니지 사업본부가 가장 잘나가는 중이었다.
“ 어휴- 꼴 보기 싫어. 저 면상. ”
덕분에 제작이사 오희연이 터져 나오는 욕을 꾹꾹 눌러 담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회의 전 언론, 여론 상황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 응? ”
켜진 검색사이트 실검을 보자마자, 제작이사 오희연의 눈에 물음표가 떴다. 곧, 오희연이 앞에서 히죽거리는 최이사를 불렀다.
“ 최이사! 이거 뭐야? ”
“ 응? 뭐가? ”
“ 몰랐어? 빨리 실검 봐봐! ”
다급하게 말하는 제작이사 오희연을 보며 매니지 사업본부 이사가 ‘왜 오바야’ 정도의 말을 뱉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나 그도 곧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 이, 이게 뭐야!! ”
같은 시각. 라이징스타 정태준의 벤.
일주일 전, 소속사가 빅엔터테인먼트에서 MV e&m 매니지먼트로 바뀐 국민 연하남 정태준이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정태준과 마찬가지로 소속이 빅엔터에서 MV e&m으로 바뀐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
“ 그렇게 좋냐? ”
매니저의 물음에 아직 샵에 가기 전인지,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헝클어진 정태준이 시시덕거렸다.
“ 좋지. 형! 형도 좋잖아? 단숨에 중소에서 대형으로 회사가 옮겨졌는데! ”
“ ······그렇긴 한데. 좀 마음이 그렇네. 그래도 박찬규 사장님이 내내 케어 잘 해주셨는데. ”
“ 뭘 또 그런 것까지 신경 써~ 이 바닥이 다 그런 거지. ”
“ 야야. 이제 해봐야 3년 좀 넘게 구른 놈이. 너 어디 가서 입 조심해. 운 좋게 무명 1년 지내고, 훅 떴으니까, 항상 입을 조심해야 된다. ”
“ 알지~알지. ”
곧, 큭큭 거리던 정태준이 창문을 열어, 밖 공기를 들이마셨다.
“ 스읍~ 하- 나 참. 일이 풀리려니까, 이렇게도 풀리네. 형. 나 솔직히 빅엔터 거지 같았거든? 뭐만 하면 조심해라. 뭐만 하면 하지 마라. 겁나 겐세이 놔가지고. ”
“ ······박찬규 사장님이 다 너 걱정해서. ”
“ 그러니까! 그 조심성 많은 노친네가 웬일로 이렇게 과격하게 일을 진행했지? ”
“ 너! 내가 입조심 하라고 했잖냐! ”
조수석에 앉은 매니저가 소리치자, 정태준이 양손을 번쩍 들면서, 외쳤다.
“ 아! 이 해방감!! 보이스프로덕션 쪽으로 못 간 게 아쉽긴 한데, MV e&m도 나쁘지 않아. 퍼펙트하다! 퍼펙트해! ”
바로 그때.
“ 저······매니저 오빠. ”
정태준의 옆에서 아까부터 핸드폰을 붙들고 앉았던,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스타일리스트가 조심스레 손을 올려 매니저를 불렀다.
그 바람에 매니저의 고개가 더욱 오른쪽으로 꺾였고.
“ 어?? 왜? 아- 아까 거기서 의상 협찬 못 해주겠데? ”
“ 아니요. 그게 아니라. ”
“ 그럼 뭔데? ”
스타일리스트가 정태준의 얼굴을 힐끔거리다, 이내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 지금 바로 실검 좀 보셔야겠는데요. ”
“ 실검? 실검 왜? 뭐 떴어? ”
“ 네. 떴어요. ”
그러자 연신 밖 공기를 들이마시며 해방감에 빠졌던 정태준이 재빠르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 뭐 또 사건 터졌어? 크크. 또 어떤 인간이 멍청한 짓거리를 했는지 보······엉? ”
“ ······어? 이게 뭔 개소리야. ”
“ 그렇죠? ”
곧, 실검을 확인한 정태준을 시작으로 매니저 그리고 스타일리스트를 끝으로, 벤 안이 정적에 싸였다.
심지어 정태준은 마치, 목소리를 잃은 사람처럼. 붕어처럼 뻐끔거렸다.
그 이유는 이들이 보는 실검에서 찾을 수 있었다.
1. 보이스프로덕션 합병.
2. 빅엔터테인먼트.
3. 핫데이트 출연자 학폭.
4. 합병 뜻.
5. 강주혁.
6. 빅엔터테인먼트 박찬규.
이어 붕어에서 가까스로 사람으로 돌아온 정태준이 어렵사리 말을 뱉어냈다.
“ 설마······개소리겠지? ”
허나.
『[속보]강주혁의 ‘보이스프로덕션’, 류진주와 유지석 등 소속된 ‘빅엔터테인먼트’와 합병!』
개소리치고는 기사가 너무 많이 터지고 있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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