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90
사실, 대종예술 영화제는 매년 열릴 때마다 잡음이 많은 영화제로 유명했다.
운영 미숙은 물론이거니와, 미숙한 진행자를 섭외하여 영화제 진행에 차질을 빚게 한다거나, 자잘한 갑질 논란, 기타 여러 기술상 문제를 드러냄에도 불구하고, 3대 영화제 중 역사가 제일 깊다는 이유로 꽤 뻗대는 영화제였다.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강주혁이 잘 알고 있었고, 그 역시 남우주연상으로 올라봤던 영화제였다.
하지만.
“ 과거에나 최고 권위의 영화제였을진 몰라도, 지금은 그렇게 뻗댈 위치가 아닐 텐데? ”
주혁이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하자, 추민재 부장이 더욱 썽을 냈다.
“ 그냥 내가 가서 책상이고 뭐고, 싹 다 뒤집고 올란다!! 아오! 내가 왜 가만히 있었지?!! 염병!! ”
대종예술 영화제 조직위와 미팅 당시, 가만히 있었던 자신을 책망하듯, 추민재 부장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허나,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아무리 위상이 떨어졌다고 한들, 국내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대종예술 영화제였고, 엔터테인먼트로서 영화제 하나를 포기하는 것은 꽤 큰 출혈을 감안해야 했다.
그것을 추민재 부장이 모를 리 없었고.
“ 썅- 주혁아! 그냥 내가 사표 내고, 거기 사무실 싸악다 뒤집고 오련다!! 계급장 띠고 지랄하는데, 걔네가 어쩔거야!! ”
결국, 최후의 방법으로 정의를 구현하려는 방법을 내놓았다. 이어 화가 머리끝까지 난 추민재 부장이 씩씩거리며 사장실을 나갈 때였다.
“ 형. ”
내내 셔츠만 입은 모습으로 책상에 걸터앉아, 생각을 정리하던 강주혁이 짐승으로 돌변한 추민재 부장을 불렀다. 그러자 문손잡이까지 잡았던 짐승이 고개를 돌렸다.
“ 엉? 왜? 너도 같이 갈라고?! 그건 안되지. 나만 가서. ”
“ 아니, 그냥 형이 만났다던 그 조직위 운영팀장한테, ‘고려해보겠다고’ 전달해. ”
“ ······고려해보겠다고? ”
“ 응. 고려해보겠다고. ”
이어 사장실에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 추민재 부장의 얼굴에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 절절하게 담겼다.
그런 얼굴로 추민재 부장이 정적을 먼저 깼다.
“ 주혁아. 아니, 사장님. 네가 모를 리 없겠지만, 그렇게 전달하면 그쪽에선 우리가 꼬리를 내렸다고 생각할 텐데? ”
반면, 주혁은 꽤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게끔 만들자고. 이건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
같은 시각, MBS 이동남 국장의 차 안.
밖에서 점심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던 이동남 국장이 때마침 걸린 신호에 브레이크를 밟으며 혼잣말을 뱉었다.
“ 최정아 PD라······ ”
이어 이동남 국장이 며칠 전 보이스프로덕션 광주 사옥에서 강주혁과 나눴던 미팅을 떠올렸다.
시작은 막장 아침드라마의 PD 선정에 개입한 강주혁부터였다.
“ 제가 좀 알아보니까, MBS 드라마국에 딱 좋은 PD님이 계시던데. ”
“ 딱 좋은 PD요? 누구를 말씀하시는지? 아니, 그전에 김신평 PD도 잘합니다. 경력도 오래됐고, 스킬도 좋아서. ”
그런데 강주혁은 어느새 이동남 국장이 말한, 김신평 PD를 검색해보는지, 핸드폰을 내려보며 답했다.
“ 네. 좋네요. 작품도 많이 하셨고. 그런데 너무 평탄한데요? 하신 작품들이. ”
“ 예? 평탄하다고요? ”
“ 물론, 그 김신평 PD님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저 해오신 작품들을 보아선, 막장 느낌을 잘 살리지 못하실 것 같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
탑스타 정혜인이 두 번째로 쓴 막장 아침드라마인 ‘여자의 복수’는 그야말로 막장이 점칠 된 대본이었다.
아무리 드라마가 대본이 전부라곤 하지만, 연출이 막장을 잘 살리지 못하면 그냥 그런 아침드라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컸다.
주혁은 그러길 원치 않았다.
막장이라면 완벽한 막장을 쑤셔 박아야 했다. 때문에 주혁은 ‘여자의 복수’를 연출한 PD를 걸고넘어지는 것이었다.
덕분에 턱을 슬슬 긁던 이동남 PD가 되물었다.
“ 그럼 사장님이 찾아보셨다던 PD는 누굽니까? ”
“ 최정아 PD님이라고 계시죠? MBS 드라마국에. ”
최정아라는 이름이 불리자, 이동남 국장이 학을 뗐다.
“ 아! 걔는 문제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B팀만 돌리는 중인데. ”
“ 문제요? 무슨 문제요? ”
“ 제가 연출 볼 때 조연출 보던 앤데. 여자치고는 연출로는 잘 버티는 놈이긴 한데, 아- 그런데 사장님이 걜 어떻게 아시는지? ”
곧, 강주혁이 반지하 월세방에서 살 때, 봤던 아침드라마를 떠올렸다.
[“ 안 죽었어요! 이렇게 돌아왔잖아요. ”] [“ 얼굴이 다르잖아?! ”] [“ 전신 성형을 했어요. ”] [“ 뭐?! ”]보이스피싱을 받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던 만큼 꽤 오래된 일이었지만, 지금까지 대사가 기억날 정도로 꽤 충격적인 아침드라마였고.
그 드라마 연출이 최정아 PD였다.
하지만 모든 것을 구구절절 설명하긴 길었는지, 주혁이 간단하게 말을 줄였다.
“ 약 2년 전에 했던 아침드라마 ‘변신한 아내’를 꽤 감명 깊게 봤어요. 그 여주가 전신성형해서, 다 쓸어버리는 드라마. 그런데 그 PD님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지? ”
“ 아- 그러시군요. 스읍- 앞뒤 없이 막 나가서, 윗선에 찍혔어요. 좀 골치 아파요. 걔가. ”
그런데 강주혁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 딱 좋네요. 윗선에 찍혔다는 것만으로도 신뢰가 가는데요? ”
“ ······음. ”
“ 국장님. 이 ‘여자의 복수’라는 아침드라마는 아시다시피 그냥 연속극이 아니라, 막장입니다. 막장. 즉, 제대로 막장 같지 않으면 맛이 안 살아요. ”
자기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는지, 이동남 국장이 나이에 비해, 시커먼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 모습에 주혁이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었다.
“ 거기다 PD는 그림만 잘 찍으면 성격이고 뭐고, 전혀 상관없는 것 아닙니까? ”
딱 여기까지 떠올리던 이동남 국장은 정면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현실로 다시 돌아왔고, 멈췄던 차를 움직이며 뭔가 결심한 듯 읊조렸다.
“ 시청률만 나오면 노친네들도 지랄은 안 하겠지. ”
약 1시간 뒤. MBS 드라마국.
드라마국에 모인 PD들이나 조연출 등등 모든 인원들은 점심을 방금 마친 뒤인지, 각자 자리에는 커피 한 잔씩이 놓여 있었다.
-스윽.
그때 드라마국 부장 한 명이 자판기 커피를 호로롭 넘기며 자리서 대본을 보고 있는, 광대뼈가 상당히 돌출돼 보이는 김신평 PD에게 말을 걸었다.
“ 평신아. 대본 보냐? ”
“ 아- 부장님. 그렇게 좀 부르지 말라니까요. 애들도 많은데, 저도 이제 10년 찹니다. 10년 차. ”
“ 그래그래. 알지. 그래서. 평신아 대본 보냐고. ”
“ ······후- 예. 봅니다. 봐요. ”
포기한 듯 한숨을 푹 쉰 김신평 PD의 대답에 다시금 자판기 커피를 넘긴 부장이 고개를 쑥 내렸다.
“ 아- 이거 그거네? 국장님이 직접 핸들링하는 아침드라마? 이거 너가 받았냐? ”
부장이 검지로 대본을 툭툭 치며 묻자, 김신평 PD가 미간을 찌푸렸다.
“ 예. 근데 너무 막장이 심해요. 아무리 아침드라마라지만, 싼마이랑 니마이가 적당히 섞여야 되는데, 이건 뭐. 그냥 쭉 싼마이라. ”
“ 그래? ”
“ 네. 인물들도 그렇고, 아무래도 칼 좀 대가면서 가볼라고요. ”
“ 칼을 대? 임마. 국장님이 손보지 말고, 그냥 가라고 했자너. ”
“ 아! 어쩝니까 그럼! 작가도 못 만난다 그러고, PD가 무슨 그림만 찍는 기계도 아니잖아요. 짜증 나게. 아- 몰라요! 전 제 필모도 중요하거든요? 어쨌든 칼 대면서 찍을랍니다! 나는! ”
그때 무릎까지 덮는 야상 점퍼를 입은 최정아 PD가 드라마국 사무실을 가로질렀다. 그 모습에 김신평 PD가 최정아 PD를 불렀다.
“ 헤이!! 삐정아~ 삐팀 찍으러 가냐? ”
“ ······이 새끼가 진짜. ”
“ 뭐? 아니, 삐팀을 찍으니까, 삐정아잖아? 그러니까 윗선 늙은이들한테 좀 잘 보이지 그랬냐. ”
“ 입 다물어. ”
“ 벌써 10년 차 연출이 삐팀을 찍고 앉았냐. 어후- ”
-팍!!
결국, 최정아 PD가 들고 있던 대본을 바닥에 내던졌다. 이어 그녀가 묶었던 머리카락을 더욱 질끈 묶더니, 앉아있는 김신평 PD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 시발. 너는 윗선 할배들 똥꼬 빨아서, 자리 유지하니까 좋냐? 내가 나 건들지 말라고 했지? ”
“ 어억! 이런 미친년이!! ”
날카로운 도끼눈을 뜬 최정아 PD가 멱살을 잡으며 달려들자, 앉았던 의자와 함께 김신평 PD가 뒤쪽으로 널브러졌다.
곧, 주변에 있던 PD들이 이들을 말리기 시작했고.
“ 야야!! 하지 마! 누가 정아 손 좀 잡아라!! ”
“ 정아야!! 손 좀 놔라! 평신이 죽겠어!! ”
이때, 드라마국에 쩌렁쩌렁한 고함이 퍼졌다.
“ 뭐 하는 거야!!! ”
덕분에 싸우던 둘이나 말리던 PD들이나 움직임을 멈추고, 드라마국 입구 쪽으로 시선이 닿았다. 그곳에는 두꺼운 체크 재킷을 입은 이동남 국장이 얼굴을 잔뜩 구긴 채 서 있었다.
“ 누가 카메라 좀 들고 와서, 저것들 좀 찍어라. 장면 좋네. PD라는 것들이 연출하랬더니, 현실로 연출을 하고 자빠졌네. 빨리 정리 안 해?!!! ”
이동남 국장의 호통에 자리는 금방 정리됐고.
“ 작작들 해라? 그리고 최정아! ”
-스윽.
김신평 PD의 책상 위에 있던, ‘여자의 복수’ 대본을 집은 이동남 국장이 최정아 PD에게 대본을 던졌다.
“ 그거 네가 해. ”
“ ······예? ”
대뜸 던져진 이동남 국장의 지시에 개싸움으로 머리가 산발이 된 최정아 PD가 눈을 끔뻑였다. 반면, 목 주변이 시뻘게진 김신평 PD는 발악했다.
“ 자, 잠깐! 국장님! 그거 제가 하기로. ”
“ 시끄러워. 최정아. 스텝은 다 꾸려놨으니까, 들어가서 연출만 해. 알았어? ”
“ ······국장님. 저 지금 호상 선배 거 B팀 들어가야. ”
“ 그건. ”
이어 이동남 국장의 고개가 목부터 얼굴까지 시뻘게진 김신평 PD에게 닿았다.
“ 그건 신평이 줘. 야. 김신평. 네가 호상이 거 B팀 마무리해. ”
“ 예?!! ”
“ 해. 알았냐? 뭐? 그냥 쭉 싼마이라 칼을 대? 왜. 네가 그냥 글 쓰고 연출도 혼자 다 하지? ”
곧, 김신평 PD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런 김신평 PD를 노려보던 이동남 국장은 답답한지, 뒷골을 꾹꾹 누르며 ‘내 죄다, 내 죄야’ 정도의 말을 뱉으며 국장실로 걸었다.
그러다.
-스윽.
국장실 직전에 멈춘 이동남 국장이 대뜸 돌아섰고.
“ 야 최정아. 그분이 네가 했던 ‘변신한 아내’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제대로 막장스럽게 찍어. 알았지? ”
“ 그분···이라면. ”
여전히 눈을 크게 뜬 최정아 PD에게 이동남 국장이 마지막 말을 전했다.
“ 쯧! 강주혁 사장님이 너 직접 초이스했다고 임마! ”
이후, 총알이 쏘아지듯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연말이라 그런지, 바쁜 만큼 시간은 더욱 빠르게 녹아 사라졌다.
어느새 11월의 마지막 주. 23일.
『[스타IS] 파일럿 예능 찍으러 떠나요, 공항서 활짝 웃는 헤나/ 사진.』
『‘서아리, 헤나’ 보이스프로덕션 식구끼리의 끈끈한 우정 과시/사진』
『[이슈체크] 파일럿 예능 첫 촬영 떠나는 ‘버스킹’팀』
『‘헤나, 서아리, 태현, 윤두현, 이정미’ 등 초대형 가수들이 버스킹을? 대중들 기대감↑』
SBC 예능국이 준비한 회심의 연말 파일럿 예능인 ‘버스킹’팀이 빠른 준비를 마치고, 티저 촬영과 포스터 촬영을 겸한 첫 촬영을 나섰다.
그사이 흥행 폭주상태인 ‘간 큰 여자들’은.
1. 간 큰 여자들/ 개봉일: 11월 12일/ 관객수: 651,258/ 스크린수 : 1098 / 누적관객수: 7,177,317
2. 숨소리/ 개봉일: 11월 12일/ 관객수: 90.355/ 스크린수 : 1110 / 누적관객수: 980,678
3. 너와 눈 맞춤/ 개봉일: 11월 12일/ 관객수: 35,892/ 스크린수 : 988 / 누적관객수: 667,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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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큰 여자들’ 류진주, 700만 돌파 감사 인증샷/ 사진』
『[무비IS] 영화 ‘간 큰 여자들’ 개봉 12일째, 700만 돌파!!』
『‘간 큰 여자들’, ‘천만 영화’ 노린다, ‘도적패’보다 속도 빨라』
보이스피싱에서 알려줬던 관객수 600만을 넘어, 800만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24일 화요일 아침.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아침 출근하자마자, 영화 ‘간 큰 여자들’의 성적부터 확인한 주혁이 미소지으며 속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꺼내면서, 그의 시선이 책상 위 달력에 닿았다.
강주혁의 달력은 스케쥴로 빼곡했다.
그중 11월 말쯤 체크된 것과 12월 초에 체크된 것을 보며 주혁이 웃었고.
‘ 11월/ 청룡영화제, 12월/ 대종예술 영화제 ’
꺼낸 수첩을 펼친 그가 읊조렸다.
“ 슬슬 엿 먹일 준비를 해볼까?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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