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92
어느 도로 위, 시간은 오후 6시쯤. 방금 신호에 걸려 차를 멈춰선 커플이 틀어놓은 마니또의 ‘yellowmoon’ 노래 비트에 고개를 까딱거리고 있었다.
그쯤 조수석에 앉은 여자가 앞쪽 대시보드에 양말 신은 발을 올리며 감탄했다.
“ 오빠. 내가 진짜 걸그룹 애들 노래 안 듣는데, 이 노래 진짜 좋은 것 같아. 그지? ”
“ ······ ”
“ 오빠? ”
그런데 남자 쪽에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덕분에 이상함을 느낀 여자가 고개를 남자친구 방향으로 돌렸다.
남자는 운전대에 손을 올린 채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창밖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여자가 남자의 어깨를 탁- 쳤다.
“ 오빠! ”
“ 어? 아! 어어어. ”
“ 뭘 그렇게 봐? 뭐 있어? ”
“ 아니, 자기야 저거 봐봐. ”
“ 뭐? ”
곧, 여자의 시선도 남자친구가 검지로 찍은 창밖으로 향했다. 이어 여자도 탄성을 뱉었고.
“ 헐- 뭐지? 벤이 줄줄이 4대나 서 있네? ”
“ 그지? 이상하지? 저기에 다 연예인 타고 있겠지? ”
이 커플이 이구동성으로 탄성을 뱉은 이유.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남자의 차 바로 옆옆 차선에 승합차보다도 큰, 매끈한 벤이 줄줄이 4대가 서 있었기 때문.
검은색 벤 3대, 흰색 벤 1대.
누가 봐도 꽤 신기한 광경이었고, 바로 옆 차선에 서 있는 승용차에서는 줄지어 서 있는 벤들을 사진찍기 바빴다.
그때.
-우우웅.
빨간불이던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자, 4대의 벤은 줄줄이 좌회전 신호를 받고, 점점 멀어져갔다. 커다랗던 벤들이 작아지는 모습을 보던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고개를 돌렸다.
“ 뭐지? 여기 주변에서 무슨 촬영 하나? ”
몇십 분 뒤, 세종문화회관 앞.
이미 영화제 준비가 끝난, 세종문화회관 앞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 박태준!! 박태준 왔다. ”
“ 태준씨!!! 손 한 번 흔들어 주세요!! ”
시설팀이 아침에 깔아놓은 길쭉한 레드카펫은 세종문화회관 입구인 계단까지 깔려있고, 중간중간 전봇대처럼 세워진 조명들. 그 주변으로 대충 봐도 수백 명은 넘어 보이는 리포터, 기자, 방송국 스텝들이 한 대 섞여 있었다.
진심으로 멀리서 본다면 사람의 머리통이 수박밭에 널린 수백 개의 수박통처럼 보일 정도.
“ 주민씨! 이번에 신인상 후보로 올랐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
“ 기분이요? 어우- 저 토할 것 같아요. ”
지금 세종문화회관 앞이 이렇게 난리가 난 이유는 바로 제41회 청룡영화제의 시작이 앞으로 2시간 남았기 때문.
-파파파팍!!
마치 클럽을 연상케 하는 카메라 플래시하며.
“ 꺄아아아아악!!! 오빠!! ”
“ 오빠! 선물이요!! 선물!! ”
“ 꽃다발 준비했는데!! 언니!! 여기 좀 봐주세요!!! ”
기자들이나 리포터가 선 3번째 줄 뒤로, 오늘 청룡영화제에 초대받은 관객들의 고함.
아니, 괴성까지.
뭣보다 이번 해 청룡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유난스러웠다. 작년과 비교하면 영화판에 여러 이슈가 많았기 때문이었고, 성적 좋은 영화가 많이 쏟아진 탓이었다.
하지만 역시, 이번 해에도 영화제 주인공은 여배우들이었다.
“ 서희씨!! 너어무 예쁘신데요!! 오늘 드레스컨셉이 어떻게 되나요!!! ”
“ 컨셉이요? 별거 없는데? 그냥 천사? ”
“ 하하하! 천사요?? ”
추운 날씨에도 팔랑거리는 베이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부터.
“ 안녕하세요!! 정희씨! 앞서 들어간 서희씨는 컨셉이 천사라고 하시던데!! 정희씨는 어떤가요!! ”
“ 아- 저는 그냥 협찬 들어와서 입었어요. ”
의상 컨셉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여배우까지.
-파파파팍!!
-파파파파파팍!!
와중에도 카메라 플래시는 정신없이 터져댔다. 가만 보고 있으면 눈이 멀 지경이었고.
“ 오른쪽 한번 봐주세요!! ”
“ 왼쪽도요!! ”
레드카펫을 통과한 배우들은 끝쪽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약 10초 정도 머문 뒤에, 운영 스텝의 안내에 따라 세종문화회관으로 사라졌다.
여기서 신인과 베테랑의 차이가 났다.
영화제에 처음 온 신인이나, 데뷔는 했지만, 인지도가 오른 지 별로 안된 배우들은.
“ 세혁씨! 안녕하세요~ 연예가 소식인데요! 오늘 자신이 신인상을 받을 수 있다 없다? ”
“ 아······ 저는 당연히 힘들 거라고. ”
“ 아아- 못 받는다? 그럼 신인상은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
“ 네? 어······그게. ”
리포터나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하는 반면.
“ 안녕하세요!! 승원씨!! 잠깐만! 잠깐! 너무 빨라요! 승원씨!! 하다못해 인사라도!! ”
베테랑 배우들은 질문에 대답보단, 미소와 손 인사 그리고 표정만으로 응대하며 레드카펫을 빠르게 통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듯 약 30분간 레드카펫 행사가 달아올랐을 무렵.
“ 언제쯤 오려나? ”
추운 날씨 탓에 두꺼운 패딩을 입은 기자 한 명이 손목시계를 보며 읊조렸고, 바로 옆 기자가 되물었다.
“ 누구? ”
“ 누구긴 누구야. 보이스프로덕션 애들이지. ”
“ 아- ”
“ 솔직히 오늘 온 기자들 전부 걔네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냐? 김기자 너도 그렇잖아? ”
“ 뭐. 그렇지. ”
어느새 시간은 오후 6시 30분.
참석할 배우 중 약 70%가량은 도착한 상태에서 대부분의 기자들이 시간을 확인하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 그나저나. 오늘 강주혁이 올라나? ”
“ 오지 않겠어? 작년이야 강하진 한 명만 신인상인데, 1년 새에 보이스프로덕션 애들 급이. ”
바로 그때.
“ 벤 3대?!! 아니, 4대다!! ”
“ 어디야? 어디 차야?!!! ”
-파파파파파팍!!
검은색 벤 3대와 흰색 벤 1대가 레드카펫 앞에 차례로 멈춰섰다. 그 신기한 광경에 기자들이나 리포터, 방송국 인원들 그리고 관객들까지 앞쪽으로 몰려들었다.
“ 거!! 뒤쪽 밀지 마세요!! ”
“ 무슨 벤이 4대나 왔어?! ”
“ 야야. 입 열 시간 있으면 셔터나 눌러! ”
-파파파파파팍!!
곧, 멈춰진 벤 4대에 플래시 융단폭격이 쏟아졌고.
-달칵!
대기 중이던 가드스텝이 벤 4대에 차례로 달려가서, 문을 열었다. 이어 검은색 숏드레스를 입은 여배우가 벤에서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자, 기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 강하진이지?!! ”
“ 맞아 강하진!! 하진씨 안녕하세요!! ”
검은색 숏드레스에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묶은 강하진이 첫 번째 벤에서 내리자마자, 나머지 벤에서도 속속 기자들이 목 빠져 기다리던 배우들이 내렸다.
“ 저 뒤에는 강하영인가? ”
“ 맞아! 김건욱 팔짱 낀 애가 강하영!! ”
4대의 벤에서 보이스프로덕션 식구들이 내리고 있었다. 한방에 전부.
-파파파팍!!
-파파파파파팍!!
보이스프로덕션이 준비한 예쁜 그림 덕분에 신난 기자들은 카메라 셔터를 미친 듯이 눌러댔고, 관객들의 괴성과 리포터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반면.
“ 오빠! 저 왼쪽으로 서면 안 돼요? ”
“ 왜? ”
“ 저 왼쪽이 잘 나와요! ”
지금 대화 중인 김건욱이나 강하영처럼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배우들은 초연했다. 다들 가족 여행을 나온 듯, 하나같이 드레스에 턱시도를 차려입은 이들은 무척이나 고급스러웠다.
마치, 이들 모두가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그림처럼 보일 지경.
“ 하정훈?! 저거 하정훈이지?!! ”
“ 맞네? 하정훈이 저기서 왜 나와? ”
4대의 벤에서는 김건욱과 강하영, 강하진과 김재욱을 시작으로 아들의 손을 잡은 말숙, 어색하게 우물거리는 장주연. 그리고 어째선지 하정훈도 벤에서 내렸다.
“ 저기!! 마니또!! ”
“ 마니또 멤버분들!! 여기 좀 봐주세요!!! ”
이어 3번째 벤에서는.
“ 네! 방금 걸그룹 마니또가 3번째 벤에서 내렸는데요? 오늘 청룡영화제 1부 축하 무대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
방금 리포터가 카메라를 보며 브리핑했듯이 걸그룹 마니또는 제41회 청룡영화제 1부의 축하 무대를 꾸며줄 예정이었다.
헤나나 서아리도 거론됐으나, 그녀들은 연말 파일럿 예능인 ‘버스킹’ 촬영 덕분에 현재 해외에 나가 있어 불참.
바로 이쯤.
“ 어어? 저저저기. 류진주다! ”
“ 그 뒤에는 유지석 같은데?!! ”
레드카펫이 다시 한번 뒤집어졌다. 4번째 벤에서 내린 류진주와 유지석 때문이었다.
“ 뭐여!! 류진주나 유지석이 저기에 껴 있으면 빅엔터랑 합병하는 거는 진짠가 보네!! ”
“ 찍어!! 일단, 찍어!! ”
추가로 4번째 벤에서는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감독, 작가들도 내렸다.
-파파파팍!!
-파파파파파팍!!
자주 볼 수 없는 진풍경에 천둥 치듯 플래시가 터졌고.
“ 와씨!! 보이스프로덕션 립서비스 좋네!! ”
“ 기사 쏟아지겠다! 쏟아지겠어!! ”
셔터를 누르는 기자들은 신나다 못해, 어깨춤을 출 지경이었다. 그만큼 보이스프로덕션의 단체등장은 차원이 다른 퍼포먼스였다.
임팩트가 어마어마했고, 사진 한 장에 전부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볼거리가 풍성했다.
그 순간.
-텅!
방금 첫 번째 벤 운전석에서 내린 추민재 부장이 미소짓는 얼굴로 하정훈에게 다가갔다.
“ 정훈씨. 난 빠질 테니까, 들어가서는 우리 사장님 말씀대로 잘 좀 부탁해요? ”
곧,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 하정훈이 투덜거렸다.
“ 아오-씨. 내가 무슨 병아리반 담당 선생도 아니고! 강주혁은 무슨 이딴 퍼포먼스를! 쯧! 알았어요! ”
“ 크큭.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시고. ”
말을 마친 추민재 부장이 뒤쪽에 선 3대에 벤에 무슨 손짓을 한 뒤, 첫 번째 벤을 움직이자, 나머지 벤들도 추민재 부장이 운전하는 벤을 따랐다.
곧, 하정훈이 혀를 차며 모두에게 외쳤고.
“ 자자- 서비스 그만하고, 갑시다들!! ”
선생님의 외침을 끝으로 카메라에 대고 자세 잡던 병아리반의 대행진이 시작됐다. 덕분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뱉어졌다.
“ 워- 무슨 저만한 배우들이 한 번에······ ”
“ 캬! 저기 저 배우들 몸값만 합쳐도 돈이 얼마여? ”
“ 나는 앞에 들어갔던 배우들은 생각도 안 난다. ”
“ 야야. 다들 떠들 시간 있으면 사진 한 장이라도 더 건져! ”
그때 퍽 대단한 광경에 사진 찍는 것도 잊은 채,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배우들의 대행진을 입 벌리며 지켜보던 시민 남자 관객 한 명이 자기도 모르게 욕을 뱉었다.
“ 와- 시발. 저게 강주혁 사단. ”
이어 강주혁 사단 전부가 포토존에 들어섰을 때, 기자 중 한 명이 크게 외쳤다.
“ 강주혁은?!! 강주혁은 안 오는 건가?!! ”
하지만 끝내 강주혁은 청룡영화제 레드카펫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시각.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한창 청룡영화제가 시작될 무렵. 강주혁은 사무실에서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홍보팀 박팀장도 함께였다.
어쨌든 주혁이 만나고 있는 누군가는 남자였고, 표정이 굳어 있었다.
“ 지, 진짜. 그것만 하면 되는 겁니까? ”
남자의 긴장 서린 물음에 주혁이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 물론입니다. 팀장님은 딱 그것만 해주시면 돼요. 나머진 우리 쪽에서 알아서 하겠습니다. ”
“ 하······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진짜 딸린 식구들이 많아서. ”
“ 그 부분도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처음에 약속드렸죠? 확실히 책임지겠습니다. ”
강주혁의 확신에 찬 대답에, 남자는 잠시간 강주혁의 얼굴과 박팀장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 입을 열었다.
“ 꼭 익명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
“ 물론이죠. ”
이어 남자는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한 뒤에 다시금 입을 열었고.
“ 시작은 10년 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
홍보팀 박팀장이 남자의 말을 다이어리에 적기 시작했다.
10분 뒤, 다시 세종문화회관.
청룡영화제 1부가 시작됐고, 레드카펫에서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던 강주혁 사단 배우들은 세종문화회관 안으로 들어와서는, 각자의 팀별로 흩어졌다.
어느새 세종문화회관 안은 1층과 2층 모두 배우들로 꽉 찬 상태.
청룡영화제의 시작이 임박했음을 뜻하는 것이었고, 내부에서 배우들의 마스크를 따던 SBC 소속 카메라맨이 무전을 듣더니, 있던 곳을 신속하게 빠져나왔다.
이어 넓디넓은 무대는 암전.
무대가 암전된 지 정확히 5초 만에 오프닝 노래와 함께, 형형색색 색조명이 쏴지며 무대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에 ‘청룡영화제 1부’라는 타이틀이 켜졌다.
그리곤.
“ 안녕하세요! ”
“ 반갑습니다. 동료 여러분. ”
1부 전체 진행을 맡은 연기의 신 박철진과 이혜수가 무대로 걸어 나와서는 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 사실, 저는 1부 사회를 받고 엄청 떨렸거든요? ”
“ 네. ”
“ 그런데 막상 무대에 서니까, 그렇게 많이 떨리진 않네요? 약간 토 나올 정도? ”
1부 진행자 박철진과 이혜수는 나오자마자, 전체적인 영화제 분위기를 풀었고, 그 담소가 약 2분간 이어졌다.
이어 얼추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때.
“ 자자- 철진씨 앞에서 스텝분이 재촉하거든요? 그만 떠들고 진행할까요? ”
“ 어이구 죄송! 청룡영화제 1부 오프닝 시상은 충무로의 기대주! 신인들로 시작하겠습니다! ”
“ 먼저, 신인여우상! ”
이후, 여러 신인 여배우의 후보들이 출연한 영화와 함께, 스크린에 소개됐고.
“ 안녕하세요. 신인여우상 발표를 맡은 조정식입니다. 제가 다 떨리네요.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
시상 진행을 맡은 배우 조정식이 결과가 적힌 큐카드를 꺼내 들었다.
“ 제41회 청룡영화제! 신인여우상은!! ”
그리고 곧, 그가 신인여우상을 받을 주인공의 이름을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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