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0
“ 무명으로 가자고?! ”
눈알이 튀어나올 듯, 송사장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런 반응은 당연했다. 송사장은 결국 제작자니까. 많게는 두 명, 적게는 한 명 정도 무명으로 가도 크게 상관없겠지만, 조연부터 조단역에 이르기까지 모두 무명으로 간다는 게 사실 이 바닥에선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
“ 홍경연 그 아저씨 말고도 유명한 원로배우들 줄줄이 사건 터진다는 제보도 있어. ”
“ 줄줄이 터진다고? ”
“ 응. 줄줄이. ”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는지, 송사장이 이마에서 뒤통수까지 머리를 쓸어 넘긴다. 당장은 이해가 어려운 듯 보였다. 그 모습을 잠시간 쳐다보던 주혁이 말을 잇는다.
“ 근데 사건이 터진다는 것만 알지, 정확하게 누군지는 몰라. 여러 명이긴 할 텐데. ”
“ 누군지는 모른다? ”
“ 그렇죠. ”
“ 근데 사건 터지는 건 안다? ”
“ 알지. ”
“ 후- ”
순간 송사장은 침착하게 숨을 내쉬며 현재 급해진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 틈에 강주혁이 자신이 짜둔 계획들을 내뱉는다.
“ 마케팅으로 이용하면 어쩔까 싶어. ”
“ 마케팅? ”
“ 응. 사건 터질 걸 아는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유명 원로배우들 쓸 순 없잖아. ”
“ 사건이 터진다는 게 확실하다면 그렇지. ”
“ 확실해요. ”
“ 음······ ”
턱을 매만지며 잠시 생각에 빠졌던 송사장이 이내 손을 내리면서 입이 열린다.
“ 니가 어디서 그런 제보를 받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 제보가 확실하다고 본다 하더라도, 굳이 전부 무명으로 갈 필요가 있어? ”
“ 저번 미팅 때 무비트리에서 만든 캐스팅보드 보니까, 적어도 7명 이상은 유명하거나, 대중들이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아는 원로배우들이었어.”
“ 그렇지. 척살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까, 나이 많은 배역이 많지. ”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이는 송사장. 그를 빤히 쳐다보던 주혁의 몸이 앞으로 쏠린다.
“ 만약 그 선배들 전부 사건 터져서 줄줄이 엮이면 그 똥 누가 치워? 우리 치울 수 있어요? ”
“ 모, 못하지. 야 상상만 해도 오싹하다. 으. ”
“ 생각만 해도 오싹한 그 상상이 현실이 되면 우리 진짜 풀 뜯어야 해. 우리만 풀 뜯나? 최명훈 감독부터 시작해서, 형네 무비트리 직원들, 하정훈, 류진주. ”
“ 아! 그만, 그만! ”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뇌하는 자세로 송사장이 소리쳤다. 그 모습에 슬쩍 웃음을 뱉는 강주혁의 자세가 다시금 여유러워 진다.
“ 근데 다행히 우리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사건 터질 걸 알잖아요? 모르긴 몰라도, 아마 빠른 미래에 이 바닥 피바람이 불 거야. 엎어지는 영화가 수두룩 할거라고. ”
“ 음. 근데 그 와중에 우리는 살아남는다? ”
“ 그렇지. 그 수많은 영화가 줄줄이 사건 터지고 갈리는 틈새에서 우리만 튼튼하게 살아남는 거야. ”
꽤 흥미로웠는지 송사장의 표정이 일순 변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강주혁.
“ 거기서 마케팅을 이용하는 거지. 사건이 터지면 대중들이 영화판을 씹고, 외면하면서 욕하겠죠. ”
“ 음. ”
“ 근데 그 피바람이 부는 와중에 척살 저 영화는 조연부터 조단역 까지 전부 무명을 쓴다더라, 신인 발굴에 힘쓴다, 하정훈이 출연료 전액 기부했다더라. 같은 말들이 돌면 그 틈새에서 척살만 빛나지 않겠어요? ”
“ 하정훈씨 기부 그거 장난 아니었어?! ”
“ 당연히 기부시켜야지. 형이 몰라서 그렇지 하정훈이 기부 좋아해. ”
“ 아, 그래? ”
놀라던 송사장의 표정이 다시금 편안해졌고, 이어서 흠 같은 숨을 뱉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시나리오 괜찮은데? ”
“ 그러니까 제작발표 기사 날릴 때, 척살은 주요 주연들 빼곤 전부 무명으로 간다고 약을 좀 치자는 거지. 하정훈이 출연료 전액 기부한다는 것도 같이 얹어서. ”
“ 그렇지. 우리야 니가 메인 투자자로 나서면 무명으로 간다고 해도, 돈을 빼느니 어쩌니 지랄발광은 안 들어도 되겠고. ”
송사장에 말에 강주혁이 피식한다.
“ 왠지 앞으로 나한테 지랄발광하지 말란 소리로 들리는데. 내가 너무 생각이 깊은 거죠? ”
“ 하하하. 그럼 임마. 형이 설마 하늘 같은 투자자한테 지랄발광이라니? ”
겸연쩍은 웃음을 날리며 종이컵을 집는 송사장이었고, 그 송사장을 강주혁이 실눈을 뜨며 쳐다본다.
“ 하여간에. 여튼 우리로선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사건도 피할 수 있고, 이미지도 좋아지는 데다가, 제작비도 한참은 줄일 수 있지. 거기다 당장은 모르겠지만, 혹시 알아요? 무명 배우들이 유명해져서 형한테 은혜 갚는다고 나중에 작품 같이하자고 할지? ”
“ 하하하! 그럼 당연히 좋지. ”
상상만으로도 즐거운지 송사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꽤 오랫동안 웃음을 뱉던 송사장이 말을 잇는다.
“ 그러니까 전부 무명으로 가겠다는 거지? 주연 밑으로는 싹 다? ”
“ 사실 나이 좀 되는 배역들만 갈면 되겠지만, 이렇게 된 거 전부 무명으로 가자. 간판은 하정훈이 류진주면 돼. 대중들이 배우 보러 만원이 넘는 티켓 끊는 게 아니잖아? 스토리 보러 오는 거지. 연기만 잘하면 돼. 배우는. 무명이고 탑스타고 상관없이. 무명 중에서도 분명 연기 끝내주게 하는 배우가 있을 거야. ”
만족스러운지 송사장이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 좋다. 이 시나리오 데로만 실현되면 진짜 대박 터지겠어. ”
대박? 순간 강주혁은 실소가 터졌다.
‘ 어차피 척살은 대박 터져 형. ’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 그래. 뭐부터 시작할까? ”
“ 일단, MV e&m부터 손절해야지. ”
“ MV e&m이 가만히 있을까?”
“ 아니? 아까 말한 지랄발광을 걔네가 하겠죠. ”
생각만으로 골치가 썩는지, 송사장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 근데 당장은 뭘 어떻게 하진 못할 거야. 우리는 MV e&m 손절하고, 존버한다. 현재는 그것만 집중해서 하자구요. ”
“ 그렇게 조용조용히 움직이자 이거지? ”
“ 그렇죠. ”
MV e&m이 당장에 어떤 방해 공작을 펼칠 가능성은 적었다. 물론, 척살이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고, 마케팅을 물론 배급까지 진행된다면 움직이겠지만.
아직 프리프로덕션의 단계인 척살이다. 바로 어떻게 하진 못할 것이다.
결론을 내린 주혁이 펼쳐놨던 다이어리를 덮으며 말을 던졌다.
“ 형은 오늘 들어가는 데로 최명훈 감독부터 주요 스텝들 모아놓고 회의를 진행해줘요. 사건이나 뭐 그런 세세한 내용은 빼고, 그냥 적당히 현재 상황만 전달해줘.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
“ 그래. 그래야겠지. ”
“ 그게 끝나면 본격적으로 전체 스텝을 좀 모아보자구요. 이제 속도 좀 내야지. 모으면서 당연히 우리의 방향성 알려줘야 되고, 그걸 듣고도 하겠다는 친구들만 모으면 되겠지? ”
“ 그쪽은 내가 알아서 할게. ”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송사장이었다. 딱히 강주혁이 하나하나 말하지 않아도, 대충 눈치만 주면 바로 알아먹어서 편했다.
“ 최명훈 감독. 이제 콘티 작업 들어가야죠? 며칠 뒤 내가 일차적으로 투자금 5억 쏠게요. 그걸로 일단 시작하자. ”
“ 계속 그렇게 나눠서 보낼 거야? 아님. ”
“ 시기 봐서 딱 떨어지면 한 방에 보낼게. 지금은 일단, 5억 먼저. ”
어디서 돈이 나는 걸까? 송사장은 살짝 강주혁이 내는 투자금의 출처가 궁금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지금까지 강주혁이 걸어온 행보만 보면 무언가 예전에 송사장이 알던 강주혁이 아니었다.
“ 그래. 알았어. 그럼 무명 배우들은 어떻게 진행할 생각이냐? 나는 적당히 소속사에 소식 돌려서. ”
“ 소속사 쪽은 안되죠. ”
“ 안돼? ”
대답이 칼 같았다.
송사장이 말한 것처럼 하는 게 보통이다. 조연이나 조단역에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 싶으면 오디션 일정을 여러 소속사에 돌린다. 그게 편하고 확실한 방법이니까. 안 그래도 제작사는 할 일이 많으니,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 왜 안돼? ”
“ 이미 소속사에 소속돼있는 배우들은 신선함이 떨어져. 그렇잖아요? 대중들은 빨라. 백프로 검색해볼 거고, 검색했는데 배우들 프로필에 소속사가 다 박혀있으면 재미가 없잖아요. 재미가. ”
“ 그럴 수도 있겠네. ”
“ 아예 검색했는데 프로필이 전혀 없는 게 차라리 낫지. ”
“ 음. ”
풀었던 팔짱을 다시 끼며 송사장에 고심에 빠졌다. 강주혁은 그 고심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기 위해 말을 이었다.
“ 일단, 형네 캐스팅팀 직원 하나 붙여줘요. 내가 연극 쪽 좀 돌아볼게. ”
“ 발로 뛴다? ”
“ 중요 배역에 넣을 배우만. ”
“ 바로? ”
“ 아니. 제의만 하고 오디션 진행해야죠. ”
어느 정도 고민이 풀렸는지, 송사장의 표정이 약간 풀렸다.
“ 좋아. 그럼 먼저 초기 투자금 받으면 일정계획 한번 잡아보자. ”
“ 알았어요. 얼추 잡히면 다시 연락해줘요. ”
꽤 힘겨웠던 회의를 끝낸 송사장과 강주혁은 순간 강력한 공복감을 느꼈다. 시간이 벌써 12시를 향하고 있었다.
“ 주혁아. 우리. ”
“ 짜장면? ”
“ 얼른 중국집에 전화 안 드리고 뭐 해? ”
“ 탕수육도? ”
“ 너 자꾸 당연한 소리를 그렇게 하냐. ”
그렇게 송사장과 강주혁은 짜장면과 탕수육 세트를 흡입했고, 배불리 먹은 송사장이 퉁퉁해진 배를 문지르며 주혁의 사무실(보이스 프로덕션)을 나선다.
돼지로 변해버린 송사장을 보낸 강주혁은 MTS로 G-NEO게임즈 주가를 확인했다.
-G-NEO게임즈 42,568주
-매수 30,200 금액 1,285,553,600
-현재 50,900(+29.85%) 금액 2,166,711,200
-손익 881,157,600
G-NEO게임즈에 사람들이 미쳐있었다. 그새 2% 정도가 올라있었고, 그 2%의 차이로 5천만 원이 불어나 있다.
“ 내일 5억 정도만 정리하자. ”
미소를 지으며 주혁이 MTS를 껐고, 이어서 연락처 메뉴에 접속한다.
-김삼봉 감독님.
연락처에서 김삼봉 감독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건다.
“ 뚜루~ 뚜루~ 뚜루~ ”
신호는 3번 만에 끊겼다.
“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
“ 음. ”
여전히 김삼봉 감독은 말수가 적었다.
“ 드릴 말씀이 있는데, 내일쯤 찾아 봬도 되겠습니까? ”
“ 나한테 말인가? ”
“ 예. ”
“ ······ ”
잠시 흐르는 정적. 그렇게 몇 초간 김삼봉 감독이 침묵을 지켰다. 다시 그의 음성이 들린 건 10초 정도 흐른 뒤였다.
“ 울림 영화사. ”
“ 예? ”
“ 자네가 찾아온다며? 나 울림 영화사에 있다고. ”
“ 아, 알겠습니다. 죄송한데 시간은 언제쯤이 편하십니까? ”
“ 아무 때나 오게. ”
“ 그럼 출발 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
“ 음. 직원한테 말해두겠네. ”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주혁이 전화가 끊긴 핸드폰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내일 김삼봉 감독을 만나 할 말들을 정리하는 듯.
강주혁은 아무래도 이 판에 김삼봉 감독이 끼어드는 게 맘에 걸렸다.
“ 괜히 불똥 튀면 안 되니까. ”
이 싸움은 온전히 강주혁과 MV e&m의 싸움이기에, 괜히 다른 인물이 다치면 안 됐다. 그리고 최명훈 감독의 멘탈도 생각한다면 김삼봉 감독이 이 판에 끼어들면 여러모로 골치가 아팠다.
거기다가 김삼봉 감독은 괜찮은 감독이었다.
주혁이 아직 어린 시절 김삼봉 감독의 작품에 참여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주혁은 김삼봉 감독에게 극존칭을 사용하는 것이다.
할 말을 대충 정리했는지, 주혁이 발길을 돌렸다. 오늘은 사무실에 더는 볼일이 없었다. 그는 오피스텔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시간은 9시 40분.
침대에서 눈을 뜬 강주혁이 곧바로 MTS를 실행시켰고, 주식 현황에 들어갔다.
-G-NEO게임즈 42,568주
-매수 30,200 금액 1,285,553,600
-현재 64,400(+26.53%) 금액 2,741,379,200
-손익 1,455,825,600
“ 27억······ ”
그저 헛웃음이 나왔다. 강주혁이 원래 부었던 12억이 27억으로 불어있다. 무려 14억의 차이.
한동한 멍하니 핸드폰을 쳐다보던 주혁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5억 정도의 주식을 던진다.
-매도 체결, 매도 체결, 매도 체결
주혁이 던진 주식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람들이 지금 G-NEO게임즈에 얼마나 열광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G-NEO게임즈 34,568주
-매수 30,200 금액 1,285,553,600
-현재 64,400(+26.53%) 금액 2,226,179,200
-손익 940,625,600
정확하게 515,200,000원을 팔았다. 대충 5억. 주혁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기지개를 켰다.
“ 으그극! ”
오늘 할 일이 많았다. 먼저 김삼봉 감독을 만나 얘기를 나눠야 했고, 이어서 무비트리에 들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느닷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 왔나? ”
순간 보이스피싱인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 처음 보는 번혼데. ”
핸드폰 액정에 찍힌 번호는 처음 보는 번호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그러거나 말거나 핸드폰은 계속 울렸고, 주혁은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 나야. 후배님. ”
“ 누군데요. ”
핸드폰 너머의 남성은 슬쩍 웃으며 답한다.
“ 나라고 홍경연. ”
홍경연의 전화였다.
끝
ⓒ 장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