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05
강주혁이 대뜸 여권에 대해 묻자, 백번 촬영팀이나 안화영이나 모인 유치원생들은 그저 눈을 끔뻑이며 세상 순진한 얼굴로 주혁을 쳐다봤다.
설명을 추가해달라는 표정.
그 모습에 미소지은 주혁이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며 간단하게 말을 추가했다.
“ 여러분. 베를린 국제 영화제라고 알고 있죠? ”
대답은 클레오파트라를 연상케 하는 헤어의 안화영 쪽에서 나왔다.
“ 아! 네. 세계 3대 국제 영화제라고······너튜브서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
“ 맞아요. 칸, 베니스. 그리고 베를린. 이렇게 3개가 있는데. 들었을진 모르겠지만, 이번에 우리 독립영화팀 감독님들이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경쟁부문에 초청돼서, 가게 됐어요. ”
“ 헐!! 축하드립니다! ”
“ 아아!! 감독님들 해외 영화제 어디 간다고 하시던데, 그게 베를린 국제 영화제였구나!! ”
유치원생들은 어느새 여권에 관한 질문을 잊은 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서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대해 아는 정보를 공유하며 떠들어 댔다.
마치 소풍을 앞둔 유치원생들이랄까?
그쯤 주혁이 백번 촬영팀의 연출 박덕훈의 어깨를 붙잡았다.
“ 그에 따라 우리 ‘안병맛’팀 전부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따라오면 좋겠는데. ”
“ ······예? ”
곧, 떠들썩하던 휴게실이 고요해졌다.
“ ‘병맛같은 체험’의 이번 에피소드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를 가다! 같은 느낌. 어때요? ”
“ 저희···전부요? ”
“ 당연하죠. ”
이어 주혁이 생각한 시나리오를 뱉었다.
“ 애초 ‘병맛같은 체험’ 자체 컨셉이 화영씨가 어떠한 체험을 진행하면서, 거기에 병맛이라는 조미료를 뿌리는 건데. 이번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따라오면서, 진행스텝 체험을 해보는 거죠. ”
“ 아. ”
“ 물론, 우리 백번 촬영팀들은 영화제 출발부터 복귀까지 24시간 관찰 카메라를 돌려야 될 테고, 아까 보여줬던 너튜브 영상들처럼 자극적이면서도 병맛같이 영상을 뽑아주면 돼요. ”
즉, 베를린 국제 영화제의 현장을 그저 기사만 내고 끝낼 게 아니라, 생동감 있게 옮겨달란 소리였다. 물론, 병맛이라는 조미료를 추가해서.
어쨌든 강주혁의 말을 이제야 이해한 유치원생들이 뭔가 눈빛 교환을 했다. 젊어서 그런지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 듯.
“ 그, 그렇게만 되면 지금 바로 프로그램 대본 써보겠습니다! ”
“ 네네! 거기에 갈 수만 있으면 뽑을 소스나 할 건 너무 많아서······아! 그래서 여권 물어보셨구나. ”
다행히 백번 촬영팀이나 안화영 모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강주혁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고.
“ 평범한 영상을 원하는 게 아니에요. ”
결론을 내렸다.
“ 영화제 하면 대중들이 으레 떠올리는 고정관념을 깨줬으면 좋겠어요. ”
며칠 뒤, 2월 5일 금요일 아침.
이른 아침임에도 공항에 기자들이 꽤 붐볐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손에 머리통만 한 카메라를 든 기자들을 보며 뭔 일이 났나? 싶었는지 힐끔거리기 바빴다.
그때 입국장 주변에 듬성듬성 서 있던 기자들 중 갈색 모자를 쓴 기자가 시계를 보며 혀를 찼다.
“ 왜 안 와? 비행기는 도착했다고 뜨는데, 사람이 안 나와. ”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턱수염 난 기자가 거들었다.
“ 이거 해외 스튜디오 측에서 구라 친 거 아니냐? ”
“ 그럼 개 같아지는데. 나 오늘 영화 제작 발표회 하나 재끼고 온건. ”
바로 그때.
“ 왔다!! ”
-파파파파팍!!
다른 곳에 자리를 잡은 기자들이 외치며 입국장에 대고, 카메라 셔터를 신속하게 눌러댔다.
“ 감독님! 이쪽 좀······아오! 씨! 영어로 말해야 되나? 헤이!! 헤이!!! ”
모인 기자들이 찍어대는 입국장. 거기서 지금 대여섯 명 되는 외국인 무리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여자 둘에 남자 넷.
“ 음. ”
그중 가장 선두에 선, 언뜻 봐선 가가멜처럼 머리가 벗겨진 중년 남자가 바로 옆에 있는 머리색이 시뻘건 단발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 케이시. ”
“ 네. 감독님. ”
“ 이 한국 기자들은 우리 쪽에서. ”
“ 아- 네. 맞아요. 일전에 ‘닥터 김’ 역으로 흘린 것도 있고, 오늘 방문도 한국 쪽에 알렸어요. ”
“ 그렇군. ”
간단하게 수긍한 가가멜 중년 남자가 다시금 입국장 주변에 모인 기자들을 보다가, 손목시계로 시선을 돌렸다.
“ 그 유재은과는 미팅이 몇 시라고 했지? ”
그의 질문에 이번에도 대답은 시뻘건 단발 여자에게서 나왔다.
“ 감독님. 아까 비행기에서도 말씀드렸는데요? 대체 몇 번을 물어보시는 거예요. ”
“ 하하하. 미안해. 케이시. 내가 나이가 있잖아. ”
“ 후- 9시요. 밤 9시. ”
“ 그렇군. 그럼 숙소에서 좀 자야겠어. ”
그때 못 알아들을 것이 빤한데도, 기자 한 명이 한국어로 외쳤고.
“ ‘스톤맨1’에 유재은씨가 캐스팅되는 게 사실입니까?!! ”
그 모습에 가가멜 남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 그런데 아까부터 저 기자들은 뭐라고 소리치는 거지? ”
위너필름 스튜디오의 ‘스톤맨1’ 팀이 지금 한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같은 날 점심 무렵.
해외 영화사 위너필름 스튜디오의 영화 ‘스톤맨1’ 팀이 이른 아침 한국에 도착했다는 기사가 국내에 터지기 시작한 것은 점심부터였다.
『[실시간] 입국장에 모습 드러낸 위너필름 스튜디오 인원들/ 사진』
『히어로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스톤맨1’, 유재은의 캐스팅 찌라시 사실이었나?』
『[무비is] 질문에 대답 없이 공항 빠져나가는 위너필름 스튜디오···누구를 만나러 왔나?』
『무명에 가까운 여배우 ‘유재은’, 한 방에 인생역전?』
물론, 위너필름 스튜디오의 영화 ‘스톤맨1’ 팀이 한국에 왔다고 해서, 무조건 한국 배우의 캐스팅을 위해 왔다곤 할 수 없지만.
-헐….진짜 왔네?
-와ㅏㅏㅏ진짜 위너필름 스튜디오 영화에서 한국 배우를 볼 수 있는 것인가!!
-쟤네 왔다고 해서, 무조건 유재은 보러왔다고 단정 지을 순 없지.
며칠 전부터 돌았던 무명 여배우 유재은 캐스팅 찌라시 덕분에 대중들이 꽤 불탔다.
-근데 위너필름 스튜디오 영화에 한국 배우가 캐스팅되면 ㅈㄴ 대박 아님?
-생각해보니까 유재은인가 뭔가 그 여배우도 보이스프로덕션 소속이네?
-다시 한번 킹갓주혁….
-위너필름 스튜디오의 히어로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시리즈의 찐팬으로서…..한국 배우는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미친놈아 짱깨들도 출연하는 판에 우리는 왜 안돼? ㅂㅅ
간혹 보이는 부정적인 반응보다는 당연히 기대감이 넘치는 댓글이 많았다.
-근데 진짜 저 영화에 한국 배우 나오면 좀 신기하긴 하겠다!
하지만 해외 영화사 위너필름 스튜디오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 곳은 따로 있었다.
오후 무렵. MV e&m 회의실.
ㄷ자형 책상이 붙은 넓은 회의실에 대기업 MV e&m의 이사들이 전부 모였다. 익숙한 얼굴들도 보였지만, 새로운 인물도 몇몇 보였다.
그런 회의실 ㄷ자형 책상 중 가장 상석에 앉은 늙은 남자가 보던 노트북을 거칠게 덮었다.
-탁!
“ 후우- ”
이어 늙은 남자가 모인 이사들이 모두 들을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죽 쒀서 개 준 꼴이군. ”
진짜 죽을 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늙은 남자는 점심 무렵에 뜬 위너필름 스튜디오와 유재은 관련 기사를 보며 혀를 찼고.
“ 자네들은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뭘 했나? ”
늙은 남자가 모인 이사들에게 짜증 냈지만, 이사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 ······ ”
하나하나 보니 이사들 중 배급사업본부와 매니지먼트 사업본부의 이사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인물이었고, 피바람이 부는 와중에 다행히 살아남았는지 제작이사 오희연은 그대로였다.
그런 제작이사 오희연이 늙은 남자의 눈치를 살살 볼 때.
“ 후- 좋아. 유재은인지 뭐시긴지는 넘어갔으니까, 그렇다 치자고. ”
늙은 남자가 모인 이사들을 노려보며 팔짱을 꼈다.
“ 우리가 데리고 있던 유재은이 빅엔터로 넘어가고, 그다음에 빅엔터가 보이스프로덕션과 합병했어. 어디서 정보를 입수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위너필름 스튜디오가 유재은을 데려간다는 기사가 지금 떴다. 시나리오만 보면 명백하게 강주혁이 우릴 공격한 게 되지? 그렇지 정이사? ”
불린 남자 이사가 말을 더듬었다.
“ 예? 아, 아.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
“ 볼 수도 있어? ”
“ 아닙니다! 명백히 공격한 게 됩니다! ”
이어 목소리에는 여유가 있지만, 표정만으로는 성난 황소를 연상케 하는 늙은 남자가 앞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 덕분에 벌써 언론에서는 보이스프로덕션이 우리를 재꼈네 어쩌네, 국내 최고네 지랄이네 씨불이는데. 이대로 둘 건가? 뭐 없어? ”
“ ······ ”
하지만 당장 뾰족한 수가 없는지, 모인 이사들은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 어허- 진짜 다들 생각이 없는 거야 뭐야? ”
늙은 남자가 압박했다. 그런데도 섣불리 나서는 인물은 없었다. 당연했다. 이 타이밍에 괜히 나섰다, 되레 강주혁에게 당하면 모가지가 날아갈 판이었으니.
-스윽.
그쯤 숙연한 분위기 중,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다. 덕분에 늙은 남자가 팔짱을 풀며 손을 올린 인물을 불렀다.
“ 그래. 오이사. ”
손을 올린 것은 제작이사 오희연이었고.
“ 말해봐. ”
늙은 남자의 허락에 몸에 딱 맞은 블라우스를 입은 제작이사 오희연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저희 제작사업부에서 입수한 정보로는 곧, 보이스프로덕션에서 애니메이션 하나를 완성시키는데요. ”
“ 애니메이션? ”
“ 네. 그 분야에선 유명한 최상희가 감독을 맡은. ”
“ 아- 그래. 기사를 본 것도 같아. 그래서? ”
되물음에 제작이사 오희연이 이사들을 한번 슥 보더니 방법을 토해냈다.
“ 그 애니메이션 완성에 맞춰, 우리 쪽에선 애니메이션을 수입해, 꼬리를 붙어보는 건 어떨까요? 견제하는 거죠. ”
“ 견제? ”
“ 네. 보이스프로덕션이 그 애니메이션을 개봉시켰을 때, 방해만 해도 그쪽은 적잖게 손실을 볼 거예요. 가뜩이나 시장도 좁은데, 나눠 먹어야 하니까. ”
꽤 괜찮은 생각이라고 느꼈는지, 늙은 남자가 눈알을 위로 올리며 턱을 쓸었다.
그렇게 지나간 시간이 약 10초.
10초가 지나서야 늙은 남자의 입에서 허락이 떨어졌다.
“ 나쁘지 않군. 오이사. 자네가 책임지고 추진해봐. ”
같은 날, 늦은 밤. 서울 어느 고급 한정식집.
종업원부터 인테리어까지 한국식 느낌이 물씬 나는 고급 한정식집 VIP룸. 그곳에 정장 재킷은 벗고, 정장 조끼를 입은 박찬규 부사장과 포근한 베이지색의 니트를 입은 유재은이 앉아 있다.
물론, 해외파트 팀 직원들도 함께였고.
“ 떨려요? ”
아까부터 연신 냉수를 마시는 유재은을 보며 박찬규 부사장이 묻자, 긴 생머리를 쓸어넘긴 유재은이 수십 번 고개를 끄덕였다.
“ 죽겠어요. 처음 드라마 조연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
“ 하하. 그럴 만하지. 다른 곳도 아니고, 그 위너픽쳐스 스튜디오가 직접 초이스해서, 만들어진 자리니. ”
“ 후- 진짜 저 맞아요? 혹시 이름이 잘못 전해진 게 아닐까요? 유지은이나 아니면 유재윤같은. ”
“ 그럴 리가. ”
곧, 미소짓던 박찬규 부사장이 옆자리에 앉은 통역 겸 업무상 참석한 해외파트 팀 여자 직원에게 고개를 돌렸다.
“ 유재은 확실하죠? ”
“ 어머. 그럼요. ”
“ 봤지요? 재은씨 확실하니까, 안심해요. ”
그때였다.
-다라락.
옆으로 열리는 나무문이 움직였고, 대여섯 명의 외국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덕분에 앉았던 박찬규 부사장이나 유재은 그리고 직원들이 벌떡 일어났고.
“ ······어? 감독님? ”
가장 선두로 들어온, 가가멜처럼 머리 벗겨진 남자 외국인을 보곤 유재은이 아는 척을 했다. 곧, 가가멜 남자가 반응했다.
“ 오랜만이네요. 재은. ”
“ 가, 감독님이 여길 어떻게. ”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던 박찬규 부사장이 유재은에게 살짝 얼굴을 붙였다.
“ 저 남자를 알아요? ”
“ ······아. 네. 1년 전쯤에 연예가 소식에서 제가 감독님 인터뷰를 맡았었어요. ”
“ 인터뷰? ”
그때 가가멜 외국인 남자가 미소지으며 박찬규 부사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 ‘스톤맨1’을 맡은 감독. 페이튼 더글라스라고 해요. ”
자연스럽게 감독의 손을 맞잡은 박찬규 부사장이 페이튼 더글라스 감독을 보며 살짝 멍 때리다, 정신을 번쩍 차렸다.
-스윽.
이어 지갑에서 외국용 명함을 페이튼 더글라스 감독에게 내밀었다.
“ 박찬규라고 합니다. ”
좀 어색한 영어였지만, 어쨌든 알아들은 페이튼 더글라스 감독이 받은 명함을 확인했다.
-보이스프로덕션.
-박찬규 부사장.
그런데 명함을 보던 페이튼 더글라스 감독이 대뜸 눈을 껌뻑였고.
“ 보이스프로덕션? ”
뒤에 서 있는 시뻘건 단발 여자 외국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 이 회사. 내가 봤던 영상에서. ”
그런데 시뻘건 단발 여자 외국인의 대답은 생각보다 빨랐다.
“ 맞아요. 감독님.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던진 남자. 보이스프로덕션은 그 남자의 회사에요.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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