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09
2월 11일 목요일, 한국. MV e&m 회의실.
MV e&m의 제작이사 오희연은 배급사업본부 이사와 미팅 중이었다.
“ 이번 건은 제가 특별 위임받았으니까, 제 말대로 해주세요. ”
대화하는 내용을 볼 때, 일전에 제작이사 오희연이 말했던 애니메이션 수입 관련인 듯 보였고.
“ 알아요. 나도 그 회의실에 있었는데,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일본 쪽 애니메이션 시장 분위기가 안 좋다니까. ”
셔츠에 갈색 가디건을 입은 제작이사 오희연과 정장 입은 배급사업본부 이사의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있었다.
“ 그렇다 하더라도, 애니메이션 하면 일본이잖아요? 괜히 애니메이션 강국이다 하는 게 아닐 테고. 그나마 대중들도 일본 애니메이션은 볼 텐데, 당연히 이번 수입은 일본 것을 가져와야죠. ”
“ 아니, 그렇긴 한데. 시기가 좀. ”
“ 많이도 필요 없고, 딱 하나만. 하나만 집어다 올리는 건데, 무슨 시장 분위기고 뭐고 말할 게 뭐 있어요. ”
“ ······후- 돌겠네. ”
오희연의 막무가내에 배급사업본부 이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고 위에서 내려온 지령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결국, 배급사업본부 이사가 백기를 들었다.
“ 예예~ 일단, 알겠어요. 최대한 괜찮은 작품을 서치 해볼테니까, 그만하죠. ”
“ 작품도 작품인데, 보이스프로덕션이 만드는 애니메이션 개봉일에 맞춰서 올릴 수 있는 작품이냐 아니냐가 더 중요해요. 그런 방향으로 구해줘요. 알았죠? ”
꽤 복잡한 일임에도 제작이사 오희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고, 배급사업본부 이사가 어금니를 세게 물었다.
“ 알았다고요. ”
이어 5분 뒤.
“ 애니메이션 쪽은 됐고. ”
회의실을 빠져나온 오희연이 핸드폰을 꺼내, 검색사이트를 접속했다. 이어 오희연은 찾는 기사가 있는 모양인지, 연예면 뉴스란 이곳저곳을 터치했다. 하지만 원하는 기사는 없었고.
살짝 미간을 찌푸린 그녀가 읊조렸다.
“ 이강수 이 인간이······강주혁 드라마 공격하겠다더니, 왜 아무것도 안 떠? ”
그리고 이어진 주말.
13일 토요일에는 정규 편성 뒤에도 여전히 시청률 18%대를 유지하고 있는 ‘버스킹’이 전파를 탔다. 이번 화 ‘버스킹’에서는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해외서 가수들이 길거리 공연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다만.
『[TV이슈]‘버스킹’ 예고편에서 등장한 신년 콘서트, SBC 간판예능인 ‘방구석친구들’과 콜라보?』
『‘방구석친구들’과 신년 콘서트 콜라보 예고한 ‘버스킹’, 시청자들 기대감↑』
‘버스킹’의 메인 PD인 윤석현은 이번 화 예고편에 잔뜩 힘을 실었다. 첫째로 다음 주 토요일. 즉, 20일에 있을.
『‘버스킹’·‘방구석친구들’과 콜라보하는 신년 콘서트, 티켓은 어디서 구매하나?』
SBC 간판 예능 ‘방구석친구들’과 콜라보하는 신년 콘서트를 예고편에 살짝 담아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였고, 둘째로 ‘버스킹’의 출연 가수 헤나, 서아리와.
『‘버스킹’ 예고편, 신년 콘서트 프로젝트부터 해외 인기너튜버 BBBIgMusic까지 등장!』
세계적으로 구독자 3,000만에 육박하는 인기 해외너튜버 ‘BBBIgMusic’과의 듀엣 작업이라는 조미료를 살짝 추가했다.
때문인지 다음 날인 일요일에 방영한 예능 ‘방구석친구들’의 시청률이 폭등했다.
『‘버스킹’ 팀과 신년 콘서트 콜라보때문? ‘방구석친구들’ 시청률 24.7%로 폭발적 상승!』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이날 ‘방구석친구들’의 내용은 PD가 출연진들에게 ‘버스킹’팀과 신년 콘서트를 진행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대뜸 던지는 장면이 끝부분에 포함됐다.
-헐? ‘버스킹’ 팀이랑 신년 콘서트 프로젝트?
-오~ ‘방구석친구들’ 담주에 재밌겠네!!
-음…개그맨, 방송인 데려다 무슨 콘서트를?
-헤나, 서아리, 태현, 윤두현, 이정미까지 전부 참여하는 거임?
-아…슈바….또 티켓 때문에 노트북 앞에서 대기빨아야 겠네….
-‘방구석친구들’ 아직도 하냐? 안 망함?
-↑안 망했음. 망한 건 네 얼굴.
-헤나, 서아리는 그렇다 치고, 윤두현에 이정미까지? 티켓값 준나 비쌀 듯.
-비싸도 가고시푸요ㅠㅠㅠㅠㅠ
꽤 이례적인 신년 콘서트 콜라보라 그런지, 대중들의 기대감을 높았고, 주말이 지나 15일 월요일 아침.
보이스프로덕션 본사인 삼성동 사옥에서는.
“ 오- 저 촬영팀이 그거야? ‘방구석친구들’? ”
“ 어? 어디? 아! 맞나 보네. 카메라에 SBC 박혀 있네. ”
1층 로비에 대뜸 나타난 예능 촬영팀 스텝들의 행렬을 보고 한 손에 커피를 든 보이스프로덕션 남, 여직원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 근데 ‘방구석친구들’ 멤버 한 명 찍는 스텝들치곤 많은데? ”
“ 아니지. 오늘 여기서 헤나씨랑 아리씨 두 명 다 촬영 따는 걸 테니까, 멤버 두 명분 스텝들이겠지. ”
“ 아- 그렇구나. 오늘 본사서 헤나씨랑 아리씨 둘 다 녹화 딴 데? ”
“ 당연하지. 이럴 때 본사 보여줘야지. 지사를 보여주냐? 그리고 헤나씨랑 아리씨 두 명 붙어서 녹화 따는 게 동선상 편할걸? ”
‘방구석친구들’ 팀은 월요일 아침이 밝자마자, 보이스프로덕션 본사에 방문해 본격적인 신년 콘서트 에피소드 녹화를 시작했다.
당연했다.
이번 주 방영분에서 콘서트를 콜라보하는 과정을 방영해야 했고, 며칠 뒤 토요일에 있을 신년 콘서트 현장을 담아 다음 주에 방영해야 했으니, 일정이 빠듯했다.
이어 같은 날 이른 오후.
『‘버스킹’·‘방구석친구들’ 콜라보 신년 콘서트 티켓, 오후 3시부터 판매 시작!』
20일 토요일에 있을 신년 콘서트의 티켓의 공식적인 판매가 시작됐다.
그런데 티켓 판매를 시작하고 5분 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방구석친구들’의 메인 PD의 전화가 울렸고.
“ 어- 상현아. 우리 지금 보이스프로덕션에서 녹화따고 방송국 넘어가니까, 기획 회의 준비. ”
“ 선배님! ”
조연출이 다급하게 외쳤다.
“ 티켓 완판이요! 15,000석 전부! ”
“ ······뭐? ”
오픈하고 5분 만에 신년 콘서트 티켓이 매진됐다.
같은 시각, 베를린. 강주혁의 숙소.
한국은 오후 5시를 넘기는 시각이었지만, 베를린은 아침 10시쯤이었다. 독일 베를린 숙소에서 아침을 맞이한 주혁은 파란색 파자마 차림으로 전화를. 아니, 보고를 받고 있었다.
“ 5분 만에 매진? ”
“ 어어- 5분도 아니고, 따지면 3분이라는데. 내가 뭘 아나. 방송국에서 알려준 거야. ”
상대는 홍보팀의 박팀장이었다.
“ 잘됐네. 신년 콘서트 쪽 보도자료는 내가 말한 대로 잘 준비해주고. ”
“ 당연하지. 그나저나 사장님. 언제쯤 돌아와? ”
“ 신년 콘서트 당일 날 정리하고 비행기 타면 21일 일요일 아침 도착 예정. ”
답한 주혁이 숙소에서 준비해준 모닝커피를 호로록 넘겼다. 그쯤 박팀장의 목소리가 짐짓 진지하게 변했다.
“ 알았어. 다음은 사장님이 붙여두라던 자석들 움직임 관련인데. ”
“ 움직였나 봐? ”
“ 움직였어. 일단, MV e&m 쪽인데. 거기서 애니메이션을 수입하는 분위기가 있어. ”
“ 애니메이션 수입? ”
곧, 주혁이 한 손에 커피잔을 든 채 다리를 꼬았다.
“ 우리 애니메이션 ‘폭풍전야’ 개봉에 맞춰, 방해하겠다? 관객들 나눠 먹겠다는 거네. ”
“ 종합해보면 그런 뜻 아니겠나 싶어. 평소 MV e&m측이 애니메이션 배급을 자주 했던 것도 아니고, 수입하는 시기가 너무 뜬금없잖아? ”
“ 그렇지. 이건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보복이야. 뭐, 대충 예상은 했어. ”
무명 여배우 유재은 트레이드 건도 그렇고, 그간 배급 쪽으로도 척을 졌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따라서 주혁이 MV e&m에 자석을 붙여두라고 한 것.
어쨌든 대답한 주혁이 들었던 커피잔을 내리며 턱을 쓸었다.
“ 으음- 그건 핸들링을 누가 하는 거야? ”
“ 글쎄. 거기까진. ”
“ 오희연일 거야. ”
“ 오희연? 그 여자는 제작부 이사 아닌가? ”
“ 맞아. 그런데 이번에 MV e&m에 피바람이 불었는데도, 오희연은 살아남은 모양이던데. 그래도 간당간당할 거야. 곧, 드라마도 맞붙겠다, 눈에 띄려고 발악하고 있겠지. ”
강주혁의 추측에 신빙성이 있다고 느꼈는지, 박팀장이 동조했다.
“ 한마디로 이번 애니메이션 건은 오희연이 모가지 간수를 하기 위함에서 출발한 거다? ”
“ 아마? 그래서. 어디 쪽 애니메이션을 끌어온다는 거야? 확인됐나? 해외? ”
“ 아니. 해외는 아닌 것 같고. 일본 쪽 애니메이션을 가져오려는. ”
“ 일본? ”
그런데 일본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주혁이 대뜸 폭소를 터트렸다. 덕분에 박팀장이 되물었고.
“ 사장님? 왜 갑자기 웃지? ”
강주혁의 웃음은 정확히 5초간 이어진 뒤, 가까스로 웃음을 멈춘 주혁이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며 말을 이었다.
“ 아니, 아니야. MV e&m이 수입하려는 애니메이션이 일본 거라면 냅둬. 하는 김에 처리하면 되니까. ”
“ 하는 김에? ”
“ 어어- 그리고 다른 건? ”
“ 아. GM엔터테인먼트 이강수 사장. 그 친구 상판은 그렇게 안 생겼는데, 지저분하네. ”
“ 왜? ”
“ 출처는 확인 안 됐고, GM엔터가 활용하는 언론사 프락치 기자한테 홍혜숙 작가님 표절 찌라시를 던졌어. ”
표절이라는 단어에 주혁이 헛웃음을 뱉었다.
“ 표절?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
“ 그러게. 어디서 뽑은 찌라신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사장님이 말한 대로 그쪽 언론사 편집장한테 우리 측 정보 넘겨주면서 막긴 막았어. 이강수. 냅두면 귀찮을 듯싶은데? ”
“ ······일단 알았어. ”
“ 오케이~ 꼭 살아서 돌아와야 돼. 사장님. ”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고, 핸드폰을 내린 주혁이 팔짱을 끼며 혼잣말을 뱉었다.
“ 토우타 나오무네. 그 노친네가 부추겼네. ”
곧, 산신령같이 생긴 토우타 나오무네를 떠올리던 주혁이 꼬았던 다리 방향을 바꾸며 짧은 생각에 빠졌다.
‘ 이강수의 움직임이야······예상했지만. 내가 여기서 토우타 나오무네를 예상치 못하게 만나면서, 너무 빨라졌어. ’
토우타 나오무네와 예상치 못한 조우.
따라서 이강수 사장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었다. 이렇게 되면 주혁으로선 살짝 곤란했고, 꼰 다리를 까딱거리며 생각에 빠졌던 그가 결론을 내렸다.
“ 슬슬 떡밥을 던져 볼까? ”
몇 시간 뒤, 한국. 늦은 밤.
GM엔터테인먼트 사장실에서 재킷은 벗고, 회색 정장 조끼를 입은 이강수 사장이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 뿌리질 못했다? 왜요? ”
“ 아니! 멧돼지 편집장이 갑자기 발광하는 바람에! ”
그런데 이강수 사장이 통화하는 상대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사장실 전체가 울릴 정도였다.
“ 스타작가 홍혜숙의 일본 작품 표절이면 특종인데! 평소에 특종 하면 무릎이라도 꿇는 돼지 새끼가! 망할! 왜 갑자기 저 지랄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후- 아예 언론 쪽 말고, 뒷구멍으로 흘려볼까요? ”
“ ······아니. 가뜩이나 찌라신데. 뒤로 흘리면 오히려 일본 쪽이 욕먹을지 몰라요. 일단, 끊죠. ”
“ 예예. 다시 연락 주세요. ”
-뚝.
이어 전화를 끊은 이강수 사장이 작게 읊조렸다.
“ 그 편집장. 내가 봤을 때도 특종하면 거품 무는 새끼였는데 왜 갑자기······혹시. 강주혁이 사전에. 아니, 그러기엔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지 않나? ”
강주혁은 현재 독일 베를린에 가 있었다. 아무리 연락통을 열고 떠났어도, 이렇게 순식간에 대처한다는 건 그 강주혁이라도 불가능했다.
그런데 지금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었다.
“ 대체. 무슨 짓을 벌일. ”
바로 그때.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책상에 올려놨던 그의 핸드폰이 진동을 뱉었다. 덕분에 진지한 고민에 빠졌던 이강수 사장이 핸드폰을 집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그런데.
“ ······이런 시발. ”
발신자를 확인한 이강수 사장이 대뜸 욕을 뱉었다. 당연했다. 지금 핸드폰 화면에 표시된 이름이 강주혁이었기 때문.
어쨌든 이강수 사장이 어금니를 빠득 물며 전화를 받았다.
“ ······네. 저예요. ”
“ 이강수. 아니, 이태평씨. 꽤 지저분하게 나오시네요. ”
“ ······ ”
강주혁의 목소리를 들어선, 이미 공격받았던 것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 뭐, 좋습니다. 계속하셔도 되는데, 하나 제안할까 해서 전화했습니다. ”
“ 제안? ”
“ 예. 제안이요. 제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입 닥치고 가만히 있으면 고급 정보를 드리죠. ”
꽤 거친 말이 섞인 대답에 이강수 사장의 눈썹이 씰룩이며 대답에 무시를 섞었다.
“ 고급 정보라고 해도, 주혁씨 당신이 주는 정보라면. ”
허나, 강주혁이 이강수 사장의 말을 잘라먹고 끼어들었다.
“ 예를 들어 이런 정보는 어때요? 당신네 회장이 가진 마약 공장의 위치라든지? ”
-덜컹!
말을 듣자마자, 이강수 사장이 자리서 벌떡 일어났다.
“ ······뭐? ”
다시 베를린. 강주혁의 숙소.
방금 이강수 사장과 전화를 끊은 주혁이 픽 웃으며 핸드폰을 탁자에 올렸다.
“ 놀라긴. ”
예상하긴 했지만, 이강수 사장의 반응은 강주혁을 꽤 즐겁게 해준 모양이었다.
“ 좀 이르긴 하지만, 상관없겠지. 자- 떡밥은 던졌고,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
그런데 그 순간.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탁자 위, 주혁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홍보팀 박팀장인가 싶어 주혁이 핸드폰을 집었다. 그런데.
*070-1004-1009
전화는 박팀장이 아닌 보이스피싱.
곧, 눈이 커진 주혁이 읊조렸고.
“ 심사가······벌써? ”
말을 마친 그가 전화를 받았다. 이어 그의 핸드폰에서 경쾌한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실버’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유료서비스 VIP 전담팀에서 연락드립니다!]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주혁이 빠르게 1번을 눌렀다.
-띠익.
그러자 키워드가 들려왔다.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수표’ ]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키워드는 ‘수표’ 하나뿐이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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