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15
‘블랙’단계의 첫 보이스피싱. 주혁은 지체없이 전화를 받았다. 곧,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블랙’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VIP 유료서비스 ‘블랙’의 남은 횟수는 총 20번입니다!!] [VIP 유료 서비스인 ‘블랙’단계를 통해 인생역전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여기까진 ‘실버’단계와 비교하면 여자 목소리와 단어 몇 개 빼곤 대체로 비슷했다. 어쨌든 주혁이 1번을 빠르게 눌렀고.
-띠익.
버튼음을 끝으로, ‘블랙’단계의 첫 키워드들이 들렸다.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Legend of Legends’, 2번 ‘하루에 몽땅 공개’, 3번 ‘Ugly girl’, 4번 ‘최대 5천만 명’, 5번 ‘지난달 30일 새벽’, 6번 ‘가정부로 20년을 산’, 7번 ‘럭키박스’ ]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나열된 키워드들을 듣자마자, 주혁이 웃음 지었다.
“ 이것 봐라? 영어가 나오네? ”
VIP 유료서비스의 ‘블랙’단계 키워드들 중 가장 큰 변화는 영어로 된 키워드가 나왔다는 점이었다. 여자 목소리가 들려주는 발음 자체도 명백히 영어 발음이었고, 지금껏 보이스피싱이 제시하는 키워드에선 단 한 번도 영어가 나오지 않았었다.
즉.
“ 당장은 글로벌한 느낌이 들긴 하는데······ ”
앞으로 계속 ‘블랙’단계의 보이스피싱을 써봐야 정확히 파악되겠지만, 당장은 글로벌한 분위기가 강했다.
-스윽.
이어 간만에 수첩을 꺼낸 주혁이 방금 들었던 키워드들을 메모하며 읊조렸다.
“ 또 공부 시작이군. ”
‘실버’단계에서도 그랬지만, 보이스피싱의 단계가 바뀌면 주혁은 바뀐 보이스피싱의 단계에 관해 공부를 해야했다.
그래야 정확히 써먹을 수 있으니까.
어쨌든 키워드들의 메모를 마친 주혁이 적힌 키워드들을 다시 확인했고.
[ 1번 ‘Legend of Legends’, 2번 ‘하루에 몽땅 공개’, 3번 ‘Ugly girl’, 4번 ‘최대 5천만 명’, 5번 ‘지난달 30일 새벽’, 6번 ‘가정부로 20년을 산’, 7번 ‘럭키박스’ ]혼잣말을 뱉었다.
“ 실버에선 5번까지만 들렸고, 6번은 ‘랜덤박스’였는데······ ”
‘블랙’으로 넘어오니 6번도 해금됐고, 심지어 7번에는 ‘랜덤박스’가 아닌, ‘럭키박스’가 차지하고 있었다.
“ 럭키박스? ”
곧, 주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물론 키워드 전체에 호기심이 들긴 했으나, 특히 7번 ‘럭키박스’에 호기심이 강했다.
“ 랜덤박스는 생성되는 조건이 있었는데, 이 ‘럭키박스’는 그렇지 않은 건가? ”
과연 어떨까? 확인해봐야 했다.
생각을 마친 주혁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가 선택한 것은 7번 ‘럭키박스’였고.
-띠익.
키워드 선택과 함께 여자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 완벽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럭키박스’입니다! ] [‘블랙’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블랙’단계부터 는 ‘럭키박스’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럭키박스’는 앞선 3개의 키워드 결과 달성률이 100%일 때 해금됩니다! 이번은 ‘럭키박스’의 조건이 충족되지는 않았으나, VIP 유료서비스인 ‘블랙’단계 승급기념 1회 한정으로 해금시켜드렸습니다!!]“ 3개? ‘랜덤박스’는 5개 아니었나? ”
중간에 주혁이 읊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자 목소리는 계속해서 들렸다.
[지금부터 ‘럭키박스’는 조건이 충족될 때마다 서비스될 예정이며 ‘럭키박스’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거나, 단계가 높아질수록 여러 컨텐츠가 포함되어 강화됩니다. ‘럭키박스’를 선택하지 않으셔도 충족된 조건은 모두 리셋되니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여기서 잠시간의 정적.
[ ······ ]이후.
[강주혁 님의 제1차 ‘럭키박스’를 개봉하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축하드립니다! 강주혁 님의 제1차 ‘럭키박스’에서 마니또의 미래 지식인이 나왔습니다. 문자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뚝!
이렇게 보이스피싱이 가차 없이 끊기자, 주혁의 두 눈에 물음표가 떴다.
“ ······마니또의 미래 지식인? 이건 또 뭔. ”
하지만 강주혁이 뭔가 생각할 새도 없이 그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도착했고.
-띠링!
*070-1004-1009
도착 번호는 보이스피싱. 여전히 궁금증이 일었으나, 주혁은 빠르게 문자를 확인했다.
-1차 럭키박스/ 마니또의 미래 지식인.
-유효기간/ 30일(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파일은 열리지 않게 됩니다.)
-첨부: 1. 마니또의 미래 지식인.
분명 ‘럭키박스’는 ‘랜덤박스’와 비슷하면서도 명백하게 달랐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 왜 마니또가. ”
미래 기사나 미래 블랙박스 영상 같은 파일이 오던 ‘랜덤박스’에 비해 지금의 ‘럭키박스’는 마니또라는 단어가 정확하게 명시됐다.
어쨌든 주혁이 문자 내용 중, 마지막에 첨부된 마니또의 미래 지식인을 터치했고, 핸드폰 화면이 사진 한 장을 출력했다.
한 검색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식인 페이지를 스샷찍은 듯한 사진.
{Q: 마니또는 미국 진출에 실패한 건가요? 요즘 좀 안 보여서. 아시는 분 자세하게 답변 부탁드립니다!}
{개시자: 비공개/ 2023.07.01./ 조회수: 445}
{h****님 답변/ 태양신/ 답변채택 수 6.743}
{A: 정확히 말씀드리면 걸그룹 마니또의 해외 진출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금 미묘하죠. 마니또의 미국 진출의 시작은 콘서트였으나, 결과가 조금 아쉽다는 평이 많습니다.}
{결과적으론 2년간의 노력으로 얻어낸 것은 빌보드 200 차트 중 178위에 오른 것이 끝이죠. 물론,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아시아의 걸그룹이 빌보드에 오른 것 자체가 대단하긴 합니다. 그러나 쏟은 돈에 비하면 결과가 아쉽다는······}
핸드폰에서 출력하는 태양신의 답변을 보던 주혁이 읊조렸다.
“ ······그러니까 뭐야. 실패는 아닌데, 결과가 미적지근하다 이건가? ”
강주혁이 원하는 결과는 ‘미적지근’이 아니었다.
“ 그럼. 안 되지. ”
곧, 그의 머리가 빨리 돌기 시작했다. 마치 계획을 변경하는 듯. 이어 정확히 5분여가 흘렀을 때 강주혁이 픽 웃으며 혼잣말을 뱉었다.
“ 빌보드차트 178위 가지곤 부족하지. 1위라면 모를까. ”
그 시각, 미국 LA.
한국은 아침이었지만, LA는 오후였다. 장소는 무비마운틴 픽쳐스의 스튜디오. 즉, 거대한 촬영 세트장이었고, 지금은 ‘화이트 빅 마우스’의 촬영 준비가 한창이었다.
“ 아니아니. 진훈. 이번 씬은 길게 갈 거야. 그러니까 이곳에서부터 저쪽 커브를 돌아······ ”
영화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현장이 굴러가는 호흡은 한국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차이는 단연 촬영 장비들.
“ 존!! 여기 스콜피오암(촬영 특수장비) 확인해줘! ”
오늘 촬영은 카 체이스(차량 추격씬) 촬영인지, 세트장 주변에 세워진 차가 많았다. 그중 검은색 승합차 앞에 선, 의상으로 더러워진 흰색셔츠를 입은 정진훈에게 ‘화이트 빅 마우스’ 샘 멕케이 감독이 동선 가이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오늘 카 체스트 씬에선 김재욱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바쁘게 돌아가는 촬영 현장에서 꽤 벗어난 도로에 해외파트 송이사가 서 있다. 그는 누런 종이봉투에 담긴 팝콘을 와삭와삭 씹으며 촬영을 구경 중이었다.
“ 휘유- 장비 봐라. 장비. ”
방금 한 주먹에 팝콘 5~6개 정도를 입에 털어 넣은 송이사가 혀를 내둘렀다. 당연했다. ‘화이트 빅 마우스’ 영화 촬영장에는 실제로 엄청난 장비들이 즐비했다.
“ 다 합치면 얼마쯤 하려나? ”
공사장에서나 볼법한 크레인. 그 크레인에 대롱대롱 매달린 승용차, 대포같이 생긴 카메라, 몸에 지고 뛰어다니며 찍는 스태디캠은 물론이고.
뭣보다.
“ 저게······스콜피오암(촬영 특수장비)이군. ”
카메라가 승합차 지붕 위에 달린 장비가 인상적이었다. 저 장비가 바로 스콜피오암(촬영 특수장비). 주로 긴박한 카 체이스(차량 추격씬) 촬영에 쓰이는 스콜피오암은 차 위에 작은 크레인이 달려있고, 그 크레인 끝에 카메라가 달린 형태.
한국이 주로 렉카를 이용한다면 헐리웃은 이 스콜피오암을 사용한다.
저 장비 하나의 가격이 무려 6억 이상.
어쨌든 신기하고, 대단한 특수 촬영 장비가 즐비한 ‘화이트 빅 마우스’ 촬영 현장. 그런 현장을 보며 회색 후드집업을 입은 송사장이 읊조렸다.
“ 우리 돈이 다 저기에 쓰인 거지. 스읍- 스콜피온암은 한국에서도 쓸법한데 말이야. 이미 쓰고 있으려나? ”
바로 그때.
“ 쏭! 넌 일이 없어? 왜 매일같이 오는 거야? ”
송이사의 뒤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흰색 긴팔티에 검은색 재킷을 입은 캘리였다.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팝콘을 추가로 입에 넣어 와삭거리는 송이사가 웃었다.
“ 캘리. 난 여기 나오는 게 일이야. 현재로선 들어간 헐리웃 영화가 ‘화이트 빅 마우스’ 밖엔 없어. ”
“ 그래? 그건 그렇고······ 송. 군것질 좀 그만해. 너 LA 와서 살쪘어. 알아? 배도 좀 나온 것 같은데? ”
그쯤.
“ 액쎤!! ”
샘 맥케이 감독이 무전기에 대고, 크게 외쳤다. 카 체이스 씬 촬영이 시작됐다는 뜻이었고.
-우우우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5대가 넘는 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지붕에 카메라가 달린 차가 가장 늦게 출발했고, 스태디 캠을 진 스텝이 뛰자, 사방에 달린 특이한 카메라들의 고개가 달리는 차를 따라 움직였다.
-쿵!!
그때 크레인에 달린 승용차가 바닥에 떨어졌다. 정진훈이 탄 차는 그 승용차를 피해 커브를 돌았다. 이렇듯 모든 촬영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송이사의 입에서 뱉어졌다.
“ ······지금 촬영만 7분이 넘지 않았나? 안 끊고 가네? ”
그러자 옆에 섰던 캘리가 연주황 머리카락을 묶으며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 롱테이크(한 씬을 길게 찍는 것)잖아. ”
“ 이번 카 체이스 씬을 롱테이크로 가는 거였어? ”
“ 응. 요즘 헐리웃 추격씬 추세가 그래. ”
답변을 들은 송이사가 ‘음’ 정도의 침음을 뱉으며 촬영장 쪽으로 고개를 다시 돌렸다. 롱테이크는 힘든 작업이다. 더군다나 저렇게 긴박하며 위험한 카 체이스 씬이면 더더욱 고도의 집중도가 요구된다.
그런데도 ‘화이트 빅 마우스’ 촬영 스텝들은 아무렇지 않게 척척 해내고 있었다.
“ 과연. 헐리웃이라고 할까. ”
작게 뱉은 송이사의 감탄을 들은 캘리가 본격적으로 일을 할 참인지, 픽 웃으며 촬영장 쪽으로 걸었고.
“ 그럼 송. 난 일하러 갈게. 다시 말하지만, 군것질 좀 그만해! 너무 배 나오면 여자들에게 인기 없어! 알았지? ”
그런 캘리를 송이사가 대뜸 불러세웠다.
“ 캘리! ”
“ 응? ”
이어 세 걸음 정도 떨어진 캘리에게 다가선 송이사가 그녀의 귓가에 작게 말을 전했다.
“ 곧, 시놉하나 들어올 것 같은데. 봐줄 수 있나? 물론, 제작까지 보고 있는 시놉이야. ”
그런 송이사와 캘리를 꽤 먼 거리서 지켜보는 정장 입은 남자 3명. 그 중 젤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제품으로 머리를 깔끔하게 넘긴. 덕분에 쓸어넘긴 머리가 반짝거리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
“ 저 남자가 그 한국 투자사 대표로 와 있는 남잔가? ”
남자가 뱉은 말은 중국어였다.
몇 시간 뒤, 다시 한국.
한국은 점심시간이었다. 그쯤 강주혁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내려보고 있었다. 바로 오전에 받은 ‘럭키박스’ 첨부파일을 보고 있는 것.
“ ‘랜덤박스’는 나와 관련됐지만, 정보 자체는 그야말로 베일에 싸인. 내가 직접 발로 뛰어야 되는 미래정보들이었어. ”
‘랜덤박스’는 주체도 미래정보도 그야말로 랜덤. 그런데 아침에 받은 ‘럭키박스’는 조금 달랐다.
“ 내가 마니또 관련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치 짠 듯이 마니또의 미래 지식인을 줬단 말이지····· 이거 설마. 내 선택에 관련된 미래정보를 주는 건가? ”
물론, 아직 더 사용해봐야 알겠지만, 만약 ‘럭키박스’에서 제공하는 미래정보가 주혁의 추측대로라면.
“ 그러면 이건 진짜 내가 필요로 할 때, 엄청난 힘을 발휘할 거야. 이 정도면······치트키를 넘어섰는데? ”
그야말로 치트키를 넘어선, 어마어마한 ‘럭키박스’였다. 뭐가 됐든 더 사용해봐야 알겠지만.
이어 주혁은 ‘럭키박스’가 보내온 첨부파일. 마니또의 미래 지식인을 말없이 내려 봤다.
“ ······ ”
그렇게 약 1분간 핸드폰을 내려보던 주혁이 핸드폰을 다시 집었고.
-스윽.
홍혜수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전화를 빠르게 받았는지, 주혁의 입이 빠르게 열렸고.
“ 누나. 마니또 관련해서, 할 말이 있어. ”
홍혜수 부장에게 주혁이 지시를 내렸다.
“ 내일 누나하고, 마니또 멤버들 그리고 김수열 팀장 좀 모아줘. ”
같은 날, 늦은 밤. 최상희 감독의 편집실.
편집실에는 소소하게 강주혁, 최상희 감독 그리고 큐애니스튜디오의 김진구 프로듀서가 모였다.
이어 최상희 감독이나 김진구에게 짧은 안부를 묻던 주혁이 입은, 갈색 더블코트를 벗으며 물꼬를 텄다.
“ 슬슬 볼까요? ”
그러자 쓰고 있던 안경을 추켜올린 최상희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습니다. ”
-탁.
이어 최상희 감독이 무슨 버튼을 누르자.
“ ‘폭풍전야’ 테스트 시사. 시작하겠습니다. ”
모니터에 애니메이션 ‘폭풍전야’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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