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17
2월 28일 일요일. 직원들은 모두 휴무였지만, 역시나 주혁은 아침부터 출근했다.
“ 후- ”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입었던 코트를 의자에 걸친 주혁이 커피머신기 쪽으로 몸을 돌렸을 때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속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벨소리를 뱉어냈다. 덕분에 걸음을 멈춘 주혁이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고.
-김태우 PD님.
상대는 김태우 PD였다. 발신자를 확인한 주혁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 네. PD님. ”
“ 사장님. 통화 괜찮으십니까? ”
“ 그럼요. 말씀하세요. ”
“ ‘없어졌던 남자’ 시즌1. 어제 편집 끝냈습니다. ”
-멈칫.
머신기로 이동하던 주혁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 끝났습니까? 편집. ”
“ 예. 어제 편집 끝내고, 지금 KBC 들어가는 중입니다. 드라마 넘기러. ”
대답을 들은 주혁이 가던 길을 멈추고, 엉덩이를 책상에 걸쳤다.
“ 수고 많으셨습니다. ”
“ 하하. 이번 달 중순에 시즌2도 들어가야 되고, 아직 그 말 듣긴 이릅니다. ”
“ 그래도 며칠은 푹 쉬세요. PD님. 쓰러지시면 드라마고 뭐고, 큰일 나니까. ”
“ 안 그래도 요즘 홍혜숙 작가님이나 정작가님이 자꾸 홍삼이네 보약이네 입에 꾸겨 넣어서, 죽겠습니다. 아주. ”
“ 그래요? 저도 챙겨야겠네요. ”
강주혁이 웃으며 동참하자, 김태우 PD가 학을 뗐고.
“ 허이구. 거절입니다. 집에 쌓인 보약만 한 트럭입니다. 한 트럭. 내후년까지 먹어도 남아요. ”
책상에 걸쳤던 엉덩이를 띠어, 커피머신기 쪽으로 다시 걷던 주혁이 순간 무언가 떠올렸다.
“ 참. 작가님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홍혜숙 작가님이나 정작가님. 혹시 차기작 쓰십니까? ”
“ 글쎄요. 얘기는 없었습니다. 홍혜숙 작가님은 몰라도, 정작가님이 차기작을 쓰고 있다면 제가 벌써 알고 있었을 텐데······왜 그러시는지. ”
김태우 PD가 물음을 던지자, 주혁이 뽑힌 커피를 입에다 대며 웃었다.
“ 아니, 그냥 뭐. 이번 ‘없어졌던 남자’를 보니, 정작가님, 홍혜숙 작가님 두 분 케미가 잘 어울려서요. 콜라보로 작품 하나 제안할까 싶어서. ”
“ 오- 그렇습니까? 사장님이 제안하는 작품이라······벌써 기대가 됩니다. ”
이어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꼰 강주혁이 답했다.
“ 만약 그 작품이 진행되면 당연히 연출은 김태우 PD님이 맡아주셔야 됩니다. ”
몇 시간 뒤, 점심 무렵.
후끈한 사무실 공기 때문인지, 정장 재킷을 벗고 셔츠에 넥타이만 맨 주혁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던 주혁이 책상 위 달력을 집었다.
“ 보자- 오늘이 2월 28일. ‘없어졌던 남자’ 첫 방이 3월 17일. ‘폭풍전야’ 개봉 24일. ‘상품을 소개합니다’ 영화판 개봉이 31일. ”
주혁은 집은 달력을 검지로 하나하나 찍어가며 날짜를 정리했다. 결론적으로 첫 주와 둘째 주를 빼면 일정이 줄줄이었다.
“ 처음 2주는 홍보, 마케팅 주라고 치고. ”
이어 다시금 자리에 앉은 주혁이 집었던 달력을 제자리인 책상에 올리면서 읊조렸다.
“ 슬슬 깔린 판에 주사위를 굴려보자. ”
-스윽.
말을 마친 그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상대가 기다리고 있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 전화 받는 속도가 빨랐다.
“ 네. 저예요. ”
“ 이강수 사장님. 우리 슬슬 만나야죠? ”
주혁이 전화를 건 상대는 GM엔터테인먼트의 이강수 사장이었고.
“ ······그렇죠. 그런데 정말 그때 말한 얘기. 믿을 만한 정본가요? 만약 시간을 끌기 위한 거짓 정보라면. ”
“ 그러면? 그러면 어쩌시게요. 뭐. 저번처럼 뒷구멍에서 찌라시라도 뿌릴 생각입니까? 하시던지요. ”
“ ······ ”
꽤 강하게 나가는 주혁 때문인지, 이강수 사장에게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곧, 자리서 일어난 주혁이 한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을 이었다.
“ 이강수 사장님. 피차 바쁜 거 빤히 아는데, 쓸데없는 의심으로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 예? ”
“ ······ ”
“ 예? ”
“ 그러죠. ”
이어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지키는 이강수 사장의 답변에 주혁이 픽 웃었다.
“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만나는 건 17일. 그러니까 우리 드라마 전쟁 날 어때요? ”
“ 서로 그날이 첫 방일 텐데, 드라마를 같이 보면서 얘기를 나누잔 말이네요. ”
“ 맞아요. 같이 TV 보면서 얘기하자는 거지. 드라마 전쟁의 결과를 지켜보면서. 당신이 궁금해하는 토우타 나오무네에 관한 것은 그날 다 말씀드리죠. ”
왠지 모르게 약속을 잡는 주혁의 얼굴에는 흥분이 잔뜩 서려 있었다.
“ 어때요? 스펙터클 하겠죠? ”
이후, 3월 초.
확실히 사령탑인 강주혁이 국내에 있으니, 모든 일은 주혁이 독일에 있을 때보다 신속하게 진행됐다. 그만큼 시간도 빠르게 녹아 사라졌다.
“ 재벌가 집안을 좀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
“ 내 가족들 말인가? ”
3월 첫 주. 지금 최명훈 감독과 김재황 사장의 점심 식사 자리처럼 두 남자의 만남은 잦아졌다.
“ 김재황 사장님 가족들도 가족들이지만, 그냥 재벌가 내부의 대체적인 분위기랄까요? ”
당연했다. 벌써 시나리오 집필 3달째로 접어든 최명훈 감독은 재벌가에 관한 자료조사와 취재를 비롯한 재벌가 관련 캐릭터를 잡고 있었기 때문.
덕분인지 처음과는 다르게, 두 남자의 친분도는 높아진 상태였다.
“ 글쎄······내 가족들이라. 가족이지만 등 뒤로 칼을 들고 있는 사이랄까? ”
“ 조금 더 자세히 부탁드립니다. ”
보통 시나리오 전 작성하는 시놉과 트리트먼트(시놉시스에서 발전된 단계)를 작성하기 위해선, 주제에 맞는 어마어마한 양의 자료조사와 취재가 뒤따른다.
특히나 재벌가 이야기라면 더더욱.
하지만 다행히도 이번 작품을 진두지휘하는 최명훈 감독에게 자료조사와 취재에 어려움은 없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 우리의 관계는 언제나 득과 실이 따르는, 아주 복잡한 관계야. 가족이라는 형태 안에서 벗어나진 못하지만, 그럼 에도 따질 건 확실히 따져야 하지. 그렇게 태어났고, 그대로 자라왔으니까. ”
국내 1위 기업인 해창그룹의 김재황 사장이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까.
이어 3월 첫 주 중 금요일.
쌍코피 터트려가며 편집에 매달리던 백번 촬영팀이 ‘병맛같은 체험’ 베를린 국제 영화제 1편을 업로드했다.
그런데.
[채널명: 안병맛] [구독자 89만 명]-병맛같은 체험/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ㅠㅠㅠ!!(feat. 상품을 소개합니다, 은곰상)
-[1화]/ENG SUB
-인기 급상승 동영상 #1
-조회수 2,012,441회/ 2021. 3. 5
반응이 뜨거웠다. 아니, 사실 이 정도면 반응이 미쳤다고 봐도 무방했다. 200만 조회수. 일주일이나 한 달이 걸린 것이 아닌, 고작 업로드 14시간 만에 오른 200만 조회수였다.
-와ㅏㅏㅏㅏㅏㅏㅏ 안병맛 찬양합니다!! 다들 베를린 국제 영화제 현장 궁금했을 텐데, 이걸 올려주네!!
-확실히 해외 영화제는 한국이랑 차원이 다르구나….
-ㅋㅋㅋㅋㅋㅋ안화영 미친ㅋㅋㅋㅋㅋ베를린까지 가서 병맛 ㅈㄴ뿌리고 있네.
-왘ㅋㅋㅋㅋ해외 영화제라 그런가? 사회자가 수상할 배우를 그냥 까버리넼ㅋㅋㅋ
-우리나라에서 저렇게 영화제 진행하면 다음 날 전부 뒤집어짐.
-ㅇㅈㅈ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저런 진행? 절대 불가능이지.
“ 지금 조회수 얼마야! ”
“ 업로드 14시간! 200만 돌파! ”
이미 ‘상품을 소개합니다’의 은곰상 수상으로 국내가 뜨겁기도 했지만, 최철수·류성원 감독들이 눈코 뜰 새 없는 스케쥴을 소화하고 있고, 거기다 보이스프로덕션 홍보팀의 보도자료 지원사격이 뒷받침되면서 이뤄낸 조회수였다.
조회수 400만, 500만도 불가능은 아니었다.
이어 3월 첫 주 주말부터는 배급사 VIP 픽쳐스가 움직였다. 본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기 시작한 것.
『[무비IS]보이스프로덕션표 애니메이션 ‘폭풍전야’ 3월 24일 개봉!』
『영화에서 드라마 이제는 애니메이션까지? 강주혁의 손을 탄 애니 ‘폭풍전야’ 오는 24일 개봉』
『‘강주혁’이 내세운 애니메이션 ‘폭풍전야’, 6·25전쟁이 모티브』
VIP 픽쳐스가 애니메이션 ‘폭풍전야’의 배급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함에 따라, MV e&m 배급사업본부도 바쁘게 따라붙었다.
『MV e&m측 “일본원작 애니메이션 ‘저 푸르른 언덕 뒤’, 개봉은 24일”』
『보이스프로덕션을 견제하는 것? MV e&m이 개봉시킨다는 애니메이션, ‘폭풍전야’와 같은 날 개봉!』
『일본에서 히트 친 애니메이션 ‘저 푸르른 언덕 뒤’ 3월 24일 개봉!』
두 작품 모두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VIP 픽쳐스는 동시에 한가지 배급 마케팅을 더 벌이고 있었다.
『[Movie] 베를린 영화제서 은곰상 탄 ‘상품을 소개합니다’ 드디어 한국 상륙! 3월 31일 대개봉!』
이어 3월 둘째 주는 방송국이 바빴다.
KBC 드라마국은 3월 17일 첫 방인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 16부 전체를 검수 중이었고.
“ 김PD! 이거 오류 있는지, 확실하게 검수해야 된다? 혹시나 오류 발견되면 보이스프로덕션에 바로 연락 때리고! ”
“ 예!! 국장님. ”
SBC 드라마국은 드라마 ‘대등한 법조인’ 관련, 홍보에 온 힘을 집중하고 있었다.
“ 무조건! 무조건 KBC보다 티저 많이 뽑고, 비하인드랑 예고편 많이 내보내! ”
“ 국장님- 애들 다 죽어요. ”
“ 지랄. 이거 지면 그냥 우리 다 죽는 거야! 알아들어?! ”
“ 후- 예에~ ”
물론, 두 방송국 모두 3월 초부터 이미 드라마 티저 공개부터 시작해서, 예고편, 메이킹영상 등을 공개하며 홍보를 시작한 상태였고.
『[TV이슈] 강주혁 모티브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 3월 17일 첫 방!』
『‘없어졌던 남자’vs‘대등한 법조인’ 17일 전쟁, 과연 승자는?』
『KBS와 SBC의 드라마 전쟁까지 앞으로 일주일, 승리의 미소는 어느 곳이 지을까?』
당연하게도 언론은 ‘전쟁’이라는 자극적 단어로서 대중들을 현혹시켰다.
-‘없어졌던 남자’ 한 표.
-이제 강주혁 실패할 때도 됐음. ‘대등한 법조인’이 이길 듯.
-ㅋㅋㅋㅋㅋ뭘 실패할 때도 돼. 강주혁이 실패하는 것은 보기싫다!!!
-음…티저 보니까, ‘대등한 법조인’에 이민정이 ㅈㄴ 예쁘긴 하더라.
-‘없어졌던 남자’ 메이킹 못 봄? 강하진 존녜던데? 강하진 미만 잡.
-↑네 다음 덕후.
-근데 이렇게 대놓고 맞붙으니까, 결과가 준나 기대되긴 한닼ㅋㅋㅋㅋ졸잼일 듯.
이 같은 상황에 각 드라마 팀은 비슷하지만 다른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대등한 법조인’팀은 촬영을 진행하며 첫 방을 확인해야 했고, 현재 전체적인 휴식기에 접어든 ‘없어졌던 남자’팀은.
[여러분 드디어 ‘없어졌던 남자’ 첫 방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에 기념 겸 실시간으로 확인을 하기 위해, 드라마 첫 방 17일 날 전체 회식이 잡혔습니다. 바쁘신 분들은 불참하셔도 됩니다(진짜? 돼지아니고 소먹는데 진짜 안 와요?) 그날 뵙겠습니다!]드라마 첫 방 날 전체 회식을 즐기며 모이기로 했고, 조연출의 문자를 받은 홍혜숙 작가가 미소지으며 정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소연아. 문자 받았지? ”
“ 네. 선생님. 소 먹는데요. 소. ”
“ 제작사가 보이스프로덕션인데 소 정돈 먹어줘야지. 그나저나. 너 안숙희 작가랑 한 내기. 안 잊었지? ”
이어 정작가의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 당연하죠. 그 여자 무릎 꿇린다고 제가 몇 날 며칠 밤을 새웠는지 다 아시잖아요. ”
며칠 뒤, 3월 17일 수요일. 이른 오후.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의 첫 방 날인 17일. 시간은 오후 5시쯤. 몇 주간 내부로나 외부로나 미친 스케쥴을 소화하던 강주혁은 보이스프로덕션의 본사인 삼성동 사옥 3층 휴게실에서 찾을 수 있었다.
“ ······ ”
현재 휴게실은 텅 비어있었고, 강주혁은 지금 커다란 TV 앞 소파 중 상석에 앉아, 다리를 꼰 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가 보고 있던 메일의 제목은 영어로 돼 있었고 번역하자면 이랬다.
[ 포커스무비에서 시나리오 보내드립니다. 늦어서 죄송해요/ 린다]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만났던 파마머리 린다가 보내온 메일이었고.
“ 꽤 늦었는데? ”
첨부파일에는 시나리오 한 부가 걸려 있었다. 분명, 베를린에서 얘기 나눴던 시나리오가 틀림없었다.
-스윽.
이어 주혁이 도착한 시나리오를 누르려던 때에.
“ 사장님. 모셔왔습니다. ”
대뜸 황실장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덕분에 시선을 핸드폰에서 위로 올린 주혁이 황실장의 뒤쪽에 선, 회색 정장의 남자를 보며 미소 지었고.
“ 일찍 오셨네요. 이강수 사장님. 급하셨나? ”
“ ······그럴 리가요. ”
상대는 이강수 사장이었다. 어쨌든 강주혁이 핸드폰을 속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소파에서 일어나, 왼쪽 자리를 권했다.
“ 일단, 앉아요. 드라마 시작까지는 아직 3시간 정도 남았으니까, 그전까지 얘기나 하죠. ”
드라마 전쟁 발발까지, 정확히 3시간이 남았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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