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19
KBC는 중간광고 없이 드라마가 쭉 이어졌고, SBC는 중간광고가 모두 끝나고 다시금 드라마가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2~3분 정도의 중간광고 시간에 시청률 차이는.
‘대등한 법조인’ 9.8%, ‘없어졌던 남자’ 23.9%.
그 짧은 시간에 시청률이 꽤 벌어졌다. 이쯤 드라마를 보던 각 팀은 반응이 꽤 상이했다.
‘없어졌던 남자’팀은 장구와 꽹과리만 없다뿐이지, 난리가 났다.
“ 10% 이상 차이 난답니다!!! ”
“ 우와아악!! ”
“ 야야! 진정해라! 아직 안 끝났다?! ”
“ 하하. 그런 촬영 감독님은 왜 웃고 계세요? 아주 입꼬리가 하늘로 승천하겠는데? ”
반면, 현재 시청률을 전달받은 ‘대등한 법조인’팀 촬영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차분했다.
“ ······PD님. 상황이 좀. ”
“ 괜찮아. KBC에서 중간광고를 빼고 갈 줄은 생각 못 했지만, 채널은 광고 나갈 동안만 살짝 빠진 거다. 곧, 돌아올 거야. ”
“ 그, 그래! 맞아! 그럴 거야. 아니! 그래야만 해! 꼭!! ”
‘대등한 법조인’의 남자 PD가 희망을 불어넣자, 여주인 이민정이 그 희망에 동조했다. 덕분인지 ‘대등한 법조인’의 촬영장의 무거운 분위기가 아주 살짝 풀렸다. 이렇듯 TV를 보는 각 팀은 차이 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상반된 총선 투표결과를 방금 들은 정치인들의 모습 같았고.
그쯤 현 시청률 상황을 들은 제작이사 오희연 역시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보단 그녀의 부하직원인 팀장이 더욱 발광했다.
“ 이사님! 시청률이 10%나 차이 납니다!! 위에다 뭐라고 보고를 올려야 할지! ”
“ 아직······아직 보내지 마. 돌아간 시청률은 반드시 돌아올 거야. 그리고 KBC 저쪽은 중간광고를 뺀 만큼 드라마 자체는 빨리 끝날 거야! 그래! 그때 우리가 시청률 빨면 돼! ”
“ 그, 그럴까요? 그렇겠죠? ”
이어 중간광고 이후의 시청률이 각 방송국의 주조정실에서 다시금 발표됐다. 발표된 숫자를 보니, 제작이사 오희연의 말대로 어느 정도 회복되긴 했다.
다만.
“ ‘대등한 법조인’! 현재 시청률! 10.9%!! ”
“ ‘없어졌던 남자’! 현재 시청률! 23.1%!! ”
중간광고 동안에 돌아갔던 ‘대등한 법조인’의 채널이 어느 정도 회복되긴 했으나, 이탈 채널도 많았다. 흐름이 달라지고 있음을.
시청자들이 채널을 결정하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이쯤부터 각 방송국 주조정실의 붙은 수많은 모니터를 바라보는 KBC 드라마국 국장과 SBC 드라마국 국장의 표정이 극명하게 차이 나기 시작했다.
KBC 드라마국 국장은.
“ 됐다. 됐어. 이거 어쩌면 진짜······ ”
기쁘지만, 기쁨을 애써 숨기며 빛나는 미래를 상상하는 중이었고, SBC 드라마국 국장은.
“ ······이게 이렇게 되면 안 되는 건데. 왜 이렇게 되는 거지? 꿈인가? 그래. 꿈이야. 시발 같은 꿈. ”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드라마 팀은 드라마 팀 대로, 방송국은 방송국대로 극명한 간극이 보이는 표정과 행동을 보이는 와중에도 시간을 착착 흘러갔다.
10분, 15분, 30분.
어느새 시간은 드라마가 시작한 지 60분을 넘어, 70분을 향하고 있었고 이는 KBC, SBC 양쪽 드라마의 끝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뜻했다.
그에 따라, 양측드라마 내용은 더욱 고조되고 있었고.
“ 이사님! 이제 슬슬 클로징 올라갈 시간입니다! ”
제작이사 오희연의 부하직원 외침처럼 이제 해봐야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5분도 남지 않은 상황.
“ 여기서 이민정 대사치고 끝입니다! ”
이윽고.
“ 끝났잖아?! 클로징 올라가는데, 왜 얘네 종합시청률 안 보내? ”
드라마 ‘대등한 법조인’이 여주 이민정의 마무리 대사를 끝으로, 클로징 멘트와 함께 스텝들의 이름이 밑에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드라마가 끝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SBC 드라마국에서 종합시청률을 보내오지 않았다. 답답함에 핸드폰을 보던 제작이사 오희연이 부하직원을 보며 외쳤다.
“ 야 박팀장! SBC에 전화해봐! 빨리!! ”
“ ······ ”
허나, 박팀장이라는 부하직원에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덕분에 더욱 짜증이 쏠린 오희연이 다시 한번 소리를 지려던 때에.
“ 이사···님. ”
“ 아니! 박팀장아. 전화를 해보라니까?!! ”
“ 얘네는 왜 아직 안 끝났죠? ”
“ 뭐? 그게 무슨 소리. ”
박팀장의 말에 짜증 내던 오희연의 목소리가 대뜸 끊겼다. 정면 TV를 봤기 때문이었다.
-덜컹!!
“ 이건 또 뭐야! ”
흥분하며 자리서 발딱 일어난 그녀의 눈에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없어졌던 남자’가 비췄다.
“ 왜 저건 아직도 하고 자빠졌어?!! ”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등한 법조인’은 끝났지만, ‘없어졌던 남자’는 어째서 끝나지 않고 아직도 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주조정실에서 의미심장하게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KBC 드라마국 국장의 입에서 뱉어졌다.
“ 100분 편성. 사전제작의 장점이지. 충분한 준비를 해둘 수 있는 것. 화제성과 그림만 충분하다면야 100분 편성 내는 거야 뭐 어렵겠어. ”
국장의 말에 옆에 있던 빼빼 마른 부장이 거들었다.
“ 그렇죠. ‘대등한 법조인’은 85분으로 끝났지만, 저희는 아직 15분이나 남았으니, 이제 채널은 죄다 우리 쪽으로 쏠릴 겁니다. 뒤늦게 승선하는 채널도 있을 테고. ”
“ 크큭. 우린 시청자들의 몰입. 그리고 이 마지막 15분에 목숨 걸었어. 뭐, 물론 죄다 강주혁 사장 그 친구 생각이긴 했지만. 하여간 물건이야. ”
이어 벽에 걸린 시간을 확인한 국장이 읊조렸다.
“ 자- 슬슬 최종 시청률을 확인해보자고. ”
그 시각, 보이스프로덕션 본사. 휴게실.
강주혁과 이태평 두 남자가 앉아있는 휴게실. 휴게실은 꽤 무거운 공기가 드리워져 있었다. 두 남자에게서 말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쯤 정면에 걸린 TV에서는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가 한창 1부 끝으로 달리고 있었고, 남주 정진훈의 대사가 뱉어졌다.
“ 다시 시작한다. 시작은 이 영화부터. ”
이 대사를 끝으로 100분 편성으로 시작된 ‘없어졌던 남자’에서도 클로징 멘트가 출력됐다. 이어 화면에서 올라가는 스텝들의 이름들. 이쯤 TV를 보는 이태평의 얼굴은 가뭄이 든 듯, 무표정에 가까웠다.
반면, 주혁은 여유롭게 꼰 다리 방향을 바꾸며 속으로 읊조렸다.
‘ 1부 연출 좋네. 저래서야 2부를 안 보고 배길 수가 있나. 김태우 PD. 여전히 실력 좋네. ’
그때.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이태평의 속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을 뱉어냈고, 시선을 여전히 TV에 둔 이태평이 무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 네. ”
“ 당신! 이거 100분 편성 몰랐어요?!!! ”
상대는 제작이사 오희연이었다. 그녀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찢어지는 목소리가 강주혁에게까지 들렸다.
“ 왜 대답이 없어요?! 알았냐고!! ”
“ ······알았겠어요? ”
“ 뭐요? ”
“ 일단 끊죠. ”
“ 이봐!! 이강수 사장! 야! 야!! ”
-스윽.
핸드폰을 내리는 이태평이었으나, 핸드폰에선 여전히 제작이사 오희연의 발악이 들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태평은 전화를 끊었고, 반대편 강주혁과 눈을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우우우웅.
-띠링!
강주혁과 이태평의 핸드폰에 동시에 문자가 도착했다. 각 방송국에서 도착한 최종 시청률이었다.
두 남자는 도착한 문자를 동시에 확인했고.
“ 음. ”
시청률을 확인한 강주혁이 먼저 고개를 올려, 이태평에게 짧게 말을 던졌다.
“ 졌지? ”
“ ······ ”
하지만 이태평에게서 바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그저 지금 핸드폰에 도착한 시청률을 묵묵히 내려보고 있었고.
-최종 시청률/ 1부.
-‘대등한 법조인’ 7.6%.
말이 막힐 정도로 차이 나는 시청률에, 패색이 짙은 숫자에 이태평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 후- ”
-최종 시청률/ 1부.
-‘없어졌던 남자’ 30.8%.
최종 스코어 7.6%대 30.8%. 완패였다.
내일 방영될 2부에서 어느 정도 회복이 될지도 모르지만, 애초 3배 이상 차이 나는 시청률이 쉽게 좁혀질 가능성은 낮았다.
이 결과는 시청자들이 볼 드라마를 결정했음을 뜻했다.
즉, 2부부터는 1부와는 다르게 채널이 돌아가는 빈도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고, 다음 주인 3부에서는 그마저도 굳어져, 미동조차 하지 않을 것이 빤했다. 물론, ‘없어졌던 남자’가 느닷없이 빅똥을 싼다면 다르겠지만.
이태평은 천천히 고개를 올려, 미소짓고 있는 강주혁을 쳐다봤다.
‘ 저 물건이 빅똥을 쌀 리가 없지. ’
거기다 이미 강주혁은 ‘없어졌던 남자’에 피해를 줄 걸림돌은 모두 제거한 상태.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얼굴로 짧은 숨을 뱉은 이태평의 입이 열렸다.
“ 졌다. ”
약 10분 뒤.
휴게실에 앉은 강주혁이나 이태평은 각자 전화를 받기 바빴다. 이태평의 전화는 대부분 곡소리가 터졌지만, 강주혁의 전화는 대부분 희소식이 터지고 있었다.
어쨌든 잠시간 전화를 받던 이태평이 피곤한 듯 핸드폰을 대충 탁자에 던졌다.
“ 후- ”
그 모습에 지금 전화 받던 주혁도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했고.
“ 국장님. 제가 나중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네. 네. ”
-스윽.
전화를 끊은 그가 핸드폰을 속주머니에 넣으며 이태평에게 말을 던졌다.
“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자. ”
“ ······ ”
본론이라는 단어에 이태평이 자신의 회장인 토우타 나오무네를 떠올렸다.
“ 진짜 네가 알고 있다는 거냐? 그 장소를. ”
“ 그래. 알고 있어. 확인도 끝났다. 그리고 난 그 공장 위치를 너에게 알려줄 생각이야. ”
이어 주혁이 픽 웃으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걱정하지 마. 이 휴게실에는 도청이나 우리 대화 소리가 녹음되고 있진 않으니까. 네가 단어 선택에 굉장히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아서. ”
“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
“ 그렇긴 해. ”
“ 좋아. 네가 안다고 치자. 그걸 알면 네가 직접 움직여도. ”
“ 솔직히 귀찮아. 거기다 바쁘기도 하고. 내가 경찰도 아니고, 검찰도 아니잖아? 집안싸움은 알아서 하란 소리야. ”
말을 마친 주혁이 반쯤 남은 캔커피를 들어 올렸다.
“ 거기다 명분은 네가 더 확실하지 않나? 네 과거 스토리가 어쩐지 세세하게 모르지만. 아무리 봐도 넌 그 영감을 존경해서 모시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단 말이지. ”
“ ······내가 토우타 나오무네를 제거할 생각이 있어 보이나? ”
“ 뭐, 대충은. 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여. 지금도 넌 토우타 나오무네라는 이름 끝에 ‘님’자를 붙이지도 않잖아? ”
강주혁의 말에 이태평의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 나로서는 토우타 나오무네가 거슬려. 그 영감은 계속 날 툭툭 견제할 게 뻔하니까. 그런데 너도 그 영감을 치울 생각이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네가 망설일 이유가 있나? ”
“ 망설이는 게 아니야. 네 진짜 의도를 생각해보는 거지. ”
“ 그래? 그런데 지금 의도고 나발이고, 넌 이대로 나한테 안돼. 지금 상태면 절대 나 못 이겨. 그런데 네가 그 영감을 치우고, F레이블 프로덕션의 수장이 되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않겠냐? 어때? ”
“ 말만으로는 달콤해. 근데 내가 회장님과 합심해서, 강주혁 너의 뒤통수를 치면? ”
이태평의 대답에 주혁이 피식했다.
“ 넌 내가 아무 안전장치도 없이 움직일 것 같냐? ”
“ ······ ”
사실이었다. 강주혁의 머릿속에는 이미 안전장치부터 틀어졌을 때의 보험 그리고 설계가 모두 짜여 있었다.
“ 예를 들자면 이런 거지. 네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토우타 나오무네에게 이 모든 얘기를 던져주며 협상테이블에 앉아도 돼. 너부터 치우고, 그 영감은 나중에 치워도 되니까. ”
교란.
즉, 이태평과 토우타 나오무네 사이, 아주 작은 의심의 틈새에 강주혁이 못질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으니까.
어쨌든 말이 끊긴 이태평에게 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던졌다.
“ 그러니까. 기회가 왔을 때, 칼자루를 쥐여줄 때, 움켜잡아. 토우타 나오무네 치우고 네가 회장이 돼. 그런 뒤에 다시 덤벼봐. 놀아 줄 테니까. ”
소파에 앉아 주혁의 브리핑을 듣던 이태평이 잠시 생각에 빠졌다. 분명, 정리할 것이 많았지만, 여기서 확실한 게 하나 있었다.
오늘이 아니면 앞으로 영영 토우타 나오무네를 찌를 수 있는 칼을 얻지 못하는 것.
‘ 평생 목줄이 채워진 채, 살아야겠지. ’
곧, 이태평이 잔잔하지만 긴 숨소리를 뱉었다. 참담한 미래가 떠오른 것. 따라서 그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고.
-스윽.
이태평이 자리서 일어났다.
“ 좋다. 찌르는 건 내가 하지. ”
대답을 들은 강주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어 그는 미리 준비해둔, 옆 소파에 놓인 다이어리를 집었고 다이어리에 랜덤박스에서 들었던 토우타 나오무네의 마약 공장에 관한 정보를 적었다.
-지익!
적은 종이를 찢어, 이태평에게 내밀던 주혁이 말 하나를 추가했다.
“ 최대한 빨리 움직이는 게 좋지 않겠냐? 그 영감이 눈치채기 전에.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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