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21
일본 가부키죠.
번화가 가부키죠의 밤거리는 사람이 넘쳐났다. 가게마다 걸린 간판이 늦은 밤이라 더욱 반짝거렸고, 사람들은 하루 동안의 피로를 맥주 한잔으로 달래고 있을 무렵.
번화가 골목길을 끼고 들어가면 보이는 클럽 다이스키.
클럽 다이스키 입구 앞에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와 웨이터 복장을 한 남자들이 나와 한창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쳐 지하로 내려가면.
-둥!둥!둥!둥!둥!둥!둥!
계단에서부터 들리는 우렁찬 비트 소리가 이곳은 클럽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그때 하얀색 부츠를 신은 여자 두 명이 클럽 다이스키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펼쳐지는 광경은 가관이었다.
-♬♪! ♪! ♬♪!
-두둥!둥!둥! 두둥!둥!둥!
고막이 터질 듯한 노랫소리, 눈이 부시다 못해 찡그려질 듯한 조명, 사방팔방 쏴지는 레이저, 혼이 빠진 듯 흔들어 대는 사람들.
이들이 신나게 뛰어대는 곳 바로 아래층에는 미쳐있는 위층과는 다르게,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 이번 달 얼마나 진행됐어. ”
-쿵!쿵!쿵!쿵!쿵!
마치 징글징글한 층간소음이 들리듯, 위층에서 사람들이 널뛰기하는 소리가 들리는 와중, 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토우타 나오무네가 주름진 얼굴로 팔뚝에 문신한 남자와 대화 중이었다.
“ 얼마 못했습니다. ”
“ 왜. ”
“ 아시잖습니까~ 요즘 단속이다 뭐다 문을 많이 못 열었어요~ ”
토우타 나오무네와 대화하는 건장한 남자는 반 팔과 반바지 차림에 보이는 모든 살점에는 문신이 그득했고, 오른손에는 방독면이 들려 있었다.
“ 쯧! ”
어쨌든 문신이 그득한 남자의 답변에 산신령같이 생긴 토우타 나오무네는 혀를 차며 시선을 정면에 박았다. 현재 토우타 나오무네가 서 있는 방 밖으로는 온통 화학실 같은 느낌이었다.
“ ······ ”
방에 달린 창문을 통해, 화학실을 바라보던 토우타 나오무네가 주머니에 쑤셔 박았던 왼손을 빼내며 문신 그득한 남자에게 내밀었다.
“ 방독면 줘봐. ”
“ 예? 아, 예. ”
토우타 나오무네는 문신 그득한 남자에게 방독면을 받고는 곧장 몇 발자국을 움직였다.
웬 남자 목소리가 끼어든 것은 그때였다.
“ 와- 진짜 여기 공장이 있었네요? ”
낯선 남자 목소리가 침투하는 바람에 이동하던 토우타 나오무네나 문신 그득한 남자의 고개가 빠르게 뒤쪽으로 향했다. 뒤쪽에는 네이비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곧, 남자를 발견한 토우타 나오무네의 눈알이 커졌다.
“ 너······! 네가 어떻게 여길! ”
그러거나 말거나 네이비 정장 남자는 토우타 나오무네에게 인사했다.
“ 역시 회장님 대단하시네요. 진짜 클럽 밑에 공장을 만들어 놨네. 하여간 노인네 대가리 굴리는 건 아주- ”
남자는 이강수 사장이었다.
같은 시각, 한국 여의도.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의 축하연이 열리는 여의도의 레스토랑 주변은 이미 기자들과 구경꾼들이 몰려 있었다. 오늘 열리는 축하연은 시청률 30% 돌파 기념, 동시에 대중들의 눈을 더욱 사로잡기 위한 퍼포먼스였고.
“ 김건욱 왔다!! ”
“ 강하진이랑 같이 왔네!! 두 분! 드라마 시청률이 30%를 넘었는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길가에는 속속 커다란 벤이 도착하며 스타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 따라 레스토랑 입구 주변으로 분포된 기자들의 셔터 누르는 속도는 빨라졌고.
“ 야야 천수야! 잘 좀 찍어라! 지금 김건욱이랑 강하진 더블(카메라에 겹치게 찍힌다는 뜻)되잖아! 앞에 나가서 찍어! ”
이곳에는 기자뿐만이 아니라, ‘없어졌던 남자’의 메이킹 촬영팀과 실시간 인방(인터넷방송)팀도 나와 있는 상태였다.
그쯤.
“ 정진훈씨 도착했습니다! 메이킹부터 들어오세요!! ”
어제 귀국한 ‘없어졌던 남자’의 남주 정진훈이 도착함에 따라, 메이킹 촬영팀과 실시간 인방팀에게 무전이 쏴졌다.
무전이 퍼지자마자, 메이킹팀 너덧 명이 베이지 더블코트에 후드를 입은 정진훈에게 달라붙었다.
“ 안녕하세요~ 정진훈씨! 저희 메이킹팀인데요! 짧게 질문하나만! ”
“ 네네. 안녕하세요. ”
“ 어제 귀국하셨다고 들었는데, 죄송해요! 금방 끝낼게요! 어- ‘없어졌던 남자’에서 실제 주인공인 강주혁 사장님 역할을 맡았을 때 부담은 없으셨어요? ”
“ 부담 있죠. 지금도 있고. 아마 드라마 끝날 때까지 쭉 부담을 가질 것 같아요. ”
한편.
레스토랑 입구 바로 앞에서는 드라마 안에서 자주 붙는 하정훈과 정혜인이 실시간 인방팀에게 붙들려 인터뷰 중이었다.
“ 아직 드라마에 나오진 않았는데, 시청자들은 벌써 하정훈씨랑 정혜인씨 케미를 기대하고 있거든요? 혜인씨! 정훈씨는 촬영장 밖에선 어떤 느낌인가요?? ”
방금 질문을 받은 정혜인이 긴 생머리를 귀 뒤쪽으로 쓸어넘기며 하정훈을 곁눈질했다. 그리곤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쏟아냈다.
“ 정훈씨는 촬영장 밖에서 굉장히 신사다우면서도 장난기가 심해서, 분위기 메이커죠. 연기도 잘하시고. ”
그녀의 답변에 지금 실시간 인방을 시청하는 12,000명의 채팅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정혜인 존녜다……
-하정훈이랑 원래도 친했나보넼ㅋㅋㅋㅋㅋ
-언니!! 예쁘요!!!
-하정훈 웃는것봨ㅋㅋㅋ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 하정훈 호감임ㅋㅋㅋㅋ
-둘이 뭐 있는 거 아님?
-아! 카메라 양반! 잘 좀 찍어라! 얼굴 자꾸 흔들리자네!!
그때 하정훈과 정혜인을 인터뷰하던 실시간 인방팀의 카메라 포커스가 갑자기 넘실거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뭐지?
-뭐임????
-왜 갑자기 포커스가.
-어? 저거 강주혁아님?
-강주혁 맞네!!
-아닌 것 같은데? 강주혁이 여길 왜 와.
-강트맨 맞는 듯.
-오빠!!!
방금 강주혁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 그래서인지, 몰렸던 기자들이나 구경꾼들 모두가 강주혁에게 쏠렸고, 방금까지 레스토랑 입구에 있던 실시간 인방 팀도 하정훈과 정혜인의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재빨리 강주혁에게 달라붙었다.
“ 안녕하세요!! ‘없어졌던 남자’ 인방팀입니다! ”
“ 네. 반가워요. 아- 지금 다들 보고 계신 거예요? 안녕하세요. 강주혁입니다. ”
강주혁이 인방팀 카메라에 대고 손을 흔들자, 채팅창이 폭발했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의 내용을 보기 힘들 정도였고.
“ 이번 드라마 전쟁에서 중간광고 삭제와 100분 편성은 강주혁 사장님 아이디어라고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생각해두신 겁니까?!! ”
“ 제 아이디어라기보다는. 음- 이 결과는 다들 열심히 해주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짙은 회색 싱글코트에 넥타이 없는 셔츠차림인 강주혁은 도착하자마자 쏟아지는 질문세례에 하나하나 답하며 몰린 구경꾼들에게 사인해주기 바빴다.
바로 그때.
-띠링.
한창 실시간 인방팀 카메라에 손을 흔들던 강주혁의 품속에서, 핸드폰이 메시지 도착을 알렸고.
“ ······ ”
핸드폰에 도착한 문자를 확인한 주혁이 몰린 모두에게 손을 흔들며 레스토랑으로 걸었다.
“ 일본 쪽 됐고. 다음은. ”
그러면서 주혁은 박찬규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기하고 있었는지 어쨌는지, 박찬규 부사장이 전화를 받는 속도는 빨랐고, 그에게 주혁이 짧게 지시했다.
“ 부사장님. 슬슬 그때 말씀드린 건. 준비해두세요. ”
다시 일본 가부키죠, 다이스키 클럽.
대뜸 나타난 이강수 사장이 간만에 아이 같은 웃음을 지으며 마약 공장을 구경했다.
“ 와- 진짜 어마어마하네요.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본격적인 공장이 있을 줄은. 강주혁 말이 진짜였네. 걔가 이걸 어떻게 알았지? ”
아무렇지 않게, 마치 장난감 가게를 구경하듯 마약 공장 내부를 훑으며 읊조리는 이강수 사장을 멍하게 보던 토우타 나오무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 강주혁이 뭐?! 아니, 그보다. 너 이 새끼! 네가 여길 왜 왔어? 어떻게 찾았지? ”
“ 회장님. 전 진짜 몰랐었거든요? 그도 그럴 게 미행도 안 돼, 꼬리도 안 잡혀, 작디작은 단서도 없었고. ”
“ 그런데 어떻게 여길 왔냐고!! 개새끼가 자꾸 말장난이네? ”
“ 어떻게 알았겠어요? 누군가 알려줬으니까 왔겠죠? 회장님 진짜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클럽 밑에 공장을 만들 생각을 하셨지? 이 정도면 증거고 나발이고 필요 없겠네. ”
“ 뭐?······이 새끼가 진짜 끝까지 장난질이네. ”
이강수 사장을 죽을 듯 노려보던 토우타 나오무네가 인중을 씰룩이며 뒤쪽, 문신 그득한 남자를 쳐다봤다. 그러자 남자가 방에 달린 창문을 두드렸다.
곧, 공장 안에 있던 건장한 남자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그들이 나타나자마자, 토우타 나오무네가 이강수 사장에게 읊조렸다.
“ 너 안 되겠다. 오늘 좀 맞자. ”
그런데.
-두두두두두둑!
난데없이 지진이 난 듯, 시끄러운 구둣발 소리가 들려왔고.
이강수가 열고 들어왔던 철문을 통해, 느닷없이 정장에 금배지를 단 남자들 수십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가장 선두에 선 정장 입은 남자가 공장 내부를 보며 혀를 내둘렀고.
“ 와- 이런 미친 새끼가. ”
이어 남자가 두 눈에 물음표를 띄운 토우타 나오무네의 어깨를 붙잡았다.
“ 드디어 잡았다. 능구렁이 새끼. ”
잠시 뒤.
클럽 다이스키 입구 앞은 이미 일본 경찰차와 검은색 승용차 수십 대가 서 있었다. 주변엔 경찰들이 깔려있었고, 정장 입은 남자들도 많았다.
“ 뭐야? 저 클럽에서 뭔 일 났나? ”
“ 어! 저기 누구 잡혀 나온다! ”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심상치 않은 광경에 클럽 주변 구경꾼들이 몰렸고, 구경꾼들은 방금 입구에서 수갑을 차고 나타난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토우타 나오무네였다.
양옆에 정장 입은 남자가 토우타 나오무네를 붙잡아 인도하는 중이었고, 수갑 찬 토우타 나오무네 뒤로는 문신이 그득한 남자들도 줄줄 딸려 나오는 중이었다.
그쯤 토우타 나오무네가 자신의 오른쪽에 선 정장 입은 남자에게 읊조렸다.
“ 자네. 이거 감당할 수 있겠나? ”
“ 뭐? ”
“ 감당이 안 될 텐데. 너 위에 놈들도 죄다 나랑. 읍! ”
순간, 정장 입은 남자가 짜증 났는지, 토우타 나오무네의 양 볼을 움켜잡으며 그의 입을 막았고, 비열함과 희열이 섞인 웃음을 뱉었다.
“ 야 이 정신 나간 노친네새끼야. 너 이제 감옥에서 뒤져야 돼. 알아? 이미 윗선까지 결재 떨어졌구먼, 뭐라고 씨불여대냐? ”
검사로 보이는 남자는 말이 끝나자마자, 멈췄던 토우타 나오무네의 등을 밀쳤고, 덕분에 토우타 나오무네 다시 움직였다.
그쯤 토우타 나오무네가 작게 혼잣말을 뱉었고.
“ ······그놈들이 결재를 내렸다 이 말이지? 허허. 이것들 봐라. ”
곧, 그의 눈에 아이같이 웃고 있는 이강수 사장이 보였다. 덕분인지 토우타 나오무네의 주름진 눈가가 씰룩였다.
“ 너······ 감히 내 뒤통수를 까? ”
하지만 토우타 나오무네와 이강수 사장의 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검사가 억지로 토우타 나오무네를 차에 태웠기 때문.
-똑똑.
그 광경을 즐겁게, 티 나는 웃음을 지으며 쳐다보던 이강수 사장이 토우타 나오무네가 탄 차 창문을 두드린 뒤, 한국어로 말했다.
“ 회장님 이 씹새끼야. 만수무강하세요. ”
“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
차에 탄 토우타 나오무네의 주름진 얼굴은 한층 더 가뭄 든 듯 싸늘해졌다.
그때.
-탕탕!
토우타 나오무네를 인도하던 검사가 승용차를 천장을 두드리자, 검은색 승용차가 움직였다. 멀어지는 승용차 뒷모습을 보던 이강수 사장이 길게 숨을 뱉었다.
“ 후- 징그러운 새끼. 이제야 끝났네. ”
이어 양쪽 구레나룻을 깔끔하게 밀린 검사가 이강수 사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 고마워요. 저 노친네 잡게 해줘서. ”
검사의 손을 맞잡은 이강수 사장이 화사한 웃음을 만들어내며 답했다.
“ 아니에요. 언제든 필요한 것 있으면 연락주세요. 전 그럼 일단. ”
“ 네. 오늘은 가보세요. ”
검사의 말을 들은 이강수 사장이 몸을 돌려, 자신의 차로 움직였다. 와중에 그가 읊조렸다.
“ 자- 이제 다음은 강주혁을. ”
그때.
“ 참! 겐타상!! ”
뒤쪽에 섰던 검사가 이강수 사장의 일본 이름을 뱉으며 끼어들었고.
“ 예? ”
“ 제가 깜빡했는데요. ”
-철컥!
웃으며 다가온 검사가 이강수 사장의 두 손에 수갑을 채웠다.
“ ······? ”
자신의 팔목에 대뜸 채워진 은색 수갑을 보며 이강수 사장이 두 눈에 물음표를 띄웠다.
“ 이···게 무슨. ”
“ 아하하. 뭘 놀라요? 생각해보니까, 당신도 같이 가야 될 것 같아요. 내가 추가로 누군가에게 받은 게 있어서. ”
“ 예? 받은 게 있다니······ ”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이강수 사장이 검사의 얼굴을 바보같이 쳐다볼 때였다. 순간 이강수 사장의 두 눈에 검사의 얼굴 뒤편. 수많은 구경꾼들 사이,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 ······저 남자. ”
분명 본 적 있는 다부진 얼굴. 이강수 사장과 눈을 마주친 다부진 남자는 무표정을 유지했고, 구경꾼 사이에서 이강수 사장에게 아주 작게 인사했다.
황실장이었다.
인사한 황실장은 금방 구경꾼들 사이로 사라졌고.
사라지는 황실장의 뒷모습을 보며 이강수 사장이 강주혁의 얼굴을 떠올리며 사태를 파악했다. 곧, 그가 헛웃음과 함께 욕을 뱉었다.
한국 욕이었다.
“ 씨발. 낚였네. ”
10분 뒤, ‘없어졌던 남자’ 축하연 장소.
왁자지껄한 축하연이 진행되는 레스토랑.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으며 즐기던 때에 강주혁은 잠시 밖으로 나와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황실장님. 조심해서 돌아오세요. 예. ”
-뚝.
이어 전화를 끊은 강주혁이 박찬규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연결 신호는 길지 않았다.
“ 박찬규 부사장님. 시작합시다. GM엔터테인먼트 곧 싸질 겁니다. 버려지는 지분 전부 사들이세요.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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