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22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의 축하연이 끝나고 다음 날 21일. 이른 아침.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에 일본에서 복귀한 황실장이 강주혁에게 받은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주혁은 추가로 커피를 뽑기 위해, 커피머신기 버튼을 누르며 황실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 수고하셨습니다. ”
“ 아닙니다. 저야 사장님께서 주신 자료를 전달한 것 말고는 한 일도 없는데요. ”
“ 일본에 도착한 이태평의 동선을 파악하고, 그 일본 검사에게 자료를 전달하는 일이 핵심이었습니다. 잘해주셨어요. ”
말을 마친 주혁이 다 뽑힌 커피를 집어, 황실장의 반대편에 앉았다. 꽤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강주혁은 묶였던 네이비 정장 재킷을 풀며 뜨끈한 커피를 들어올렸다.
“ 어디까지 확인하셨습니까. ”
“ 토우타 나오무네와 이태평이 잡히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
“ 반응이 어떻던가요? ”
주혁의 물음에 갈색 경량패딩을 입은 황실장이 책상 위, 올려둔 검은색 다이어리에 시선을 내리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당시를 떠올리듯.
그의 무표정 섞인 입은 약 10초 뒤에 열렸다.
“ 이태평은 저를 보고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금방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바뀌긴 했지만. ”
“ 뭐, 그렇겠죠. 황실장님 얼굴을 보자마자, 낚였다고 생각했을 테니. ”
고개를 끄덕인 강주혁이 앞에 놓인 작은 USB를 검지로 톡톡 건드렸다.
“ 역시 가지고 있길 잘한 것 같습니다. ”
“ 예.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
USB에는 과거 FNF엔터테인먼트 더 나아가 박종주, 지금 감옥에서 썩고 있는 류진태 등의 사건을 처리할 때마다 얻었던 증거 및 자료들이 담겨 있었다.
세상에 던지지 않은 숨겨진 자료.
즉, USB에는 최종적으로 이강수 사장을 가리키는 자료들이 모여있었다. 강주혁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가공하고 정리하여 따로 모아둔 것이었고.
“ 카운터가 제대로 들어갔네. ”
이강수 사장은 강주혁이 날리는 카운터에 보란 듯이 KO를 당했다. 이어 손가락만 한 USB를 툭툭 건드리던 주혁이 주제를 살짝 바꿨다.
“ 황실장님은 어때요? 이태평은 그렇다 치고. 토우타 나오무네 그 영감. 이대로 망할 것 같습니까? ”
주혁의 물음에 황실장의 다부진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 ······분명, 이번 건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고, 출혈도 크겠지만. 글쎄요. 완벽하게 무너졌다고 보긴 힘듭니다. 그 정도 덩치를 유지하던 놈이라, 충분히 주의하며 준비하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답한 주혁이 턱을 쓸었다. 황실장의 말은 정답이었다. 이번 건으로 사냥개였던 이태평은 무너졌을 테지만, 토우타 나오무네는 확실치 않았다.
‘ 일본 내에서 그 노친네의 영향이 얼마나 뻗쳤는지 확인도 어렵고, 확인할 시간도 없어. ’
곧, 강주혁이 팔짱을 끼며 다리를 꼬았다.
“ 황실장님. 그때 그 업체 있죠? 회사까지 찾아와서 이태평 관련 과거를 말했던 일본 흥신소 남자. ”
“ 예. 기억납니다. ”
“ 그 친구 포함해서, 괜찮다 싶은 일본 흥신소 한 4곳 섭외하죠. ”
-스윽.
강주혁의 지시가 떨어지자, 황실장이 덮어놨던 검은색 다이어리를 펼쳤다.
“ 토우타 나오무네를 마킹하자는 말씀이십니까? ”
“ 맞아요. 추가로 한국 업체 한 곳도 섭외해서, 삼중 사중으로 결계를 쳐놓자는 겁니다. 추가로 토우타 나오무네를 마킹하면서, 주변도 좀 캐면 좋고. ”
“ 알겠습니다. 진행하겠습니다. ”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이는 황실장을 보던 주혁이 책상에 올려진 USB를 집어, 자리서 일어났다.
“ 그러고 보니 황실장님 하신다는 영어공부는 잘되십니까? ”
“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저도 나이는 먹는지라. 죽겠습니다. ”
“ 하하. 그건 황실장님이 하신다고 한 거니까, 저는 따로 터치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배워두면 좋아요. 영어나 중국어는. ”
“ 예. 최소 사장님과 해외로 동행할 시 대화는 알아들을 정도까진 해보겠습니다. ”
황실장의 다짐에 피식한 주혁이 자신의 자리로 움직이며 달력을 집었다. 잠시간 달력을 보며 무언가 계산하던 주혁이 고개를 다시 올렸다.
“ 황실장님. 추가로 하나 더. ”
“ 예. 말씀하세요. ”
이어 강주혁이 황실장에게 지시를 추가했다.
“ GM엔터테인먼트 대주주 명단 좀 확인해서, 넘겨주세요. ”
같은 시각, 21일 뉴욕.
한국은 이른 아침이었지만, 뉴욕은 오후였다. 시간은 오후 7시쯤. 그때 중소 영화사 포커스무비의 사장실 문이 열리며 검은색 파마머리 린다가 나타났다.
“ 메일메일. ”
그녀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입고 있는 재킷을 벗지도 않고 곧장 노트북을 켰다. 혹시나 강주혁에게서 메일 답장이 왔나 싶어서였다.
이어 노트북이 켜지고.
“ 왔다! ”
도착한 메일 한 통을 확인한 그녀가 기쁘게 외쳤다. 강주혁에게서 메일 답장이 도착했기 때문. 덕분에 화사해진 얼굴로 변한 린다가 강주혁에게서 도착한 메일을 클릭했다.
내용은 이랬다.
-시나리오 잘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어요. 린다 당신이 괜찮다면 한국으로 초대하고 싶은데. 극 중에 K팝이 등장하기도 하니, 한국에서 직접 얘기를 나눠보고 싶은데, 생각이 어떤지 궁금하군요. (그리고 두 번째로 보내준 메일을 확인했는데, 이 작품의 제목이 ‘Ugly girl’이 확실한가요? )
메일 내용을 확인한 린다가 책상 위에 올려진 달력을 보며 읊조렸고.
“ 한국? ”
살짝 머리가 복잡해져서인지, 린다는 급한 대로 강주혁에게 메일 답장부터 했다.
-초대 고마워요. 한국 방문 건은 칼과 얘기해서 최대한 빠르게 메일 보내드릴게요. 한국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벌써 기대가 돼요. (그리고 그 작품의 제목은 ‘Ugly girl’이 맞아요!)
-딸깍!
글씨는 적는 칸에 원하는 글자들을 모두 적어넣은 린다가 메일 보내기 버튼을 누른 뒤, 자리서 발딱 일어나 사무실을 박차고 나갔다.
곧, 복도로 나간 린다가 소리쳤고.
“ 칼!! 칼!!! 우리 한국에 가야 될 것 같아요! 최대한 빨리! ”
문밖에서 민머리 칼의 대답도 들려왔다.
“ 한국?! 갑자기 한국은 왜! ”
다시, 한국. 보이스프로덕션 본사 사장실.
방금까지 자리에 앉아 일을 처리하던 강주혁이 켜진 노트북을 통해, 현재 시간을 확인했다. 점심시간이었다.
시간을 확인한 그가 읊조렸다.
“ 슬슬 점심을. ”
말을 마친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의자에 걸쳐둔 회색 맥코트를 집을 때였다.
“ 음? ”
노트북 오른쪽 하단에 메일 도착 알림이 깜빡이고 있었다. 주혁은 집었던 맥코트를 놓으며 다시 자리에 앉아 메일을 확인했다.
뉴욕에 있는 린다에게서 도착한 메일이었다.
-초대 고마워요. 한국 방문 건은 칼과 얘기해서 ······벌써 기대가 돼요. (그리고 그 작품의 제목은 ‘Ugly girl’이 맞아요!)
도착한 메일을 확인한 주혁이 혼잣말을 뱉었고.
“ ‘Ugly girl’ 맞네. ”
읊조린 그가 펜꽂이에 있던 네임펜 하나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진, 린다에게서 받은 시나리오 표지에 ‘Ugly girl’이라는 제목을 적었다.
이어 그가 속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수첩 중 강주혁이 펼친 장에는 19일인 이틀 전 아침에 받았던 보이스피싱 미래정보가 적혀 있었다. 가만히 수첩을 내려보던 그가 당시 들었던 미래정보를 떠올렸다.
[ 완벽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Ugly girl’입니다! ] [뉴욕에 있는 중소 영화사 포커스무비가 제작을 맡고, 한국의 대형 기획사 보이스프로덕션이 메인투자를 맡았던 영화 ‘Ugly girl’이 저예산 뮤지컬 영화치곤 한국에선 200만 관객이라는 꽤 준수한 성적을 거두지만, 해외선 생소한 K-POP과 연출은 맡은 데미언 폴 감독의 불륜 등이 터지면서, ‘Ugly girl’의 해외성적은 처참하게 마무리됩니다.] [VIP 정보: 불륜과 사기 사건이 터질 데미언 폴 감독보다는 K-POP의 이해도가 높은 감독이 ‘Ugly girl’을 맡는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이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주혁이 갑자기 픽 웃었고.
“ 내가 VIP라서 VIP 정보를 따로 주는 건 좋은데, 목소리가 경쾌하게 바뀌어서 그런지 웃겨 죽는 줄 알았네. ”
수첩에 메모해둔 ‘Ugly girl’ 영화 관련 미래정보를 다시 보며 그가 읊조렸다.
“ 어쨌든 ‘블랙’단계로 넘어와서, 주는 정보가 꽤 글로벌 해졌어. VIP라는 게 폼은 아니었네. ”
거기다 재밌는 것은 ‘블랙’단계의 보이스피싱 키워드에 강주혁이 단독으로 진행하던 일 중 하나인 포커스무비 관련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
“ 이건 우연인가? 아니면······뭐, 생각해봐야 의미 없나? 사실 보이스피싱을 받기 전엔 이 작품의 제목도 몰랐었으니까. 계속 사용해보면 알겠지. ”
픽 웃으며 말을 마친 그가 다시금 ‘Ugly girl’의 미래정보에 집중했다.
“ 국내 성적 200만에 해외는 처참하게 망한다라······ ”
들은 정보대로라면 평소의 강주혁은 ‘Ugly girl’이라는 작품을 버리는 카드라 생각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 흠- 생소한 K-POP. 데미언 폴 감독의 여러 스캔들. 그리고······VIP 정보. ”
작품 자체가 아깝기도 했지만.
“ 생소한 K-POP과 데미언 폴 감독의 불륜 스캔들. 얘네만 어떻게 잘 만지면 반전을 터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
그냥 버리기에는 뭔가 걸리는 것이 많았다.
같은 날, 늦은 밤. 서울 어느 카페.
드라마 전쟁에서 승리하자마자, 홍혜숙 작가는 안숙희 작가를 득달같이 불러냈다. 당연히 이 자리에는 정작가가 함께였고.
“ 어머나. 안작가? 표정이 왜 그래? 시청률 7%도 요즘 세상에 얼마나 잘 나온 건데~ 하긴 뭐, 30%대 시청률 앞에선 보이지도 않는 시청률이긴 해. 그렇지? ”
“ ······ ”
짙은 회색 니트를 입은 홍혜숙 작가가 입술을 실룩거리며 비아냥거리자, 반대편에 앉은 안숙희 작가가 부르르 떨었다.
덕분인지 그녀가 매단 주얼리들이 찰랑거렸고.
“ 그래. 인정···해. 그림 잘 뽑았더라. 내가 졌어. ”
어렵사리 입을 연 안숙희 작가의 말에 홍혜숙 작가가 고개를 갸웃했다.
“ 음? 그게 끝이야? 우리가 정산할 건 그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렇지 소연아? ”
말을 마친 홍혜숙 작가가 옆자리, 동그란 안경을 쓴 정작가에게 말을 던졌다. 정작가는 홍혜숙 작가에게 급하게 불려 나왔는지, 차림은 꽤 단출했다.
베이지색 숏패딩에 단발머리를 질끈 묶은 모습.
그런 정작가는 동그란 안경을 통해, 부들거리는 안숙희 작가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 딱히 움직임이 없었다. 따라서 홍혜숙 작가가 다시금 안숙희 작가를 쳐다보며 진행을 대신했다.
“ 내기에서 졌으면 벌칙을 수행해야지? 안작가 뭐해? ”
“ ······그래도. 여기서 절을 하는 건 좀. ”
“ 어? 뭐라고? 잘 안 들려 안작가. 가만있어봐. 우리 김기자님 번호가 몇 번이더라? ”
“ ······ ”
홍혜숙 작가가 핸드폰을 보며 협박 아닌 협박을 던지자, 안숙희 작가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스윽.
이어 그녀가 카페 내부를 한번 훑었다. 늦은 밤이라 그런지, 손님은 몇 없었다. 카페 종업원은 정산을 맞춰보는지, 포스기를 보기 바빴다.
결국, 안숙희 작가가 자리서 일어났다.
일어난 자리서 한 발자국 옆으로 움직인 안숙희 작가가 매단 주얼리를 부들거리며 반질거리는 카페 바닥을 바라봤다.
이제 곧 무릎이 닿을 바닥.
곧, 눈을 질끈 감은 안숙희 작가의 무릎이 살짝 굽혀질 때쯤.
“ 됐어요. ”
-다락.
내내 말없이 앉았던 정작가가 동그란 안경을 추켜 올리며 자리서 일어났고, 절하다 멈춰서인지 엉거주춤한 안숙희 작가 앞에 섰다.
키는 비슷했다.
어쨌든 정작가가 벌어진 숏패딩의 지퍼를 목까지 올리며 입을 열었다.
“ 작가의 가치가 이딴 걸로 평가되는 건 아니니까. 작가의 진짜 가치는 시청률로 판가름 나고, 저는 지금 시청자들에게 정당하게 평가받았으니까, 됐어요. 그래도 작가님은 좀 겸손하셨으면 싶네요. 가요 선생님. ”
정작가가 카페 문 쪽으로 움직이자, 홍혜숙 작가가 픽 웃으며 정작가의 뒤를 따랐다.
“ 그래~ ”
반면, 지금 안숙희 작가는 평생 살아보며 느껴본 패배감 중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긁힌 패배감을 곱씹는 중이었다.
그때.
“ 아. ”
카페 문을 열던 정작가가 대뜸 몸을 돌렸다.
“ 안숙희 작가님. 그래도 ‘작가님 축하드립니다’라는 말은 듣고 싶어요. ”
애초 내기는 진 사람이 절하며 상대 작가에게 ‘작가님 축하드립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안숙희 작가는 어느새 주먹 쥔 양손을 부들거리며 입을 작게 열었다.
“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
한편, 그 시각 일본 어느 가정집.
탁자에 놓인 맥주병과 맥주가 따라진 유리컵. 그 유리컵을 집은, 체형이 왜소한 남자가 TV를 보고 있었다.
TV에서는 뉴스가 한창 방영되고 있었고.
“ 속보입니다. ”
속보를 전달하는 여자앵커의 표정은 짐짓 진지했다.
“ 검찰에서 F레이블 프로덕션의 회장으로 유명한 토우타 나오무네씨의 마약 공장을 공개했습니다. ”
토우타 마약 게이트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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