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26
대뜸 촬영현장에 탑스타 정혜인이 나타나자, ‘여자의 복수’ B팀을 맡은 서만형 PD가 현실인가 싶었는지, 눈을 비비적거리며 어버버거렸다.
“ 어? 어어어? 왜 혜인씨가 여길. ”
반면, 선글라스를 벗고 얼굴을 드러낸 정혜인은 짜증이 잔뜩 담긴 얼굴이었고.
“ 아니, 뭘 내가 여기 있어. 말했잖아요? 내가 작가라니까? ”
촬영장 중앙에 선 장주연을 힐끔 쳐다본 그녀의 시선이 다시금 서만형 PD에게 닿았다.
“ 배우 연기 잘하던데 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들고, 대본 어디가 이해가 안 가냐고요. 말해달라니까? ”
“ 어- 죄송합니다. 그······국장님? ”
정혜인이 쓰고 있던 모자까지 벗는 바람에 긴 생머리가 가슴까지 내려와, 더욱 확실히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서만형 PD가 이동남 국장에게 SOS가 담긴 눈빛을 던졌으나.
“ 후- 멍청한 새끼. ”
이동남 국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서만형 PD를 외면했다. 그쯤 베이지색 더블코트에 검은 후드를 입은 정혜인이 서만형 PD에게 다가서며 가시가 돋친 말을 이었다.
“ 왜 PD님만 대본이 이해 안 가는데요? ‘여자의 복수’도 내가 썼고, ‘누나 넷 3대 독자’도 내가 썼는데, 시청자들 재밌다고 잘만 보잖아요? 말해봐요. 정확히 어느 씬 어느 부분이 이해 안 가시는데요? ”
“ 예? ‘누나 넷 3대 독자’도 혜인씨가 쓰셨다고요? ”
“ 네. 그것도 내가 썼는데요? ”
딱 여기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스텝들이 양손으로 입을 막거나 ‘헐’, ‘대박’ 따위의 감탄사를 뱉었다.
그만큼 폭탄 발언이었고.
“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저 정혜인이 ‘누나 넷 3대독자’랑 지금 이거 ‘여자의 복수’ 작가라는 거야? ”
“ ······분위기상 그런 것 같은데. 말이 되나 그게? ”
“ 정혜인이 뭐가 아쉬워서? 탑스타고 아시아에서도 먹어주는데. 작가? ”
“ 모르겠어. 모르겠는데, 이거 좀 특종 냄새가 나는데? ”
촬영장에 모였던 몇몇 기자들은 현 상황이 이해 가지 않지만, 그래도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혜인은 자신의 작품이 부정당해서, 상당히 예민했다.
“ PD님? 말해봐요. 어느 부분? 고쳐야 되면 내가 고칠 테니까요. ”
“ 아, 아니. 혜인씨. 아니. 작가님? 진정하시고. ”
그때.
“ 그러게요. 나도 재밌게 읽었는데. ”
내내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던 강주혁이 맥코트를 펄럭이며 걸어 나왔다. 그 뒤를 추민재 부장이 따랐고.
“ 정혜인 작가님. 안녕하세요? ”
어느새 촬영장까지 다가온 주혁이 정혜인에게 인사를 던졌고, 추가로 미소지으며 엄지를 추켜올렸다.
대단했다는 뜻이었다.
“ 아! ”
반면, 강주혁의 얼굴을 보자마자, 새어 나오던 화가 살짝 가라앉았는지 정혜인이 현실로 돌아왔다. 이성이 돌아온 것.
“ 씨······ ”
그녀는 촬영장 전체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음을 이제야 깨닫고는 아차 했고,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 하- 이게 지금 여기서 터트릴 게 아닌데. 다 망했어! ”
다음 날 아침, 화요일.
며칠 전부터 토우타 게이트 관련으로 빼곡하던 실검이 오늘 아침에는 살짝 변화가 있었다. 물론, 여전히 실검의 대부분은 토우타 게이트 관련으로 채워져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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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혜인.
4. 정혜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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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여자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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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누나 넷 3대독자 정혜인.
11. 정혜인 작품.
어째선지 실검에 시트콤 ‘누나 넷 3대독자’와 ‘없어졌던 남자’에 출연 중인 탑여배우 정혜인이 여기저기 박혀 있었다.
이유는 새벽부터 터진 기사들 때문이었다.
『[스타포토]탑여배우 정혜인, 이제 탑여배우 아닌 작가로 불러주세요/ 사진』
『촬영현장에서 폭탄 발언하는 정혜인/ 사진』
『인기 시트콤 ‘누나 넷 3대독자’의 작가, 알고 보니 정혜인이 썼다』
『[스타IS]정상급 탑여배우가 대본을 왜? 정혜인 측은 묵묵부답』
‘여자의 복수’ 촬영장에 있던 기자들이 스타트를 끊었고, 이후로 여러 언론사들이 달라붙으면서, 30일 아침엔 이 소식이 일파만파로 번진 것.
-와앀ㅋㅋㅋㅋㅋ이건 좀 신선한데?
-저 정혜인이 내가 아는 정혜인이 맞음? 그 정혜인이 대본을 썼다고?
-헐.
-진짜….정혜인….다 가졌네? 얼굴, 몸매, 능력. 부롭따….
-시트콤 ㅈㄴ 재밌게 보는 중인뎈ㅋㅋㅋ그거 대사를 전부 정혜인이 쓴 거네 그럼?
-대가리 텅텅 비어있는 줄 알았는데, 그 정돈 아니었나부네.
-윗댓 미친 새낀가?
덕분에 이 같은 소식을 들은 대중들은 신선함을 느낌과 동시에.
『시트콤뿐만이 아니다, 작가로서 변신한 정혜인이 쓴 아침드라마 ‘여자의 복수’ 4월 5일 첫방!』
『[오늘의 TV]국내 유일무이한 탑여배우 작가 ‘정혜인’, 그녀가 쓴 막장 아침드라마?』
『오는 4월 5일에 첫방인 ‘여자의 복수’, 정혜인과 함께 실검 등극!』
막장 아침드라마 ‘여자의 복수’의 기대감이 급격하게 치솟았다. 이 특이하면서도 재밌는 사건은.
『[스타]살얼음판이었던 연예계에 단비, 정혜인 SNS서 “대중들이 관심 가져줘서 기쁘다”』
최근 마약 사건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연예계에 훈훈한 온풍을 선사했고.
-그래~ 더러운 구정물이 있으면 깨끗한 1급수도 있어야지! 정혜인 응원합니다!
-막장? 막장 아침드라마? ㅋㅋㅋㅋㅋㅋ 누나 넷 3대독자 급보다 막장이면 맨날 본방사수한닼ㅋㅋㅋ
-↑백수 인증. ‘아침’드라마를 본다는 것이 그 증거.
-그런데 시트콤이나 여자의 복수나 둘 다 보이스프로덕션 투자 아니었음? 나 기사에서 본 것 같은데.
-만약에 두 작품 다 강주혁 투자면ㅋㅋㅋㅋ정혜인이 작가였던 걸 강주혁은 알고 있었으려나?
강주혁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 시국에 그나마 강주혁만 대중들한테 위안을 주는 것 같음.
이어, 점심 무렵.
탑여배우 겸 작가인 정혜인 소식이 여전히 실검에 보이는 와중에도 진행되는 일은 많았다. 먼저, 어느새 내일 개봉할 ‘상품을 소개합니다’ 영화판. 개봉일은 3월 마지막 날, 내일인 31일.
그런데 베를린 국제 영화제 은곰상의 파워는 아직 식지 않은 상태였다.
[채널명: 안병맛] [구독자 112만 명]-병맛같은 체험/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ㅠㅠㅠ!!(feat. 상품을 소개합니다, 은곰상)
-[1화]/ENG SUB
-조회수 6,251,221회/ 2021. 3. 5
‘상품을 소개합니다’ 영화판의 파워는 최근 구독자 100만을 넘은 안병맛 채널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병맛같은 체험/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본 헐리웃 배우들!!(feat. 상품을 소개합니다, 은곰상)
-[2화]/ENG SUB
-인기 급상승 동영상 #1
-조회수 4,852,343회/ 2021. 3. 15
1화 조회수 600만에 2화는 400만. 어마어마한 조회수였고, 구독자가 100만으로 늘어난 안병맛 채널에는 외국인 구독자도 많아진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 자!! 시즌2에는 40% 한번 넘겨 봅시다!!! ”
현재 4부까지 방영됐고, 시청률 35%를 훌쩍 넘긴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의 시즌2 촬영이 30일 오늘 공식적으로 시작됐고.
“ 캬!! 40% 진짜 고대의 유물 같은 시청률인 줄 알았는데, 우리 드라마 지금 30% 넘긴 거 보면 또 불가능하진 않아. 그렇지? ”
“ 당연하죠!! ”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스텝들 및 배우들은 시청률 40%가 코앞엔 상황이라 그런지 하늘 위를 걷는 기분으로 촬영 준비를 진행했다.
와중에.
“ 이, 이건 너무 싸잖아!! ”
강주혁은 황실장에게서 전달받은 GM엔터테인먼트 주주들을 만나,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 쌉니까? 글쎄요. 지금 GM엔터테인먼트의 가치는 그 가격보다는 조금 낮을 텐데요. ”
“ 그, 그래도. 내가 샀을 땐 조금 더. ”
“ 사장님. 이 가격이라도 쳐줄 때 파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
“ ······ ”
이미 GM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은 이강수 사장과 토우타 게이트로 인해, 제값을 받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럼 에도 GM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을 가진 주주 몇몇은 칭얼거렸다.
그러나 주혁은 가격을 올려줄 생각 따위 없었고.
“ 좀 가격이 아쉽더라도, 저한테 파시던가. 아니면 들고 있다가 그냥 휴짓조각을 만들어버리시던가. ”
“ 음. ”
“ 그것도 아니시면 혹시 이 시국에 일본 쪽이나 중국 쪽 자금을 받아서 주식을 넘기실 겁니까? 대중들에게 알려지면 골치 아파질 텐데요. ”
강주혁은 단호했다.
“ 결정하세요. 다만, 이번에 거절하셔도 두 번 제안은 없습니다. ”
같은 날, 늦은 밤. 보이스프로덕션 본사 앞.
GM엔터테인먼트의 주주들을 만나면서, 술을 좀 해서인지 주혁이 택시에서 내렸다. 곧, 강주혁이 피곤함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로 보이스프로덕션 삼성동 사옥의 입구 문을 열 때였다.
“ 어? 사장님!! ”
누군가 강주혁을 불렀다. 덕분에 고개를 돌린 주혁이 슬쩍 미소지었다.
“ 아- 최명훈 감독님. 일찍 오셨네요. ”
주혁을 부른 것은 검은색 숏패딩을 입고 뛰어오는 최명훈 감독이었다.
“ 예. 하하. 본사 올 땐 지하철이 빠르더라고요. 그보다 사장님 피곤하십니까? 얼굴이······ ”
“ 왜요? 폭삭 무너졌습니까? ”
“ 아, 그럴 리가요. 사장님이야 폭삭 무너져도 잘생기셨죠. 그게 아니고, 좀 아파 보여서. ”
“ 괜찮습니다. 오늘 만난 사람들하고 술을 좀 해서 그래요. 그- ”
이어 바로 앞에 다가온 최명훈 감독의 손에 들린 종이뭉치를 본 주혁이 1층 로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 올라가기도 귀찮은데, 저기 소파에 앉아서 볼까요? 그 건이죠? 시놉. ”
“ 예? 아, 예! 맞습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
최명훈 감독의 다부진 대답을 들은 주혁이 픽 웃으며 1층 로비의 소파로 이동했고, 소파에 앉자마자 짧은 숨을 뱉은 그가 최명훈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 볼까요? 김재황 사장님한테는 이미 보여주셨다고요? ”
“ 예. ”
짧게 답한 최명훈 감독이 강주혁에게 종이 몇 장이 겹쳐진 시놉을 건넸다. 이 시놉은 강주혁이 김재황 사장에게 제안한, 김재황 사장과 김재욱의 인생이 모티브가 된 영화의 시놉이었고.
-팔락.
강주혁이 시놉을 전부 읽을 때까지는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 음. ”
시놉을 전부 읽은 주혁이 시놉의 첫 장을 다시금 펼치며 입을 열었다.
“ 감독님. 혹시 이런 풍의 헐리웃 작품을 써본 적이 있으십니까? ”
“ 그럴 리가요. 사실, 그 시놉과 설정이나 뼈대는 ‘척살’ 전에 써놨던 습작 같은 거였습니다. ”
“ 습작? ”
“ 예. 묵혀놨던 건데, 이번 김재황 사장님의 원작. 아, 그러니까 일기 말입니다. 그거랑 섞어봤습니다. 물론 추가된 것도 많아요. ”
“ 그래요? ”
주혁이 되묻자, 최명훈 감독이 초조하게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주혁은 다시 손에 들린 시놉에 시선을 박았다.
‘ 이게 습작이라고? ’
장르는 스릴러 액션이었다. 그런데 시놉을 읽은 주혁은 꽤 감탄하는 중이었다. 최명훈 감독이 김재황 사장의 일기를 바탕으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낸 것.
‘ 헐리웃 느낌을 제대로 살렸네. ’
내용을 대충 줄이자면 갑부의 숨겨둔 아들이 납치되고, 그 납치된 아들을 죽이기 위해 갑부의 부인이 킬러를 보내나, 그 킬러가 아들을 도리어 구해낸다는 내용.
‘ 와중에 빈부격차 문제라거나 사람 사는 얘기도 잘 섞었고. ’
그렇다고 영화의 주장르인 액션이 빠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림으로 뽑는다면 호쾌하면서도 다크한 액션 영화가 그려질 것이 주혁의 눈에 선했다.
-스윽.
그쯤 강주혁이 고개를 들었다.
“ 감독님. 이거 시나리오만 잘 뽑으면 배우 누구나 욕심내겠습니다. ”
주혁의 평에 최명훈 감독의 얼굴이 금방 펴졌고.
“ 그렇습니까?! ”
“ 다만. ”
시놉의 끝부분을 찍은 주혁이 걸리는 점을 얘기했다.
“ 보면 영화 배경의 대부분이 LA 아니면 뉴욕인데, 이렇게 되면 여기 적힌 제작비 7,000만 달러로는 턱도 없을 겁니다. 2억 달러는 넘겨야 간신히 맞추려나? ”
“ 아······그게. ”
“ 인도 어떠세요. ”
“ 인도요? ”
“ 예. 배경의 한 70% 정도를 인도로 바꾸는 겁니다. 거기 요즘 좋아요. 영화판으로도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고, 헐리웃에서도 인도 가서 영화 많이 찍습니다. ”
곧, 최명훈 감독이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 메모했다. 그 모습을 보던 주혁이 말을 이었다.
“ 음. 그리고 어차피 내용 자체가 주인공 원맨쇼 영화니까, 배우는 최소 3명까지만 탑급으로 가고 나머지 조연부터 조·단역, 단역, 기타 등등을 인도 인원들로 채우면 훨씬 제작비가 줄어들면서, 다른 곳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겁니다. ”
꽤 괜찮은 아이디어였는지, 핸드폰 버튼을 눌러대는 최명훈 감독의 손가락이 빨라졌고, 주혁이 질문을 추가했다.
“ 감독님. 혹시 주인공으로 생각하시는 헐리웃 배우가 있습니까? ”
주혁의 물음에 최명훈 감독이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 배우 쪽은 아직 생각도 못 해봤습니다. ”
“ 그래요? 저는 이 시놉에 표현된 주인공을 딱 보자마자, 한 명 떠올랐어요. 싱크로율 100%. ”
“ 오! 그렇습니까?! ”
“ 예. 감독님은 시놉 수정할 부분 들어가시고, 전 이 시놉을 한번 보내보겠습니다. ”
“ 버, 벌써요?! 누구한테 보내시려고······ ”
최명훈 감독이 궁금해하자, 주혁이 다리를 꼬며 픽 웃었다.
“ 있어요. ”
지금 강주혁이 떠올린 배우는.
“ 우람한 애. ”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만났던 헐리웃 배우였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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