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33
구단 (4)
휴게실에 있던 주혁이 막장 아침드라마 ‘여자의 복수를 본 지 5분 정도가 넘었을 때, 모양은 같지만, 색깔만 다른 경량패딩을 입은 황실장과 박과장이 들어왔다.
황실장과 박과장은 주혁에게 간단한 인사 후, 그의 반대편에 자리했고.
“팝콘 좀 드실래요?”
주혁이 먹던 캐러멜 팝콘을 두 남자에게 내밀자, 황실장과 박과장의 손이 팝콘통으로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이어 두 남자가 캐러멜이 발린 팝콘을 한주먹씩 가져간 뒤, 강주혁을 포함해 세 남자는 잠시간 ‘여자의 복수’에 빠져들었다.
‘여자의 복수’는 그로부터 정확히 25분 뒤에 끝났다.
챙겨온 TV에서 광고가 흘러나오자, 황실장이 다이어리를 펼치며 입을 열었다.
“말숙 씨가 연기를 참 잘하는 것 같습니다.”
대뜸 던지는 말에 주혁이 TV를 끄며 웃었다.
“말숙 씨가요? 갑자기?”
“아, 아니. 그냥 연기를 잘하신다 싶어서.”
“하하. 그렇죠. 말숙씨가 연기를 잘하긴 하죠. 그래서 제가 스카웃했던 거고. 음~ 그런데 황실장님 말숙씨랑 얘기를 해본 적이 있었나요?”
“자주는 못 했습니다. 저번에 한번.”
“그래요?”
황실장은 주혁이 약간은 장난스럽게 미소짓자, 어색하게 헛기침하며 주제를 바꿨다.
“어험! 그럼 조사한 게임 프로 구단 HB1 말씀드리겠습니다.”
그의 주제 변경에 다리를 꼬고 있던 주혁이 잠시 황실장의 말을 멈추곤 휴게실 냉장고에서 캔커피를 꺼내와 두 남자에게 나눴다.
“네. 시작하세요.”
보고의 물꼬는 황실장이 먼저 텄다.
“HB1. 구단주는 아시다시피 현봉. 팀 창단은 2012년에 했습니다. 초기 팀 이름은 HB게임즈였고, 2015년에 HB1으로 팀명을 바꾼 것 같습니다.”
“HB게임즈? 잘 바꿨네요.”
“예. 실제로 HB1 팀이 ‘Legend of Legends 게임 대회에서 눈에 띄기 시작한 것도 그쯤부터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인 18년부터 성적이 좀 부진합니다. 공식대회에서 주로 4~6위를 오가면서,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성적이 안 좋다?”
이에 대한 답변은 박과장 쪽에서 나왔다.
“옙! 저도 ‘Legend of Legends’ 게임은 가끔 하는 편인데, HB1의 성적 부진은 아마 내부적으로 선수 교체가 자주 이루어지고 더불어 유망주를 발굴하거나 성적이 좋은 아마추어를 스카웃하는 등 신인 육성에 힘쓰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 같습니다.”
“그러니까 선수풀이 작다는 말이네요.”
“예. HB1은 구단주가 현봉임에도 타 구단과 비교해서 선수영입이 극단적으로 적습니다. 축구팀을 생각해보시면 됩니다만, 주요 1군 팀원 5명 중 한 명이라도 문제가 생겨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면 팀 자체가 눈에 띄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박과장은 게임 ‘Legend of Legends’를 평소 즐기는지 설명 자체가 꽤 디테일했다. 어쨌든 그의 설명을 들은 주혁이 간단하게 축약했다.
“한마디로 현봉이 운영을 개떡같이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까?”
주혁의 축약에 박과장이 씨익 웃었고,
“하하. 옙! 현봉이 운영을 아주 개떡같이 하고 있는 겁니다.”
듣고 있던 황실장이 다이어리 한 장을 넘기며 말을 이어받았다.
“박과장 말처럼 최근 HB1 팀은 선수가 아프거나 사정상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문제가 잦았고,작은 논란도 많았습니다. 그쯤 현봉이 공식적으로 구단을 매각하겠다는 발표를 던졌고, 시기는 올해 초였습니다.”
“HB1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요?”
“현봉 쪽 내부사정이라 정확하게는 파악이 어렵습니다만, 소문으로는 미국, 중국, 영국 쪽이 유력하답니다.”
“국내는요?”
주혁이 묻자,황실장이 고개를 저었다.
“현봉 측이 국내에는 팔지 않겠다는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습니다.”
“……흠. 국내 기업에 팔기에는 자존심이 상한다는 건가?”
이쯤 박과장이 조심스레 끼어들었고,
“그런데 사장님. 갑자기 ‘Legend of Legends’ 프로팀은 왜 알아보시는지.”
강주혁의 대답은 짧았다.
“제가 HB1의 구단주가 돼볼까 해서요.”
“아- 구단주를 생각……예?!!”
작게 고개를 끄덕이던 박과장이 화들짝 놀랐다. 반면, 황실장은 이제야 이해 간다는 듯, 꽤 평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힘들지 않겠습니까? 현봉. 그러니까 박만욱이 국내에 팔 생각이 없어 보일뿐더러, 사장님과 사이가 썩……”
황실장의 걱정은 당연했다. 현봉의 박만욱 사장이 강주혁을 좋게 볼 리 만무했다. 그럼 에도 주혁은 대수롭지 않게 다리를 꼬았고.
“뭐, 반대로 생각하면 안면도 있으니까. 떡밥을 던지면 입질은 오겠죠.”
입꼬리를 올린 그가 읊조렸다.
“나는 생각보다 쉬울 것 같은데.”
같은 시각, 해창 전자.
시간은 아침 8시쯤. 방금 비서와 같이 출근한 김재황 사장이 로비서부터 직원들에게 인사를 받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곧,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김재황 사장을 대신해서,비서가 층수 버튼을 눌렀고,
” 현봉이 매각한다는 게임 프로 구단.”
엘리베이터가 움직일 때, 김재황 사장의 목소리가 퍼졌다. 덕분에 앞에 섰던 비서가 몸을 돌렸다.
예?
“자네도 들어봤지? 현봉이 게임 프로 구단을 매각한다는 소식.”
“아, 예. 알고 있습니다.”
“그것 좀 자세하게 털어봐.”
엘리베이터가 7층을 지나고 있을 때 뱉은 김재황 사장의 말에 비서가 두 눈을 끔뻑였다.
“현봉이 버리려는 게임 프로 구단을……말입니까? 혹시 그걸 구매하시려고.”
“내가 미쳤나? 그 새끼가 가지고 있던 걸 사게? 그냥 알아봐. 박만욱이 그걸 얼마에 매각하려고 하는지부터 어디 어디가 붙었는지, 그 프로 구단 매각을 박만욱 혼자 진행하는 건지 그리고 매각하려는 시기까지. 싹~다. 털어봐.”
그쯤 엘리베이터가 김재황 사장의 사무실 층에 도착했고,
– 띵.
지시를 받은 비서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어쨌든 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김재황 사장이 자신의 사무실 문을 열었고, 피식 웃으며 혼잣말을 뱉었다.
“또 뭔 짓을 벌이려고, 하여간에 그놈을 보고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어.”
이후, 점심 무렵.
방송 3사가 바빠졌다. 당연했다. 4월 봄을 앞둔 상황에서 공중파 방송국들은 봄 개편·신규 프로그램 다툼이 한창이었다.
특히, SBC 드라마국은 발등에 불이떨어졌다.
“야! 석PD! 미니 기획안 왜 안 가져와!!”
“어후- 국장님, 박작가가 연락이 안 되는데 어떻게 기획을 짭니까. 저 혼자 짜요?”
“PD라는 새끼가! 박작가 집 앞에 드러눕던 벽을 타던, 만나서 기획안 가져오란 말이야!! 아니면 ‘대등한 법조인’ 조기 종영 뒤에 5월부터 미니 말아먹을래?”
“이미 ‘없어졌던 남자’가 35% 시청률 혼자 처먹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이깁니까!”
“죽이 밥이 되든 가져와!!
반면,
“자자 ‘버스킹’ 팀 회의합시다~!! ”
같은 SBC임에도 예능국은 드라마국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꽃밭 같았다. 예능 ‘버스킹’의 시청률이 유지 중이고, ‘방구석 친구들 역시 시청률이 잘 나오는 중이었다.
이것뿐인가?
KBC는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가 시청률 35%를 넘나들며 시즌3을 제작하느니 마느니 얘기가 오가는 중이었고, MBS는 시트콤 ‘누나 넷 3대 독자’과 막장 아침드라마 ‘여자의 복수’가 시청률 40%로 독주.
심지어 비단 공중파 방송국 만이 아닌.
강주혁이 과거 케이블이나 종편 방송국에 런칭한 프로그램도 여전히 반응이 좋았다.
한마디로,
『 [오늘이슈]지금 국내 방송가는 ‘보이스프로덕션’ 열풍!』
대중들은 현재 월화수목금토일 언제든 몇 시에 TV의 어느 채널을 틀든, 강주혁이 핸들링한 프로그램을 보는 것과 같았고,
『방송가 봄 개편에도 ‘보이스프로덕션’ 찾는다,인기 식지 않은 미다스의 손 강주혁』
국내 방송가에는 강주혁만의 독보적인 구역이 구축되는 중이었다.
같은 날 늦은 오후,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다시 강주혁의 사무실을 찾은 린다가 자신의 앞에 앉은 헤나의 노란 단발부터 시작해서, 얼굴 전체를 천천히 보다가 싱긋 웃었다.
“프로필 사진을 봤을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직접 보니 맞는 것 같아요.”
“네?”
헤나가 드문드문 알아들은 영어 때문인지, 되묻자 검은 파마머리 린다가 상석에 앉은 강주혁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가 한국에 왔을 때, 어떻게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분 무대를 봤나 봐요. 집에 이분 사진이 있어요. 무슨 공연 포스터 같은 건데, 아버지 방문에 붙어있어요.”
“……헤나씨 사진이?”
살짝 놀란 눈으로 주혁이 되묻자, 린다가 고개를 끄덕였고,
“네.”
“그럼.”
짧게 말을 뱉은 주혁이 시선을 ‘Ugly girl’ 시나리오에 내리자, 가슴까지 내려왔던 파마머리를 뒤로 넘긴 린다가 다시금 헤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 시나리오의 실제 주인공이 그녀 같아요.”
“……그러니까, 쉽게 얘기해서 당신 아버지가 헤나씨를 모티브로 잡고, 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는 거네요.”
“그녀를 직접 보니 알겠어요. 그런데 저분이 주혁 당신의 소속사에 있었고, 나는 베를린에서 당신을 우연히 만났어요. 그리고 당신이’Ugly girl’ 시나리오에 관심을 가져줬죠.”
린다의 말을 들은 주혁이 속으로 읊조렸다.
‘거기에 추가로 나는 ‘Ugly girl’ 관련 보이스피싱을 들었지.’
딱 여기서 주혁이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웃는 주혁을 보던 헤나가 작게 읊조렸다.
“저……사장님?”
그런 그녀를 보며 주혁이 ‘Ugly girl’ 시나리오를 헤나 쪽으로 더욱 밀며 미소지었다.
“이 영화는 아무래도 우리가 찍을 운명이었나 봐요.”
몇 시간 뒤.
린다와 칼은 강주혁과 작품 정식 계약을 맺고, 숙소로 돌아갔다. 끝으로 린다는 강주혁과 악수하며 한마디를 던졌었다.
‘최대한 빠르게 시나리오 수정해서, 작품 기획 최종안 올려드릴게요. 투자자님.’
반면, 자신이 영화 ‘Ugly girl’의 실제 주인공임은 들은 헤나는 방방 뛰며 더욱 열정적으로 변했다. 그녀는 작품 계약을 마치자마자, 곧장 작곡가 최화진에게 전화하며 외쳤다.
‘화진아! 우리 노래 만들어야 돼! 지금 당장!!!’
이제 영화 ‘Ugly girl’은 주혁이 픽스한 스텝다운’을 연출했던 감독을 찾는 것과 시나리오 수정만 끝나면 곧바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곧, ‘Ugly girl’ 관련 생각을 정리하던 주혁이 한숨을 뱉었다.
“후-”
이어 그가 노트북을 열었다. 요즘 밤만 되면 그가 하는 일을 하기 위함이었다.
“몇 번째 캐릭터까지 봤더라.”
바로 ‘Legend of Legends’ 사이트를 참고하여 캐릭터를 짜는 일.
-딸깍!
어쨌든 뜨끈한 커피를 뽑아온 주혁이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바로 그때.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책상 위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발신자를 확인한 주혁이 읊조렸다.
빠른데?
이어 그가 흥미롭게 웃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070-1004-1009
전화가 보이스피싱이었기 때문. 곧, 강주혁의 핸드폰에서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블랙’ 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VIP 유료서비스 ‘블랙’의 남은 횟수는 총 17번입니다!!] [VIP 유료 서비스인 ‘블랙’ 단계를 통해 인생역전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익숙하게 주혁이 1번을 눌렀다.
띠익.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 해주세요! ‘] [ 1번 ‘the perfect wall’, 2번 ‘하루에 몽땅 공개’, 3번 ‘포기 없이 내 달리는’,4번 ‘최대 5천만 명, 5번 ‘지난달 30일 새벽’, 6번 ‘가정부로 20년을 산’, 7번……]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키워드를 들은 주혁이 짧게 고민하다 읊조렸다.
“영어가 궁금하긴 한데, 다른 것도 갱신시켜야 하니까.”
짧게 읊조린 그가 생각이 있는지, 5번 ‘지난달 30일 새벽’ 키워드를 선택했다.
-띠익.
[완벽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지난달 30일 새벽’입니다! ] [TOM엔터테인먼트로 이적 후, 해외 진출을 노렸던 탑배우 하정훈이 헐리웃 및 중국에서 찍은 작품 3개가 내리 망하면서, 3월인 지난달 30일 새벽 자신의 SNS에 은퇴를 선언하는 글을 게재한 한 뒤, 그가 쭉 잠적하자 대중들은 하정훈에게 국내용 배우라는 이름표를 붙이며 조롱합니다.] [VIP 정보: 탑배우가 알콜중독까지 걸려, 은퇴한다니 아쉽게 됐네요!]미래정보를 들은 주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TO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