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36
구단 (7)
“이력서라니.”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도 살짝 이해가 안 갔지만, 그게 이력서라는 말이 더욱 이해가 안 갔는지, 최상희 감독이 되물었다.
“죄송합니다만, 사장님, 이력서라면 어디에 내는 이력서인지.”
그의 말에 마니또 멤버들이 자기들도 궁금하다는 듯이 고개를 세차가 끄덕였다. 그 모습에 픽 웃은 주혁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다리를 꼬았다.
“글쎄요.세계에 내는 이력서랄까?”
“……세계요?”
“네. 세계. 좀 말이 이상한가? 하여튼 이 프로젝트는 최종적으론 대중들에게 공개되겠지만, 당장은 대중보단 다른 곳을 겨냥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주세요.”
말을 마친 주혁이 투명파일에 따로 뽑아둔 종이 한 장을 추가로 꺼냈고, 그 종이를 마니또 멤버들의 사진과 게임 캐릭터 사진이 펼쳐진 곳에 올렸다.
이어 주혁이종이에 출력된 내용을 보며 말을 이었고,
“일단 곡은 최화진 작곡가님이 만든 ‘K-STAR’로 가고, 안무와 곡 컨셉도 그대로, 노래 자체 러닝타임이 3분이 조금 넘으니까, 이것저것 추가해서 총 5분으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와 실사판 뮤직비디오. 이 두 가지 버전의 뮤비가 못 해도 7월까진 나와야 합니다.”
최상희 감독이 강주혁의 손 밑에 깔린 게임 캐릭터 사진을 보며 읊조렸다.
“7월……”
그때 크림색 니트를 입은 홍혜수 부장이 손을 번쩍 들었다.
“잠깐! 잠깐잠깐! 사장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는 그렇다 치고, 그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의 실사판 뮤비라면.”
잠시 말을 멈춘 홍혜수 부장이 여전히 동그란 눈을 끔뻑이는 마니또 멤버들을 가리켰다.
“코스프레를 말하는 거야?”
“비슷하지만 좀 달라. 코스프레라기보단 무대의상 정도로 생각해야 되는데, 사실 실사판 뮤비는 어디까지나 터졌을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두는 거야.”
“터졌을 때?”
“응. 애니메이션 뮤비가 터졌을 때.”
이쯤 누가 삼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정적. 대회의실이 고요해졌다.
그 고요함을 깨트린 것이 최상희 감독이었다.
“7월이라면, 빠듯하지만 가능은 합니다. 5분짜리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과 같으니까.”
“어차피 1차 완성본이라, 퀄리티는 ‘폭풍전야’ 보다는 좀 낮아도 되지만, 볼 때 불편함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어 강주혁의 시선이 마니또 멤버들에게 닿았다.
“미안한데. 다들 여기 나란히 서 줄래요?”
“네? 아! 네!!”
잠시 멍때리던 마니또 멤버들이 강주혁과 가까운 창가 쪽에 일자로 섰다. 그녀들이 주룩 서자, 주혁이 책상에 펼쳐놓은 게임 캐릭터 사진을 집으며 말을 이었다.
“뮤비 풍은 누가 봐도 이건 K-POP이다 싶을 정도의 전형적인 K-POP 걸그룹 느낌으로 가야 하고, 효진씨. 이거 들고 있어 볼래요?”
“아, 네네.”
주혁이 게임 캐릭터 사진 중 한 장을, 살이 갈색이라 이국적인 느낌의 효진에게 내밀었다.
“효진씨는 캐릭터 에블린, 서진씨는 케이사, 엘리야씨는 아카렌 그리고 수현씨는 아린.”
결국, 일자로 선 마니또 멤버들은 게임 캐릭터 사진 한 장씩이 나눠졌다. 그녀들이 들고 있는 게임 캐릭터들은 전부 여자였고, 구미호처럼 꼬리가 9개 달렸거나 아니면 등 뒤에 뾰족한 칼이 달려있는 등,하나같이 특이한 여자 캐릭터들뿐이었다.
어쨌든 캐릭터 사진을 든 채, 일자로 선 마니또 멤버들을 보며 주혁이 홍혜수 부장에게 물었다.
“어때? 올라온 마니 캐릭터 스토리텔링을 참고해서 선정해 봤는데.”
“……괜찮지 않아? 캐릭터 분석이야 나보다 사장님이 더 잘하잖아.”
그녀의 대답에 픽 웃은 주혁의 고개가 이번에는 최상희 감독에게 닿았다.
“감독님.”
“예.”
“캐릭터를 짤 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이게임 캐릭터와 똑같이 가면 안 됩니다. 다르지만 분명 다르지만, 왠지 모르게 묘한 느낌으로 비슷하게 가야 돼요. 그렇다고 게임 캐릭터의 느낌을 완전히 버려서도 안 되고,”
“그러니까, 사장님 말씀은,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제작 전, 저분들의 캐릭터를 먼저 만들고 가야 된다는.”
“정확합니다. 캐릭터마다 세계관이 있는데, 그것들도 녹여내야 됩니다. 컨셉에.”
-스윽.
대답한 주혁이 서 있는 마니또 멤버 중 최근 은은한 금발로 염색한 수현에게 다가갔다.
“예를 들어보죠. 수현씨는 걸그룹 마니또에서 센터. 즉, 비주얼과 그룹의 이미지를 책임집니다. 만약 수현씨가 들고 있는 이 캐릭터. 구미호인 아린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음.”
“그런 느낌으로 접근해보는 거죠.”
주혁의 정리에 어느새 일어나 팔짱을 낀 채, 마니또 멤버들을 쳐다보던 홍혜수 부장이 끼어들었다.
“그럼 굳이 저 게임 캐릭터의 머리 색이나 입은 옷 그리고 체형 등을 비슷하게 맞출 필요는.”
“없는 거지. 대신에 캐릭터가 가지는 중요한 포인트는 죽이면 안 돼. 이런 9개 꼬리가 달렸거나, 등 뒤에 칼 같은 거.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인데, 보통 걸그룹이 뮤비에 입고 나오는 의상이 여러 가지잖아?”
“그렇지. 단독샷, 풀샷, 컨셉샷 등등해서 적어도 4~5벌은 바꿔입으니까.”
대답을 들은 주혁이 과거를 떠올렸다.
“의상을 새로 짤 시간은 없을 것 같으니까. 저번 전국투어 콘서트 했을 때 입었던 무대의상들을 그대로 가져오면 어때.”
“재활용.나쁘지 않지.”
얼추 설명이 끝났는지, 주혁이 서 있던 마니또 멤버들에게 웃으며 돌아가라는 말을 던졌다. 이어서 강주혁도 자리에 앉았다.
“쉽게 정리하자면 ‘K-STAR’ 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를 2가지 버전으로 제작하는 거고, 뮤직비디오 감독과 상의해서 시작해봐. 조금은 자극적이어야 할 거야.”
주혁의 말이 끝나자, 어느새 홍혜수 부장은 분홍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고, 최상희 감독은 마니또 멤버들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캐릭터를 가늠하듯.
이어 주혁이 모인 모두에게 결론을 던졌다.
“뮤비 컨셉은. 음- 게임 ‘Legend of Legends’ 세계에 걸그룹이 나타난다면? 정도가 좋을 것 같은데.”
주말이 지나, 12일 월요일 아침.
아침부터 실검에 하정훈의 이름이 올랐다. 키워드는
‘하정훈’이나 ‘하정훈 이적’ 위주였다. 왜 월요일 아침부터 하정훈의 이름이 실검에 오르내리나?
이유는 보이스프로덕션 홍보팀 덕분이었다.
『 ‘하정훈, 김건욱 강하진 말숙 등과 한솥밥…곧, 보이스프로덕션 이적,』
『현재 소속사 떠나 강주혁의 품으로, 하정훈 SNS에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
『사장님으로…강주혁, [스타IS] 친구에서 ‘하정훈’까지 품었다!』
주말 안에 보이스프로덕션은 하정훈 측과 얘기를 마치고, 월요일 아침부터 바쁘게 홍보자료를 돌리기 시작했고,
『탑배우가 도대체 몇 명이야? 하다못해 탑배우인 강주혁이 사장인 ‘보이스프로덕션’』
연예계 언론도 휘파람을 불며 신나게 기사를 똑같이 찍어냈다. 그런데 언론의 기사 찍는 속도가 평소보다. 빨랐다.
이유로는 하정훈이 국내 10위 안에 드는 탑배우인 것도 있었지만.
『 강트맨 ‘강주혁과 오랜 친구 ‘하정훈, 의리 지켰다!』
보이스프로덕션의 수장인 강주혁과 하정훈 사이의 스토리가 더욱 기자들의 구미를 당긴 것.
-강주혁 하정훈 투샷 좀 훈훈한데?
-다들 하정훈이 척살 나올 때부터 짐작하고 있었잖아요? 둘이 배우 하던 시절부터 친했었는데.
-솔직히 나는 하정훈이 이미 보이스프로덕션 소소인 줄 알았음.
-ㅋㅋㅋㅋ 평소같으면 하정훈이 저길?! 대박! 하겠지만 보이스프로덕션이라고 해서, 고개를 끄덕끄덕.
-둘이 막 그렇게 친한 건 아니라고 하던데.
-응 다음 뇌피셜.
-쟤네 거의 20년 지기 아님?ㅋㅋㅋㅋㅋ 둘 다 김건욱 토크쇼 한번 나왔으면….
그리고 비슷한 시각.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의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재밌는 것은 예고편 공개와 함께 하정훈 밑으로 ‘화이트 빅 마우스’가 실검에 올라 순위를 등반하기 시작한 것.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애초 헐리웃 유명 영화사 무비마운틴 픽쳐스가 제작한다는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에 강주혁과 김재황 사장이 투자사로 나선다는 것으로 화제였었고.
『[무비이슈] 드디어 공개된 ‘화이트 빅 마우스’ 티저 예고편, 공개와 함께 조회수 폭발!』
심지어 영화에 한국 배우인 정진훈과 김재욱이 쟁쟁한 헐리웃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것만으로도 대중들의 기대감을 치솟게 하기엔 충분했기 때문.
덕분인지 ‘화이트 빅 마우스’ 티저 예고편이 너튜브부터 SNS채널 등 여러 플랫폼에 공개되고 몇 시간 뒤.
-[화이트 빅 마우스 티저 예고편
-[1차]/ENG SUB
-인기 급상승 동영상 #2
-조회수 1,214,670회/ 2021.4.12
공개된 티저 예고편의 조회수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어 같은 날 늦은 밤.
“어? 저 여자 그 누구더라. 하여튼 그 헐리웃 히어로 영화 캐스된 그 배우 아니야?”
“아아- 유지은인지 유재은인지 그 여배우! 맞나?”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유재은이 해외 제작사 위너필름 스튜디오가 준비한 ‘스톤맨1’ 관련 발표회 스케쥴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 준비 중이었다.
“막 주변에 스탭들 많잖아? 일단 연예인 확정 아닌가?”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릴 발표회에서는 ‘스톤맨1’에 출연할 헐리웃 배우 전체가 출석하며.
” 예. 박찬규 부사장님. 지금 공항 도착했습니다. 미국 도착해서, 송이사님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발표회를 끝으로 공식적인 ‘스톤맨1’ 촬영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같은 날, 늦은 밤.
홍혜수 부장과 최상희 감독 그리고 마니또의 온라인용 뮤비 제작을 맡은 뮤직비디오 감독이 보이스프로덕션 본사에 모여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회의 중이었다.
“7월에 완성본이 나오려면 적어도 6월에 테스트 버전이 나와야 돼요.사장님이 보셔야 되니까.”
오늘 점심에 강주혁의 입에서 뱉어진 일이었음에도 벌써 가닥이 잡히고 있었다.
“부장님. 이 곡 ‘K-STAR’의 안무는 있습니까?”
“있어요.”
“음……안무를 좀 제대로 표현하려면 돈이 많이 듭니다.”
“필요한 게 있어요?”
“안무를 제대로 살리려면 모션캡처라고 대상의 움직임을 인식해서, 표현하는 기술이 있는데. 이게 돈이 좀 많이 드는.”
“돈은 상관없어요. 일단 진행부터 하죠.”
사실,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이 이 프로젝트는 후보고하라고 하셨으니까.”
강주혁이 생각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퀄리티보다는 시간에 맞추는 것이 더욱 중요했으니까.
그 시각 사장실에서는.
“디즈니에서?”
자리에 앉은 주혁이 추민재 부장과 통화 중이었다.
“어어. 정확히는 디즈니 픽쳐스, 내가 본 내용으로는 앞으로 만들 영화에 하진이가 필요하다. 미팅을 원한다. 이정도야.”
추민재 부장의 목소리에 주혁이 등을 의자에 푹 기댔다.
베를린에 던진 ‘상품을 소개합니다’ 이력서로 입질이 슬슬 올 거라곤 생각했지만. 난데없이 디즈니라니.’
그쯤 추민재 부장이 다시금 목소리를 냈다.
“요즘 디즈니 픽쳐스가 예전에 만들었던 애니를 영화화하는 추세라던데? 뭐가 됐든 하진이가 컨택받은 건 대단한 거 아니냐?”
“대단한 거지. 하다못해 단역으로만 들어가도 필모 자체가 달라질 텐데.”
”
실제로 최근 국내에는 디즈니에서 과거 만들었던 애니메이션을 화화한 작품이 많이 걸렸고,흥행했다.
여러 가지 마케팅이 주요했겠지만, 가장 큰 흥행요인은 관객들의 추억을 현실화시킨 부분.
어쨌거나 아직 어떤 작품인지, 어떤 역할인지 정확한 건 없지만, 강하진이 디즈니에서 받은 컨택은 큰 수확이었다.
“일단, 알겠어. 하진씨는 알아?”
“알지. 바로 전화 때렸으니까.”
“반응이 어때?”
“어떻겠냐? 뭐라더라 드디어! 랬나? 하여튼 좋아하지 뭐.”
곧, 좋아하는 강하진의 얼굴이 떠오른 주혁이내일 회사에서 자세히 얘기하자는 말을 끝으로 추민재 부장과의 통화를 끝냈다.
전화를 끊자마자 주혁이 읊조렸다.
“한 명은 조금 아쉬운데……”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상품을 소개합니다’로 공식적인 프로필을 던진 것 치고 강하진 한 명만 컨택온 것이 주혁은 아쉽게 느껴졌다.
“역시. 해외서 인지도가 부족해. 망설이고 있는 곳이 많을 거야.”
인지도. 보이스프로덕션 자체의 해외 인지도를 생각하는 주혁이었고, 해외 문화산업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였다.
그쯤 주혁이 보이스피싱 미래정보들이 적힌 수첩을 꺼냈다. 계획을 정리하기 위함이었고.
바로 그때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울리는 강주혁의 핸드폰.
-스윽.
이어 주혁이 발신자를 확인했고.
-김재황 사장.
상대는 김재황 사장이었다. 살짝 고개를 갸웃한 주혁이 전화를 받았다.
“네. 접니다.”
그런데 김재황 사장이 뱉은 말은 꽤 짧았다.
“자네가 부탁한 현봉 게임구단 건. 전부 털었는데, 시간 좀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