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37
구단 (8)
김재황 사장의 간단한 말에 주혁이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빨랐네요.”
“천천히 했으면 좋겠나? 그게 좋으면 다음 주쯤에 말해주지.”
“그럴 리가요.”
이어 김재황 사장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지, 그의 담배 연기 뱉는 소리가 들렸고, 본론은 그다음이었다.
“박만욱이 그 게임구단을 좀 급하게 처분하는 모양이야. 옵션까지 받아가면서.”
“급하게 처분한다?”
“그래.”
“꽤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거로 알고 있는데, 왜 이제 와서 급하게 처분하려는 걸까요?”
“간단하지.”
주혁이 커피머신기로 이동할 때쯤 그 이유를 김재황 사장이 뱉었다.
“자잘한 것들 전부 치우고, 본진인 현봉 자동차에만 집중하려는 거지.”
“……현봉 자동차에 집중한 다라. 혹시 박만욱 사장의 동생 박만혁이 눈에 띄게 움직이고 있다거나.”
“비슷해. 박만욱 그놈의 동생 박만혁의 본진. 그러니까 현봉건설 작년 실적이 꽤 올랐더군. 반대로 현봉 자동차는 좀 떨어졌고.”
“한마디로 권력 다툼 때문에 매각한다는 거네요.”
“맞아.”
해창 그룹의 김재황 사장이야 이미 차선 회장으로 거의 유력하지만, 현봉의 박만욱 사장은 달랐다. 아직도 동생인 박만혁이 건재한 데다가, 최근 현봉 자동차의 실적이 떨어졌다면 불안할 만했다.
그때 김재황 사장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건 보너슨데. 그 게임구단에 달라붙은 곳 중에 중국이 가장 큰돈을 제시했다는군.”
“……중국. 그 보너스 소식은 언제 확인하신 겁니까?”
“오늘 아침.”
오늘 아침이라면 한창 하정훈 관련 보이스프로덕션 이적 기사가 터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어 주혁은 다 내려온 커피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
“제가 확인해 봤을 땐, HB1 구단 매각에 달라붙은 곳이 영국, 미국도 포함됐다고 들었는데요.”
“그랬지. 그런데 오늘 아침에 중국이 최종 구입 금액을 높인 모양이야. 옵션을 붙이긴 했지만. 그래서 말인데. 강사장.”
“예.”
“하려면 빨리 움직여야 거야. 박만욱 그놈 성격에 가격만 맞으면 바로 팔아치울 테니까. 끼어들려면 빨리 끼어들라는 거지. 거기다.”
잠시 말을 멈춘 김재황 사장이 다시금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아니, 그런 소리가 들렸다.
“자네 Wang Media Partners라고 들어봤나?”
순간 자리로 움직이던 주혁의 발이 멈췄다.
“어디요?”
“Wang Media Partners. 중국의 대형 투자사. 미디어, 게임, 사업 등등 문어발 투자 회사지. 잡식이야 잡식. 우리 쪽에선 꽤 유명한 놈들인데, 그 게임구단을 사려고 한 중국 기업이 걔네야.”
꽤 익숙한 Wang Media Partners의 상호를 듣자마자, 주혁이 픽 웃었다.
“여기서 또 튀어나왔네.”
“또?”
“‘화이트 빅 마우스’에 투자한 중국 투자사가 Wang Media Partners 입니다.”
“어?? 그게 그놈들이었어?”
“예.”
짧게 답한 주혁이 멈췄던 발을 움직여 자리에 앉았고, 들고 있던 커피를 책상에 올리며 속으로 읊조렸다.
‘정리하면 현봉이 가지고 있는 게임구단 HB1을 사려고 하는 중국 기업이 Wang Media Partners고 그놈들이 유력하다는 건데. 이거 ‘화이트 빅 마우스’랑 비슷한데?’
확실히 그랬다.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도 강주혁이 개입하기 전에는 Wang Media Partners가 메인 투자사였다. 그렇게 따지면 이번에도 주혁이 끼어드는 그림이었다.
‘그쪽은 아마 내가 그 게임구단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겠지. 움직이지도 않았으니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주혁이 게임구단 HB1을 산다면 Wang Media Partners에게서 가로채는 양상이었다.
“크큭. 좋은데?”
“응? 뭐가?”
“아, 아닙니다. 그나저나 Wang Media Partners가 가격을 높이면서 붙인 옵션은 뭡니까?”
“뭐, 대충 구단 가격을 비싸게 쳐줄 테니, 우리 배우들을 좀 가져다 써달라는 옵션.”
“배우들? Wang Media Partners쪽 배우를 말하는 겁니까?”
“그래. Wang Media Partners 산하 중국 엔터에 소속된 중국 배우들을 현봉 광고나 뭐 기타 마케팅 관련 여기저기 꽂아달라는 거지.”
말을 들은 주혁이 턱을 쓸었다. 뭔가 쓸만한 정보를 얻은 표정.
“그 옵션을 받고, 구단 가격을 비싸게 쳐서 넘긴다. 나쁘지 않은 거래 같은데.”
“그렇지. 박만욱 그놈으로서는 전혀 손해 볼 것이 없지. 이미 매각 자체 분위기도 중국 쪽으로 기울었을 거야.”
이어 김재황 사장이 주제를 바꿨다.
“그런데 가능하겠나?”
“뭐가 말입니까?”
“그렇잖나. 이미 중국 쪽으로 기운데다가 박만욱이 게임구단을 자네에게 순순히 팔 리가 없잖아? 당장 전화해서 달라고 해봐야 욕이나 뱉겠지. 잘해봐야 가격을 후려치거나 뭔가 조건을 얹을게 빤해. 강사장 자네도 그놈 봤잖아?”
“당연하겠죠.”
맞는 소리였다. 한 번 강주혁과 소리 없는 전쟁을 치렀던 박만욱 사장이,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을 그가 강주혁에게 순순히 게임구단을 넘길 턱이 없었다. 심지어 중국 쪽 조건이 훨씬 좋은데 굳이 강주혁에게 구단을 넘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그러나 어째선지 주혁의 얼굴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러면 제 손으로 끄집어내기보단, 박만욱 사장이 직접 토해내게 만들어야죠.”
“직접 토해내게 만든다!”
“네. 판부터 짜야겠네요.”
주혁의 말에 김재황 사장이 크게 웃었다. 그 웃음이 약 5초간 이어졌고, 가까스로 진정한 그가 강주혁에게 되물었다.
“그래. 자네의 입에서 뱉어지는 판은 언제나 재밌지. 어떤 판인가?”
곧, 강주혁이 꼬았던 다리 방향을 바꿨고, 지금까지 얻은 정보들을 종합해,떠오른 판을 설명했다.
“사장님. 대기업 오너로서, 지금 현재 국내서 가장 예민하고 조심하고 있는 게 뭡니까?”
“시국이지. 개나 소나 애국마케팅을 벌이고 있고, 그게 또 국민에게 먹히고 있어. 이젠 비단 일본만이 아니라, 타국까지. 그냥 지금은 made in korea가 최고야.”
정답이었는지 주혁이 미소지었다.
“그걸 좀 이용해 볼까 합니다.”
며칠 뒤, 수요일 아침.
출근하는 주혁에게 몇 가지 연락이 도착했다. 하나는 김삼봉 감독이었다.
“어제가 마지막 촬영이었어.”
‘폭풍’ 의 공식적인 크랭크업 선언이었고, 모든 촬영이 끝났다는 말과 같았다. 이어 빠른 속도에 감탄한 주혁이 답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뭘. 이제 마케팅 스케쥴이다 편집이다 사실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지. 그나저나 하정훈이 자네가 데려갔다고?”
“예. 맞습니다.”
“명훈이도 그렇고, 하정훈도 그렇고, 자네는 내가 괜찮았다 싶은 놈들만 골라서 데려가는군.”
칭찬인지 뭔지 애매한 말을 던지던 김삼봉 감독이 하정훈에 관한 말로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하정훈. 많이 변했어. 5년 전과는 차원이 달랐어. 잘 키워 보게.”
이어 김삼봉 감독은 주혁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 피식한 주혁이 다음으로 확인한 것은 포커스무비의 린다에게서 도착한 메일이었다.
“마리 미코 감독. 찾긴 찾았나 보네.”
메일의 중점적인 내용으로는 주혁이 말했던 ‘스텝다운’ 영화를 연출한 마리 미코 감독을 찾았으며 설득 중이라는 것과 ‘Ugly girl’의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수정 중이라는 것.
딱 여기까지 주혁이 확인했을 때,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었고,
“착착 진행 중이고,다음은.”
액셀을 밟던 주혁이 며칠 전 들었던 하정훈 관련 미래정보를 떠올렸다.
“그 정보는 하정훈에 관해서도 관해서지만, 지뢰밭을 찾은 것도 포함이야. Wang Media Partners가 관여한 영화는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겠어.”
바로 그때.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또다시 주혁의 핸드폰이 울렸고,
-최명훈 감독님.
상대는 최명훈 감독이었다.
“네 감독님.”
“사장님. 출국 전에 전화 드립니다!”
그의 상기된 목소리에 주혁이 픽 웃으며 물었다.
“얼마나 걸리신다고요?”
“일주일 봅니다.”
“감독님 팀 전체가 다 가는 겁니까?”
“옙! 자료조사도 조사지만 영화 촬영 전 사전 답사도 포함돼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참, 가셔서 제목까진 확실히 정해서 오세요.”
최명훈 감독 사단이 오늘 인도로 출국했다.
같은 날, 오후.
디쓰패치에서 기획기사 하나를 쏘아 올렸다.
『[기획]이 시국에 중국 배우를 가져다 쓴다는 대기업 현봉, 심지어 자국 프로 게임구단도 중국에 매각? 현봉의 거침없는 행보』-정정민 기자.
기사에는 국내 무명 포함 수많은 배우들을 두고, 굳이 중국 배우를 쓴다는 내용 포함, 프로 게임구단 매각 관련 꽤 디테일한 설명과 함께 현봉 측이 발표하지 않은 사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서 자료를 넘겨받은 것처럼.
거기다 재밌는 것은.
『 [공식]국민 전부 똘똘 뭉쳐 ‘korea’만 찾는데, 대기업인 현봉은 ‘china’만 찾는다?』
『 ‘비싸도’ 한국 것만 찾는 시국에 당당한 현봉은 ‘비싸도; 중국 배우를 쓰겠다.』
디쓰패치가 기획기사를 쏘아 올리자마자, 익숙한 언론사들이 마치 짠 듯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이슈체크]현봉이 가진 자국 게임 프로 구단 ‘HB1 중국에 매각 임박, 꼭 중국이어야만 하는가?』
시국이 시국이라 그런지, 이 불길은 언론에서 빠르게 불타올랐다. 거기다 대기업 현봉이 끼어있으니, 기사가 퍼지는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속보] 자국 게임구단, 꼭 중국에 매각해야 할까? 국내 기업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현봉,』
『중국 배우 팔아주는 현봉, 게임구단 매각에 걸린 옵션이었다?』
토우타 게이트 덕분에 형성된 시국은 어느새 한국을 무시하는 타국에 대한 국민의 공격으로 변해 있었고, 연예계부터 시작해서 모든 곳은 이 예민한 시국을 무척이나 조심하는 중이었다.
와중에 국내 대기업 현봉의 기사가 터진 것.
『 [속보]초기 프로 구단 ‘HB1’ 매각 발표했을 때는 해외에 안 판다더니…반년 만에 말 바꾼 현봉』
『 애초 국내 기업에는 매각할 생각 없었다? 현봉 내부고발자의 인터뷰!』
『현봉, 이 시국에…조금 기다렸다 매각할 순 없었나? 국민들 분통』
곧, 이 소식은 언론에서 대중들로 대중들에서 각종 SNS 및 너튜브 등 여론으로 번졌다. 이 정도까지 일이 퍼지는 데에까지는 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공식] 굳이 이 시국에 자국 게임구단을 중국 배우 팔아주며 매각해야 했나? 현봉 측 묵묵부답』
-그래 ㅅㅂ 국민만 NO 재팬, NO차이나 외치지 시벌 대기업들은 신경도 안 쓰지.
-잦같넼ㅋㅋㅋㅋㅋ 현봉새끼덜
-시국이고 나발이고 걍 중국이 우리 배우 팔아주면 구단 비싸게 사준다고 하니까 날름 팔려고 하는 듯. HB1 팀원들 불쌍해서 우짬.
-간도 크다…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자국 게임구단인데, 왜 Legend of Legends 대회 참여 국가 중에 제일 잣밥인 중국에다 팔고 지리이지? 그것도 짱깨 배우들 팔아주면서까질ㅋㅋㅋㅋ
-지랄도 풍년.
-애초에 창설을 하지말던갘ㅋㅋㅋ 팔려면 국내 기업에 팔던갘ㅋㅋㅋ시발 갑자기 중국에 팔고 자빠졌네.
-NO 현봉.
-아 ㅈ같네 나 현봉차 타고 다니는데, 테러당하는 거 아님?
이 같은 반응은 어디선가 계속해서 추가되는 장작으로 인해, 밤새도록 활활 불타올랐고,
이어 다음날인 15일 목요일 아침.
-쾅!!
“이거 어디서 시작된 거야!!!”
“죄, 죄송합니다!! 지금으로선 확인이 어렵습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박만욱 사장은, 아니, 현봉은 아침부터 비상이 걸렸다.
“현재까지 피해는!!”
“주가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고,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차 계약 취소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고.”
“씨발!!! 아니 대체 이게 왜 갑자기 이렇게 터진 거야! 어디서 새 거야!!”
박만욱 사장은 큰 코에서 뜨거운 콧김을 내뱉으며 고함을 질렀다. 가뜩이나 큰 그의 코가 더욱 벌렁거렸다.
“올해 초에 매각 발표하고, 이후로 아무도 모르게, 쥐죽은 듯이 조용히 진행했는데!! 시발! 정보가 어디서 샌 거냐고!!! 다들 입이 있으면 씨불여보란 말이야!!! ”
하지만,
“……”
직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고,
그 시각 강주혁은.
“분위기 좋고.”
사무실에 앉아, 노트북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확실히 시국이 시국인지라 번지는 속도가 엄청났고, 대기업 현봉이라는 키워드와 중국이라는 키워드가 섞여 국민을 자극하는 바람에 쉽게 꺼질 불길은 아니었다.
-스윽.
이어 책상 위 달력을 집은 주혁이 입꼬리를 올리며 짧게 읊조렸다.
“한 이틀만 냅둬볼까?”
같은 시각, 잠실역 주변. 코리아 라이넛 게임즈. 세계적인 게임 ‘Legend of Legends’의 개발 및 운영을 맡고있는 회사 라이넛 게임즈, 그리고 그 회사의 한국지사가 잠실역 주변에 위치해있었다.
라이넛 코리아는 오늘도 여지없이 바빴다. 그런 와중에 나란히 앉은 라이넛 코리아의 남자직원 두 명이 바쁘게 마우스 클릭을 하며 대화 중이었다.
“이번 롤드컵(월드 챔피언십) 우승국 스킨(게임캐릭터의 외형을 바꾸는 것) 여캐로 간다더라.”
“여캐로?”
“어어. 확정은 아닌데, 본사에서 여캐로 무게를 둔다고 팀장님이 그러던데?”
곧, 말을 들은 남자직원이 클릭을 멈추곤 고개를 올려 무언가를 떠올리다, 이내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던졌다.
” 하긴. 작년하고 재작년 우승국 스킨이 전부 남캐였지?”
“그렇기도 하고, 지금 원딜 케이사가 겁내 뜨잖어. 분명 이번 롤드컵에서 겁나 벤 당할걸?”
“그럼 잘 팔리겠네.”
“잘 팔리겠지. 안 그래도 인게임에서 케이사 픽이 많은데, 롤드컵에서 벤이면 좋다는 증거니까.”
이어 말을 마친 남자직원이 기지개를 쭉 켜며 말을 이었다.
“크- 우승국 스킨이 여캐면 시네마틱 무비는 어떻게 뽑힐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