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38
구단 (9)
언론과 여론에서 신나게 까이는 현봉의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주혁이 들었던 달력을 내렸다.이어 꺼냈던 수첩을 펼쳤다.
“꽤 썼네.”
보이스피싱 미래정보가 적힌 그의 수첩은 어느새 꽤 해져 있었다. 거기다 반 정도 채워진 상태. 당연했다. 이 수첩은 반지하 원룸에서부터 강주혁과 쭉 같이 해왔다.
어찌 보면 파트너와 같았다.
수첩이 파트너라는 느낌이 웃겼는지 어쨌는지,미소 던 주혁이 적힌 미래정보들을 정리했다.
“‘간 큰 여자들’을 지우고, ‘없어졌던 남자’ 지우고.”
확실한 결과를 낸 미래정보들을 주혁이 지워 나갔다. 1300만이 넘은 영화 ‘간 큰 여자들’, 시청률 35%를 넘겨 현재도 잘나가는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아직 300만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200만을 넘어 300만 관객이 코앞인 애니메이션 ‘폭풍전야’.
“‘여자의 복수’도 시청률 40%를 넘겼고.”
거기에 안화영도 ‘병맛같은 체험’으로 전과는 다르게 엄청난 섭외가 들어오는 중이었고, 현재 완공된 위너필름 스튜디오의 검봉산 부근 영화 세트장까지.
“하정훈 정보도 지우자. 그 중국 투자사가 들어가는 작품들만 조심하면 돼.”
주혁은 목표를 달성한 또는 달성할 것이 확실한 미래정보들을 정리했다. 이어 최근 ‘블랙’ 단계로 넘어와,
들었던 미래정보들을 추가하며 메모의 부피를 줄였고,
약 15분 정도 만에 정리된 주혁의 수첩은 꽤 단출해졌다.
-영화 폭풍, 개봉 첫날에만 관객수 70만, 국민에게 극찬을 받는 영화로 성공 (진행 중)
-관객수 1300만 명,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 남주는 정진훈(진행 중)
-여배우 유재은, 해외 유명 제작사 위너필름 스튜디오가 만드는 히어로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스톤맨 1의 중요 캐릭터에 캐스팅 (진행 중)
여기까지가 ‘실버’단계의 정보였고,
-영화 ‘Ugly girl’ 한국에선 200만 관객이라는 꽤 준수한 성적, 해외선 생소한 K-POP과 연출은 맡은 데미언 폴 감독의 불륜 등이 터지면서, 해외성적 처참 (진행 중)
-마니또 해외 진출 관련 럭키박스, 이대로 진출하면 미적지근한 결과 (진행 중/ 중요)
이쪽은 ‘블랙’ 단계의 미래정보.
어느새 2페이지가 넘어가던 미래정보가 1페이지로 줄었고, 그런 수첩을 내려보던 주혁이 다리를 꼬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새삼 바쁘게 일했구나 싶었던 것.
“뭐, 아직 더 바쁘게 지내야겠지만.”
그때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주혁의 속주머니 안에 있던 핸드폰이 벨소리를 뱉었다. 덕분에 살짝 놀란 주혁이 발신자를 확인했다. 그런데 꽤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
이렇게 빨리 연락해줄 줄 몰랐는데.”
픽 웃은 그가 전화를 받았다.
“그래. 나야. 크리스.”
상대는 헐리웃 배우 크리스 햄톤슨이었다. 그런데 평소 호탕하던 그의 목소리에 약간은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주혁. 네가 보내준 시놉말이야. 시나리오까지 볼 수 있나?”
“시놉은 마음에 들었어?”
“마음에 들었다기보단, 이런 이야기를 찾고 있었달까? 내가 요즘 이런 역을 해야만 해.”
크리스 햄톤슨의 대답에 주혁이 순간, 그의 본심을 파악했다. 시놉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이어 자리서 일어난 주혁이 답했다.
“그걸 보통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지 않나? 그런데 너만 한 헐리웃 배우가 왜 이런 역을 해야만 하는데?”
“……요즘 쫄쫄이 의상만 입어서.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죄다 좀. 하여튼 이미지 쇄신이 필요해.그런 의미에서 이 시놉은 꽤 괜찮아. 내 남성미를 뽐낼 수 있겠어.”
남성미라는 말에 주혁이 피식했다.
“쫄쫄이 의상이라면 그런 류의 영화를 말하는 건가?”
“그래. 그래서 시나리오는?”
“아쉽지만, 시나리오는 아직 안 나왔어.”
“음- 이 시놉을 보낸 헐리웃 배우는 누구누구야.”
이어 뽑힌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주혁이 답했다.
“일단은 너만.”
“일단은?”
“그렇잖아. 네가 안 할지도 모르는데, 너한테만 매달릴 순 없지.”
“……”
곧, 크리스 햄톤슨이 고민하는지, 반대편에 정적이 흘렀다. 그 틈에 주혁이 끼어들었다.
“뭐, 급할 거 있어? 이 시놉 아니어도 너한테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가잖아.”
“……좋아. 그럼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나에게 제일 먼저 보내줘. 옛친구로서 그 정돈 해줄 수 있잖아.”
그의 대답에 주혁이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생각해볼게.”
같은 날, 몇 시간 뒤 점심 무렵.
분당 서현역 주변에 있는, 작가를 주로 관리하는 작가들의 소속사 문학창고, 홍혜숙 작가가 소속돼 있는 문학창고의 사장 우진태는 최근 고민이 깊어진 상태였다.
물론, 최근 홍혜숙 작가가 참여한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가 초대박을 터트렸고, 이 기세라면 홍혜숙 작가가 집필한 ‘없어졌던 남자’의 시즌2도 문제없이 초대박이 날 터였다.
그런데도 우진태 사장의 머리에는 새치가 늘어만 갔다. 그 이유가 그의 입에서 뱉어졌다.
“소박, 중박 작품이 없어.”
문학창고에는 홍혜숙 작가라는 대스타 작가를 보유하고 있지만, 반대로 소박 중박을 꾸준히 터트리는 작가가 부족했다.심지어 그나마 있던 작가들도 떠나는 판국이었다.
“백날 뛰어다니면 뭐하나. 오리지널 작품을 찍어내는 곳이 부족한데.”
포화상태. 세상에 작가가 너무 많았다. 드라마 작가뿐이 아닌, 장르 불문 이름 뒤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단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가 부족했다.
즉, 실력 있는 작가들이 있어도, 그 작품을 만들어낼 제작사는 턱없이 부족하고, 또 작품을 만든다 한들 영화관, 방송국은 한정적이며 넷플렉스나 기타 플랫폼도 많지 않다.
한마디로 팔아줄 플랫폼도 적었다.
덕분에 실력이 있어도, 경력이 있어도 작가들은 점점 이 바닥을 떠났고, 따라서 문학창고 소속 작가 수도 줄어드는 분위기였다. 딱히 문학창고의 우진태 사장이 못 했다기보다는 국내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랬다.
” ……오리지널 작품을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상황이 좀 괜찮겠구만.”
바로 그때.
-끼익.
대뜸 사장실의 문이 열리며 흰 재킷에 머리통만 한 백을 든 홍혜숙 작가가 나타났다. 덕분에 고심에 빠졌던 우진태 사장이 자리서 벌떡 일어났다.
“어이구~ 우리 스타 작가님이 연락도 없이 웬일이에요.”
“그냥. 사장님. 나 녹차 한 잔 줘요.”
짧게 답한 홍혜숙 작가가 백을 옆 소파에 올리며 앉자, 우진태 사장이 잽싸게 종이컵을 꺼냈다.
“그럼요. 드려야지.”
잠시 뒤, 홍혜숙 작가 반대편에 앉은 우진태 사장이 물꼬를 텄고,
“그래서 갑자기 왜 오셨데? 요즘 촬영장이다. 방송국이다 여기저기 바쁘시다며?”
“사장님. 우리 몇 년이지?”
홍혜숙 작가가 녹차가 담긴 종이컵을 들며 난데없이 묻자, 우진태 사장이 슬슬 웃으며 답했다.
“왜 그래- 무섭게. 보자~ 어 한 10년 됐나? 맞아. 정확히 11년.”
“그래서 말인데. 내가 만약 떠나면 사장님 어떻게 돼?”
“……허허. 나야 뭐 별거 있나. 작가님 미래가 중요하지. 하~ 답답해 진짜! 사장이면서 성격은 왜 그래요? 10년째 변하질 않네! 나 말고, 사장님이 어떻게 되냐니깐!”
탄산마냥 톡 쏘는 그녀의 외침에 우진태 사장이 어색한 웃음을 뱉으며 반쯤 새치로 찬 머리를 긁었다.
“괜찮아요. 나 우진태야. 우진태. 작가님 나가도 다 방법이 있지.”
“방법은 개뿔. 망하는 방법?”
“에이~ 망하기는. 그래서. 어디? 보이스프로덕션? 좋잖아요. 우리 계약도 얼마 안 남았고, 보이스프로덕션이면 대형 엔터에다 오리지널 작품도 턱턱 찍어내니까. 작가님은 거기 가는 게 맞지.”
“……아! 진짜 미치겠네!!”
사실, 홍혜숙 작가는 작가로서 마음은 이미 보이스프로덕션으로 기울어 있었다. 이번 ‘없어졌던 남자’로 강주혁의 능력을 확실히 체감하기도 했고, 규모부터 남달랐으니까.
반면, 인간 홍혜숙으로서는 우진태 사장을 버릴 수 없었다.
“작가님.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야. 내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이 바닥이 그렇잖어? 받아들이자고요.”
하지만 우진태 사장은 이미 예상하였다는 듯, 꽤 담담하게 받아드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홍혜숙 작가는 더욱 짜증 났다.
“아! 진짜!”
그 순간.
-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
자리 위에 올려둔 우진태 사장의 핸드폰이 울렸고.
“잠시.”
소파에서 일어난 우진태 사장이 책상 위 핸드폰을 집었다. 그런데 발신자를 확인한 그의 눈이 탁구공만큼 커졌다.
이상한 그의 반응에 녹차를 원샷하던 홍혜숙 작가가 물었다.
“왜 그래요? 누군데?”
“……강주혁 사장인데?”
“아~ 주혁씨. 어?! 주혁씨라고??!!”
“어어.”
기름이 덜 발라진 기계처럼 뻑뻑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우진태 사장이 조심스레 통화버튼을 눌렀고,
“예예. 접니다.”
핸드폰에서 중저음의 강주혁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우진태 사장님.”
“그, 그렇죠. 그때 한번 보고 끝이니까.”
“하하. 그런가요? 그나저나 좀 만나 뵙고 싶은데.”
“……저를 말입니까?”
그때 어느새 우진태 사장 바로 옆에 달라붙은 홍혜숙 작가가 입을 열었고.
“뭐래요? 주혁씨가 뭐래?”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핸드폰 너머 강주혁이 다시 물었다.
“아~ 홍혜숙 작가님도 같이 계십니까?”
“예. 지금 옆에.”
“잘됐네요. 그럼 홍혜숙 작가님도 같이 나오세요.”
곧,강주혁의 목소리가 이어서 들렸다.
“내일 저녁같이 하시죠. 드릴 말씀이 있는데.”
다음 날 16일 금요일 아침.
현봉의 상황은 악화되고 있었다. 좋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14일 오후쯤 터진 현봉 관련 기사들은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끝없이 터지고 있었다.
당연했다.
『[이슈is]여론의 비난에도 아직 묵묵부답 일관 중인 ‘현봉’ 언제쯤 입 열까?』
『 결국, 중국에 게임구단 매각 강행하나? 귀 닫은 현봉 』
『 네티즌들 현봉의 과거까지 들춰내는 중, 국내 대기업 이미지 어디까지 떨어지나』
언론이 장작을 던지면.
-현봉 중국 배우들 가져다 쓰는 거, HB1 구단 중국에 매각하면서 받은 옵션이라고 함. 내 친구 현봉에서 일함. 뇌피셜 아니고 오피셜임.
-짱개 배우들 써주는 현봉 크라스 오지넼ㅋㅋㅋㅋㅋㅋㅋㅋ
여론이 열심히 부채질했다.
현봉의 공식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현봉의 너튜브, SNS 기타 등등. 현봉이 관련된 모든 곳에 수많은 악플과 비판이 적혔다.
마치, 여론은 오냐 잘 걸렸다는 듯이 현봉을 들쑤셨고. 스노우볼이 이렇게 굴러가다 보니 붙었던 불이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했고, 입장을 바로 발표하지 않은 현봉 때문인지, 눈덩이는 이틀 만에 어마어마한 크기로 커졌다.
어째서 일이 이 지경이 됐음에도 현봉은, 박만욱 사장은 어떠한 액션을 취하지 않는가?
당황해서였다.
“사장님! 현재 상태로 HB1 팀을 해외에 매각하는 것은 손실이 너무나 큽니다!”
물론, 현봉이 마냥 노는 것은 아니었다.
“누가 그걸 몰라?!! 대책을 말하라고 대책을!! 이틀 만에 기업 이미지가 개똥 됐는데! 다 아는 소리를
지껄이지 말고,방법을 뱉으란 말이야!!!”
박만욱 사장은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긴급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일단. 급한 대로 사실무근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입장표명을 한 뒤에.”
“야!! 김부장! 이런 시발! 당연한 소릴 하고 자빠졌어. 그딴 거 말고! 대책! 대책을 말해!!”
사실, 현 상태에서는 딱히 기사회생의 길은 없었다. 그럼에도 박만욱 사장은 그저 직원들을 죽어라 잡아댔다.
“아예 매각에 참여했던 해외 것들 전부 버리고, 국내 기업에 넘기는 건 어때? 그래! 삼호! 거기도 연락 왔었잖아?”
“사장님. 죄송합니다만. 현 상태에서 국내 기업은 죄다 발을 뺐다고 보셔야 합니다. 실제로 이미 여러 곳 연락 돌려봤는데, 불통입니다.”
결국,나온 방법은 하나였다.
“잠잠해질 때까지는 HB1 팀을 우리가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상황이 상황인지라 더욱 HB1 팀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야……”
“지금껏 손해 본 것도 모자라서, 더 손해를 보면서 굴리라고?”
“이미 터졌습니다. 빨리 수습하셔야 합니다.”
프로 게임구단 HB1은 순식간에 뜨거운 감자가 됐다. 들고 있자니 손해가 막심해, 내부 권력 다툼에 해가 되고, 해외나 중국에 팔자니 국내서 퇴출당할 분위기에 국내 기업은 죄다 발을 뺐다.
“엠병!! 뭣같이 됐네!!!”
그야말로 사면초가.
박만욱 사장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양손으로 큰 코를 가리며 얼굴을 감싸는 것뿐이었다.
“하- 시발.”
-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이 전화가 울리기 전까지는.
“뭐야 이 새끼.”
희의실 책상 위에 올려둔 핸드폰에 표시되는 예상치 못한 발신자. 예전 혹시나 싶어 저장해둔 남자의 이름이 핸드폰 화면에 표시됐다.
-딴따라 강주혁.
잠시간 ‘딴따라 강주혁’ 글자를 내려보던 박만욱 사장이 직원들에게 입을 다물라는 손짓을 한 뒤 전화를 받았다.
“뭐야 너.”
“안녕하세요. 사장님.”
“뭐냐고.”
“저도 기사는 봤는데, 상황이 참 난감하시겠어요.”
“……뭐라? 이새끼가! 지금 뭐라고 씨불이는.”
얼굴이 금방 벌게지며 큰 코에서 뜨거운 콧김을 뱉은 박만욱 사장이었지만.
“씨불이는 게 아니라.”
이어서 들리는 강주혁의 목소리는 꽤 침착했다.
“제가 사장님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