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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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통해 들리는 강주혁의 목소리에 박만욱 사장의 미간이 한없이 찌그러졌다.
“네가 날 도와? 네가?”
“예. 제가.”
혹시 잘못 들었나 싶어, 박만욱 사장이 되물었으나 주혁의 담담한 대답은 한결같았다. 덕분인지, 박만욱 사장이 속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며 비웃었다.
“올해 들어본 개소리 중에 최고로 개소리군. 나랑 몇 번 대면했다고, 나랑 동급으로 생각하는 거냐? 미쳤구만?”
당연하다면 당연할까? 일전의 사건 이후로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역시나 박만욱 사장은 그대로였다. 큰 코도 그대로였고,
어쨌거나 주혁은 그의 반응을 예상했던 것처럼 초연했다.
“딱히 동급으로 생각하고 그런 복잡한 의미에서 말한 건 아니었고,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사장님을 도울 수 있겠다 싶어서요.”
“허- 나 참. 그래 한번 씨불여봐라. 네가 날 무슨 수로 돕는다는 거냐?”
어느새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내뿜는 박만욱 사장의 핸드폰에서 강주혁의 심플한 대답이 들려왔다.
“음~ 예를 들어 지금 사장님이 이도 저도 못 하고 계시는 그 게임구단을 제가 산다든지?”
“……뭐?”
“못 들으셨습니까? 제가 그 게임구단을 살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주혁의 담담한 목소리에 박만욱 사장의 담배 끼워진 손이 멈췄다. 예상치 못했던 답변이었는지 어쨌는지, 그는 후로 잠시간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약간 커진 눈을 끔뻑일 뿐.
와중에 대답이 없어서인지,박만욱 사장의 핸드폰에서 강주혁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렸다.
“싫으십니까? 이미 헤쳐나갈 방도를 짜놓으신 모양이네요. 그럼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네요.”
“어? ……아니. 야. 잠깐만.”
주혁의 목소리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박만욱 사장이 담배를 바로 앞에 놓인 유리 재떨이에 구기며 입을 열었지만.
“바쁘실 텐데 제가 시간을 너무 뺏었네요. 죄송합니다.”
돌아온 강주혁의 목소리는 박만욱 사장이 대답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럼.”
– 뚝.
난데없이 전화가 끊겼다. 하지만 박만욱 사장은 여전히 핸드폰을 귀에다 댄 채, 큰 코를 벌렁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전화가 끊길 줄 그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듯. 뒤로 약 1분간 그가 앉아 있던 회의실에 침묵이 흘렀다.
“……”
앉은 직원들은 방금 박만욱 사장이 지져 끈, 재떨이에서 올라오는 담배 연기를 쳐다보며 자신의 상사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바로 그쯤 귀에서 핸드폰을 뗀 박만욱 사장이 핸드폰 화면을 노려보며 역정을 냈다.
“이런 미친 새끼가!!!!”
같은 시각,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방금까지 현봉의 박만욱 사장과 통화를 하던 주혁은 어느새 커피머신 앞에 서 있었다. 커피를 추가로 뽑고 있었던 것. 그런데 어째선지 그의 표정엔 꽤 흥미로운 웃음이 번져 있었다.
와중에.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책상 위에 올려진, 검은색 젤리 케이스가 끼워진 강주혁의 핸드폰은 미친 듯이 벨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참을성은 점점 사라지는 법이지.”
벨소리는 끝없이 울리나, 강주혁은 울리는 핸드폰에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저 다 내려온 커피를 여유롭게 입에 댈 뿐.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이어 자리로 돌아온 주혁이 핸드폰 화면에 표시되는 발신자를 내려보며 픽 웃었다.
“바로 넙죽 도와주면 재미없지.”
사실, 이 모든 행동은 당연하게도 강주혁이 짠 계획이었다. 벼랑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박만욱 사장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혀를 내밀며 다시 회수한 느낌이랄까?
주혁은 박만욱 사장의 목숨을 쥐고 밀당하는 중이었다.
시행착오 없이 얻어낸 결과는 감동이 덜한 법이지.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그런 와중에도 강주혁의 핸드폰은 쉴 새 없이 벨소리를 뱉어내고 있었다.
그 시각, 미국 샌디에이고.
한국은 아침이었지만, 미국 샌디에이고는 이른 오후였다. 그쯤 샌디에이고의 어느 대형 홀에서는 위너필름 스튜디오가 주최한 ‘스톤맨1’의 제작발표회가 한창이었다.
“스톤맨1의 주역들을 소개합니다!!”
홀 안은 대체로 영화관 같은 분위기였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모인 사람이 거의 외국인에다가 커다란 무대가 있다는 점이랄까?
“줄리아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줄리아!”
어쨌든 정면 대형 스크린에는 이미 위너필름 스튜디오의 ‘스톤맨1’의 타이틀이 띄워져 있었고, 홀 안의 좌석에는 영화 관계자들부터 기자들 등등 100여 명이 앉은 상태에서 발표회 진행자가 출연 배우들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줄리아! 이쪽으로!”
첫 번째 헐리웃 여배우가 검은색 드레스를 휘날리며 무대로 걸어 나오자, 좌석에 앉은 기자들 포함해 여러 사람이 커다란 박수를 쏟아냈다.
-짝짝짝짝짝짝짝!!
이어 ‘스톤맨1’의 타이틀을 출력하던, 정면 대형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더니 지금 걸어 나오는 배우가 맡을 캐릭터가 비쳤다.
이렇듯 ‘스톤맨1’에 출연할 헐리웃 배우 한 명씩 호명되던 와중에.
“다음은 오- 제가 좋아하는 배우시군요. 크리스 햄톰슨!”
익숙한 헐리웃 배우의 이름이 불렸고, 한눈에 봐도 키가 크고, 몸이 좋은 남자가 정면을 향해 손을 흔들며 호탕하게 등장했다. 그가 등장하자 뒤쪽 스크린에 쫄쫄이 의상을 입은 캐릭터가 비쳤다.
가볍게 흰색 티셔츠를 입은 크리스 햄톤슨의 자리는 거의 끝쪽이었고.
“이번엔 다들 궁금해하셨죠? 닥터 조 역을 맡은 한국배우 재은!”
다음으로 유재은이 불렸다. 대형 스크린에 닥터 조 캐릭터가 띄워지고, 여배우 유재은이 긴 생머리를 쓸어넘기며 어색하게 무대로 올랐다. 그녀의 자리는 가장 끝, 크리스 햄톤슨의 옆자리였다.
“저 배우가 한국의 그.”
“맞아. 예쁜데? 줄리아보다 예쁜 거 같아.”
“하하하. 이봐 작게 얘기하라고 작게. 그나저나 대단한걸? 저 여배우 한국에서도 무명이라고 하던데.”
“정말? 인생 역전했군. 단숨에 ‘스톤맨1’에 캐스팅됐으니.”
그녀의 등장에 홀에 모인 외국 기자들이 술렁거렸고.
“하하 그렇지? 재밌는 건, 알아보니 저 여배우 소속사 사장이 그 남자야.”
“그 남자?”
“너튜브에서 봤지? 한국 영화제에서 트로피 던진 남자.”
“아아~ 이번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탄? 오- 굉장한걸? 은곰상에 소속 배우가 헐리웃 진출까지?”
기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유재은을 끝으로 무대에는 총 10명 정도의 배우가 차례로 섰고, 대형 스크린에도 10명의 캐릭터가 비치고 있었다.
어쨌든 주요 배우가 전부 나왔는지, 진행자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바로 그쯤.
“재은! 한국의 배우로서 위너필름 스튜디오 히어로 시네마틱 유니버스 군단에 합류했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유재은에게도 질문이던져졌고,
“굉장히 떨리고,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헐리웃 배우분들과 같이 작업한다는 게……”
청초한 유재은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어갔다. 그런 그녀를 크리스 햄톤슨이 바로 옆에서 뭔가 미묘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어 유재은의 대답이 끝나고,
“네! 감사합니다! 다음은.”
진행자가 다른 헐리웃 배우에게 질문을 던질 때, 크리스 햄톤슨이 근육이 붙은 왼손으로 유재은의 어깨를 살짝 건드렸다.
덕분에 고개를 돌린 유재은이 동그란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갸웃하자,크리스 햄톤슨이 손을 내밀었다.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데? 혹시 미국에서 살았었어요?”
영화에서나 보던 헐리웃 배우 크리스 햄톤슨이 바로 옆에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상황이 퍽 신기했는지 어쨌는지, 유재은은 버벅거리며 힘겹게 답했다.
“……,아- 네네. 14살까지는 미국에서.”
“오! 그랬어요? 그나저나 들어보니까, 재은 소속사가 주혁의 회사라면서? 주혁이 내 친구거든.”
“주혁? 아! 네! 강주혁! 제 사장님. 어? 사장님과 친구시라고요?”
어떻게 알았는지, 유재은의 소속사가 보이스프로덕션임을 알던 크리스 햄톰슨이 무대 상황을 슬쩍 곁눈질하고선 유재은과의 거리를 살짝 좁혔다.
” 내가 궁금한 게 있어서. 주혁이 지금 헐리웃 작품을 준비하던데, 상황이 좀 어떤가요? 어떤 헐리웃 배우가 물망에 올랐는지 알 수 있나? 하하하. 물론, 대답하기 어려우면 안 해도 돼요!”
호탕하게 묻는 크리스 햄톤슨이었지만, 어느새 꽤 침착하진 유재은이 그와 눈을 맞추며 답했다.
“아- 네. 그런데 어떤 거요?”
“……어떤 거? 어떤 거라니?”
“네? 미안해요. 지금 우리 회사가 준비하는 헐리웃 작품이 한두 개가 아니라서.”
그녀의 대답에 크리스 햄톤슨의 눈알이 커졌다.
“준비하는 헐리웃 작품이……나한테 보내준 그 시놉 말고 또 있다고?”
다시 한국, 늦은 밤. 박만욱의 차 안.
벌써 하늘이 어둑어둑해진 시간. 퇴근길인지 어쨌는지, 커다란 차 뒷좌석에 앉은 박만욱 사장이 아침부터 손에서 떠난 적 없는 핸드폰을 내려보며 짜증을 뱉었다.
“……이 새끼가. 날 가지고 놀아?”
박만욱 사장의 짜증 섞인 읊조림에 조수석에 앉은 그의 비서나 룸미러를 힐끔거리는 운전사까지 침을 삼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박만욱 사장은 핸드폰을 옆자리에 거칠게 집어 던졌다.
“아오! 시발 진짜!!!”
오늘 박만욱 사장이 강주혁에게 전화를 건 게 적어도 30번은 넘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주혁은 전화를받지 않았다.
한마디로 박만욱 사장은 약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다.
“감히……딴따라 새끼가. 나를.”
그 순간.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던져진 박만욱 사장의 핸드폰이 진동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그가 잽싸게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딴따라 강주혁.
강주혁이었다.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인중을 씰룩거리며 빠르게 전화를 받은 박만욱 사장이 악을 질렀다.
“야!! 너 이 개새끼가 나를 가지고 노는.”
“죄송합니다. 오늘 워낙에 일이 많아서, 핸드폰을 못 봤네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시발. 이 새끼가 끝까지.”
“그래서. 왜 전화하셨습니까? 아~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박만욱 사장이 어금니를 빠득 물었다. 어금니가 부서질 것 같은 소리가 앞에 앉은 비서나 운전사에게까지 들릴 정도였다.
반면,
“도와드려요?”
박만욱 사장의 핸드폰을 통해 들리는 강주혁의 목소리는 꽤 여유로웠다.
“원하시면 제가 주소 하나 보내드릴 테니, 그쪽으로 오시죠. 지금.”
한 시간 뒤,보이스프로덕션 광주사옥.
1년 전만 해도 강주혁의 사무실로 쓰였던 보이스프로덕션 광주사옥 5층 미팅룸, 그 미팅룸의 8인용 책상에 정장 재킷에 넥타이 없이 셔츠만 입은 강주혁이 앉아 있다.
미팅룸의 문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끼익.
유리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박만욱 사장의 비서였고, 비서 뒤로 몇몇 가드들 그리고 박만욱 사장이 양손을 쑤셔 넣은 채 앉은 강주혁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박만욱 사장과 눈이 마주친 주혁이 자리서 일어났고,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이쪽으로 앉으시면 됩니다.”
“……”
강주혁이 미소지으며 반대편 자리에 손짓하자, 큰 코를 벌렁거리며 뜨거운 콧김을 쉬익쉬익거리던 박만욱 사장이 천천히 주혁의 반대편에 앉았다. 물론, 서 있는 강주혁을 노려보면서.
“너……”
그런데 서 있는 주혁의 시선은 박만욱 사장이 아닌, 문 쪽에 서 있는 비서나 가드들에게 닿아 있었다.
“이분들은 계속 여기 계셔야 하는지?”
주혁의 물음에 박만욱 사장이 작게 혀를 차며 비서들이나 가드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나가 있어.”
“예.”
이어 비서, 가드들이 미팅룸을 빠져나가자, 주혁이 박만욱 사장 반대편에 자리했고, 흡사 코알라처럼 생긴 박만욱 사장의 언성이 높아졌다.
“개새끼야. 몇 번 만나더니, 내가 우스워?”
꽤 거친 단어들이 끼어 있었지만, 강주혁은 담담하게 다리를 꼬며 박만욱 사장의 눈을 쳐다봤다.
“그럴 리가요. 그때 봤을 때도, 지금도 딱히 사장님이 우습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럼 똑바로 행동해. 지금 누구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나.”
오늘 종일 약이 바짝 오른 박만욱 사장이었고, 먹잇감을 눈앞에 둔 맹수처럼 으르릉거렸다. 그런 늙어빠진 맹수를 무덤덤하게 쳐다보던 주혁이 주제를 대뜸 바꿨다.
“듣자 하니, 들고 계시는 게임구단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던데. 상황이 많이 안 좋으시겠습니다.”
“……입조심해라. 장난질 치려고 부른 거면.”
그 순간.
-똑똑.
“아아- 잠깐만요.”
아직도 자존심을 잔뜩 매달고 온 박만욱 사장이 짜증 났는지, 순식간에 짓고 있던 미소를 싹 지워낸, 얼굴에 표정이없어진 주혁이 주먹 쥔 오른손으로 책상을 두 번 두드렸다.
“사장님. 뭔가 착각을 하시는 모양입니다. 왜 자꾸 쓸데없는 잡소리로 시간을낭비하시죠?”
“뭐라?”
주혁의 후진 없는 대답에 박만욱 사장의 얼굴이종이 구겨지듯 구겨졌고, 미팅룸은 얼음장처럼 얼어붙었다.
와중에 180도 태세를 전환한 주혁이 왼손으로 턱을 괴곤 툭 말을 뱉었다.
“사장님 눈엔 제가 한가해 보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