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4
강주혁의 사무실(보이스프로덕션)에 강하영, 류진주가 모였다. 다시 만난 강하영의 표정은 단단했지만, 한결 편해진 모습이다. 그에 반해 류진주는 오히려 마치 자기 일인 양 표정에 화가 서려 있다.
‘ 그래도 쟤가 있어서 다행이네. ’
반대편에 앉아, 강하영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류진주를 쳐다보며 강주혁이 내심 안심을 했다. 예민한 부분이 많았다.
만약, 류진주가 없었다면 강주혁이 이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제약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대화 도중 예민한 부분은 류진주가 커버를 쳐준다.
“ 하영씨. ”
류진주와 대화하던 강하영이 고개를 돌려 강주혁을 쳐다본다.
“ 네. ”
“ 익명으로 시작하겠지만, 어쩌면 얼굴이 알려질지도 모르고, 싸움이 길어질지도 있어요. ”
“ 각오했어요. ”
“ 마음 독하게 먹으셔야 돼요. ”
“ 네. 진주 선배님이 많아 도와주신다고 했고, 더는 저 같은 연습생이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
강하영은 의지를 굳힌 듯 보였다. 그런 그녀를 측은하게 바라보던 류진주가 그녀의 손을 잡아준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주혁이 탁자 옆, 강하영이 챙겨온 종이가방을 보며 묻는다.
“ 근데 하영씨 그 종이가방은? ”
“ 아! ”
이제 사 생각이 났는지 종이가방을 강주혁에게 내미는 강하영.
“ 그동안 모은 거예요. ”
“ 모아요? ”
“ 네. ”
고개를 갸웃하던 강주혁이 종이가방에 내용물을 확인했다. 내용물은 간단했다. 종이 몇 장과 핸드폰.
“ 이거 혹시. ”
대답은 강하영이 아니라 류진주 쪽에서 나왔다.
“ 그 개자식 하영이만 그렇게 한 게 아니었어요. 그 종이는 다른 친구들이 적어 준거고, 핸드폰에는 하영이가 그동안 모은 증거들. ”
씩씩거리며 대답하는 류진주의 말을 들은 주혁은 먼저, 종이 몇 장을 꺼내서 읽어본다. 대충 경위서 같은 느낌이었다.
강하영과 비슷한 성희롱을 당한 연습생들이 자신들은 어떻게 당했으며 어떻게 아카데미에서 도망쳐 나왔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그런 경위서가 총 4장.
경위서를 읽어내려가던 강주혁이 저도 모르게 입이 열린다.
“ 미친 새끼네 진짜. ”
홍경연은 아카데미에서 하라는 연기는 안 가르치고 미친 짓을 일삼고 있었다. 얼굴이 잔뜩 찌푸려진 주혁이 3번째 경위서를 읽어내려갈 때, 가만히 있던 강하영이 작게 말했다.
“ 걔네는 인터뷰까진 할 수 있다고 했어요. 이미 연기를 포기한 친구들도 있어서 얼굴을 공개하진 못하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도와준다고 말해줬구요. ”
“ 그렇군요. ”
고개를 끄덕이던 주혁이 이번에는 핸드폰을 들어 강하영을 쳐다봤다.
“ 아! 그 핸드폰에 톡 온 거, 아카데미에서 녹음한 거랑 전화 녹음한 거 대부분 다 있어요. 지금은 그 핸드폰 안 써요. ”
증거가 들어있는 핸드폰, 강하영과 비슷한 짓을 당한 연습생들의 경위서. 강주혁은 탁자에 올려져 있는 핸드폰과 경위서를 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스노우볼을 굴려볼까 해요. ”
눈이 살짝 커진 강하영이 되물었다.
“ 스노우볼이요? ”
“ 네. 스노우볼. 작은 눈덩이를 천천히 굴려서, 마지막에는 감당도 못 할 큰 눈덩이로 만들 겁니다. ”
그때 류진주가 불쑥 끼어든다.
“ 저는 뭘 하면 돼요? ”
“ 솔직히 말하면 너희 사장도 필요해. ”
“ 우리 사장님? ”
“ 그래. 빅엔터테인먼트 사장. ”
강하영과 류진주는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이 강주혁을 쳐다본다. 그 모습에 강주혁이 탁자에 놓인 경위서를 두 번 툭툭 치면서 말을 이었다.
“ 시작은 이 경위서로. 실체가 없는 소문 정도로 기사를 돌리면 MV e&m 쪽은 아마 며칠이면 기사를 막겠지. MV e&m이 실체 없는 경위서에 신경을 쓸 때, 이 핸드폰에 들어있는 증거들 시간을 충분히 두고 하나씩 터트려. ”
“ 한방에 하는 게 좋지 않아요? ”
류진주가 의문을 내비쳤지만, 강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 너희 사장이 하는 거 봤잖아? 한방에 뿌리는 건 안 좋아. 시선이 너무 분산되고, 앞에 터졌던 기사들이 너무 빨리 묻혀. MV e&m을 정신 못 차리 게 해야 돼. ”
하나씩 천천히. 사건 하나가 마무리될 때쯤, 또 다른 사건을 터트려주고, 연속해서 천천히 뿌린다는 전략. 증거를 하나씩 던지면서 점점 홍경연이 꼼짝 못 하게 목을 움켜쥐는.
“ 스노우볼은 너희 사장, 그러니까 박찬규 사장이 굴리는 거지. ”
류진주의 눈이 커진다.
“ 사장님이요? ”
“ 그래. 저번에 보니까 조용조용히 티 안 나게 잘 치더라. 그리고 하영씨. ”
가만히 듣고 있던 강하영이 흠칫 놀라며 대답한다.
“ 네?! ”
“ 나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
“ 아, 네. ”
“ 프로필 보니까 소속사가 FNF던데? ”
강하영이 고개를 갸웃하다 이내 무슨 소린지 알겠다는 듯이 답한다.
“ 아아, 그거 수정 안 된 프로필이에요. 저 한 달 전에 거기랑 계약 끝났어요. ”
“ 왜요? ”
“ 지금 회사가 너무 난리 통이고 거기다가······ 사실 회사에 한 번 말했었어요. 성희롱당했다고, 힘들다고. ”
“ 그런데요? ”
“ 이 바닥이 다 그렇다고. 버티라고만 했어요. 그때 너무 화가 나서······ ”
그 나물에 그 밥. 딱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이미 강하영의 말을 들은 류진주는 개 같은 회사 어쩌고 하면서 노발대발을 시작한다.
“ 어쨌든 핵심은 포커스가 오로지 강하영 씨에게만 맞춰져야 해. ”
강주혁이 박찬규 사장까지 필요하다고 말한 이유는 굉장히 간단했다.
이 스노우볼을 강주혁이 직접 굴렀다가, 자칫 강주혁이 노출되면 대중들 시선이 분산될 수 있었다. 노출되는 거야 상관없지만, 강하영에 대한 스노우볼이 힘이 빠지는 건 곤란했다.
계획을 설명한 강주혁은 곧 류진주와 강하영을 데리고 빅엔터를 찾았다. 그리고 빅엔터테인먼트의 사장 박찬규에게 현재까지의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제안했다.
상황을 들은 박찬규 사장이 강하영을 측은하게 바라보다가도, 홍경연에 대해 욕하며 노발대발한다. 거기에 FNF엔터의 이름까지 껴있으니, 폭발 직전이다.
‘ 둘이 아주 똑같네. ’
솔직히 강주혁은 박찬규 사장이 방어적으로 나온다면 저번 류진주 마약 사건으로 얻은 박찬규 사장 1일 이용권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면 되나. ”
류진주 버프를 받고, 지금까지의 상황에 폭발한 박찬규 사장이 깔쌈하게 합류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행비는 모두 강주혁이 대고, 스노우볼에 핸들링도 강주혁이 맡는다.
사무실(보이스 프로덕션)
다음날부터 강주혁은 바쁘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박찬규 사장에게 사건을 터트릴 시기와 대략적인 구도를 잡았다. 시작은 당일 저녁부터.
강하영의 멘탈은 류진주가 맡기로 했고, 주혁은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무조건 연락을 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 다음은. ”
이어서 영화 척살 쪽. 현재까지 ‘소희’역을 빼면 대부분의 캐스팅이 완료된 상태였고, 제작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었다.
주혁은 틈틈이 송사장과 연락하며 척살 제작에 관여했다.
“ 형. ‘소희’역 오디션 일정 잡았어요? ”
“ 어어. 잡았다. 다음 주 월요일. ”
“ 아, 오케이. 그날 저도 무조건 참석합니다. ”
“ 당연히 그러셔야지. 생각해보니까, 우리 척살 배우님들 대부분을 투자자님이 꽂았더라고. ”
생각해보니 그랬다.
“ 아, 뭐. 그런가? 여튼 형. 배급사에 제안서 한 번 더 쭉 돌립시다. ”
“ 아아. 그거 작업하고 있다. ”
“ 이제 조용조용히 안 해도 되니까. 우리 상황 전부 설명해서 보내도 돼요. ”
“ MV e&m이 가만히 있을까? ”
“ 그건 걱정하지 말고, 이제 맘 편히 움직여도 돼. ”
오늘 저녁이 되면 MV e&m은 정신없을 테니까. 송사장과 전화를 끊은 주혁은 홍경연과 다큐 독립영화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을 켰다. 그런데.
1, 게임 삭제 운동.
2, G-NEO게임즈 중국.
3, 중국 게임 삭제 운동.
4, G-NEO게임즈 이벤트.
G-NEO게임즈 관련 단어들이 실시간 검색어를 석권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G-NEO게임즈를 검색해보는 주혁이었다.
『‘13인의 용사’ 중국서 삭제 운동.』
『중국서 하락 중인 G-NEO게임즈, 왜?』
『중국서 벌어진 ‘13인의 용사’ 삭제 운동, G-NEO게임즈 주가 하락.』
“ 터졌네. ”
이미 G-NEO게임즈 주식에 손 털고 나온 주혁은 그저 몇 개의 기사를 더 클릭해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박찬규 사장은 강주혁의 계획대로 움직였고, 홍경연에 관한 기사 하나둘씩 뜨기 시작하더니 몇 시간 뒤 홍경연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뜨기 시작했다.
홍경연의 지옥행 열차가 서서히 움직였다.
스노우볼이 굴러가자 기사들이 쏟아진다.
『웹상에 퍼진 홍경연의 루머, 누리꾼들 시끌.』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성희롱 사연, 홍경연이 만졌다.』
『홍경연 성희롱 파문! 사실인가?』
『MV e&m 측 “사실 확인 중.”』
기사가 속도를 높이자,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SNS부터 시작해서, 카페, 블로그, 커뮤니티 등 홍경연의 성희롱에 관한 이야기로 칠해지기 시작했다.
-아이고 할배요.
-미친 변태 새끼.
-개역겹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 않음?
-저 할배 문제 많은 할배임.
-윗댓글 혹시 홍경연?
-연예계 더러운 거 하루 이틀인가?
-이거 진짜면 홍경연 매장ㅋㅋㅋㅋ
-시발할배 작작 좀 하지.
어느새 실시간 검색어에는 온통 홍경연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대중들의 반응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MV e&m “올라온 글 조작 가능성 있어.”』
『홍경연 측 “ 루머일 뿐 ” 일축.』
『마녀사냥당하는 홍경연.』
MV e&m이 발 빠르게 움직였는지, 해명기사가 몇 보이긴 했다. 하지만.
『홍경연 성희롱 파문, 미투운동 재점화 되나?』
『‘성희롱’ 홍경연, 원로배우의 민낯』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읽어보니······.』
『“자세 잡아준다며 만졌다” 홍경연 성희롱 파문.』
『무섭게 번지는 ‘홍경연 성희롱’ 과거 행적 살펴보니.』
기자들이 맛있는 먹잇감을 놓칠 리 없지. 해명기사보다 홍경연을 겨냥한 공격성 기사들이 열 배는 넘게 쏟아졌다. 그에 따라 대중들의 관심도는 더욱 가중되고 있고, 무엇보다.
홍경연 죽이기는 이제 시작일 뿐.
상황을 지켜보던 주혁은 슬쩍 웃음을 짓는다.
“ 아주 가루가 되겠네. ”
첫날인데 이정도다. 앞으로 2연타, 3연타. 4연타가 줄줄이 터지면 홍경연은 다시 이 대한민국에서 얼굴 들고 다니지 못할 거다.
실제로 다음날부터 연타로 증거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자, 홍경연 쪽 진영은 입을 다물고 깊숙이 숨어들었다.
이번에 터트린 건, 홍경연이 강하영에게 보냈던 변태적인 문자 내용 들. 실질적인 증거가 나오기 시작하자, 그저 공격적인 기사를 쓰던 기사들과 대중들이 홍경연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렇게 굴리던 스노우볼이 어느 정도 커졌을 때, 또 하나의 증거를 터트리고, 지나면 또 다른 증거를 터트린다. 시간차 공격.
『연습생부터 신인 여배우까지 성희롱, 홍경연 카톡 내용 일파만파 』
『“만지고 싶다” 홍경연, 연습생 상습 성희롱 ‘파문’』
『홍경연, 성희롱 파문 후 SNS 계정 폐쇄』
추가증거인 홍경연의 녹취파일이 아직 남아 있음에도, 이미 홍경연은 나락에 빠져있었다. 생각보다 대중들의 분노가 컸다. 결국.
『홍경연, 미투운동 재점화. 너도나도 제보 중.』
지금껏 입을 다물고 있던 성희롱 피해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면서 이미 미친 듯이 불타고 있는 홍경연에게 기름을 콸콸콸 부어 재꼈다.
“ 알아서 굴러가네. ”
이쯤 되니 커질 대로 커진 스노우볼은 알아서 굴러가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배우들이 얼추 각이 잡힌 척살. 최명훈 감독은 최종 콘티를 완성 시킨 후, 확정된 시나리오를 토대로 장소헌팅에 나섰다.
장소헌팅은 시나리오의 스토리가 전개될 장소 및 시대, 공간, 촬영 여건 등을 초기에 확인해야 하기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여기엔 촬영 감독과 조명감독, 또는 미술팀이 따라붙었고.
무비트리 홍보팀에서는 배급사가 정해졌을 시 넘길 홍보 자료와 광고 등을 정리한다. 이는 제작발표회 때 사용할 수 있다.
연출팀과 제작팀은 최종 제작 회의에서 촬영 계획표와 예산표를 마무리 짓는다.
척살 제작을 지켜보던 송사장이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강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무실(보이스 프로덕션)
강주혁이 홍경연을 확실하게 추락시키기 위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 책상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무비트리 송사장
발신자를 확인한 주혁이 전화를 받았다.
“ 어. 형. ”
“ 투자자님. 드디어 입질이 왔습니다. ”
“ 그거 좀 하지 말라······ 후 뭔 입질? ”
“ 배급사. ”
“ 아, 다 돌렸어요? 어디 입질 왔는데. ”
“ VIP픽쳐스가 물었어. ”
VIP픽쳐스? 살짝 놀란 주혁이 되묻는다.
“ VIP픽쳐스? 갑자기? 저번엔 조용했다매. ”
“ 어어. 아직 미팅은 안 잡았는데, 대충 들어보니까 배우 세팅이 좋고, 주연 빼고 전부 무명으로 가는 게 재밌다나? ”
“ 그건 구라 같은데. ”
“ 내가 볼 땐, 투자금 대비 이익이 날 것 같아서 아니겠냐? ”
VIP픽쳐스는 MV e&m과 견주는 대형 투자배급사다. 그런 곳에서 아무 조사 없이 영화 척살에 투자를 냉큼 할 리가 없었다. 분명 어딘가에서 돈 냄새가 나니까 물었겠지.
“ 일단, 미팅일정 잡아봐요. ”
“ 오케이! 내일 오디션 있다. 알지? ”
“ 알아요. 아침에 들어갈게. ”
그리고 내일은 ‘소희’역을 맡은 여배우 오디션이 있는 날이었다.
다음날 무비트리.
아침부터 시작된 오디션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소속사와 아카데미, 연극 등 여기저기 소식을 뿌렸기에 이정도 인원이 모이는 게 당연했다.
이미 1차 프로필에서 걸렀음에도 강주혁은 종일 자리에 앉아서 배우들의 연기를 봐야 했다.
“ 잘 봤습니다. ”
한 명의 연기가 끝나면.
“ 네. 잘 봤어요. ”
다음 사람, 다음, 다음.
오디션 볼 배우들이 많이 몰렸기에, 속도를 높여야 했다. 시간은 오후 3시. 이미 점심을 훌쩍 넘은 시간임에도 오디션은 한창 진행 중.
하지만 문제는.
‘ 안 되겠는데. ’
강주혁이 원하는, 꽂히는 배우가 없었다. 연기를 괜찮게 해도 탈이, 그러니까 이미지가 튀고, 탈이 괜찮으면 연기가 개똥 같다.
진심으로 초조했다.
그러나 강주혁의 초조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들어오는 배우마다 전부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고, 결국 늦은 저녁 오디션이 모두 끝난 시점까지 ‘소희’역을 맡을 배우는 나타나지 않았다.
-툭툭
정적이 흐르는 오디션장에서 강주혁이 심각한 표정으로 책상을 검지로 치기 시작했다. 송사장이 그 모습을 슬쩍 곁눈질한다.
“ 왜? 없었어? ”
“ 후- 그러게. 없네. ”
한숨을 내쉬며 답하는 강주혁에게 송사장이 이내 진심을 털어놓는데.
“ 근데 알지? 오늘 뽑아야 돼. 더 미뤄지면 차질 생긴다. ”
“ 알지. 대충 이 다섯 몇 중에······ ”
강주혁이 그나마 괜찮았던 배우의 프로필을 송사장에게 건네는 순간.
-덜컥!
오디션장에 문이 괴팍하게 열렸다. 덕분에 강주혁을 포함한 송사장, 정팀장, 박피디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꽂혔다.
“ 어머. 문이 왜 이렇게 세게 열렸지.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
류진주였다. 오디션장에 갑자기 류진주가 나타났다. 쟤가 여길 왜 갑자기. 고개를 갸웃하며 강주혁이 묻는다.
“ 너가 여긴 왜 왔어. 혹시 무슨 일 있어? ”
“ 아니요. 오디션장에 오디션 보러오지 뭐하러 와요. ”
“ 뭔 오디션? ”
“ 예?! 진주 씨! 그게 무슨 말. ”
되물은 건 강주혁이었고, 놀라 소리친 건 송사장이었다.
“ 오디션 보러 왔어요. ”
“ 그러니까 그게 뭔 소리. ”
답답함에 강주혁이 살짝 목소리를 높일 때, 류진주가 문밖에 서 있던 여자의 손목을 잡고 당긴다. 그러자 순식간에 류진주 옆으로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나타났다. 교복인지 셔츠인지 모를 옷을 입고 있다.
“ 내가 아니라 얘가 볼 거예요. ”
“ 뭐를? ”
“ 오디션이죠! 뭐겠어요. ”
강주혁이 슬쩍 류진주 옆에서 무표정으로 서 있는 여자를 쳐다봤다.
“ 누군데? ”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류진주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 하영이 동생이요.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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