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40
구입 (2)
내내 미소짓고 있던 주혁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며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자, 박만욱 사장이 살짝 놀랐다.
” 너 지금 태도가.”
“태도가 뭐요? 다시 묻겠습니다. 사장님. 제가 한가해 보이십니까? 장난질이나 치자고 사장님을 불러낼 만큼?”
처음과는 너무나 달라진 강주혁의 반응에 박만욱 사장이 적잖게 당황했다. 작게 입을 벌릴 정도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턱 괴던 주혁이 다리를 꼬았다.
“사장님. 심플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지금 사장님의 상황이 뭣같이 되셨고, 풀어낼 방도가 없으니 제 요청에 응하신 것이 아닙니까?”
“……”
“기사나 뭐 이것저것 보니까, 대충 돌아가는 상황이 보이던데. 애초 진행되던 게임구단 해외 매각 건은 상황상 불가능한 데다 국내 기업은 당연히 전부 발을 뺐을 테고,계속 들고 있기엔 깨진 독에 물 붓는 격이죠?”
주혁이 현 상황을 축약했고, 박만욱 사장은 어금니를 지그시 물었다. 그 모습에 픽 웃은 주혁이 말을 이었다.
“아마 상황이 이렇게까지 번졌으니까, 대중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볼 테니 게임구단에 오히려 돈을 쏟아부어서, 관리해야 되겠죠. 싼 똥은 치워야 하니까.”
구구절절 맞는 소리였다. 덕분인지, 박만욱 사장의 입에서 그 어떤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쯤 강주혁의 싸늘한 표정에 다시금 여유로운 미소가 번졌고,
“사장님. 이제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비즈니스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지금 일분일초가 아쉬운 건 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어느새 꽤 침착해진 박만욱 사장이 강주혁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혹시……내가 이 새끼가 짠 판에 놀아나고 있는 건가? 설마.’
미팅룸에 잠시간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먼저 깨트린 것이 박만욱 사장.
“그래. 좋다. 지금 전 국민이 아는 상황이니까, 네놈이 내 상황을 전부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그런데 말이야. 네가 날 돕는다는 것은 게임구단을 사겠다는 말인데, 그걸 왜 사지? 그것도 이 타이밍에?”
역시나 의심 섞인 물음이었으나, 주혁의 대답은 의외로 빨랐다.
“원래도 게임구단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게임 쪽에서도 컨텐츠 뽑을 게 많아서. 거기에 슬슬 해외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도중이기 때문에 기업 이미지 자체에 새로운 느낌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러는 와중에 내 게임구단이 구설수에 올랐다?
“맞습니다. 사실, 제가 게임구단에 관심을 가진 것은 꽤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매물이 많이 없더군요. 해서, 새로운 구단을 만드려던 참에 사장님 게임구단이 보인 거죠.”
“아귀가 너무 딱딱 들어맞지 않나?”
팔짱 끼며 던진 박만욱 사장의 질문에 주혁이 한숨을 뱉었다.
“후- 사장님. 뭘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게임구단 솔직히 목숨을 걸고 필요하다 정도는 아닙니다. 제가 그냥 창설해도 상관없으니까요.”
꽤 초연하게 답하는 주혁의 얼굴을 박만욱 사장이 구석구석 살폈고,
“하긴. 저놈 능력이야 괜찮다 싶다만, 그래 봤자 딴따라 배우 놈이 우리 현봉 내부 정보를 쉽게 알아낼 리 없겠지. 흠.”
의심이 살짝 걷힌 그는 이미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강주혁의 말대로 비즈니스를 할 모양. 이어 약 1분간 계산기를 두드리던 박만욱 사장이 입을 열었다.
“종이, 펜, ”
그의 에 주혁이 픽 웃으며 책상 끝에서 메모장과 펜 하나를 집어 박만욱 사장에게 내밀었다. 곧, 박만욱 사장이 종이에 숫자를 적어 강주혁에게 건넸다.
“이 가격에 주지. 해외에 매각하려는 가격보다 할인했다.”
-스윽.
종이를 받은 주혁이 약간의 웃음이 섞인 얼굴로 턱을 쓸었다. 사실, 강주혁은 이미 게임구단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제가 좀 손해 같은데.”
“손해?”
“예. 말씀드렸다시피 전 이 게임구단 사나 안 사나 상관없어요. 하지만 사장님은 제가 손을 떼면 좀 난감하시지 않겠습니까? ”
“……그러니까 좀 깎아달라?”
주혁이 고개를 저었고.
“깎아달라는 게 아니라, 현 상황에 맞게 게임구단의 가치를 매기라는 겁니다. 터무니없는 숫자를 적으셨다는 거죠.”
말을 마친 강주혁이 받은 종이의 뒷장에 숫자를 적어 박만욱 사장에게 밀었다.
“전 딱 이 가격을 봅니다. 더 높거나 낮을 필요도 없이. 흥정도 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마음에 안 드시면 다른 곳 알아보셔도 됩니다.”
깔끔하게 선을 그은 주혁을 쳐다보던 박만욱 사장이 큰 코를 벌렁거리며 숫자를 확인했다. 살짝 부족하지만, 어쩌면 현 상황에 맞는 가격. 물론, 중국 측에 매각하려는 가격보다야 낮았지만, 게임구단의 현 가치에는 딱 맞을지 몰랐다.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면.”
솔직히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소용없었다. 강주혁이 이 게임구단에서 손을 떼고, 게임구단을 박만욱 사장이 가진다면 그로서는 무조건 손해였다.
그때 강주혁이 결정타를 날렸고,
“고민이야 되시겠지만, 고민할 시간도 부족하지 않습니까? 뭐가 됐든 그 가격에 넘겨주시면 내일이라도 바로 돈을 쏴드리죠.”
박만욱 사장이 현실을 직시했다. 현재 강주혁이 아니면 돌파구는 없었기에.
“후- 알았다. 이 가격으로 가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10년은 늙은 얼굴로 짧은 숨을 뱉은 박만욱 사장이 결론을 내리자, 미소를 머금은 주혁이 꼰 다리 방향을 바꿨다.
“하나 더.”
“뭐?”
“그 중국 기업에서 받은 옵션. 현봉의 광고나 뭐 마케팅에 중국 배우들을 박는다는 것도 처리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혁이 웃음 섞인 얼굴로 말을 던지자, 박만욱 사장의 코알라 같은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크큭. 너 시발. 지금 나한테 옵션 거는 거냐?”
다음 날 아침. 토요일.
뭐가 급한지, 현봉 측은 아침 해가 밝자마자 빠르게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현봉의 게임구단 HB1은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인 보이스프로덕션에 매각하기로 결정이 났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안에 거래가 완료될 것을 예상합니다.”
물론, 아직 뜨거운 사안이었기에 기자 회견장에는 100여 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덕분인지 현봉의 이사급 직원이 입을 열 때마다, 기자들이 노트북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최근 게임구단 HB1 매각 관련하여 국내에 퍼진 모든 일은 사실이 아니며 굉장히 예민한 사안이었기에 확정될 때까지 발표를 늦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이후로도 현봉 직원은 국내에 퍼졌던 여러 사건들을 해명해 나갔다.
구구절절 변명같이 들렸으나 짧게 줄이자면.
“최대한 빠르게 보이스프로덕션과 거래를 완료할 것이며 앞으로 게임구단 HB1은 보이스프로덕션이 구단주를 맡아 새롭게 탄생할 것입니다.”
프로 게임구단 HB1은 강주혁이 샀다는 말이었다. 거기다.
“질문받겠습니다. 네.거기 모자 쓰신 기자분.”
“안녕하십니까! 디쓰패치에서 나왔습니다. 말씀하신 사항 전부 확인했습니다만, 일전에 나왔던 얘기 중에 현봉이 게임구단 매각 옵션으로 중국 배우를 쓴다는 설이 있었는데, 그건 어떻게 됐습니까?”
강주혁은 현봉에게서 한 가지를 더 얻어냈다.
“그 건은 애초부터 중국 쪽 배우들이 아니라, 보이스프로덕션과 조율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시각. 해창전자.
여전히 구구절절 변명 중인 현봉의 기자회견을 노트북으로 보고 있던 김재황 사장이 재떨이에 기대놓았던 담배를 집으며 웃었다.
“그 박만욱을 골수까지 빨아먹었어.”
이어 짧아진 담배를 유리 재떨이에 지져 끈 김재황 사장이 책상에 놓인 담뱃갑을 집어 새로운 담배를 꺼냈다.
” 대체 그 게임구단으로 뭘 하려고 이렇게 판을 크게 키웠는지, 지켜볼까?”
같은 날 이른 오후, 청담동 어느 고급 중식집. 입구서부터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물씬 드는 중식집의 VIP룸, 그 룸에 문학창고의 우진태 사장과 홍혜숙 작가가 앉아 있다.
“작가님이 재촉하는 바람에 너무 일찍 왔잖아요. 약속 시각까지 30분이나 남았네.”
“어머머? 생사람 잡는 것 봐? 빨리 가야 된다고 재촉하던 사람이 누군데?”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우진태 사장이나 나름 따듯해진 날씨 탓에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홍혜숙 작가가 앉은 원형 탁자는 적어도 8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물론, 룸 자체도 큼지막했고.
붉은 식탁보가 깔린 원형 탁자의 중앙에는 고급 중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그란 유리가 꽂혀 있었다. 그런 붉은 식탁보를 내려보던 우진태 사장이 팔짱을 꼈다.
“그런데 홍혜숙 작가님이야 그렇다 치고, 대체 나까지 부른 이유가 뭘까요? 작가님 혹시 들은 거 있어?”
“난들 아나? 요즘 한국에서 그 남자가 제일 바쁜데, 나도 달에 한 번 볼까 말까예요. 주혁씨가 연락을 자주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렇지? 나 참. 나도 강주혁 사장님 예전에 한번 보고 끝인데, 대체 나를 왜 보자고 하는지 모르겠어.”
말을 마친 우진태 사장이 유리 주전자에 담긴 녹차를 컵에 따랐다. 그 모습이 퍽 흥미로운지 홍혜숙 작가가 입꼬리를 올렸다.
“어머? 사장님, 떨리나 봐.”
“허허- 이 나이에 좀 그렇긴 한데. 맞아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주혁 사장님이 보자고 하니까, 그냥 담담하진 않구만.”
머쓱하게 흰머리가 박힌 머리를 긁은 우진태 사장을 보며 호호 웃던 홍혜숙 작가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25분이나 남았잖아요. 먼저 뭐 좀 시키면 안 돼? 배고파. 간단하게 요기나.”
그때,
– 똑똑.
룸에 노크 소리가 퍼졌다. 덕분에 우진태 사장이 자리서 벌떡 일어났고,
“강주혁 사장님 오셨나 보네.’
따라서 일어난 홍혜숙 작가가 고개를 갸웃했다.
“25분이나 남았는데? 우리 아직 도착했다고 연락도 안 했잖아요.”
“길이 안 막히셨나 봐. 우리야 좋지 뭐, 자자- 작가님 표정표정.”
“표정 뭐요?”
“웃자고요.”
이어 룸의 문이 열렸고.
-드르륵.
고급 중식집의 파란 유니폼을 입은 여자 직원이먼저 들어왔다.
“손님 도착하셨습니다.”
“예예. 그래요. 얼른 안내를.”
그런데.
“어?”
직원의 뒤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강주혁이 아니었다. 곧, 나타난 손님을 확인한 우진태 사장 그리고 홍혜숙 작가 모두의 두 눈에 물음표가 떴다.
응?
어어어?
그러거나 말거나 안내를 마친 여자 직원이 빠지고, 나타난 손님이 눈을 끔뻑이며 입을 열었다.
“……홍혜숙 작가님?”
그런 손님에게 불린 홍혜숙 작가가 손님의 이름을 불렀다.
“정…혜인씨? 혜인씨가 여긴 왜.”
나타난 손님은 풀메이크업을 한 탑여배우 정혜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읊조렸다.
“그건 제가 여쭤보고 싶은 말인데.”
그 시각, 강주혁의 차 안.
청담동으로 이동 중인 강주혁은 블루투스로 연결된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예.황실장님.건물이요. 건물 하나 알아보세요.”
“건물 말씀입니까? 조건은.”
통화 상대는 황실장이었고.
“조건은 복잡할 필요 없이, 본사인 삼성동 사옥과 가깝고, 층수는 4층 정도. 그리고 완공된 지 10년 이내로 된 것으로, 지하 주차장이 있으면 좋고, 지상 주차장도 상관없습니다. 어지간하면 점포가 많이 비어있으면 더 좋고요.”
강주혁의 요청사항을 확인한 뒤, 메모하는지 잠시간 대답 없던 황실장의 목소리가 몇 초 뒤 다시 들렸다.
“예. 알겠습니다. 급하십니까?”
“네. 이번 달 안으로 정리해야 됩니다.”
“확인했습니다.”
이어 주혁이 핸들을 왼쪽으로 꺾을 때, 차 안에 황실장의 물음이 던져졌다.
“그런데 이번 건물은 어디에 사용할 생각이신지? 지금 삼성동, 광주, 청담, GM엔터 건물까지 있으신데, 그중 하나로 공간을 내면”
“아니요. 보이스프로덕션 지사나 GM엔터와는 성격이 다른 건물로 사용할 겁니다.”
“성격이 다른?”
“예. 음~ 일단, 한 층은 게임 트레이닝 센터로서 사용할 겁니다. 즉, 게임구단이 쓸 층이죠.”
“아아- 구단 센터군요.”
그쯤 도착한 고급 중식집 주차장에 차를 댄 주혁이 안전벨트를 풀며 건물의 용도를 추가했다.
“그리고 나머지 층은 도서관을 만들 생각입니다. 오리지널 이야기만 모인 보이스프로덕션만의 도서관.”
대답을 들은 황실장이 되물었다.
“……도서관 말씀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