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41
구입 (3)
고급 중식집 주차장에 차를 댄 채, 여전히 황실장과 통화를 이어가던 주혁이 황실장에게 마지막 말을 던졌다.
“그럼 알아보시고 확인 끝나면 바로 연락주세요.”
“알겠습니다.”
– 뚝.
그렇게 황실장과 전화를 끊은 주혁이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 차 시동을 꺼서인지, 그의 차 안은 컴컴했고, 핸드폰 불빛 때문에 강주혁의 얼굴만이 보였다.
약 1분간 키패드를 누르던 주혁이 문자 전송을 눌렀고,
“자~ 다음은.”
전송 완료 메시지를 확인한 그가 차에서 내려, 고급 중식집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잠시 뒤, 고급 중식집 VIP룸 안.
VIP룸은 사막처럼 고요했다. 모인 사람이 3명임에도, 어째선지 그 누구도 말을 꺼내는 이가 없었다.
-호롭.
그저 커다란 선글라스를 앞에 내려둔,베이지 니트를 입은 탑 여배우 정혜인이 녹차를 넘기는 소리뿐.
“후-”
그러다 룸 안의 공기가 답답했는지, 긴 생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긴 정혜인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홍혜숙 작가님, 잘 지내셨어요? ‘그 작품’이후로 처음 뵙는 것 같네요.”
“아- 그런가? 아니, 작년 백상에서 우리 안 봤나요?”
“저 작년 백상에는 안 갔어요.”
“어머. 그랬어요? 그래서 이렇게 낯설구나.”
어색하게 파마머리를 매만지며 답하는 홍혜숙 작가의 모습에 피식한 정혜인이 말을 이었다.
“제가 어색하세요?”
“어? 아니? 괜찮은데 난?”
“그럼 다행이구요. 그나저나 작가님, ‘없어졌던 남자’ 시즌2에선 하정훈이랑 좀 떼어놔 주세요. 기자들은 케미가 좋니 어쩌니 하는데, 저 걔 싫거든요.”
“그래요? 그럼 완성된 대본을 수정해야 하는데? 지금보다 분량이 적어져서, 조·단역 수준으로 떨어질 텐데, 괜찮겠어요? 혜인씨 분량 욕심 좀 있잖아?”
“에이- 작가님. 아직도 그때 일 안 까먹으셨구나?”
정혜인이 찻잔을 들며 묻자, 홍혜숙 작가가 태연하게 답했다.
“아니이? 전혀.”
그쯤 뭔가 두 여자 사이에 신경전이 오가는 모습이 영 속이 더부룩했는지, 우진태 사장이 홍혜숙 작가의 귓가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작가님. 지금 뭐 해요? 괜히 분위기 흐리지 말고, 좋게좋게 갑시다. 응? 좋게좋게.”
“……나 쟤 좀 불편해요. 애가 얼굴은 웃고 있는데, 속으론 욕하는 것 같아서 영 별로야.”
“그래도 여기 왔다는 건 강주혁 사장님이.”
그때,
-똑똑.
뭔가 미묘한 긴장이 흐르는 룸안에 다시 한번 노크 소리가 퍼졌다. 그 소리가 뭔가 돌파구라 느꼈는지, 흰머리가 희끗한 우진태 사장이 벌떡 일어났고,
“예예-”
-드르륵.
문이 옆으로 열리며 아까 봤던 여자 직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로 낮은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깔렸다.
“다 모이셨네요.”
남자 목소리를 듣자마자,정혜인이 발딱 일어났다.
“야! 강주혁! 너 뭐야 이 자리! 왜 여기 이 사람들! 아니, 이분들이 있는 건데?!!”
나타난 남자는 강주혁이었고, 그녀의 외침에 픽 웃은 그가 빠지는 여자 직원에게 살짝 인사하며 룸의 문을 닫았다.
“너만 불렀다고 말한 적 없는데?”
“뭐?!”
“일단, 앉지? 밖에 우리 때문에 사람 많던데. 목소리 키워서 더 몰리게 할래?”
“……씨!”
곧, 하는 수 없이 앉아준다는 느낌으로 의자에 엉덩이를 던진 정혜인. 그녀를 보던 주혁의 시선이 나란히 앉은 홍혜숙 작가와 우진태 사장에게 닿았다.
“안녕하세요. 사장님.작가님.”
“예예. 강주혁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주혁씨. 이게 대체 무슨 자린지 설명 좀.”
“네네. 작가님. 해드릴게요. 저 자리 좀 앉고요.”
기분 좋게 웃으며 분위기를 풀어낸 주혁이 들고 온 네이비 맥코트를 의자에 걸치며 자리에 앉았다. 이어 앞에 놓인 메뉴판을 펼치며 주혁이 입을 열었고.
“우리 홍보팀 박팀장이 여기 맛있다고 추천해줬는데, 아무거나 드세요. 여기 제가 여러분들 스카웃 하려고 부른 자리니까.”
그러자 방금 강주혁을 따라, 메뉴판을 펼쳤던 정혜인의 고개가 팍 들렸다.
“스카웃? 무슨 소리야? 나 아직 지금 회사랑 계약 기간 3년 넘게 남았는데.”
“알아. 거기랑 오래됐다는 것도 알고, 왜 김칫국을 마시고 그래. 배우 정혜인으로서가 아니라, 작가 정혜인으로 스카웃 하겠다는 거야.”
“……작가?”
작가 정혜인이라는 말이 은근 기분이 좋았는지, 강주혁을 바라보는 정혜인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 그쯤 우진태 사장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어- 죄송합니다. 그런 이유라면 제가 여기 있을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만. 혹시 홍혜숙 작가님을 데려가는 게 저한테 미안해서 부르신 거라면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아니요. 사실, 이 자리에서 가장 핵심은 우진태 사장님이십니다.”
“제가……핵심?”
“예.”
짧게 답한 주혁이 펼쳤던 메뉴판을 접었다.
“제 목표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어떤 거대한 구역을 만드는.”
“거대한 구역?”
“예. 그래서 말인데, 도서관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다른 말로는 컨텐츠 밸리나 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도서관이라는 말에 대답은 정혜인 쪽에서 나왔다.
“도서관? 갑자기 그게 무슨 개소. 아니, 뚱딴지같은 소리야?”
“좀 그랬나? 그냥 도서관은 아니고, 오리지널 시리즈가 쌓인 도서관이라고 말해야 되나?”
피식하며 답한 주혁이 찻잔을 들어 올리며 설명을 추가했다.
“장르 불문 수많은 작가를 보유하고, 그 작가들이 만들어낸 우리만의. 보이스프로덕션만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쌓인 도서관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원래 계획했던 일이고, 슬슬 지금부터 초석을 쌓아야 하거든요.”
주혁의 설명에 홍혜숙 작가가 파마머리를 쓸어넘기며 끼어들었다.
“잠깐! 잠깐만요. 주혁씨. 그러니까 여기서 작가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작가. 즉, 드라마, 영화, 웹툰, 웹소설 등등 분야 불문 모든 작가들을 영입, 양성하고, 이미 나온 괜찮다 싶은 작품들의 판권을 사들입니다.”
“최종적으로 아주 거대한 오리지널 시리즈 도서관을 만든다는 얘깁니다.”
“……그럼. 그 말도 안 되는 미친 도서관을 통해서. 아니, 그 도서관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를 골라잡아 컨텐츠를 만들겠다는 소린가요?”
“뭐, 그게 이 도서관의 최종 목표이긴 하죠.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컨텐츠 시장을 넓히는 것.”
꽤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답하는 주혁에게 정혜인이 소리를 꽥 질렀다.
“그, 그게 말이 돼?!!”
“응. 돼. 이 도서관은 내 목표 중 가장 핵심이며 시발점이야. 너도 알다시피 보이스프로덕션은 현재 투자, 제작, 배급, 매니지먼트 등등 모든 것을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안 될 게 없잖아? 물론, 더욱 몸집을 불려야겠지만.”
이어 정혜인을 보던 주혁이 시선을 입 벌린 우진태 사장에게 돌렸고,
“물론, 도서관이 완성되는 와중에 투자나 제작 그리고 매니지먼트도 착실히 성장할 겁니다. 그리고 이 도서관 건은 투자. 즉, 제 직속 기관이 될 것이고, 저와 일대일로 소통하실 겁니다.”
눈을 끔뻑이던 우진태 사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엥? 제, 제가요?”
“예. 제가 문학창고를 인수하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계신 홍혜숙, 정혜인 작가님 아. 물론, 네가 좋다면. 거기에 현재 보이스프로덕션에 계신 정작가님, 백번 촬영팀의 송미진 작가님, 애니메이션 팀의 고진아 스토리작가님까지. 시작은 이 정도 작가님들이고.”
작가들을 나열하던 주혁이 충격에 흰머리가 더욱 히끗해진 우진태 사장에게 웃음을 던졌다.
“그 도서관의 관리는 우진태 사장님이 맡아주세요.”
다음 날 18일 일요일 아침. 중국 선전시. 중국의 투자사 Wang Media Partners의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시. 꽤 여러 기업이 줄지어 서 있는 거리에 대충 봐도 40층은 넘어 보이는 대형 파란색 건물이 Wang Media Partners의 본사였다.
그 건물 1층에는 커다란 분수가 보이고, 그 분수 안 요상한 조형물에 ‘Wang Media Partners’ 라는 글자가
박혀 있다.
어쨌든 Wang Media Partners의 본사 27층.
-띵!
지금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LA의 Wang Media Partners 지사에서 봤던 젤로 머리를 깔끔하게 넘긴 남자가 비서만 6명이 앉은 회장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허락이떨어지자 젤 머리 남자가 회장실 문을 열었고,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어~”
회장실 안에는 데 없는 안경에 앞머리가 M자 형으로 벗겨진 늙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가 바로 Wang Media Partners의 회장 왕웨이였다.
어쨌든 젤 바른 남자가 앞에 서자, 왕웨이 회장이보던 서류를 내리며 고개를 들었다.
“현봉 측이 확실히 거래를 중단한 건가?’
“예. 매각 직전에 한국에서 저희가 옵션으로 건 부분이 문제 되면서, 좀 시끄러워진 모양입니다.”
“그럼 그 게임구단은 누구한테 넘어갔지?”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입니다.보이스프로덕션.”
“……또 거긴가.”
보이스프로덕션이라는 상호를 들은 왕웨이 회장이 테 없는 안경을 벗어 책상에 툭 던졌다.
“이번에 우리가 탐내던 한국배우 하정훈도 거기로 넘어갔다고 안 했어?”
안경 벗은 얼굴로 묻자, 젤 바른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희가 투자한 한국의 TOM엔터를 움직여 잡아보려 했으나,보이스프로덕션으로 넘어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엔터 분야 적으로 보면. 우리는 그 보이스프로덕션에 ‘화이트 빅 마우스’ 메인 투자사 자리도 뺏기고, 하정훈도 뺏기고, 게임구단도 뺏겼네?”
“……그런 셈.”
-쾅!!
대뜸 왕웨이 회장이 책상을 강하게 내려쳤다. 덕분에 젤 바른 남자가 움찔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왕웨이 회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그 보이스프로덕션의 사장. 강주혁이란 새끼. 배우였다면서? 우리랑 과거에 무슨 연이 있나?”
“어, 없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아마 그 남자는 현재로서 우리의 존재를 정확히 모를 가능성이 큽니다.”
“뺏어 놓고, 뺏는지도 모른다?”
“예. 분명 한국에서만 보면 엔터 회사 자체는 큽니다만, 2년 안에 그렇게 무분별하게 덩치를 키웠을 정도입니다. 아무리 봐도 운이 좋다고밖에는 설명이 안 됩니다. 정보력 자체는 낮을 거라 판단됩니다.”
“……그래서 가만히 내버려 둘 건가?”
벗은 안경을 다시 쓴 왕웨이 회장이 묻자, 젤 바른 남자가 챙겨온 보고서를 회장에게 건넸다.
“재미 삼아 저희도 한번 건드려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재미 삼아?”
“예.”
이어 왕웨이 회장의 시선이 보고서로 내려갔을 때 젤 바른 남자가 읊조렸다.
“일단, 우리나라 게임구단 하나를 사야 될 것 같습니다.”
같은 시각, 해창전자 앞.
아침부터 갈 곳이 있는지, 이미 출근했던 김재황 사장이 차 앞에 선 열댓 명의 간부급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차에 올랐다.
이어 차가 출발함과 동시에 속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그가 어제저녁 강주혁에게서 도착한 문자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사장님. 죄송하지만, 일전에 확인하셨다던 중국 기업 Wang Media Partners 관련 자료를 좀 부탁드립니다.
짧은 문자 내용을 보던 김재황 사장이 턱을 쓸었다.
“Wang Media Partners라…… 이 친구가 왜 여길 이렇게 신경 쓰지?”
문자 내용만 보면 게임구단 건을 해결한 강주혁이 Wang Media Partners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쯤 김재황 사장의 혼잣말을 들은 회색 정장 입은 비서가 몸을 돌렸다.
“예? 사장님.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
하지만 곧바로 김재황 사장에게서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가 약 10분은 흘렀고, 고급진 세단이 한강 위 다리에 도달했을 때쯤 김재황 사장의 입이 열렸다.
“중국지사에 말해서, Wang Media Partners에 마킹 좀 붙여봐.”
대뜸 던져진 Wang Media Partners 상호에 비서가 고개를 갸웃했다.
“예? Wang Media Partners는 일전에 이미 확인이 끝난.”
“아니. Wang Media Partners와 현봉과의 관계나 그런 거 말고, Wang Media Partners에 관해 단독으로 아주 팬티 속까지 털어보라고, 아주 세세하게.”
“……아, 예. 그런데 거긴 갑자기 왜 털려고 하시는지.”
비서가 어렵사리 던진 질문에 김재황 사장이 창밖에 비치는 한강을 바라보며 답했다.
“강사장. 그 친구가 계속 신경 쓰는 것 보면 해외 문화산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Wang Media Partners가 뭔가 방해가 되는 거야. 그건 곧, 나를 방해하는 것과 같고.”
“아.”
“뭐, 두면 그 친구가 어련히 알아서 처리하겠지만.”
이어 몸을 돌린 비서에게 고개를 돌린 김재황 사장이 멈췄던 말을 이었고,
“명색의 해외 문화산업 동업잔데, 빈대같이 붙어서 이득만 취하면 쓰나. 나도 밥값은 해야지.”
어느새 코끝에 안경을 걸친 그가 옆자리에 준비된 신문을 들어 올리며 결론을 뱉었다.
“그 짱깨 새끼들 정돈 내가 처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