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45
뮤비 (3)
허공을 바라보며 읊조린 주혁이 귀에 댔던 핸드폰을 천천히 내렸다. 그의 얼굴만 봐서는 꽤 생각이 많아진 듯한 모습이었다.
“……나를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꼽았다라.”
보이스피싱 정보를 들어서는 그랬다. ‘the perfect wall’ 이라는 헐리웃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여배우
제니퍼 라이블리가 강주혁을 제일 좋아하는 배우로 꼽았다. 물론, 미래에.
짧게 침음을 뱉은 주혁이 일단은 방금 들은 미래 정보를 수첩에 메모했다. 이어 메모를 마친 주혁이 혹시나 싶어 핸드폰으로 제니퍼 라이블리라는 여배우를 검색했다.
역시나 개뿔 나오는 것은 없었다.
당연했다. 미래 정보대로라면 제니퍼 라이블리는 헐리웃 영화 ‘the perfect wall’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고 했으니, 당장은 무명이거나 아예 배우가 아닐지도 몰랐다.
덕분에 주혁은 제니퍼 라이블리를 뒤로하고 ‘the perfect wall’를 연출한다는 스티븐 베이 감독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감독은 나도 알아. 아니, 배우로서 스티븐 베이 감독을 모르면 안 되지.”
스티븐 베이 감독은 헐리웃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거장 감독.
히트작이 수두룩했다.
특히나 국내서 잘 알려진 작품은 ‘트랜스 로봇 시리즈, 우주에 존재하는 로봇이 지구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는데, 한국에서 대히트를 쳤다.
주혁은 검색창에 제니퍼 라이블리라고 적힌 글자를 지우고 스티븐 베이 감독을 적었다.
검색 결과는 빨랐다.
그러나 역시, 검색사이트 가장 상단에 표시되는 스티븐 베이 감독 필모에는 ‘the perfect wall’ 이라는
영화는 없었다. 다만.
‘음?’
검색사이트 중간쯤 스티븐 베이 감독 관련 기사 몇 개가 보였다.
『[해외무비]’트랜스 로봇’ 스티븐 베이 감독, 차기작 장전 완료!』
『 CG의 마법사 ‘스티븐 베이’ 차기작 제목은 ‘the perfect wall’, 무슨 내용일까?』
『 스티븐 베이 감독의 차기작 ‘the perfect wall’, 주연제외 오디션 통해 조연들 확정한다.』
많지는 않았지만, 서너 개 보이는 기사 제목을 보며 주혁이 읇조렸다.
제작…도 시작하기 전인가?
기사가 올라온 날짜는 3월 정도였다. 즉, 2달 전에 퍼진 이야기라는 뜻. 그렇다면 감독 스티븐 베이가 만들 영화 ‘the perfect wall’은 프리프로덕션 기간이라는 것이고,
“아직 한참 남았다는 소린데.”
영화 완성까지는 아직 꽤 많은 시간이 남았음을 뜻했다. 딱 여기까지 확인한 주혁이 핸드폰을 속주머니에 넣은 뒤, 오른손 검지로 운전대를 톡톡 때렸다.
무언가 생각에 빠진 모습.
그러던 그가 약 1분이 지난 시점에 조수석에 내려둔 수첩을 집어, 방금 들었던 미래 정보를 펼쳤다. 재차 확인하듯 미래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하던 강주혁이 혼잣말을 뱉었다.
“프리프로덕션이라면 준비만 대충 반년. 아니, 스티븐 베이 감독 영화니까, 두 배 불려서 1년. 촬영 반년,편집 반년. 합쳐서 2년.”
그가 지금 계산하는 것은 영화 ‘the perfect wall’이 세상에 공개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가늠하는 것이었고,
제니퍼 라이블리라는 여자가 인터뷰에서 내 이름을 말하는 게 3편 제작발표회니까, 2편까지만. 1편, 2편 2년씩 잡아서 최소 4년.
결과는 금방 도출됐다. 4년. 즉, 그쯤엔 이미 강주혁이 찍은 영화가 세상에 쏘아졌음을 의미했다.
“4년, 4년이라……”
이어 짧게 읊조리던 주혁이 잠시간 허공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다가, 켜져 있는 비상등을 끄며 운전대를 돌렸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김태우 PD의 문자는 잊힌 지 오래였다.
-우우웅.
그의 행선지는 보이스프로덕션 본사였다. 같은 시각, 울림영화사 편집실. 메케한 공기가 자욱하고, 많은 모니터가 달린 울림영화사 편집실에 김삼봉 감독과 편집기사 대여섯 명이 영화 ‘폭풍’ 의 편집이 한창이었다. 편집을 시작한
지는 얼추 두 달.
영화 ‘폭풍’의 편집은 약 70% 정도 진행된 상태였고.
“여기. 여기에 하정훈 나레이션 후시로 따서, 넣는 게 좋겠어. 표시해 둬.”
“예. 감독님.”
이 속도라면 다음달인 6월에는 편집이 모두 끝날 가능성이 컸다. 어쨌든 현재 김삼봉 감독은 음향 쪽에서 넘어온 오디오를 체크하는 중이었다. 방금까지 하정훈이 나오는 씬이던 모니터에선 여주인 강하진이 냅다 뛰는 씬으로 바뀌었다.
그때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보던 김삼봉 감독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여기 폴리가 왜 이러나? 소리 어색하잖아. 택준아 음향감독 전화해서, 이 씬 다시 하라고 해.”
만족스럽지 못한 듯 팔짱 낀 김삼봉 감독이 옆에 선 조감독에게 말하자, 조감독이 빠르게 핸드폰을 꺼냈다. 그쯤 모니터 바로 앞에 앉아서, 작업 중이던 수염 난 편집기사가 탄성을 뱉었다.
“캬- 강하진. 저렇게 흙으로 범벅된 분장을 했는데도 예쁘네. 확실히 언니인 강하영이랑은 뭔가 좀 아우라가 달라.”
그러자 그의 옆에 검은 모자 쓴 편집기사가 수염 난 편집기사의 어깨를 때렸다.
“야야. 침 닦아. 미쳤냐? 딸뻘이야. 딸뻘.”
“무슨! 여배우보고 예쁘다고 하는 게 죄냐? 죄야?!!”
“우리 나이대 아저씨가 여배우를 그런 음흉한 눈빛으로 보면 죄야 이 새끼야.”
“음흉?! 야! 내가 언제 음흉한.”
그 순간, 소란스러워진 분위기에 김삼봉 감독이 작게 헛기침했고,
“어험!”
거장의 헛기침 덕분에 티격거리던 편집기사 두명이 입을 다물었다. 그쯤 모니터에는 하정훈 솔로 바스트샷으로 독백을 치는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씬을 물끄러미 보던 김삼봉 감독이 턱을 쓸었고,
“음. 역시 이건 그냥 살리지.”
수염 난 편집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면 이 씬은 그냥 이어붙이겠습니다. 그나저나 확실히 하정훈 연기 물올랐네요. 이 정도면 탑 급 배우 중에서도 비빌 애들 없겠는데?”
그의 탄성에 끝쪽에 앉은, 작은 뿔테 안경을 쓴 편집기사가 끼었다.
“남석태도 잘하던데? 저번 영화 보니까,사이코 연기 죽이더만?”
“아~ 남석태~ 사이코 살인마 연기 좋았지. 그래. 남석태 정도면 비비겠네.”
“그래도 이번 ‘폭풍’ 개봉하면 하정훈 겁나 빨리겠어. 발전했다 어쩐다 하면서. 유일하게 하정훈이 단점으로 꼽히던 게 캐릭터 단순인데, 이번엔 그런 게 안 보여.”
“동감. 예전에도 연기 좋긴 했는데, 이번 ‘폭풍’으로 텐션 업 한 거 같지? 이 정도면 어지간한 연기론 명함 못 내밀 것 같은데.”
“그러게 올해는 하정훈이 쓸어 먹으려나~”
그때 내내 조용히 편집기사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흰 머리가 자욱한 김삼봉 감독이 주머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며 입을 열었다.
“‘폭풍’ 프리프로덕션 끝날쯤에.”
대뜸 들리는 김삼봉 감독의 음성에 편집기사들 전부가 몸을 뒤쪽으로 돌렸다.
“예?”
“그러니까 ‘폭풍’ 첫 촬영 바로 직전에.”
“아, 예예.”
“한선욱 선생님과 한- 3년 만에 밥을 먹었지. 그러다 소주도 한잔하면서, 옛날얘기까지 나왔고.”
한선욱은 국내서 유명한 원로배우였다. 어쨌든 한선욱을 떠올리며 잠시 말을 멈춘 김삼봉 감독이 담배에 불을 붙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다 지금 들어갈 영화 ‘폭풍’의 주연이 하정훈이라고 하니까, 한선욱 선생님이 예전 촬영장에서 봤던, 20대 때 하정훈 얘기를 했지. 연기를 봤는데, 저놈은 난놈이구나 싶었다는군.”
김삼봉 감독의 말에 수염 난 편집기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확실히 하정훈이 성격은 개떡 같아도 연기 하나만큼은 한선욱 선생님도 인정한.”
“그런데 말이야.”
이어 김삼봉 감독이 수염 난 편집기사의 말을 자르며 입안 담배 연기와 함께 목소리를 뱉었다.
“같은 촬영장에 하정훈 다음으로 스탠바이한 배우가 있었다고 해. 까메오.”
“……까메오 말입니까?”
“그래. 까메오. 씬이 아주 짧았다나? 그런데 그 배우를 떠올린 한선욱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지 아나?”
“글쎄요?”
편집기사들이 이구동성으로 고개를 갸웃하자, 김삼봉 감독이 담배를 앞쪽 플라스틱 재떨이에 구겼다.
“‘그놈은 촬영장에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라고 말했어.”
“예? 어……그 성격 좋기로 유명한 한선욱 선생님이 왜 그런.”
“‘아마 어지간한 배우는 그놈을 만나면 절망에 빠질 거다.’ 이 말도 하시더군.”
이어 편집기사들 모두가 눈을 끔뻑이며 김삼봉 감독에게 정답을 갈구하자, 김삼봉 감독이 몸을 의자 등받이에 움푹 기대며 말을 툭 뱉었다.
” 그때 그 영화. ‘시간은 멈췄다’의 까메오로 나온 배우가 강주혁이었지.”
“……아.”
곧, 정답을 들은 편집기사들이 작게 입을 벌리자, 김삼봉 감독이 추가로 담배 하나를 더 꺼냈고.
“강주혁이 상대 배우로는 부담될진 모르나, 감독으로선 작품에 단 한 씬이라도 넣고 싶은 배우지. 그 한 씬의 연기만으로 작품의 장르를 바꿔버리는 놈이니까. 뭐,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담배를 입에 문 그가 라이터를 올리며 결론을 던졌다.
“‘난 놈’과 ‘촬영장에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놈’. 자네들이 보기엔 어느 쪽이 대단한 것 같나?”
1시간 뒤, 보이스프로덕션 본사 사장실.
사무실에 도착한 주혁은 자리에 앉자마자, 노트북을 열었다. 아까 보이스피싱에서 들었던 미래 정보인 영화
‘the perfect wall’을 더욱 심오하게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타다다닥.
주혁은 커피를 뽑는 것도 잊은 채, 빠르게 ‘the perfect wall’을 검색했고, 세세하게 정보를 확인했다. 아직 제작이 시작된 영화는 아니었기에 많은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지만, 호기심이 당기는 사실 몇 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무비 마운틴 픽쳐스가……제작에 참여했네.”
영화 ‘the perfect wall’의 제작에 해외 유명 영화사 무비 마운틴 픽쳐스가 참여한 것. 감독이 스티븐 베이 감독에 기획부터 대형 영화여서 그런지 익숙한 제작사 이름이 많이 보였다. 폭스같은.
와중에 무비 마운틴 픽쳐스도 보였다.
정보는 적지만, 주혁이 확인한 결론적으로 정보대로라면,
“3편을 목표로 제작 확정됐고, 3편 모두 스티븐 베이 감독이 맡기로 했나 보네. 제작사는 총 3곳 참여, 그중에 무비 마운틴 픽쳐스도 있다는 거고,
즉, 영화 ‘the perfect wall’는 기획단계부터 3편을 확정 짓고 시작했다는 것이고, 보이스피싱에서 들었던 제니퍼 라이블리라는 여자는 오디션을 통해 영화 ‘the perfect wall’ 1편에 캐스팅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를
예정이었다.
훗날 그 제니퍼 라이블리라는 여자가 날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지목한다는 건데..
읊조린 주혁이 아까 들었던 미래 정보의 끝부분을 다시금 떠올렸다.
[제니퍼 라이블리는 ‘the perfect wall’의 3편 제작발표회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냐는 질문에, 최근 개봉한 헐리웃 영화에 남자 주인공으로 나온 한국배우 강주혁이라 답했고……]미래 정보대로라면 강주혁이 배우로서 4년 안에 복귀한다는 뜻이 숨겨져 있었다. 이쯤 주혁이 등을 의자에 움푹 기대며 천장을 올려봤다.
“……4년.”
이어 주혁이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으로 다리를 꼬았다. 평소와는 살짝 다른 모습. 꽤 진지하게 허공을 바라보던 그가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러니까 내가 이 미래 정보를 듣지 못했다면……4년이나 걸렸겠네.’
사실, 최근 그는 줄다리기 중이었다.
이성과 본성. 그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이성과 본성의 충돌로 인해,문뜩문뜩 멍때리는 시간이 더러 있었다.
고민했다기보다는 각을 재고 있었달까? 덕분에 최근 어느 촬영장이든 기피 했던 것도 있었다. 촬영 현장을 보면 불쑥불쑥 욕심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그 욕심은 강주혁의 본능이었고, 강대해진 본능을 주혁은 이성으로 찍어 눌렀다. 어째서 그는 욕심을, 본능을 찍어 눌렀을까?
다시 연기하기가 두려워서? 아니었다.
물론, 반지하 월세방부터 ‘없어졌던 남자’의 리허설 리딩서 최류에게 연기를 보여줬을 때까지만 해도,그의 마음속 어딘가에 과거 상처에 관한 두려움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두려움은 존재치 않았다. 평소 후진 없이 직진만을 하는 그였고, 망설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그저 어떠한 시기를. 적당한 시기를 보고 있었을 뿐.
그런데 아무리 적당한 시기를 본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데.”
4년은 너무 길었다. 곧, 짧게 한숨을 뱉은 강주혁이 양손을 쫙 펼쳤고, 그 펴진 두 손을 내려보며 주혁이 읊조렸다.
“복귀.”
‘복귀’ 라는 단어에 역시나 손의 떨림은 없었다. 그러자 그의 마음속의 눌러놨던 본성이,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모든 계획을 조금 서둘러야겠어.”
마치 꼭꼭 숨겨뒀던 스위치가 탁 켜지듯. 덕분에 마음속이 밝아진 강주혁이 꼰 다리의 방향을 바꾸며 미소지었고,
“적어도 2년 안에.”
역시나 그의 머릿속에는 후진이란 단어는 존재치 않았다.
한편, LA. 송이사의 숙소.
한국과는 다르게, LA는 오후 6시를 넘기고 있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방금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송이사가 들고 있던 가방을 대충 던지고, 묵직한 몸을 새하얀 침대로 다이빙했다.
“크으~ 죽여주네.”
바로 그때.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가방 속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엠병.”
곧, 침대에 얼굴을 파묻은 송이사가 욕을 뱉으며 일어나,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에 찍힌 발신자는 강주혁이었고.
“어어~ 사장님. 어떻게 내가 딱 퇴근하니까, 전화하셨네?”
발신자를 확인한, 앞머리가 반반으로 갈라진 송이사가 웃으며 전화를 받자, 그의 핸드폰에서 강주혁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다 보고 있지.”
“무서워라.”
“형. 해외 지사 매니지먼트 팀. 좀 안정됐나?”
“당연하지. 내가 메일로 보고서 보내줬잖아?”
“그래? 그럼 나 하나만 확인해줘요.”
“어어- 말해.”
“무비 마운틴 픽쳐스가 올해 하반기쯤 아니면 내년 상반기에 들어갈 영화 중에 ‘the perfect wall’ 이라고
있는 모양인데, 그것 좀 알아봐 줘요.”
“‘the perfect wall’?? 처음 듣는데?”
“외부적으론 정보가 많이 없어. 근데 무비 마운틴 픽쳐스 내부적으론 정보가 좀 있을 거야. 캘리한테 물어보면 바로 답 나오지 싶은데.”
고개를 끄덕인 송이사가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냈다.
“급해?”
“어어, 급해요.”
“크크. 또 뭐야. 그 영화에 끼어들려고? 넌 대체 어디서 그렇게 정보를 턱턱 물어오냐?”
“끼어든다기보다는 누굴 좀 찾아볼까……아니야. 일단 확인해줘요.”
“알았다아~”
-뚝.
그렇게 강주혁과 통화를 마친 송사장이 다이어리에 the perfect wall’ 를 적으면서, 캘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쏭!! 뭐야뭐야. 이 시간에?”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지 어쨌는지, 캘리의 콧소리가 금방 들렸다.
“혹시. 데이트하자고 전화했어?”
“아~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오늘은 다른 건.”
“에이. 좀 실망인데?”
“하하. 캘리.”
이어 캘리를 부른 송이사가 다이어리에 적은 글자를 내려보며 말을 이었고.
“무비 마운틴에서 들어가는 영화 중에 ‘the perfect wall’ 이라고 있나?
캘리의 대답은 빨랐다.
“응. 있어. 스티븐 베이 감독 기획·연출에 3편짜리 대형 영화. 근데 그 영화는 왜?”
“아, 그냥 궁금해서.”
“뭐야~ 우리가 제일 마지막에 합류했어. 이 바닥에선 벌써 엄청 기대 중이라구. 참! 그러고 보니, 2주 뒤 오디션인데!”
“오디션?”
“응. 스티븐 감독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번 영화에 신인을 대거 발탁할 모양인가 봐.”
그녀의 대답에 송이사가 턱을 쓸었고,
“오- 그래?”
캘리가 갑자기 목소리를 줄였다.
“송. 이건 비밀인데, 내 사촌도 그 오디션 보기로 했어. 애가 연기에 소질이 좀 있거든.”
“하하. 정말?? 대단한데? 이름이 뭐야. 알아둬야지.”
크게 웃은 송이사가 되묻자, 캘리가 자랑스럽게 답했다.
“라이블리. 제니퍼 라이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