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48
뮤비 (6)
넷플렉스라는 단어가 던져지자, 김재황 사장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넷플렉스라……그렇지. 우리 해창전자에서도 브랜디드 콘텐츠 진행 막바지에 거기 플랫폼과 협업을 했었지.”
“맞습니다. 그런 인지도 부분도 도움을 받으면 좋죠. 그런데 이게 기업 측의 이미지 홍보용 협업과 문화적으로 작품을 파는 건 얘기가 좀 다릅니다.”
“얘기가 다르다?”
“얘기도 다르고, 들어가는 돈도 달라지죠. 최근 좀 보니까, 넷플렉스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공격적이게 국내서 움직이고 있어요. 저로서는 상황이 나쁘지 않죠. 골치 아프게 해외 방송국 쪽에 컨텐츠를 런칭하지 않아도 되니까.”
순간, 살짝 눈이 커진 김재황 사장이 되물었다.
“자네. 해외 방송국에도 뭘 하려고 했었나? 생각만요.”
“그런데 넷플렉스라는 좋은 플랫폼 두고, 굳이 그런 복잡스러운 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음.”
“넷플렉스의 가장 큰 장점은 인터넷만 된다면 핸드폰 하나로 세계 어디서나 컨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인터넷만 된다면 우리만의. 보이스프로덕션만의 오리지널 시리즈 컨텐츠를, 세계의 불특정 다수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뜻이죠.”
주혁의 설명을 들은 김재황 사장이 팔짱을 꼈다.
“그래. 넷플렉스야 이미 세계적인 플랫폼이지. 이미 국내 영화나 드라마 예능 할 것 없이 팔리고 있고.”
“맞습니다. 실제로 지금 우리가 제작한 컨텐츠가 팔리고 있기도 하죠. 그런데 그것들은 넷플렉스로 2차 유통이 들어간 거고, 지금 제가 하려는 건 이렇게 방송국이 껴있거나 중간 유통이 껴있는 게 아니라, 직통으로 넷플렉스에 던져볼까 합니다.”
“직통으로? 그러니까 길을 닦아보겠다? 그래. 뭐로 시작할 건가? 영화?”
김재황 사장의 질문에 주혁이 준비된 대답을 던졌다.
“드라마로 시작해야죠. 기껏 능력 좋은 작가분들 영입했는데.”
약 40분 뒤, 31일 늦은 점심 무렵.
인터넷은 한 헐리웃 영화 소식으로 뜨거웠다.
『[이슈is]2주 전 한국 입국한 ‘스톤맨1’팀, 오늘인 31일 남산면 검봉산 부근 영화 세트장에서 첫 촬영!』
『’오늘 첫 촬영’ 촬영 준비 중인 ‘스톤맨1’팀, 촬영 세트장 앞은 인산인해/ 사진』
바로 위너필름 스튜디오의 히어로 시네마틱 영화 ‘스톤맨1’ 소식이었다. 닥터 김 역으로 유재은이 투입된 ‘스톤맨1’은 4월 제작발표회를 끝내고 촬영에 돌입, 국내에는 이미 유재은 포함 ‘스톤맨 1 팀이 5월 중순 입국한 상태였다.
『 헐리웃 배우들 즐비한 세트장에 의사복 입은 ‘유재은’ / 사진』
당연히 유재은이 맡은 캐릭터의 서사를 풀기 위한 국내 촬영이었고, 실제로 춘천시의 남산면 검봉산 부근 영화 세트장 앞은 촬영 준비로 분주했다.
뭣보다 세트장 주변을 둘러싼 기자들이 많았다.
“와……저 촬영 장비는 또 뭐냐?”
“난들 아나. 그냥 찍어서 올리면 댓글에 달리겠지, 뭐.”
“확실히 장비부터 뭐가 달라도 다르네.”
물론, 몰린 기자들이 발을 들일 수 있는 선은 정해져 있었고, 그 선을 중심으로 선글라스에 우락부락한 근육을 자랑하는 외국인 가드들이 서 있었다.
어쨌든 몰린 기자들은 쉴 새 없이 셔터를 누르면서도, 수다를 계속 떨었다.
“그나저나 저 세트장은 여기다 새로 만든 건가? 아니던데. 저거 원래 폐건물이었는데, 위너필름 영화사가 사서 리모델링 했다고 하더라고.”
폐건물은 그야말로 멋지게 영화 세트장으로서 탈바꿈됐다. 그 위풍당당한 모습에 방금까지 카메라를 들고 있던, 모자 쓴 기자 한 명이 아쉬운 침을 삼켰다.
“누군지 몰라도, 저 건물 가지고 있던 놈은 떼돈 벌었겠네. 어우~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사놓는 건데.”
“크크. 어이 김기자. 그런 미래를 알 수 있으면 이런 똥 같은 건물 말고, 로또를 한 100장 사는 게 낫지 않나?”
“로또고 토토고 주식이고, 그냥 미래만 알 수 있으면 뭔들 못하겠어. 당장 오늘 저녁밥도 모르는데, 미래는 개뿔.”
이렇듯 많은 기자들이 세트장 주변을 에워싼 채, 떠들어 댔지만, 정작 촬영장 내부는 꽤 조용한 분위기였다.
적막하다는 표현이 어울릴까?
첫 촬영은 건물 안이 아닌, 건물 앞에서부터 시작되는지, 외국인 스탭들은 건물 앞쪽에 촬영 세팅을 올리기 바빴고, 산타클로스처럼 수염이 덥수룩한 감독 페이튼 더글라스나, 출연할 헐리웃 배우들도 죄다 각자 할 일을 할 뿐이었다.
와중에 흰 의사가운을 입은 유재은도 대본 보기 바빴고,
“……흠.”
그런 촬영 세트장과 유재은을 지켜보는 남자가 한 명. 아니.
“부사장님! 나 여기 왜 끌고 왔어요?”
남자와 여자가 한 명씩, 총 두 명. 바로 관계자 자격으로 촬영장 안까지 들어온 박찬규 부사장과 여배우 류진주였다.
“진주야. 작게 말해. 작게. 다 들려.”
“이상해. 왜 이유도 없이 날 여기 데려왔냐구요.”
브라운 정장을 입은 박찬규 사장은 가슴팍에 Voice production에서 V를 딴 배지를 달고 있었고, 류진주는 검은색 모자에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자다 일어났는데, 산밖에 안 보여서 놀랐네.”
그런 류진주가 가슴까지 내려오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박찬규 부사장에게 되물었다.
“뭐예요 진짜? 대체 나 여기 왜 있는 거야?”
“……사장님이 너도 보여주라고 해서.”
“응? 주혁 선배님이? 왜?”
“내가 사장님 속을 어찌 아니. 그나저나 진주야. 저어기 촬영 준비하는 유재은씨 보니까, 너 신인 때 생각나네.”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예요?”
“아니. 그냥~ 생각난다고. 물론, 재은씨가 한방에 널 추월하긴 했다.”
“뭐라는 거야~ 지금.”
머리를 정리하던 류진주가 박찬규 부사장 쪽으로 고개가 휙 돌렸다. 얼굴의 반을 가린 선글라스 때문에 그녀의 눈은 안 보였지만, 잔뜩 찌푸렸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 류진주의 선글라스를 보던 박찬규 부사장이 속으로 강주혁에게 들었던 말을 되새겼다.
‘류진주 걔 지금 흐물거리는 이유가 목표가 없어져서 그래요. ‘척살’ 때처럼 목표를 주면 또 괜찮아질 겁니다. 음~ 그 ‘스톤맨1′ 국내 촬영 때 데려가셔도 괜찮겠네요.’
이어 류진주를 보던 시선을 거둔 박찬규 부사장이 시선을 앞으로 던지며 혼잣말을 뱉었다.
“이러면 되나?”
바로 그때.
“보이스프로덕션?”
나란히 선 박찬규 부사장과 류진주의 약간 대각선에서 묵직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영어였다.
“보이스프로덕션 직원들 맞나?! 맞네!’
덕분에 박찬규 부사장이나 류진주가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회색과 검은색이섞인 쫄쫄이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남자가 서 있었다.
그를 보자마자, 류진주가 헉했다.
“헐. 크리스 햄톰슨?”
남자는 쫄쫄이 의상을 입은 헐리웃 유명 배우 크리스 햄톰슨이었고, 자신을 알아봤다고 느꼈는지 그가 순식간에 류진주와 박찬규 부사장과 거침없이 악수를 나누며 영어를 뱉어냈다.
그러나 당황한 둘에게 크리스 햄톰슨의 말은.
“$&**@&$(@$^&$^@&$”
이렇게 들렸고, 그저 당황함에 눈을 끔뻑거렸다. 바로 그때.
“부사장님.”
촬영 세트장에 있던 유재은이 언제 왔는지, 입고 있는 의자 가운을 여미며 박찬규 부사장에게 크리스 햄톰슨의 말을 통역했다.
“크리스가 강주혁 사장님은 오늘 안 오시냐고 묻고 있어요.”
다시 횟집.
어느새 강주혁과 김재황 사장이 있는 VIP 룸에는 거대한 참돔의 회와 여러 음식이 차려진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주혁과 김재황 사장의 회의는 거의 막바지를 향하고 있었고.
“넷플렉스. 그쪽 동네에 런칭하는 드라마는 죄다, 다 찍고 올리지?”
김재황 사장이 커다란 회 한 점을 상추에 올리며 묻자, 새우튀김을 집은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넷플렉스에 런칭하는 드라마는 전부 사전제작으로 완성해서 올리죠. 물론, 화 수는 좀 짧게 가져가는 편입니다. 마케팅이죠. 기다려서 보는 것이 아닌, 몰아서 보기 좋아하는 대중을 공략한. 실제로 ‘없어졌던 남자’를 사전제작으로 간다고 발표했을 때, 그쪽에서 컨택이 오기도 했었습니다.”
순간, 회가 들어감 쌈을 씹던 김재황 사장이 눈을 끔뻑거렸고.
“응? 아니, 어차피 넷플렉스를 공략할 생각이었다면서? 그런데 왜 그 드라마를 KBC에 방영했나?”
새우튀김을 반쯤 베어 물었던 주혁이 픽 웃었다.
“예전. 제가 사장님께 해외 문화산업을 제안했을 때 말씀드렸었죠? 해외 문화산업 관련 공식 석상은 전부 사장님이 나가셔야 한다고.”
“그랬지. 그래서 자네는 그림자가 되고, 나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다는.”
“넷플렉스 공략은 사장님의 액션이 먼저입니다.”
“……슬슬 준비를 해두라는 건가?”
김재황 사장이 물티슈로 입 주변을 닦으며 묻자, 강주혁이 물 한 모금을 넘겼다.
“진척이 있었으니, 세상에 알려야죠. 끝없이 장작을 던져야 해외 문화산업 스노우볼도 계속 구를 테니까. 어느 자리든 상관없습니다. 넷플렉스라는 단어를 살짝 포함해서, 세상에 흘려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음. 일단, 알겠어.”
“그리고 제가 ‘없어졌던 남자’를 KBC에 방영시킨 이유는 또 있습니다.”
이어 잠시 말을 멈춘 주혁이 손목을 내려보며 시간을 확인한 뒤, 입을 다시 열었다.
“보통 미국드라마를 보면 시즌10까지도 있는데, 그걸 작가 혼자 하는 것은 버겁죠. 그래서 미국은 한 드라마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드라마는 시즌제 드라마가 많지 않죠. 그래서 연습을 시켜보고 싶었습니다.”
“누구를?”
“작가님들을요.”
“그 ‘없어졌던 남자’를 쓴 작가들?”
김재황 사장의 되물음에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작가 두 분이 협업하는 경험도 쌓게 하고, 시즌제와 초장편 드라마를 일부러 쓰게 했습니다. 연습으로는 공중파 방송국이 제격이죠. 반대로 넷플렉스에는 제 이야기인 ‘없어졌던 남자’ 말고 다른 장르의 드라마를 걸고 싶었습니다. 호흡이 아주 긴~”
이어 방금 초장에 회를 푹 담갔던 김재황 사장이 눈알만 위로 올려 되물었고.
“다른 장르? 그게 뭔가?”
강주혁이 물컵을 집으며 담담하게 답했다.
“사극입니다.”
늦은 오후, ‘없어졌던 남자’ 시즌2 촬영장.
시즌2의 방영이 올해 9월쯤 확정된 ‘없어졌던 남자’ 촬영은 거의 막바지였다. 기본적인 촬영 스케줄은 이미 끝난 상태였고,
“하영씨! 방금 좋았는데, 좀 더 그 표독스럽게. 알죠? 이 바닥에 미친년은 나야!! 같은 느낌으로 다시 가볼까요?”
“아! 미친년! 그거 제 전문인데! 알겠습니다! PD님!!”
현재는 김태우 PD의 재량으로 시즌2 14화와 15화의 추가되는 씬에 강하영 특별출연 장면을 촬영하는 중이었다.
“하이-큐!”
마치 영화제가 열리는 세종 문화회관을 방불케 하는 세트장에서 강하영이 이 구역 미친년 연기를 시작했고, 이를 지켜보는 배우들 몇몇이 픽픽 웃었다.
시작은 촬영 컨셉에 맞춰, 턱시도 입은 하정훈부터였고,
“저것 봐라? 쟤는 또 강하진이랑 느낌이 확 다르네?”
똑같지만, 흰색 턱시도를 입은 김건욱이 느릿하게 답했다.
“아~ 하영이는 처음 봐요?”
“어. 처음 봐. 쟤는 또 쟤대로 미친 느낌이네.”
이어 하정훈의 말끝을 연분홍 드레스에 머리카락을 예쁘게 땋은 정혜인이 거칠게 붙잡았다.
“야. 하정훈. 여기서 제일 미친놈이 넌데,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또 너냐?”
이렇게 하정훈, 정혜인 두 명이 으르렁거리자, 남주 정진훈과 김건욱이 은근슬쩍 자리를 피했고, 그를 따라 조연 배우들도 슬슬 발길을 옮겼다.
해외 스케줄 때문인지 여주인 강하진은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만족스러운 컷을 담았는지, 회색 야구모자를 쓴 김태우 PD가 외쳤고.
“컷! 하영씨! 오케이!! 좋았습니다!!”
바로 옆, 뒷주머니에 돌돌 말은 종이를 낀 조연출에게 김태우 PD가 뭐라고 말하자, 조연출이 크게 소리 질렀다.
“10분만 쉬었다 가겠습니다!!!”
덕분에 오케이 사인에 방방 뛰던 강하영도 으르렁거리던 하정훈 정혜인도 자리를 피했던 정진훈 포함, 모든 배우와 스탭들이 대본을 펼치거나 세팅된 장비를 매만지는 등, 각자 할 일을 시작했다.
“흠.”
그쯤 역시 모니터 앞에 앉아, 대본을 펼친 김태우 PD가 다리를 꼬며 침음을 뱉을 때였다.
“PD님.”
누군가 조용히 그를 불렀다. 덕분에 고개가 돌아간 김태우 PD가 벌떡 일어났다.
“사장님!”
“쉿, 쉿.”
나타난 것은 정장 재킷 없이 셔츠만 입은 강주혁이었고, 검지를 입가에 대며 김태우 PD를 진정시켰다.
“나 작가님들 뵈러 잠깐 왔어요. 작가님들이 오늘 촬영 현장 나오신다고 해서, 시끄럽게 할 생각은 없고.”
“아아~ 맞아요. 홍혜숙 작가님이랑 정작가님 오시기로 했어요.”
이어 강주혁을 알아보고 인사하는 스탭들에게도 작게 작게 인사하던 주혁이, 배우들이 모인 촬영 세트장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얼마나 남았어요? 시즌2 촬영.”
“음~ 다음 주면 다 털지 싶습니다. 사실, 대본상 촬영 스케줄을 전부 끝났고, 지금은 추가되는 씬 덮는 거라서. 전부 털면 바로 편집 들어가야죠.”
김태우 PD의 말을 들은 주혁이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천천히 촬영장에 분위기를 살폈다.
바쁜 스탭들, 조명, 카메라, 붐마이크, 배우들 등등.
딱 거기까지 보던 주혁이, 어느새 대본에 시선이박힌 김태우 PD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붙였고.
“PD님, 제가 없어졌던 남자’ 시즌2 마지막 화, 마지막 장면에 까메오로 출연해보면 어떨까 싶은데.”
살짝 흘려들었는지, 시선을 여전히 대본에 둔 김태우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사장님이요. 좋죠. 사장님이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 나와주시면 시청률이……응? 예? 사장님 방금 뭐라고.”
순간 눈을 크게 뜬 김태우 PD가 고개를 팍 들며 크게 외쳤다.
“사장님께서 까메오 출연을 하시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