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5
“ 누구 동생? ”
“ 하영이요. ”
강하영 동생? 강주혁의 시선이 다시금 류진주 옆에 있는 강하영 동생에게 꽂힌다. 뭐랄까.
일단, 표정이 없었다. 무표정이긴 한데, 무표정 같지 않은 그 오묘한 경계선의 표정. 뚱한 것인지 아니면 낯을 가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강하영 동생은 그저 강주혁을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 뭐해. 인사드려야지. ”
류진주가 강하영 동생의 등을 살짝 치면서 재촉했다. 그제 사 그녀는 흠칫 놀라며 냅다 허리를 숙인다.
“ ······안녕하세요. 강하진 입니다. ”
강하진. 그녀는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에 쌍꺼풀 없는 매우 동양적인 미인상이었다. 원래 말수가 없는 건지 인사 이외에 어떤 말을 뱉진 않았다. 잠시간 그녀를 쳐다보던 주혁이 먼저 말을 던졌다.
“ 그거 교복? ”
“ 네. ”
“ 강하진씨 학생이에요? ”
“ ······아니요. ”
순간 찾아온 침묵. 사실 강주혁은 대답이 더 나올 줄 알았다. 보통 이 정도 상황이면 뭔가 덧붙이는 설명이 나와야 하는데, 강하진은 그저 교복 셔츠 끝자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송사장과 정팀장, 박피디 역시 셔츠 자락을 만지작거리는 강하진을 뚫어져라 보고 있고, 류진주는 그저 그녀를 마치 동생처럼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주혁이 다시 물었다.
“ 그럼 강하진씨 몇 살 된 거예요? ”
“ 20살이요. ”
“ 근데 교복은 왜? ”
“ 언니가 캐릭터에 맞춰서 입고가라고 해서······
제가 입던 교복인데 잘 맞길래 입고 왔어요. ”
솔직히, 말 안 했으면 고등학생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전혀 20살처럼 보이지 않았다. 많아 봐야 고2 정도? 실제로 주변에 있던 송사장이나 사람들이 놀랄 정도였으니 말이다.
강주혁이 이번에는 류진주에 시선을 돌렸다.
“ 뭔데 이거. 설명해봐. ”
“ 며칠 전에 하영이 집에 데려다주는데, 얘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인사를 하는데 얘 보자마자 완전 소희가 보였어요. 우리 지금 소희만 뽑으면 된다면서요. 그래서 연기를 한번 시켜봤죠. ”
“ 그래서? ”
“ 선배님. 그냥 보시면 알아요. ”
의미심장한 웃음을 날리는 류진주. 그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오는 강주혁이었다.
그래. 뭐 수백 명을 봤는데, 한 명 정도 더 본다고 죽기야 하겠어? 강주혁이 입구 주변에서 쭈뼛거리고 있는 진행 직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디션 대본을 줘도 된다는 뜻.
“ 여기요. 보고 하셔도 되고, 여기 이 부분 독백 대사 하시면 돼요. ”
진행 직원이 강하진에게 오디션 대본을 넘기면서 간략한 설명을 끝냈다. 담담하게 대본을 받아든 강하진은 대본을 한번 슥 보더니 타박타박 중앙으로 걸어온다. 그리고 강주혁이 앉은 곳에서 세 걸음 정도에서 멈춰선다.
“ ······할까요? ”
대답은 강주혁 옆에 있던 박피디가 대신했다.
“ 네. 편하게 시작하세요. 긴장되시면. ”
“ 오빠. ”
‘긴장되시면 심호흡하셔도 돼요.’ 박피디가 하려던 말이었다. 하지만 강하진이 느닷없이 연기를 시작했다.
“ 거기 가면 다시, 아니 돌아올 수는 있는 거야? 말해봐. 입 꿰맨 사람처럼 왜 말을 안 해. 대답해. 말 좀. 제발. ”
담담하게 연기를 이어가는 강하진. 점점 분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턱을 괴던 송사장이 자세를 바로 했고, 정팀장이나 박피디 역시 표정이 달라졌다.
뭣보다 그녀를 바라보는 강주혁의 시선이 일순 바뀌었다. 독백을 치는 강하진의 행동은 투박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허공을 바라보며 대사를 치고 있을 뿐.
근데 묘하게 끌렸다.
그리고 쪼가 없다. 흔히 신인들에게 자주 볼 수 있는, ‘나 지금 연기하고 있습니다!’ 따위에 느낌이 전혀 없다. 거기다.
교복을 입어서 그런가? 점점 그녀가 소희로 보이기까지 했다.
“ ······저, 끝났어요. ”
어느새 연기가 끝났는지, 강하진이 조심스레 말을 던진다. 정적이 흘렀다. 그저 모두 그녀를 쳐다보고만 있을 뿐.
-팔락.
그때 강주혁이 오늘 처음으로 오디션 대본 뒷장을 넘기면서 말을 던졌다.
“ 하진씨. 뒷장도 한번 해봐요. ”
“ 네. ”
뒷장을 펼친 강하진이 대충 한번 훑어보더니 이내 연기를 다시 시작했다.
잠시 뒤.
두 번째 연기를 끝낸 강하진이 어색하게 오디션 대본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강주혁이 빤히 쳐다보고 있다.
캐스팅팀 정팀장이 말을 꺼낸 건 그때였다.
“ 잘 봤어요. 하진씨. 뭐 좀 물어볼게요. ”
“ 네. ”
“ 여기 분명 지문에는 ‘절규하며’라고 돼 있잖아요? 근데 왜 그렇게 담백하게 대사를 쳤어요? ”
정팀장의 질문에 강하진은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대본에 눈길을 주더니 이내 대답한다.
“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소희라면 이 상황에 절규하기보단 절박했을 것 같아서······ ”
“ 오빠를 보내기 무서워서? ”
“ 보낸 다음 혼자가 된 시간이 무서울 것 같았어요. ”
다음 질문은 조용히 강하진을 쳐다보던 강주혁이었다.
“ 연기, 원래 좀 했었나? ”
“ 네. 언니 연기 연습할 때, 몇 번 받아줬어요. ”
“ 끝? ”
“ ······끝인데. ”
세상에. 웃음이 나왔다. 평생 제대로 된 연기연습도 안 해봤다는 얘긴데.
-드륵
순간 강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의 시선이 강주혁에게 쏠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은 무심한 표정으로 강하진 앞에 섰다.
딱 강주혁의 어깨에 닿을까 말까 한 강하진은 그저 주혁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강하진. 가까이서 보니 분명 강하영과 많은 부분이 닮았다. 하지만 그 어떤 분위기가 다르다. 강하영이 좀 통통 튀는 느낌이라면 이쪽은 탄산 빠진 콜라 같은 분위기.
“ 언니, 하영씨는 뭐래요. ”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안 들리게끔, 딱 강하진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하는 주혁이었고, 그 작은 말소리를 들은 강하진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 언니는 그냥 잘하고 오래요. ”
“ 근데. 진짜 잘해버렸네. ”
“ 네. 어? 네? ”
눈을 동그랗게 뜬 강하진이 강주혁을 쳐다봤고, 주혁도 잠시간 눈을 마주치다 여전히 입구 쪽에서 의미심장한 웃음을 날리는 류진주에 시선을 돌렸다.
‘어때요. 선배님. 내 말 맞죠?’
말소리는 안 들렸지만, 류진주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픽 웃어버린 주혁이 이내 제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걸쳐놓은 슈트 재킷을 챙긴다.
“ 송사장님. 계약은 맡겨도 되지? 나, 갑니다. ”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송사장은 강주혁의 속뜻을 이해하고는 웃는 얼굴로 답한다.
“ 그래. 오늘 수고했다. ”
그리고 여전히 멀뚱히 서 있는 강하진에게도 한마디를 던진다.
“ 열심히 해요. ”
“ 네? ”
‘소희’역을 강하진이 맡는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 안.
오늘 하루 오디션 일정으로 빡빡하게 보낸 주혁이 연신 하품을 하며 운전대를 잡고 있다.
“ 이제 좀 정리됐네. ”
홍경연을 완벽하게 정리한 건 아니지만, 사실 그 정도로 찢기고 있으니 회생 불가능에 가까웠다. 뭐, 혹시라도 무슨 반전으로 다시 일어난다고 해도, 주혁에게는 아직 던질 게 많았다.
그래도 가급적 강하영의 익명은 보장하고 싶었다. 그러니 홍경연은 닥치고 나락을 기어 다니는 게 딱 좋은 상황이다.
-우우웅
강주혁이 신호 덕에 잠시 멈췄던 차에 액셀을 다시금 밟는다.
“ 후- 이제 배급사만. ”
이제 척살도 확실히 틀이 짜였다. 흔히 프리 프로덕션이라 부르는 기초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고, 이제 배급만 잡으면 촬영 바로 전 단계인 대본 리딩과.
“ 요즘에도 워크샵을 하는지 모르겠네. ”
워크샵. 예전에는 본격적인 영화 촬영 전 꾸려진 스텝들 전체가 워크샵을 갔었다. 물론, 강주혁이 이 바닥에서 활동했을 때니까, 꽤 오래전이다.
-끼익
신호가 다시 걸렸다. 주혁이 졸린 눈을 비비며 또다시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
사거리에서 걸린 신호라 오래 걸릴 것을 느낀 주혁이 핸드폰을 꺼냈다. 홍경연의 현재 상태. 강주혁은 시간이 날 때마다 홍경연의 스노우볼을 체크 한다.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아직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가 있고, 주마다 새롭게 터지는 증거들로 이미 그는 회생 불가 상태였다.
『“가슴 만지고, 새벽에도 불러내” ‘영화계 대부’ 홍경연 성희롱 폭로 이어져 』
『‘미투’ 가해자 홍경연 소속사 ‘묵묵부답’ 』
『‘변태 악마’ 홍경연, 다시 점화된 ‘미투’ 』
『‘홍경연 쇼크’ 영화계 빨간불』
이제 검색창에 홍경연을 치면 성희롱 또는 미투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강주혁의 계획대로 굴러가는 스노우볼은 멈출 줄 모르고 빠르게 커진다.
“ 평생 처박혀 살아야겠네. ”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날 강주혁의 사무실(보이스 프로덕션)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주혁의 전화가 울렸다.
-무비트리 송사장.
발신자는 송사장.
“ 어. 형. ”
“ VIP픽쳐스 미팅 잡혔다. 이번에는 너랑 나랑만. ”
“ 박피디는? ”
“ 야 이제 척살 얘들 못 빼. 바빠서. ”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간 척살이다. 스텝들 한명 한명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있을 테지.
“ 언젠데? ”
“ 내일 모래, 시간은 어~ 너는 한 저녁 8시쯤 맞춰서 와. 장소는 톡으로 찍어줄게. ”
“ 아, 따로 먼저 만나시나? ”
“ 어어. 일 얘기는 사무실에서 따로 하고, 식사할 때 너랑 잠깐 얘기하고 싶다더라. ”
“ 흠. 일단 오케이. ”
이어지는 종이 팔락거리는 소리. 무슨 서류를 보면서 통화를 하는지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송사장이 말을 추가한다.
“ 어- 그리고 첫 대본리딩 일정 나왔다. 톡으로 보내줄게. ”
“ 벌써 나왔어? ”
“ 하하하. 그러니까. 얘들이 겁나 빨라. 일에 굶주렸나? 해서 첫 촬영도 좀 빨라질 거야. ”
주혁이 살짝 미소지으며 답한다.
“ 알았어요. 또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줘.”
-뚝.
전화를 끊은 주혁은 그대로 자리에 앉아 책상 위 노트북을 켰다.
일단, 홍경연은 멸망했다.
강주혁의 계획대로 음성 녹취 파일을 가장 마지막인 오늘 터트렸고, 잠시 주춤했던 기사들이 다시 쏟아져 나왔다. 그야말로 파죽지세.
『‘홍경연’ 성희롱 시인,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
“속죄는 개뿔.”
어쨌건 이제 홍경연은 국내에서 얼굴 들고 다니진 못하겠지.
“ 강하영 씨도 만나봐야겠네. ”
그간 고생했을 강하영의 상태도 확인해봐야 했다. 당장은 좀 쉬어야겠지만, 꽤 씩씩한 편이니 곧 괜찮아지겠지.
자, 이러면 자연스럽게 홍경연이 출연하려 했던 다큐 독립영화 내 어머니 박점례가 남았는데, 사실 좀 막막하긴 했다.
투자금이 빵빵한 것도 아니고, 상업영화도 배우 하나가 이렇게 큰 사건이 터지면 올스톱 되는데 다큐 독립영화는 오죽할까. 이미 엎어졌어도 수십 번을 엎어졌을 텐데.
“ 감독을 찾기가 어렵단 말이지. ”
이 바닥에서 수십 년 생활하던 강주혁이지만, 독립 영화감독까진 세세하게 알진 못했다.
거기다 다큐 독립영화다.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와 일반 독립영화는 엄연히 다른 장르기 때문에 더욱이 감독을 찾기가 어렵다. 그나마 일반 독립영화를 찍는 무명감독을 찾는 게 더 쉬울 정도다.
어떻게 찾아낼까.
일단, 영화 제목인 내 어머니 박점례로 정보의 결을 높여 나갔다. 하지만 홍경연의 미투 사건이 워낙에 컸던 모양인지, 많은 정보는 없었다.
그나마 건진 게 감독 이름.
류성원 감독. 곧장 검색을 때려보긴 했지만, 허탕이었다. 얼마나 정보가 없었는지 류성원 감독으로 검색되는 게 아니라, 류성원 따로 감독 따로 검색될 정도였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류성원 감독과는 전혀 상관없는 정보들이 쏟아진다.
“ 글렀네. ”
인터넷으로 확인하긴 그른 듯 보였다. 슬쩍 한숨을 내쉬며 인터넷 창을 끄려던 그때.
멈칫.
마지막쯤 걸려있는 웹페이지 제목.
-다큐 영화 ‘내 어머니 박점례’ 스텝 급구.
아르바이트를 주선하는 사이트였다. 주혁은 홀린 듯 웹페이지를 클릭했다.
올린 지는 꽤 오래됐는지 이미 마감된 정보였지만, 다행히 본문은 아직 확인할 수 있었다.
내용은 대충 하루 정도 촬영 준비를 도와주면 된다는 느낌이다. 강주혁이 스크롤을 쭉 내린다. 이런 아르바이트 페이지는 보통 마지막에 자신에 번호를 적어두니까.
아니나 다를까, 본문 제일 마지막 줄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연락처 010-7777-8888/ 감독 류성원
산삼이라도 발견한 듯한 표정의 강주혁이 재빨리 핸드폰을 집었다.
몇 시간 뒤.
강주혁의 사무실 문이 열렸다.
-끼익
“ 계십니까. ”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40대 중후반에 몸 전체가 오동통한 모습이다. 하지만 표정 자체는 뭔가 상당히 선해 보이는 마스크.
남자를 확인한 주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 반갑습니다. 류성원 감독님. ”
“ ······와 진짜 강주혁 씨네요. ”
얼떨결에 손을 맞잡은 류성원 감독은 보고도 믿기지 않은 듯 강주혁을 빤히 쳐다본다. 당연했다. 이렇게 갑자기 강주혁이 튀어나올지 누가 알았을까?
대충 악수를 끝낸 주혁이 류성원 감독을 반대쪽 소파로 안내했다. 자리에 풀썩 앉은 류성원 감독이 말을 이었다.
“ 저는 처음 강주혁씨 전화 받고 긴가민가했습니다. 보이스피싱 같은 건가 싶었는데. ”
보이스피싱이라는 단어를 듣자, 주혁이 살짝 움찔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답한다.
“ 다행히 잘 찾아오셨네요. ”
“ 아, 네 분당 주변은 자주 와서. 저······ 근데 전화로 말씀하신 게 진짭니까? 아, 죄송합니다. 도저히 안 믿겨서. ”
겸연쩍게 머리를 긁는 류성원 감독. 그를 가만히 지켜보던 주혁이 천천히 답했다.
“ 그 전에 요즘 상황이 어떻습니까? 영화, 듣기에 다큐멘터리 독립이라고 들었는데. ”
“ ······엎어졌죠. 아니 이게 갈렸다고 해야 하나. 미투 터져서 그나마 제작 지원받으려고 했던 것도 날아가고, 홍경연 씨랑 소속사도 발 빼고 솔직히 욕밖에 안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때 제안을 받지 말았어야 했는데. 후- ”
강주혁 앞이라 튀어나오는 욕을 참는 표정이 역력한 류성원 감독. 생각할수록 열 받는지 긴 한숨으로 감정을 조절한다.
“ 말씀드린 기획서 좀 볼 수 있습니까? ”
“ 아, 네네. 가지고 왔습니다. ”
류성원 감독이 같이 들고 온 서류가방에서 종이뭉치를 꺼내, 강주혁에게 전했다. 다큐 독립영화 ‘내 어머니 박점례’의 기획서였다.
기획서를 받아든 주혁은 천천히 읽어내려간다.
그런데 초반부터 막힌다.
-할머니 역 : 박혜순.
‘ 이름이 이게 아니지 않나? ’
재빨리 품속에서 수첩을 꺼내든 강주혁. 적어둔 미래정보를 확인한다.
-다큐 독립영화로서 312만이라는 이례적인 관객 수를 동원한 영화 내 어머니 박점례, 할머니역을 맡은 김점숙씨가 영화로 벌어들인 수익 전부를 결식아동을 위해 기부.
‘이름은 김점숙인데.’
-할머니 역 : 박혜순.
‘ 왜 이름이 틀려? ’
비슷한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다른 이름.
‘ 뭐지? 이러면 이거 완전 나가린데. ’
이름을 번갈아 보던 주혁이 이내 류성원 감독을 살짝 찔러본다.
“ 죄송한데 이거 말고 다른 작품도 있습니까? ”
“ 예? 아, 없는데. 왜 그러시는지. ”
없다고? 강주혁은 대답에 자연스러운 구라를 살짝 섞는다.
“제가 소문으로 듣던 작품이 아닌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진짜 없습니까?”
없으면 아주, 매우 곤란했다.
“ 아, 혹시······ 그거 말씀하시는 건가? ”
“ 그거요?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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