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6
류성원 감독이 머리를 긁적이며 답한다.
“ 우리가 원래 처음 기획한 게 다른 작품이긴 했습니다. ”
“ 우리요? ”
“ 아아, 한 명이 더 있었습니다. 원랜 같이 했는데, 홍경연씨 때문에 그 친구는 안 한다고 빠졌죠. 원랜 이 다큐 영화도 그 친구가 기획한 건데 홍경연씨 때문에 제목 빼고 싹 뜯어고쳤습니다. ”
홍경연의 개입. 그리고 제목 빼고 싹 뜯어고쳤다? 분명 투자 및 홍보를 빌미로 자기 입맛에 맞춰서 고쳤겠지. 강주혁이 본능적으로 답했다.
“ 혹시 두 분이 안 좋게 되신 건? ”
조심스레 들어온 질문에 류성원 감독이 손사래를 친다.
“ 아니, 아닙니다. 그 친구가 워낙 다큐만 고집하는 친구라. 지금 고쳐진 기획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거의 일반 예술영화에 가깝습니다. 출연하시는 할머님도 배우시고, 독립은 하기 싫다고 빠진 거죠. ”
“ 감독님은 어떠십니까? ”
“ 저요? 하하하. 저는 잡식이라, 뭐든 상관없긴 하죠. 다큐도 좋아하고 독립도 좋아합니다. ”
허탈하게 웃는 류성원 감독을 잠시간 쳐다보던 주혁이 손에 들린 기획서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 그 빠졌다는 분. 만나 뵐 수 있습니까? 고치기 전 작품 기획서도 좀 보고 싶네요. ”
“ 네? 그 친구를요? 아아, 네 지금 전화해 보겠습니다. ”
핸드폰을 꺼내든 류성원 감독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뒤.
기다리는 동안 주혁은 류성원 감독이 이런저런 상황들을 전해 들었다. 대충 상황은 이랬다. 애초 기획했던 작품으로 여기저기에 투자제의를 넣었는데, 뜬금없이 홍경연 측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누가 봐도 이미지 세탁을 위한 출연.
그래도 이들 입장에선 꽤 큰 기회로 보였을 테지. 하지만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홍경연 측이 자신의 분량이 적다는 핑계로 작품 전체를 뜯어고치기 시작한 것.
그 바람에 같이 제작하던 친구와 길고 긴 상의 끝에 친구는 빠지게 됐다는 스토리였다.
그다음 홍경연의 미투가 재점화 된 거고.
이후부턴 안 봐도 비디오. 홍경연이 바로 잠적하고, 투자고 나발이고 무산됐겠지. 그 상황에 강주혁에게 전화가 왔다는 것.
얼추 상황을 이해한 주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급하게 사무실 문이 열린 건 그때였다.
-벌컥!
“ 어헉, 허헉, 죄,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
얼마나 다급하게 왔는지, 대충 쓴 모자에 숨을 헐떡거리는 남자가 뛰어들어왔다. 앞에 앉아있는 류성원 감독과 비교하면 상당히 말랐다. 허수아비를 연상케 하는 모습.
“ 괜찮습니다. ”
아직 숨을 고르고 있는 남자에게 강주혁이 손을 내민다.
“ 강주혁입니다. ”
“ 와- 저 실물로 처음······ 아니, 저는 최철수라고 합니다. ”
자신을 최철수라 소개한 남자는 류성원 감독과 비교하면 한참은 젊어 보였다. 대충 30대 초반? 강주혁과 비슷한 또래.
악수하던 손을 놓은 주혁이 류성원 감독의 옆자리를 권하며 자리에 앉았고, 주뼛거리던 최철수가 소파에 궁둥이를 붙이자마자 강주혁이 입을 열었다.
“ 사정은 대충 들었습니다. 바로 본론이라 죄송한데, 기획서 좀 볼 수 있습니까? ”
“ 예? 아, 네! ”
다부지게 대답한 최철수가 매고 온 가방에서 꾸깃꾸깃한 기획서를 꺼내 주혁에게 건넸다. 구겨진 기획서가 살짝 민망한지, 종이를 슬쩍 피면서.
“ 하하. 이게 한참 전에 작성한 거라······ 너무 급하게 나온다고 새로 만들진 못했습니다. ”
“ 괜찮습니다. ”
구겨진 기획서를 받은 주혁은 곧장 내용을 읽어내려간다.
-할머니 역 : 김점숙
‘ 이게 맞아. ’
티 내진 않았지만, 주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고, 천천히 기획서를 읽어내려갔다.
내 어머니 박점례라는 작품은 100%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였다. 류성원 감독이 보여준 기획서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
“ 출연하시는 김점숙 할머니는 실제 인물입니다. ”
강주혁이 기획서를 읽어내려갈 때, 최철수가 보충설명을 붙인다.
“ 다큐 TV프로인 사람극장에 출연하셨었는데, 손자, 손녀가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후- 그 프로를 보자마자, 할머님의 인생을 담고 싶었습니다. ”
대사나 다음 행동이 정해져 있는 극영화와 다르게 다큐 영화는 실제 인물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 때문에 찍는 대상에게 감독으로서 신뢰를 주고, 경계를 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다큐 영화는 비록 소수지만 영화를 본 대중들에게 이들의 삶을 대변, 즐거움과 기쁨, 희열. 고통과 슬픔, 좌절 등 감정을 전달하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다큐 영화 내 어머니 박점례는 일찍이 손자, 손녀를 떠나보낸, 할머니 김점숙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아낸 수작.
“ 할머님께 허락은 받았습니까? ”
“ 물론입니다. 간만에 사람들 만나고 좋다고 환하게 웃으셨는데, 엎어지는 바람에······ ”
기획서를 전부 읽은 주혁이 천천히 탁자 위에 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 기획서대로 찍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 네. 저도······예?! ”
기획서를 툭툭 치며 주혁이 담담하게 답한다.
“ 예상 제작비 빼셨습니까? ”
“ 아, 어. 네. 빼긴 했는데. ”
“ 말씀해보세요. ”
최철수가 잠시 류성원 감독을 쳐다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 최소······ 1억 2천 보고 있습니다. ”
“ 제가 전부 투자하겠습니다. 이후 추가되는 제작비까지 책임질 테니까, 이대로만 찍어주세요. ”
브레이크 없는 주혁의 직구에 최철수와 류성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 그리고, 작품에 나레이션 하고 이 도우미 역할은 정하셨습니까? ”
“ 아, 아니요. 시작도 하기 전에 갈린 거라. ”
얼떨떨하게 대답하는 최철수, 그에 반해 주혁은 무언가 생각에 빠진 듯 기획서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다 이내 말을 꺼냈다.
“ 이렇게 한번 해보시죠. ”
주혁의 말을 최철수와 류성원이 경청했고, 좋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정식 계약은 다음 날 하기로 하며 첫 번째 미팅을 정리됐다.
다음 날 아침.
류성원과 최철수는 강주혁의 사무실에 들러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차후 계획에 대해서는 촬영지가 멀다 보니 대부분 전화로 확인하는 얘기도 나왔다.
류성원과 최철수가 사무실을 떠난 후, 강주혁은 자리에서 무비트리에 2차 투자금을 보냈고, 이어서 내 어머니 박점례 팀에도 투자금을 전달했다.
무비트리에 투자금이 총 35억 정도.
다큐 독립영화에 투자금 1억 2천. 주혁에게 남은 돈이 대충 11억. 이로써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두 편에 메인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주혁이었다.
그리고 아침에서 점심으로 넘어가는 시간부터 영화판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홍경연이라는 폭탄이 터짐으로서 급작스러운 2차 미투 운동이 재점화 된 것.
『“나도 성희롱 피해자다” 연습생 A양 유명 원로배우 ‘박철우’ 지목 』
『부인하던 박철우, 성희롱 사실로 밝혀져. 』
『김건수에게 당했다? 불붙은 ‘미투’ 』
『국내 영화계 ‘성추문’ 몸살, “가해자는 늘 교묘하게 존재해” 』
유명 원로배우들에 대한 미투 운동이 하나둘 터지더니 이내 줄줄이 밝혀지기 시작했고, 그들이 출연한 영화들도 하나둘 엎어지기 시작했다.
『미투 터진 ‘김판서’, 출연하던 영화 올스톱.』
『영화계 폭로되는 미투 속에 살얼음판.』
『‘강길우’ 묵묵부답, 침묵은 답이 아니다.』
『“박찬걸이 성추행”, 개봉중단 사태.』
『2차 미투 사태에 영화계 벌벌.』
그야말로 살얼음판. 그나마 투자 들어가던 영화도 엎어지기 일쑤였다. 왜? 모든 영화에는 유명 원로배우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투자사들은 절대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하지 않는다. 물론, 이미 계약이 체결된 영화들이야 사리면서 영화 촬영을 진행하겠지만, 아직 시놉 단계에 영화들은 모두 스톱이 걸렸다.
영화판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따가웠고, 믿음이, 신뢰가 바닥을 쳤다. 자신들이 믿었던, 응원하던 배우들의 배신. 그 여파가 영화판의 생계까지 위협한 것.
자업자득.
덕분에 영화판은 바짝 엎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차 미투 운동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을 무렵. 늦은 점심쯤에 강하영과 강하진이 주혁의 사무실을 찾았다.
강주혁이 따로 불렀기 때문.
‘ 막상 이렇게 붙여놓고 보니까 진짜 닮았네. ’
쌍둥이까진 아니었지만, 이목구비가 매우 닮았다. 주혁은 그녀들의 닮은 얼굴을 보며 입을 열었다.
“ 하영씨. 좀 어때요? ”
“ 많이 힘들었는데, 진주 선배님도 많이 챙겨주셔서 지금은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동안 정말 힘들었을 거다. 오롯이 혼자 견뎌야 했으니, 그래도 기운차게 대답하는 거 보니 정말 괜찮아졌나 싶었다.
“ 이제 확실히 정리된 거 같으니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편하게 지내요. 다행히 얼굴 노출이 많이 된 건 아니니까. 그리고. ”
-스윽
말을 덜 끝낸 주혁이 탁자에 종이뭉치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 하영씨. 이거 한번 읽어볼래요? ”
“ 네? 아, 네네. ”
탁자 위에 올려진 종이뭉치를 강하영이 집어 들어 한 장씩 읽어내려간다. 10장쯤 읽었을까? 고개를 갸웃하며 강하영이 주혁을 말똥말똥 쳐다본다.
“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혹시 들어봤어요? ”
“ 아, 네. 들어봤어요. ”
-후릅
차갑게 식은 녹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주혁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 난 그렇게 생각해요. 뭐, 복수라는 게 물고 뜯고 해도 되겠지만, 잘 먹고 잘사는 걸 보여주는 게 진짜 복수라고들 하잖아? 드라마에서도 자주 나오고. ”
“ 어······ 네. ”
“ 난 좀 달라요. ”
“ 네? ”
“ 잘 먹고 잘사는 걸 그냥 보여주기보단, 자신을 힘들게 한 개새끼의 것을 당당하게 대신 하면서 잘 먹고 잘사는 것. 그게 진짜 개새끼로선 더럽게 배 아픈 거거든. ”
“ 아······ ”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강하영을 위해 강주혁이 종이뭉치를 가리키며 결말을 내뱉는다.
“ 그거 다큐 독립영화 나레이션이랑 도우미 역, 해볼래요? 감독들한테는 얘기는 전부 해놨어. 기사에서 봤죠? 그거 홍경연이 이미지 세탁 때문에 작품 내용까지 갈아가면서 하려고 했던 다큐 영환데. 어때요? ”
“ ······ ”
잠시 멍하니 강주혁을 쳐다보던 강하영이 이내 결심한 듯 당차게 대답한다.
“ 할게요! 아니, 제가 하게 해주세요. ”
하도 당차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온 주혁이었다.
“ 좋아요. 작품 자체는 너무 좋으니까, 가서 힐링도 좀 하고 마음 좀 다듬어요. 내가 투자한 거니까 기죽지 말고. ”
“ 네! ”
자, 이제 강하영은 감독들이랑 따로 자리 잡아서 계약서 쓰면 될 테고. 얘기는 얼추 다했는데, 여전히 강하영과 강하진은 주혁은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
‘ 그러고 보니 얘네. ’
뭔가 번뜩 떠오른 강주혁이 대뜸 묻는다.
“ 근데 이제 둘 다 슬슬 소속사를 잡아야 하지 않나? 언니나 동생이나 영화 들어가는 건데. 류진주 쪽 그니까 빅엔터에서 별말 없었어요? ”
주혁의 물음에 강아지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 둘은 서로 얼굴을 한 번씩 쳐다봤다가 이내 지금껏 말 한마디 없던 강하진이 먼저 답한다.
“ 저희는 사장님이 끝까지 책임지시는 줄 알았는데요. ”
말을 받아 강하영이 양념을 친다.
“ 네. 진주 선배님도 우리 둘 빅엔터로 가면 사장님이 화내실 거라고······ ”
“ ??? ”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강주혁이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오후, 고급 한식집.
일전에도 한 번 와봤던 한식집이었다. 송사장이 왜 또 여기로 예약을 잡았는지는 모르겠으나.
“ 그 속을 누가 알겠어. ”
별 상관이 없었다. 현재 시각은 7시 56분. VIP픽쳐스와 송사장은 이미 만난 상태고, 주혁이 따로 합석하는 스케쥴.
아마 안에서는 대화의 열기가 아주 뜨거울 거다. 애초에 지금 연예계가 미투 운동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으니까.
어제부터 지금까지 유명 원로배우 몇몇이 추가로 죄가 밝혀지면서, 연예계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거기다 투자사의 지갑은 더욱 단단히 잠겼고.
그 와중에 살아남은 척살이다. 앞으로 마케팅만 잘 이용하면 최고의 자리까지 오를 영화.
-텅!
차를 주차한 주혁이 차 문을 닫으며 한식집으로 천천히 발길을 옮긴다.
‘ 그나저나 걔네는 어쩐다. ’
강하영과 강하진. 의외로 뚝심이 있어서 강주혁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데도, 먹히질 않았다. 그래서 서로 생각을 해보자는 명목에서 일단은 휴전.
‘ 류진주 그게 불을 지폈어. ’
아무리 봐도 기름을 부은 것은 류진주 같았다.
“ 후- ”
어느새 문 앞에 당도한 주혁이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었다.
-드르륵!
“ 어어. 투자자님 왔어? ”
“ 네. 아, 반갑습니다. ”
“ 와, 강주혁씨 정말 오랜만입니다. 예전에 시사회에서 한번 뵀는데 기억하세요? ”
아니.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 잘 지내시죠? ”
대충 인사말을 던지는 강주혁. 방안에는 송사장과 VIP픽쳐스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 2명이 앉아있다.
“ 반가워요. 주혁씨. ”
방금 인사를 건넨 것이 사업부장 김홍길, 그리고 처음 강주혁에게 인사를 건넨 사람이 최혁 팀장.
이들과의 미팅은 MV e&m과는 사뭇 달랐다. MV e&m이 진중한 회의 느낌이라면 VIP픽쳐스는 아저씨들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 느낌.
이미 계약은 오전에 끝냈고, 이 자리는 뒤풀이 정도로 보였다. VIP픽쳐스가 투입하는 투자금은 총 13억 플러스 마케팅 비용 20억.
마케팅비용은 순수 투자금과는 따로 본다 치고,
나머지 투자금은 은행과 기업 쪽에서 조율 중이라는 말을 송사장이 전해준다. 그럼 모인 투자금이 총 48억. 이 정도면 중후반부까지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다.
강주혁에게 사업부장 김홍길이 말을 던진 건 그때였다.
“ 주혁씨. 한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
“ 네. 말씀하세요. ”
사업부장이 휴지로 입 주변을 닦아낸다.
“ 제작부터 메인 투자까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소식 듣고 정말 놀랐어요. ”
“ 뭘요. ”
“ 허허. 거기다 영화 척살, 컨텐츠가 재미있습니다. 주연이 하정훈씨, 류진주씬데. 조연부터 전부 무명이라니. 이 바닥에선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우연이겠지만, 지금 영화판 분위기에 큰 영향도 없겠고, 대중들 관심도 끌어낼 수 있겠어요. ”
전부 강주혁이 계획하고 실행한 부분이지만, 대체로 남들이 봤을 땐, 우연처럼 보이는 게 당연했다. 입이 근질거리는 송사장이 실룩실룩 웃기 시작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업부장이 계속 말을 잇는다.
“ 그래서 말인데. 저희 VIP픽쳐스는 마케팅 단계에서 강주혁 씨를 완벽히 배제하고 진행할까 합니다. 오로지 영화로만 승부를 봐야지, 노이즈 마케팅은 요즘 많이 힘듭니다. ”
사업부장이 뱉는 말을 가만히 듣던 주혁이 부장과 팀장을 한 번씩 번갈아 쳐다본다. 일단, 표정만큼은 진심이었다.
‘ 괜히 3대 투자배급사가 아니구만. ’
척살에는 무명 배우들이 많다. 그러니 포커스는 그들에게 맞춰져야 한다.
그렇게 보면 VIP픽쳐스는 진짜배기였다. MV e&m처럼 강주혁을 정면으로 내세운다는 계획보다는 VIP픽쳐스의 계획이 백천 배는 믿음이 갔다.
“ 괜찮습니다. 마케팅 부분은 제가 따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고. 편한 대로 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
“ 허허. 뭘요.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
그렇게 VIP픽쳐스와 첫 미팅이 끝났다.
차 안.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식집 앞에서 송사장과 헤어진 후, 강주혁이 운전대를 잡았다. 생각할 것이 많은지, 주혁은 연신 무표정에 액셀만 밟을 뿐이었다.
-끼익
그때 신호가 걸렸다. 차를 세운 주혁은 검지로 운전대를 톡톡톡 두드린다.
그리고 그 순간.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전화가 울렸다. 그리고 이어서 켜진 초록 불. 강주혁은 갓길에 차를 세운 뒤 전화를 받았다.
[‘브론즈’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유료 서비스 ‘브론즈’의 남은 횟수는 총 18번입니다.] [‘유료 서비스’를 경험하며 인생역전의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전화는 보이스피싱이었다. 강주혁이 곧바로 1번을 눌렀다.
-띠익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J’, 2번 ‘28’, 3번 ‘저녁 8시’, 4번 ‘적화’, 5번······ ]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이제 시간으로 된 키워드는 3번뿐.
그가 3번을 눌렀다.
-띠익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저녁 8시’입니다! ] [ 현재 용인을 떠들썩하게 하고있는 연쇄 퍽치기 사건. 어린 학생들만 노리는 연쇄 퍽치기범이 결국 3번째 희생자를 냅니다.] [ 매주 금요일 영어학원에서 ‘저녁 8시’ 수업을 듣는 김재욱 군은 수업이 끝난 후, 기흥역 주변에 있는 지하 보도를 통해 집으로 귀가하던 중 변을 당합니다.]-뚝!
전화가 끊겼고.
“ 이건 또 뭔. ”
느닷없이 퍽치기 사건이 튀어나왔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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