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62
오픈 (1)
결과적으로 정혜인의 시놉은 보이스피싱에서 들었던 ‘가정부일기’와 제목도 달랐고, 내용도 미묘하게 달랐다.
“일단, 정혜인의 시놉은 옴니버스식이 아니야.”
옴니버스란 세계관 자체는 공유되지만, 화마다 진행되는 에피소드 자체는 독립되는 것을 말한다. 물론, 독립된 모든 에피소드가 결국 이어지는 구도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분명 독립된 이야기.
그런데 정혜인이 쓴 시놉은 옴니버스가 아니었다.
“거기다가 보이스피싱 정보대로라면 ‘가정부일기’라는 작품은 힘 있고, 돈 있는 ‘여러’ 고용주의 자극적 인생을 대신 말해주는 작품이라고 했어. 그런데 정혜인 것은 특정된 한곳에서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어.”
분명, 정혜인의 시놉도 가정부가 주인공이긴 했지만, ‘여러’ 고용주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단 한 곳이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
“이러면……’가정부일기’라는 작품이 따로 존재한다는 건가? 아니면.”
주혁이 읊조리며 꼰 다리의 방향을 바꿨고, 시놉대신 뽑은 커피를 들어 올렸다. 결과적으로 정혜인의 시놉은 보이스피싱에서 들었던 ‘가정부일기’와 다른 작품일 가능성이 컸다.
“……”
어쨌든 말없이 커피를 반쯤 마신 주혁이 이번에는 안숙희 작가의 4장짜리 시놉을 리딩했다. 이번에도 그의 리딩은 짧았다. 심지어 40분도 안 걸렸다.
-툭.
“안숙희 작가도 보긴 해야겠네.”
이어 안숙희 작가나 정혜인의 시놉 모두를 책상에 올린 주혁이 핸드폰을 집어, 보이스 라이브러리의 우진태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일 안숙희, 정혜인 작가와 점심 같이하시죠.
다음 날 6월 6일 일요일 아침.
휴일이라 고요한 보이스프로덕션 삼성동 본사의 로비. 그런데 어째선지 조용한 로비 한쪽에 마련된 커다란 TV 앞, 대기용 소파에 강주혁이 다리를 꼰 채 핸드폰을 보고 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더운 날씨 탓에 가벼운 린넨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그가 혼잣말을 읊조렸을 때.
-툭툭.
누군가 강주혁의 어깨를 두드렸고.
“강! 나 왔어요!”
쾌활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덕분에 주혁이 고개를 돌렸고, 뒤쪽에는 검은색 나시티를 입은 캘리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색이 다른 나시를 입은 여자가 나란히 서 있었다.
“아.”
캘리의 옆에 선, 보라색 눈동자에 어깨까지 오는 짙은 갈색 머리 외국인 여자를 보자마자, 주혁이 미소지었다.
“제니퍼 라이블리?”
그 시각.
강주혁이 캘리와 그녀의 사촌인 제니퍼 라이블리를 만난 와중, 인터넷에서는 전날 강주혁의 까메오 컷 촬영으로 인해, 떠들썩한 상태였다.
당연했다.
그를 목격한 이가 너무 많았으니까. 시작은 기사보다는 어제 세종 문화회관 주변에서 강주혁을 목격한 시민들의 SNS부터 시작됐다.
[kimmms1994_00] [#강주혁 #잘생김 무엇 #세종 문화회관 #없어졌던 남자 #보이스프로덕션] [ㅋㅋㅋㅋㅋ그저 웃음만…친구랑 길가다가 사람들 모여있어서 뭐지? 하면서 끼어들었는데, 거기에 강주혁이 있었음…나랑 내 친구랑 소리 꽥꽥지르고…하…. 근데 진짜 강주혁 대존잘이더라…30대 중반 아님? 생김새 도랏맨!! 팬서비스도 엄청 좋음! 사람 몰리니까 조심하라고 웃어주는데 심장녹았다……ㅜㅜ] [사진1], [사진2], [사진3]워낙에 화제가 됐던 강주혁의 배우 복귀였기에 세종 문화회관 주변에서 목격된 강주혁은 SNS를 통해, 미친 듯이 올라왔다.
[jjuddi_jangg] [#강주혁 실물 #가슴이 웅장해졌다. #내 얼굴 오징어] [어제 우연히 세종 문화회관에서 강주혁 실물 영접하고 왔다. 집 와서 샤워하는데, 거울에 비친 내 얼굴 보고 괜히 우울해지더라. 사람이 그렇게 생길 수도 있구나 싶다. 잘려고 누웠는데, 강주혁 생각에 가슴이 웅장해진다……하~ 잠이나 자야지. 사람 너무 몰려서, 뒤태밖에 못 찍음] [사진1], [사진2]한두 개가 아니었다. 수백 개가 쏟아졌다.
[f_tooloves] [#세종 문화회관 #강주혁 #너무 멋짐] [강주혁은 지금 복귀해도 어지간한 배우들 압살할 것이 분명해!! 진짤ㅋㅋㅋ 말도 안 되게 잘생겼더락ㅋㅋㅋㅋ미친ㅋㅋㅋㅋ 남자친구랑 같이 있었는데, 강주혁 세종 문화회관 들어가고 돌아보니까, 남치니 없어짐ㅋㅋㅋ 강주혁 얼굴 감상하세요!] [사진1], [사진2], [사진3]SNS에서 쏟아지는 강주혁의 목격담은 고삐 풀린 경주마처럼 여기저기 공유됐다. 강주혁의 공식 팬카페는 물론이고, 블로그나 갤러리, 검색사이트 등등. 더 나아가 톡으로도 퍼져 나갔다.
상황이 이쯤 되니, 당연하게도 당일 세종 문화회관에 나왔던 수십의 기자들이 기사를 쏘아 올렸다.
『 [스타이슈]’사장’이 아닌, ‘배우’로서 나타난 강주혁/ 사진』
『 턱시도 풀어헤친 상태로 인터뷰하는 강주혁/ 사진』
『세종 문화회관에 까메오 컷 촬영차 나타난 강주혁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려니 기대된다”』
덕분인지 주말의 마무리인 일요일 아침부터 강주혁의 이름은 실검을 오르내렸다. 며칠 전 배우 복귀에 관한 발표로 시끄러웠다가 잠시 소강상태였던 강주혁의 이름은 다시금 바삐 팔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결정타를 때린 것은.
강주혁과 같이 촬영을 진행했던 단역 배우들이 올린 SNS였다.
[yoontea_777] [#없어졌던 남자 단역 #강주혁 선배님 #팬클럽 가입 #괜히 탑배우가 아님] [강주혁 선배님과 까메오 컷 촬영을 같이했는데, 생각보다 차갑지 않아서 엄청 의외였음…현장에 후배들이 엄청 많았는데, 질문 다 답해주시고, 중간중간 연기에 관해 조언 다 해주구…나중에 들어보니까, 출연 배우들 전부 무명으로 가자고 한 게 강주혁 선배님이었다는 거 듣고 감동……선배님 조언대로 딕션 연습 열심히 하겠습니다!!]한두 개가 아닌, 당일 촬영에 참여했던 단역 배우들의 약 80% 정도가 SNS에 강주혁의 미담을 올리면서, 모든 것이 버무려졌다.
『 [이슈체크] 목격담부터 미담까지, 배우로서 긴 휴식기 무색하게 만든 ‘강주혁’』
그야말로 7년 만에 배우로서 복귀했음에도 휴식기가 전혀 없다고 느낄 만큼의 파급력이었고,
“메이킹 편집 무조건 오늘 안에 끝내서, 내일 안에 올려! 알았어?!”
“예예~ 지금 하고 있어요~ 국장님.”
“하나만 픽 만들지 말고! 한 4~5개 만들어서 주마다 올리란 말이야!”
“5개요?! 아니, 애초에 원본이.””
“만들어! 어떻게든 만들어!!”
‘없어졌던 남자’ 시즌2 방영이 9월로 예정된 방송국 KBC 드라마국 국장은, 어제 세종 문화회관에 다녀온 메이킹 팀을 쏘아댔다.
“지금 인터넷 난리 난 거 못 봤냐?! 이걸로 무조건 한 달은 뽑아먹어야지!”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현재 인터넷 포함 SNS나 방송국이 난리가 났음에도 강주혁은 꽤 담담하게 노트북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미담……까진 생각하지 못했는데.”
단역 배우들의 SNS를 통해 퍼진 자신의 미담을 보며 괜히 민망한지, 강주혁이 머리를 살짝 긁다가 읊조렸다.
“뭐, 어찌 됐든 당장 이 정도면 괜찮아.”
예상하였는지 어쨌는지, 강주혁은 머리를 긁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검색사이트를 켰다.
그가 검색창에 친 글자는 이랬다.
-김재황 사장 인터뷰.
워낙에 유명한 인물이라 그런지, 검색결과가 쏟아졌고, 그중에서 최근 기사들만 골라본 강주혁이 혼잣말을 뱉었다.
“넷플렉스 관련 인터뷰도 털었고, 슬슬 접촉을.”
바로 그때.
-끼익.
닫혔던 사장실의 문이 열리면서, 외국인 여자 두명이 들어왔다. 캘리와 제니퍼 라이블리였다. 화장실을 다녀왔는지, 손에 묻은 물기를 입은 검은색 나시티에 닦으며 캘리가 웃었다.
“화장실이 엄청 좋네요? 우리 회사보다 좋은 것 같아!”
꽤 쾌활하게 들어오는 캘리를 보며 주혁이 보던 노트북을 덮고 자리서 일어났고,
“화장실은 회사의 얼굴 같은 느낌이니까요. 앉아요.”
앞쪽 책상을 손짓하며 그녀들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이어 캘리와 제니퍼 라이블리가 나란히 앉은 반대편에 앉은 주혁이 앉자마자, 제니퍼 라이블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 아이가 보이스피싱에서 들었던……당장 봐선 좀 이미지가 억세 보이는데?’
보라색에 가까운 눈, 질끈 묶은 갈색 머리, 와중에 하얀 피부, 제니퍼 라이블리의 첫인상은 차가웠다.
그런 그녀를 몇 초간 쳐다보던 주혁이 입을 열었고,
“제니퍼. 반가워요.”
강주혁을 물끄러미 보던 제니퍼 라이블리가 대뜸 책상 위에 올려진 강주혁의 손을 덥석 잡았다.
“네! 반가워요! 너무 반가워요. 진짜! 와! 손 따듯하네요?”
반전이었다. 당장 봐선 차가운 인상이었으나,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밝고 쾌활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나사가 하나 빠진듯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곧, 제니퍼 라이블리의 손을 놓은 주혁이 속으로 읊조렸다.
‘……좀. 하영씨 느낌이 나네.’
그때 제니퍼 라이블리의 등짝을 후려친 캘리가 강주혁에게 고개를 돌렸다.
“만약 우리 제니퍼를 데려간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할 거예요?”
그녀의 물음에 주혁이 다리를 꼬며 미소지었다.
“곧, 오디션 본다고 하지 않았어요? 스티븐 베이 감독의 ‘the perfect wall'”.
“맞아요.”
“그 오디션부터 시작해야죠. 오랫동안 준비했을 테니.”
강주혁의 대답에 캘리가 한 줄로 땋은 연주황 머리칼을 휘날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 안 될 거야. 오디션을 보는 단계까지 붙은 게 기적이에요. 얘는.”
“캘리! 내가 붙으면 어쩔건데!”
“네가 붙으면? 스티븐 감독 앞에서 널 업고 뛰어다닐게. 진짜.”
캘리의 호언장담에 이미 제니퍼 라이블리가 영화 ‘the perfect wall’에 합격하는 미래를 아는 주혁이 옅게 웃으며 코 옆을 긁었고.
‘제니퍼가 가벼워야 할 텐데. 업으려면.’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두 외국인 여자를 보며 주혁이 요청했다.
“제니퍼. 계약에 앞서, 연기를 좀 보고 싶은데. 준비된 거 있어요?”
“네! 있어요! 짧은 거요? 아니면 긴 거?”
그녀가 벌떡 일어나며 묻자, 대답은 캘리 쪽에서 나왔고,
“짧은 거로 부탁해. 제니퍼.”
“응!”
대답을 마치자마자, 제니퍼 라이블리가 헐리웃 특유의 제스쳐 많은 연기를 시작했다. 그녀의 연기는 꽤 표정이 다채로우면서도 동작이 유연했고,
“존, 아쉽지만, 당신이 원하는 정보는 그냥 줄 수 없겠는데? 음- 나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 준다면 생각해 볼 수도 있어.”
방금까지 보였던 허당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고른 연기 자체도 꽤 자극적인 맛이었다.
이어 5분 뒤.
“끝이에요! 좀 더 할까요?”
“제니퍼. 그만해. 넌 골라도 그런 연기를 골라왔어 왜.”
“어때서?! 난 이 영화 진짜 감명 깊게 봤는데!”
“여기서 꼭 그런 대사를! 어후 됐다 됐어.”
연기가 끝나자마자, 다시 허당끼 가득한 모습으로 돌아온 제니퍼 라이블리를 턱을 쓸며 올려보던 주혁이 속으로 읊조렸고.
‘쓸만하네.’
-스윽.
말없이 자리서 일어나, 책상에 놓인 투명 파일 2개를 집어, 하나는 제니퍼 라이블리 앞에, 하나는 캘리에게 내밀었다.
제니퍼 라이블리에게 내민 것은 당연하게도 계약서였다. 그런데.
“……강?”
자신에게도 내밀어진 파일을 내려보던 캘리가 파란 눈을 크게 뜨며 서 있는 강주혁을 올려봤다.
“이게 뭐예요?
캘리의 파란 눈에는 ‘왜 나한테도?’ 정도의 물음이 담겨 있었고, 주혁은 그녀의 파란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담담하게 답했다.
“제안서요.”
“제…안서? 무슨 제안서요?”
여전히 이해 가지 않는다는 얼굴의 캘리에게 주혁이 내렸던 투명 파일을 더욱 밀면서 미소지었다.
“무슨 제안서겠어요? 캘리. 당신을 스카웃하겠다는 제안서지.”
같은 시각, 삼성동 보이스 라이브러리.
어느새 이사 정리가 끝난 보이스 라이브러리 사장실에 앉은 우진태 사장이, 흰머리가 자욱한 머리를 벅벅 긁으며 국내 작가 명단을 내려보고 있다.
“자~ 이 중에 누굴 영입해야 되나~”
그때.
-똑똑.
사무실에 노크 소리가 퍼졌고,
“네.”
우진태 사장이 답하자, 사무실 문이 열리며 진주가 박힌 주얼리를 치렁치렁 매단 안숙희 작가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맞죠? 강주혁 사장님이랑 약속.”
왼손에 흰색 서류봉투, 오른손에 갈색 백을 든 안숙희 작가의 등장에, 자리에 앉았던 우진태 사장이 벌떡 일어났다.
“아이고 작가님! 오셨어요? 예! 오늘 맞습니다. 근데 약속은 점심인데? 너무 일찍 오셨어요. 오늘 작가님들이 왜 이렇게 일찍들 오시지?”
우진태 사장이 손목시계를 보며 답하자, 안숙희 작가가 팔짱을 꼈다.
“……누가 또 있어요?”
“어~ 예! 혜인씨. 아니, 정혜인 작가님도 같이 보는 자리라. 지금 옆 미팅룸에서 기다리고 계시는데.”
“아~ 혜인씨도 같이 보는 거구나?”
자신만 보는 줄 알았는지, 안숙희 작가의 얼굴에 살짝 실망이 스쳤고, 그 모습에 헛기침한 우진태 사장이 애써 우하하 웃었다.
“어떻게. 혜인씨 불편하시면 일단, 다른 곳에 계시겠습니까?”
“아니~ 아니에요. 불편하진 않아요. 옆이에요? 미팅룸?”
“아! 예예!!
“그럼 가 있을게요.”
담담하게 답한 안숙희 작가가 옆 미팅룸으로 이동했고,
-끼익.
미팅룸의 문을 열자마자, 바로 앞에 앉은 정혜인이 고개를 돌렸다. 옅은 메이크업에 검은색 모자, 검은색 반팔티를 입은 꽤 단출한 모습.
어쨌든 핸드폰 보던 정혜인은 안숙희 작가가 오는 것을 알았는지, 그녀를 보자마자 픽 웃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응- 혜인씨 안녕?”
“예쁘게 하고 오셨네? 준비 단단히 하고 오셨구나아-”
“아니? 그냥 평소랑 같은데?”
짧게 답한 안숙희 작가가 정혜인의 반대편에 앉으며 입은 흰색 블라우스를 매만지다가, 정혜인의 앞에 놓인 얇은 종이뭉치에 시선이 닿았다.
“그건 시놉?”
“네.”
이어 턱을 괸 안숙희 작가의 시선이 정혜인의 얼굴에 닿았다.
“혜인씨 참 대단하네. 배우도 하고, 작가도 하고, 우리 작업실 보조 애들이 엄청 부러워하더라. 뭐라더라? 사기캐?”
“뭘요. 작가님이 대단하죠. 그 스팩에 그 위치에 이렇게 숙이고 들어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왠지 모르게 스파크가 튀는 두 여자의 상황을 미팅룸 밖, 복도에서 우진태 사장이 안절부절 쳐다봤고, 그러거나 말거나 정혜인이 말을 이었다.
“그 서류봉투 작가님 시놉이죠?”
“응? 아~ 그렇지.”
좀 볼 수 있어요? 어차피 일찍 와서 시간도 많은데. 정혜인이 후진 없이, 도전적으로 묻자, 안숙희 작가가 살짝 고개를 꺾으며 답했고.
“……그럼 혜인씨 것도 보여줄래?”
정혜인이 웃었다.
“상관없어요.”
10분 뒤, 다시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강주혁에게서 받은 제안서를 전부 읽은 캘리가 연주황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대체. 이게 무슨……”
그녀가 작게 읊조리자, 어느새 캘리의 반대편에 앉은 주혁이 미소지었다.
“왜요? 조건이 마음에 안 들어요?”
“아니! 조건이 아니라! 이게 대체 뭐냐고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제안서라고.”
“내가 그걸 몰라서 물어요? 제안서인 건 알겠어! 그런데 강이 날 스카웃해서, 어디서 쓸려고요?”
파란 눈을 끔뻑이며 캘리가 다급하게 묻자, 주혁이 간단하게 답했다.
“어디긴 어디겠어요. 헐리웃 제작사지. 캘리의 본업이 제작쪽인데, 당연하지 않겠어요?”
“보이스프로덕션 해외 지사에?”
“아니요. 거긴 말 그대로 보이스프로덕션 해외 지사죠. 장차 해외서 허브 역할을 할.”
“그, 그럼? 헐리웃 제작사라는 게……설마.”
어느새 검은색 나시티 입은 몸을 강주혁 쪽으로 바싹 당긴 캘리가 말끝을 흐리자, 강주혁이 꼰 다리의 방향을 바꾸며 고개를 끄덕였고,
“맞아요. 슬슬 무비마운틴 픽쳐스처럼, 헐리웃에 영화사를 따로 만들까 하는데.”
캘리 앞에 놓인 제안서를 검지로 찍으며 그가 결론을 던졌다.
“그 영화사를 캘리가 맡아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