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65
오픈 (4)
주혁의 뜬금포 발언에, 잠시간 입 벌리며 강주혁을 올려보던 안숙희 작가가 가까스로 답했다.
“영화요?!”
반면, 강주혁의 대답은 빨랐다.
“네. 영화요.”
갑작스러워도 너무 갑작스러웠다. 지금껏 드라마만 써오던 안숙희 작가에게 영화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안숙희 작가도 눈에 띄게 당황했다.
“저, 저기요. 주혁씨. 살짝 혼란이 오는데, 헷갈리는 거 아니죠? 나 드라마 작가예요. 근데 갑자기 무슨 영화?”
“드라마 작가가 영화 쓰지 말란 법은 없죠. 실제 국내서 드라마 작가가 영화 시나리오 쓴 사례도 많고요.
“아니! 그건! 시기와.”
“상황이 맞아떨어진 거다? 작가님. 시기와 상황이 맞아 떨어졌다. 아니면 운이 좋았다. 이런 류의 대사는 결과가 나왔을 때나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 그건 맞지만!”
“즉, 시기와 상황이 맞아 떨어졌다는 말은 시기와 상황을 내 것으로 만들었기에 뱉을 수 있는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작가님에게 시기와 상황이 갖춰졌죠. 작가님 것으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아……”
안숙희 작가의 귀에 달린 진주 귀걸이가 은은하게 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은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과연 그런 대사를 쳤던 작가들은 고민이 없었을까요? 결과 때 말고, 과정에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결정을 내렸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주혁의 말에 말문이 막힌 안숙희 작가가 입을 다물었고,
“……”
쥐고 있던 안숙희 작가의 시놉을 강주혁이 흔들었다.
“그들도 이런 시놉부터 시작했을 겁니다. 많은 고민과 생각을 거쳐 성장을 선택한 거겠죠. 작가님이 보이스 라이브러리에 들어오려고 하시는 것도 성장을 위한 선택 아닙니까? 전 그렇게 들었는데요.”
“맞아요. 맞는데, 이런 방법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도전과 포기. 딱 두 개만 존재하죠.”
말을 잠시 멈춘 주혁이 흔들던 안숙희 작가의 시놉을 내렸다.
“전 작가님의 시놉을 보자마자, 영화로 만들어 헐리웃에 걸어봐도 괜찮겠다 판단했습니다. 시놉 냄새가 그래요. 이제 결정을 작가님 몫이죠. 어쩌시겠습니까? 멈추시겠습니까? 지금의 위치 그대로 계셔도 괜찮죠. 이미 국내 TOP3 안에 드는 작가님이시니까.”
영화. 15년 이상 드라마만 써온 안숙희 작가에게 영화란 영역은 그야말로 엄청난 도전이었다. 뼈대는 비슷하지만, 미장센(연출)과 호흡 자체가 달랐다.
어떻게 보면 미지의 영역과 같았고,
“……주혁씨가 보기에. 이 시놉이 스포츠 영화로서 가능성이 있어요? 그냥 궁금해서.”
“네. 감히 말씀드리면 전 충분히 가능성이 보입니다. 물론, 시놉만 놓고 말씀드리는 거고요.”
안 그래도 조용한 지하 주차장에 침묵이 흘렀다. 안숙희 작가가 입을 다물었고, 강주혁도 그녀를 딱히 재촉하지 않았다.
그녀가 입을 연 것은 강주혁의 손에 들린 자신의 시놉을 약 1분간 쳐다본 뒤였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시겠죠. 생각할 게 많으시겠네요. 정혜인과 협업 작업. 리고 영화 시나리오 도전.”
주혁이 옅은 미소를 띠며 생각할 것은 정리하자, 안숙희 작가가 얼굴을 한번 쓸며 작게 숨을 뱉었다.
“하- 홍작가가 말해주긴 했어요. 주혁씨 만날 땐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그래서 준비도 철저하게 하고 왔어요. 근데 말짱 도루묵이야. 살면서 이런 충격은 또 처음이네.”
그녀의 말을 들은 주혁이 픽 웃으며 차 문을 열었고, 조수석 쪽에 시놉 2개를 툭 던졌다.
“급할 건 없어요. 작가님이 영화 시나리오에 도전한다고 결정을 내려도, 선행돼야 할 일이 있어서. 뭔데요?”
강주혁이 시간을 확인하며 답했다.
“헐리웃에 영화사부터 세워야 하거든요.”
다음 날 6월 7일 월요일 아침.
아침부터 영화계 언론이 한 가지 소식을 전했다.
『[무비토크] 인종차별 논란 ‘스톤맨1’ 오늘 7일 촬영재개』
출연 배우의 인종차별 논란으로 인해, 촬영이 중단됐던 영화 ‘스톤맨1’이 오늘 촬영을 재개한다는 소식이었고,
『 ‘스톤맨1’측 “한국 촬영분에 교체된 여배우 넣지 않는다.”』
위너필름 스튜디오 측은 극 중 하차한 쌍둥이 여배우인 메니, 제니가 맡았던 캐릭터는 유지하지만, 한국 촬영분에서는 그 캐릭터를 제외하면서 장면만 수정해 촬영을 재개하는 결정을 내렸다.
『[스타IS]촬영장에 웃는 모습으로 나타난 ‘유재은’, ‘크리스 햄톰슨’ 분위기 화기애애』
즉, ‘스톤맨1’의 국내 촬영은 유재은과 크리스 햄톰슨만으로 소화하겠다는 뜻이었다. 어쨌든 ‘스톤맨1’은 인종차별 문제로 촬영이 늦춰진 만큼, 더욱 속도를 내는 중이었고,
한편, 보이스프로덕션 본사 사장실.
일찍 출근한 것인지 아니면 아예 사무실에서 밤을 새운 것인지, 넥타이 없이 셔츠만 입은 강주혁이 다리를 꼰 채, 최명훈 감독이 보내온 시나리오를 리딩중이었다.
“……”
얼마나 집중했는지 말 한마디 없이, 미동조차 없이 시나리오를 리딩하던 강주혁이 움직인 것은 30분 정도가 흐른 뒤였다.
“캐릭터 잘 살렸네. 흠- 김재황 사장이 재욱이를 세상에 밝히는 것도 곧 이겠어.”
말을 마친 주혁이 핸드폰을 집어, 최명훈 감독에게 문자를 보냈고,
-바로 프리프로덕션 들어가시죠.
전송을 누르자마자, 노트북을 켠 그가 이번에는 해외 지사의 송이사에게 메일을 보냈다.
[공식 프리프로덕션 요청안] -제목:’Broken down’-제작·배급사: 무비 마운틴 픽쳐스 스튜디오.
-국내 배급사: 미정.
-투자사: 보이스프로덕션, 해창전자.
-감독: 최명훈.
.
.
.
-1. 프리프로덕션 요청안과 시나리오 검토 후, 무비 마운틴 픽쳐스 측에 전달. 그리고 크리스 햄톤슨, 김재욱 외의 배우 캐스팅보드부터 진행됐으면 좋겠네요. (진행에 있어서 개입할 필욘 없지만,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해서 재촉할 것.)
-2. 캘리 스카웃 건 신경 쓰시고.
-첨부파일: ‘Broken down’ 확정 시나리오.
곧, 강주혁의 노트북 화면에 ‘전송 완료’ 메시지가 떴다. 이어 기지개를 길쭉하게 견 강주혁이 커피머신 쪽으로 이동하며 읊조렸다.
“자- 다음.”
10분 뒤, 정혜인의 집.
화이트가 가득한 정혜인의 집 거실. 한눈에 봐도 푹신함이 느껴지는 흰색 러그에 정혜인이 대자로 엎어져 있다.
“……”
죽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미동 없는 그녀는 헐렁해 보이는 하얀색 파자마에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를 헤어밴드로 고정한 채, 러그에 얼굴을 박은 상태였다.
그때.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누운 그녀 지척에 놓인 흰색 핸드폰이 진동을 뱉었다. 덕분에 엎어진 자세 그대로 손만 움직여 핸드폰을 집은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왜.”
곧, 핸드폰에서 걸쭉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고,
“혜인아! 지금 이석동 감독 쪽에서 시나리오가 들어왔는데! 내가 대충 보니까, 잘빠졌.”
“안 해.”
-뚝
거침없이 전화를 끊은 그녀가 핸드폰을 러그 위에 대충 던지더니, 강주혁을 떠올리며 이내 읊조렸다.
“한국을 건너뛰고, 바로 해외. 내가 쓴 글이 해외서 팔려? 진짜?”
사실, 정혜인은 어제 점심 강주혁을 만나고 온 뒤부터 계속 이 상태였다. 머릿속에서 ‘해외 진출’이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고 있었다.
그러나 걸리는 것도 많았다.
“하~ 미치겠네. 안숙희 작가는 진짜 싫은데.”
정혜인이 어제 안숙희 작가와 만난 것은 기껏해야 2시간 남짓. 그런 짧은 시간임에도 으르렁거리며 서로 독설을 날렸는데, 작품 하나를 협업하는 오랜 시간 동안 순탄할 수 있을까?
불가능했다.
곧, 러그 위에 뻗은 정혜인이 몸부림을 쳤다.
“아오! 진짜!”
그러다 순간 멈칫한 그녀가 읊조렸고.
“……내가 아시아 진출에 얼마나 걸렸더라.”
정혜인이 배우로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 진출하기까지는 대충 10년 넘게 걸렸다. 적지 않은 세월이었고, 너무나 많은 고초가 따랐었다.
“배우로는 10년. 10년이나 걸렸는데, 작가로서는 강주혁을 만나고 1년 만에 두 작품, 하! 새삼 어이가 없네.”
그러나 작가로서 정혜인은 강주혁을 만나 고작 1년 만에 두 작품을, 그것도 두 작품 모두 대히트를 치는 중이었다.
“그나마도 강주혁 못 만났으면 시작도 못 했겠지.”
이어 정혜인이 어제 강주혁이 마지막으로 날린 대사를 떠올렸고,
‘뭐, 더 길게 보면 네가 쓴 작품에 네가 주연으로 서도 재밌겠네.’
침을 삼켰다.
“내가 쓰고, 내가 주연.”
본인이 쓴 작품에 본인이 주연으로 서는 것. 작가와 배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정혜인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다.
현재로서 국내에는 정혜인이 유일했다. 물론, 대본을 완성 시킨다 하더라도, 성공할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핸들링을 그 강주혁이 한다면?
“걔가 하면…가능하지 않을까?”
읊조린 그녀가 얼굴을 감싸며 긴 한숨을 뱉은 뒤, 러그에 대충 던졌던 핸드폰을 집어 어디론가 전화 걸었다.
신호가 짧았는지, 정혜인의 입이 빠르게 열렸다.
“안숙희 작가님. 잠깐 뵐까요? 아니. 꼭 봬야겠어요.”
같은 날, 늦은 밤.
용인의 어느 한적한 곳에 단독으로 있는 고급 한정식집. 그 한정식집의 야외 주차장에 정장 입은 남자들이 모여 있다. 대략 6명 정도로 흰색 승합차 앞에 선 남자는 혼자였고, 그의 반대편에 선 남자들이 총 5명.
한마디로 5명의 남자들이 1명의 남자를 만나러 온 자리 같아 보였다.
그때.
“하신 말씀을 잘 들었습니다.”
홀로 흰색 승합차 앞에 선 남자가 5명의 정장 무리 중 가장 늙어 보이는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방금 손을 내민 남자가 바로 강주혁이 구단주로 있는 게임구단 ‘V1’팀의 사무국장이라는 것.
그리고,
“잘 알아들으셨길 바랍니다. 사무국장님께도 좋은 기회 아니겠어요?”
사무국장의 손을 방금 잡은, 5명의 남자 중 가장 늙은 남자는 바로, 예전 하정훈의 ‘폭풍’ 촬영현장까지 찾아가 그를 가로채려 했던 TOM엔터의 장석태 이사였다.
이어 장석태 이사가 주름진 웃음을 뱉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게임구단 ‘V1팀을 잘만 흔들어 주시면, 저희 중국 쪽 투자사 측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마련해 드릴 겁니다. 연봉은 지금의 3배 이상. 아, 저희 투자사는 어딘지 아시죠?”
“예. 기사 봤습니다. Wang Media Partners.”
“맞습니다.”
빙긋 웃은 장석태 이사가 뒤쪽 직원에게 눈짓을 보내자, 정장 입은 직원이 ‘V1’팀 사무국장에게 비타민 음료 박스를 건넸다.
곧, TOM엔터의 장석태 이사가 입꼬리를 올렸고.
“몸에 좋은 겁니다. 그럼 여기서 헤어지죠.”
말을 마친 TOM엔터의 장석태 이사가 사무국장에게 가볍게 인사 후, 그 포함 정장 입은 남자들이 주차장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들을 보던 ‘V1’팀 사무국장이 바로 뒤에 있던 자신의 흰색 차에 올랐다.
-스윽.
차에 타자마자, 비타민 음료 박스를 연 사무국장이 넙데데한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진짜 몸에 좋은 거네.
박스에는 5만 원권 지폐가 가득 차 있었다. 잠시간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지폐를 내려보던 그가 옮조렸다.
“후~ 괜찮아. 티 안 나게. 안 걸리게 이번 일만 잘 마무리하고, 사표 내면 걸리지는 않을.”
바로 그때였다.
-똑똑, 똑똑똑똑.
운전석 차 창문을 누군가 리드미컬하게 두드렸고.
“욱!”
깜짝 놀란 사무국장이 들고 있던 음료 박스를 냅다 뒷좌석으로 던졌다. 이어 사무국장이 천천히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밖이 시컴해서, 정확히 보이진 않았으나 분명 남자가 서 있었다.
“……”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사무국장이 넙데데한 얼굴을 찡그리며 조심스레 차 시동을 걸었다.
그러자.
-똑똑, 똑똑똑똑.
다시금 리듬 섞인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크를 무시한 사무국장이 운전대에 손을 올린 순간.
“아……”
정면을 보자마자, 신음을 뱉으며 눈이 커졌다. 당연했다. 차 앞을 정장 입은 남자들 너덧 명이 막고 있었으니까. 분명 아까 봤던 TOM엔터 직원들은 아니었다.
덕분에 당황한 사무국장이 눈을 빠르게 깜빡일 때.
“짱깨랑 붙어먹은 사무국장님~ 창문 좀요.”
차 창문을 노크한 남자의 목소리가 옅게 들렸고, 고개만 돌려 창문 밖 남자를 의심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던 사무국장은 약간 손을 떨면서 차 창문을 조금 내렸다.
-지잉.
그마저도 손가락 하나 통과할 정도만 창문을 내린 사무국장이 차 문 앞에 선 남자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뭐, 뭡니까?”
그러자 창문 밖에서 약간은 짜증 섞인 남자 목소리가 돌아왔고,
“뭘 뭡니까야. 이 양반아 문이나 좀 열어. 얘기 좀하게.”
남자의 목소리가 끊기자마자, 좁은 차 창문 틈새로 작은 종이가 쑤욱 들어왔다. 그 종이를 어렵사리 받은 사무국장이 읊조렸다.
“명함?”
종이는 명함이었고, 적힌 상호를 보자마자 사무국장의 넙데데한 얼굴에 경련을 일어났다.
“……해, 해창?!”
명함에는 국내 누구나 알법한 기업의 상호가 적혀 있었다.
-해창 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