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66
오픈 (5)
한국과 같은 늦은 밤. 중국 선전시.
중국의 투자사 Wang Media Partners의 본사 25층에 있는 한 사무실이 늦은 밤임에도 불이밝혀져 있다.
“사무국장과 만났습니까?”
사무실에는 LA의 Wang Media Partners 지사를 맡고있는, 젤로 앞머리를 깔끔하게 올린 남자가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사무실이 고요해서인지, 핸드폰 너머의 남자 목소리도 선명하게 들렸다.
“예. 방금 헤어졌습니다.”
핸드폰을 통해 들리는 남자 목소리에 젤 바른 남자가 검지로 책상을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이 신경 쓰는 사안입니다. 실수가 없어야 합니다.”
“물론이죠. 왕웨이 회장님은 잘 지내십니까?”
“그분이야 항상 바쁘시죠.”
피식하며 답한 젤 바른 남자. 그는 중국 투자사 Wang Media Partners 왕웨이 회장의 오른팔 격인 리슈잉 이사였다. 이어 리슈잉 이사가 다리를 꼬며 다시 입을 열었고,
“그 게임구단 사무국장에게 비타민 박스도 잘전달했습니까?”
핸드폰에서 다시금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좋다고 받아가더군요. 몸에 좋다곤 했지만, 너무 먹으면 탈 나는 비타민. 잘 전달했습니다.”
사실, 지금 리슈잉 이사가 통화하는 상대는 한국에서 몇십 분 전, ‘V1’ 팀의 사무국장을 만났었던 TOM엔터의 장석태 이사였다.
Wang Media Partners가 한국의 TOM엔터에 거액을 투자한 이유가 바로 이것.
“장석태 이사님. 일 처리가 빠르시군요.”
TOM엔터를 한국의 사냥개로써 이용하기 위함이었고, 사냥개 중 핵심이 바로 TOM엔터의 장석태 이사였다. 물론, 초반이야 그저 한국 시장을 노리기 위한 사냥개였지만, 현재의 목표는 한 남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쨌든 리슈잉 이사의 핸드폰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잘 좀 봐주십쇼.”
“당연하죠. 회장님도 지켜보고 계십니다. 그래서, 그 ‘V1’팀 사무국장 반응은 좀 어떻습니까?”
“눈빛이나 반응만 봐서는 이미 반 이상은 넘어온 것 같아요~ 그리고 안 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연봉 3배가 누구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장석태 이사의 말에 리슈잉 이사가 턱을 쓸었다.
“이미 돈은 받아갔고, 지금까지 액션이 없다?”
“예. 싫었다면 돈을 받았을 순간에 눈치껏 빠졌을 겁니다. 그런데 넙죽 받았어요. 이미 돈을 받았으니, 끝난 거나 다름없습니다.”
여기서 리슈잉 이사가 젤 바른 머리를 쓸어넘기며 미소지었다.
“좋아요. 그 누구더라?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TOM엔터 바지사장은 잘 움직이고 있습니까?”
“예. 지금까지는 말을 아주 잘 듣고 있습니다.”
“허수아비 역할이니만큼 딴생각 못 하게 꽉 잡으셔야 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대답은 들은 리슈잉 이사가 속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강주혁 쪽 이슈는 따로 있습니까?”
“딱히 없어요~ 제가 보고드렸던 것들 여전히 진행하고 있고, 아! 최근에 강주혁이 배우로 복귀한다. 어쩐다로 국내가 좀 시끄럽긴 합니다.”
“배우? 이 타이밍에?”
“예.”
“아주 여유롭다 못해, 태만하군요.”
말을 마친 리슈잉 이사가 꺼낸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 남자가 딴 곳에 정신 팔려있을 때, 우리의 존재나 움직이는 것을 모를 때 뒤통수를 때려야 합니다. 그래야 대비를 못 하죠.”
“압니다.”
“회장님 성격 아시죠? 빼앗긴 만큼 빼앗아야 직성이 풀리는 분입니다.”
“그런 분한테 강주혁이 저도 모르게 세 가지나 뺐었죠.”
“맞습니다. 이젠 사업을 떠나, 자존심 문제고 회장님은 돌려받길 원하십니다.”
통화하는 와중에 담배에 불을 붙인 리슈잉 이사가 담배 연기와 함께 추가로 말을 뱉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문제 생기면 바로바로 피드백 주시고, 최대한 빨리 한국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때 뵙죠.”
“예. 그럼.”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그런데 리슈잉 이사가 재차 담배 연기를 내뿜어가며 어디론가 추가로 전화를 걸었고,
“납니다.”
통화 상대에게 말을 던졌다.
“‘danger2’ 개봉 일정 발표했습니까? 그래요? 음 어쨌든 무조건 ‘폭풍’과 같은 날 개봉해야 됩니다. 그래요. 끊습니다.”
짧은 통화를 마친 리슈잉 이사가 피우던 담배를 유리 재떨이에 구겼다.
“배우를 해? 그럴 시간이나 있을까 모르겠군.”
다시 한국.
게임구단 ‘V1’팀 사무국장은 여전히 운전석에 앉아, 던져진 명함을 보고 어버버 거리고 있었다.
“아, 아니. 해…창이 여기서 왜 나와?”
그의 넙데데한 얼굴은 극명하게 구겨졌다. 당연했다. 여기서, 이 타이밍에 해창이 튀어나올지 상상도 못 했을 테니. 어쨌든 손을 떨며 명함을 보는 사무국장이 답답했는지, 명함을 차 안으로 넣은 남자가 좁은 차 창문 틈새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남자는 눈이 작았다.
“문 열라니까? 안 열어요? 나참. 이 양반 답답하네.”
바로 그때.
-우우우웅, 우우우우웅.
눈 작은 남자의 속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덕분에 차 창문에 얼굴을 들이밀던 남자가 핸드폰을 확인했고, 잠깐 대기.
사무국장을 노려보던 눈 작은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예. 사장님. 예. 지금 현장 확인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예. 복귀하자마자 보고 올리겠습니다.”
굉장히 깍듯하게, 심지어 두 손으로 전화를 받던 남자가 끊긴 전화를 주머니에 넣으며 다시금 사무국장의 차 문 앞으로 돌아왔고,
“후- 사무국장님. 계속 이렇게 버틸 거예요? 거참 답답하네. 계산이 딱딱 안 나오나?”
말을 마친 그가 차 정면을 막아선 너덧 명의 건장한 남자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건장한 남자 중 한 명이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 조작하더니 차 앞창문에 핸드폰을 탁 붙였다.
“……!”
핸드폰 화면에는 사무국장이 비타민 박스를 받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덕분인지 운전석에서 남자의 핸드폰 화면을 보던 사무국장의 눈이 커졌고,
“……저, 저건 그러니까!”
눈 작은 남자가 끼어들었다.
“저 사진은 그러니까, 네가 짱깨새끼들. 아니지, 그 새끼들의 사냥개한테 돈을 받아 처먹는 장면이지. 차 문여세요. 지금 안 열면 저 사진 뿌립니다?”
곧, 넙데데한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던 사무국장이 작게 욕을 뱉었고,
“……시발.”
어렵게 차 문을 열었다.
-달칵!
차 문이 열렸다는 경쾌한 소리를 듣자마자, 눈 작은 남자가 눈웃음을 치며 조수석으로 천천히 움직였고, 차 문을 열었다.
“어후 피곤하다.”
이어 조수석에 올라탄 눈 작은 남자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차에 타니 남자의 외형이 정확하게 보였다. 꽤 큰 키에 딱 맞는 네이비 정장, 단정한 머리, 실눈. 그런 남자가 운전석에 사무국장의 어깨를 툭 쳤다.
“사무장님, 제가요 – 월급이 얼만지 알아요?”
“……”
하지만 넙데데한 얼굴의 사무국장에게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잔뜩 움츠린 채 눈 작은 남자를 쳐다볼 뿐. 그러거나 말거나 눈 작은 남자는 뒷좌석에 던져진 비타민 박스와 흩어진 돈다발을 보며 픽 웃었고,
“아주 쥐꼬리만큼 받는다고. 내가. 그런데 지금 요 몇 주간 야근에, 야근에, 야근……아오- 시발. 갑자기 짜증 나네. 쯧! 하여튼 죽겠다고. 알겠어요? 그러니까 좀 쉽게 갑시다.”
이어 밖에 선 건장한 남자들을 가리킨 그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기막힌 타이밍에 왜 나타났겠어? 다 알고 있다는 뜻이야. 명함 봤죠? 자 시작합시다. 일단 내 소개부터 해줄게요. 난 해창전자 비서팀에 제3비서고, 쟤들은 음- 그냥 내부 병력? 으로 보면 돼요. 해창전자하면 어떤 분 비서겠어요?”
“……기, 김재황 사장?”
“이 새끼가 쳐 돌았나. 사장님이 니 친구야? 말 똑바로 해.”
표정은 웃고 있지만, 뱉은 말은 험악한 제3비서의 말에 사무국장이 다급하게 말을 정정했다.
“아, 아! 김재황 사장님.”
“그래요. 우린 그분 비서팀이고, 몇 주 전부터 Wang Media Partners와 고놈들 사냥개인 TOM엔터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와중에 당신이 걸린 거고.”
“아……”
“이제 좀 계산이 나와요? 방금 사진 봤죠? 당신이 비타민 박스 받는 거. 저거 말고도 증거는 차고 넘쳐요. 사무국장님이 TOM엔터 그 노친네랑 처음 만난 것부터 돈 받아 처먹은 지금까지.”
말을 마친 제3비서가 뒷좌석 돈다발을 웃으며 검지로 찍었다.
“우리 사무국장님 간도 크시네. 강주혁 뒤통수를 치려고 했던 거예요? 와~ 근데 그건 아시나? 강주혁 뒤통수를 치는 건 곧, 해창의 김재황 사장님의 뒤통수를 치는 거랑 같은 거.”
그러자 사무국장이 덜덜 떨며 다급하게 입을 벌렸다.
“그, 그럴 리가요! 제가 왜 그분 뒤통수를!”
“이대로 가면 치게 된다니까요?”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 금방 손 털고 빠지겠.”
“아니.”
사무국장이 엎어진 물을 닦으려 하자, 제3비서가 그의 말을 잘랐고,
“아니요. 그냥 하려던 거 하세요.”
“……예?!”
“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런 척을 하라는 거예요. 티 안 나게. 짱깨 새끼들이 아~ 이 새끼 일 잘하고 있구나 싶게.”
“그, 그게 무슨.”
당장은 무슨 말인지 이해 안 가는지, 말을 더듬는 사무국장에게 제3비서가 빙긋 웃었고.
“뭐, 그건 차차 설명하고, 다른 것부터 들어볼까요?”
핸드폰을 꺼낸 그가 녹음 어플을 켰다.
“중국 새끼들이 푼 사냥개한테 무슨 지시를 받았는지 말해요.”
그리고,
“형님. 슬슬 빠질까요?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무국장의 흰색 차에서 꽤 떨어진 곳. 그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남자 2명.
“그래. 가자.”
황실장과 박과장이었다.
약 1시간 뒤, 해창전자 사장실.
새벽 12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김재황 사장은 여전히 사무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딱히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5인용 소파 상석에 앉아, 얼음 뜬 양주와 담배를 즐기고 있는 모습.
“후-”
그런 그가 양주 한입과 이어 담배 연기를 내뿜었고, 동시에 탁자에 올려진 보고서를 집었다. 보고서 표지 상단에는 이런 글자가 박혀 있었다.
-Wang Media Partners 조사 보고서.
“음.”
보고서를 보던 김재황 사장이 역시 탁자에 올려진 안경을 집을 때였다.
-똑똑똑.
사장실에 노크 소리가 퍼졌고,
“들어와.”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며 남자가 들어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재황 사장은 시선을 여전히 보고서에 둔 채, 집었던 안경을 코끝에 걸쳤다.
“어떻게 됐어.”
김재황 사장의 물음에 들어온 남자가 90도로 허리를 굽힌 뒤, 입을 열었다.
“‘V1’팀 사무국장 관련 확인 끝났습니다.”
남자는 사무국장을 덮쳤던 제3비서였다. 같은 시각, 강주혁의 오피스텔. 위아래 파란색 체크 잠옷을 입은 강주혁이 거실 소파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보며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그러니까 오상훈 사장님 말씀은 8월 개봉 예정이었던 ‘danger2’가 6월 개봉으로 당겨진다는 겁니까?”
상대는 배급사 VIP픽쳐스의 오상훈 사장이었고.
“예. 저도 지금 확인하고 바로 연락 드린 겁니다. 기사도 곧 터질 것 같고요. 아!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계속하세요.”
“작년 ‘dangerl’이 한국에서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danger2’도 기대치가 높습니다. 헐리웃 영화가 ‘폭풍’ 대진으로 붙을 줄은 몰랐는데, 좀 귀찮아졌습니다.”
그의 답변에 주혁이 턱을 쓸었다.
“음~ 일단, 알겠습니다. 내일 다시 연락드리죠.”
“예!”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고, 강주혁이 보는 노트북 화면에는 주혁이 통화 중에 검색해서인지, 헐리웃 영화’danger2′ 관련 기사들 및 자료들이 출력되고 있었다.
거기서 강주혁이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이거 Wang Media Partners가 메인 투자사에 출연한 중국 여배우도 Wang Media Partners가 관리하는 소속사네.”
‘danger2’라는 헐리웃 영화는 중국 투자사 Wang Media Partners와 관련이 깊다는 것.
“그런데 대뜸 ‘danger2’ 측이 ‘폭풍’이랑 개봉일을 맞췄다?”
답은 하나였다.
“공사치고 자빠졌네.”
그때.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탁자에 올려진 강주혁의 핸드폰이 울렸고,
-황실장님.
상대는 황실장이었다.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어쨌는지, 주혁이 다리를 꼬며 전화를 받았다.
“네. 황실장님. 사무국장 건. 해창에서 잘 정리하고 있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