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70
오픈 (9)
며칠 뒤, 13일.
아침 10시쯤, 해창전자 대회의실에는 일요일임에도 회의가 있었는지.방금까지 회의를 진행하던 해창전자 중책들은 챙겨왔던 파일이나 자료들을 챙겨서는 회의실을 하나둘 빠져나가고 있었다.
“……”
그런 회사 중책들의 뒷모습을 말없이 보던, 가장 상석에 앉은 김재황 사장이 속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후-”
짧은 한숨을 뱉으며 담배 하나를 입에 문 그가 앞에 내려둔 안경을 집으며 뒤쪽에 선 제1비서에게 고개를 돌렸다.
“줘봐.”
“예.”
김재황 사장의 뒤쪽에서 꼿꼿하게 서 있던 회색 정장의 비서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흰색 태블릿을 내밀었고,
“오늘이 며칠이지?”
태블릿을 받은 김재황 사장이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며 묻자, 제1비서가 곧장 답했다.
“13일입니다.”
“13일…… 13일이라.”
계속해서 13일을 을조리던 김재황 사장이 담뱃재를 앞에 놓인 유리 재떨이에 툭 털며 태블릿 화면을 내려봤다.
태블릿 화면에선 강주혁의 기사가 출력되고 있었고,
『[스타is] 많은 유명 게임사와 접촉한 ‘강주혁’, 정작 보이스프로덕션 측은 묵묵부답.』
언론에서는 며칠 전 강주혁이 게임사를 만나고 다니는 이슈를 아직도 뿌려대고 있었다. 잠시간 강주혁 관련 기사를 내려보며 천천히 담배를 태우던 김재황 사장이 피던 담배를 재떨이에 구기며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14일, 15일, 16일……3일 남았는데,”
무언가 날짜를 가늠하던 그가 다시금 시선을 대블릿으로 옮겼다.
“그 사이에 강사장이 움직였다? 이 타이밍에 이렇게 떠들썩하게 움직였다는 건 어때?”
혼잣말하던 김재황 사장이 고개를 살짝 돌리자, 묵묵히 기다리던 제1비서가 살짝 놀랐다.
“예?”
“네가 볼 때, 강사장이 지금 상황에 아무 의미 없이 이런 움직임을 취하겠나 이 말이야.”
던져진 물음에 제1비서가 과거 보이스프로덕션 내부 파티에서 봤던 강주혁을 떠올렸고,
“그 남자라면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이슈를 터트리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비서의 대답에 김재황 사장이 코끝에 걸쳤던 안경을 내며 작게 웃었다.
“허허. 내가 볼 땐 이거 강사장 그 친구가 나한테 던지는 신호탄 같아.”
“신…호탄 말씀이십니까?”
“그래. 물론, 여러 가지 계획이 포함돼 있겠지만, 나한테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 터트려라’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희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글쎄. 지금까지 연락 없는 것 보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어쨌든.”
잠시 말을 멈춘 김재황 사장이 핸드폰을 꺼내며, 읊조렸고,
“쏘라는데, 쏴드려야지.”
상대가 전화를 빠르게 받았는지, 김재황 사장의 입이 열리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 난데, 철수하고, 준비해둔 것들 지금 터트려라. 중국, 한국 동시에.”
같은 시각, TOM엔터테인먼트 사장실, 사장실 중간에 배치된 5인용 갈색 소파 상석에 Wang, Media Partners의 리슈잉 이사가 앉아 있다. 오늘도 역시 젤로 머리를 깔끔히 올린 그의 오른쪽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TOM엔터의 장석태 이사 그리고 끝에는 TOM엔터의바지사장 고근우 사장이 앉아 있었다.
곧, 리슈잉 이사가 다리를 보며 바지사장 고근우에게 시선을 던졌다.
“사장님. 오랜만이죠?”
“……아. 예.”
영어로 답한 고근우 사장은 50대 초반의 모습에 한 치수 큰 정장을 입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야위었고, 흡사 허수아비를 연상케 하는 인물이었다. 어쨌든 고근우 사장을 보며 미소짓던 리슈잉 이사의 시선이 사냥개인 장석태 이사에게 닿았고,
“자~ 그래서, 지금 한국 언론이 빨아대는 강주혁의 움직임은 뭘 뜻하는 것 같아요?”
물음이 던져지자 장석태 이사의 주름진 입이 열렸다.
“현봉의 게임구단 인수도 그렇고, 이번 게임사들 접촉 건도 그렇고, 강주혁이 게임 쪽으로 뭔가 설계를 짜놓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 설계의 물밑 작업 중인 것 같달까요?”
“게임……게임이라. 대체 엔터테인먼트랑 게임이랑 뭐를 엮어서 할 참이지? 흠, 일단, 계속 지켜보세요. 뭐가 됐든 곧 수면 위로 뜨겠죠.”
그때였다.
-똑, 똑, 똑,
TOM엔터 사장실에 노크 소리가 퍼졌고,
“아, 왔나 봅니다.”
장석태 이사가 가장 빠르게 반응했다. 그런데 말을 마친 장석태 이사가 대뜸 고개를 돌려, 바지사장 고근우 사장을 쳐다봤다.
“사장님. 손님들 오신 것 같은데?”
그의 말에 잠시간 장석태 이사의 주름진 눈가를 쳐다보던 고근우 사장이 천천히 자리서 일어나, 사장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복도서 대기하고 있던 남자 너덧 명이 소파에 앉은 리슈잉 이사에게 영어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리슈잉 이사님-”
정장 입은 남자 무리가 깍듯하게 인사를 하자, 리슈잉 이사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이네요. 앉아요. 앉아. 아, 고근우 사장님은 이제 나가보셔도 괜찮아요. 문은 닫아 주시고.”
“……예.”
한눈에 봐도 찬밥신세인 고근우 사장이 야윈 팔을 들어 사장실의 문을 닫으며 사라졌고,
“‘danger2’, 지금까지 마케팅 상황이 어때요?”
리슈잉 이사가 젤로 범벅된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묻자, 방금 도착한 남자가 원은 종이뭉지를 내밀며 답했다.
-현재까지는 ‘폭풍’과 상당히 치열합니다. 대중들 반응만 보면 거의 반반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방금 사장실로 입성한 남자들은 헐리웃 영화 ‘danger2’의 국내 배급을 맡은 배급사 사장과 직원들이었고,
“그래요? 예상 예매율은?”
리슈잉 이사가 받은 종이뭉치를 한 장 넘기며 묻자, 배급사 사장이 빠르게 답했다.
“……60대 40 정도로 예상합니다. 40이 저희 쪽입니다. 죄송합니다. ‘폭풍’과 비슷하게 마케팅을 벌이곤 있는데, VIP픽쳐스 쪽이 ‘폭풍’의 마케팅을 워낙에 일찍 시작해서, 확 뒤집기는 좀 힘듭니다.”
살짝 침통함이 섞인 배급사 사장의 대답에, 보던 종이 뭉치를 대중 앞 탁자에 툭 던진 리슈잉 이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으음. 아니요. 괜찮아요. 어차피 이번 일의 핵심은 뒤집기가 아니라, 거치적거리는 게.”
그 순간,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리슈잉 이사가 입은 정장 속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을 뱉었고,
“아,잠시만요.”
잠시 회의를 멈춘 그가 핸드폰을 끼냈다. 이어 발신자를 확인한 리슈잉 이사가 중국 본사에서 온 연락인지, 전화를 받으며 중국어를 뱉었다.
“그래. 나야. 무슨 일이야?”
그런데 전화 한 상대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핸드폰을 통해 들리는 여자 목소리가 회의실에 모인 모두에게 들렸다.
“이사님!!지금 언론 확인해 보셨어요?!”
“언론? 나 지금 한국에 와 있는.”
“아니요!! 한국 언론 말고요! 우리 쪽 언론이요!!”
“우리 쪽 언론?”
즉, 중국의 언론을 말하는 것이었다. 한국에 와서 중국 쪽 언론을 확인했을 리 없는 리슈잉 이사가 되물었다.
“우리 쪽 언론 왜? 무슨 일이 났나?”
“네! 났어요! 그것도 엄청 크게!! 아! 일단, 제가 기사 하나 보내드릴게요!”
-뚝.
다급하게 전화가 끊기고 난 몇 초 뒤, 리슈잉 이사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고, 그가 빠르게 메시지를
확인했다.
메시지에는 중국어로 된 기사가 보였다.
『여배우 ‘장링링’, 정치인과 사랑에 빠졌다? 불륜을 일삼는 그녀의 이중생활/ 사진.』
기사에는 장링링이라는 중국 유명 여배우와 늙은 남자가 밤늦게 호텔로 들어가는 사진이 걸려 있었고,
“뭐야 이거.”
기사를 보던 리슈잉 이사의 두 눈이 커졌다. 당연했다.
“무슨 일이 터졌습니까??!”
“……장링링이 불륜을 했다고?”
“예?!! 장링링?! 장링링이면 이번 ‘danger2’에 출연한 그 장링링이요?!”
곧, 개봉할 ‘danger2’에 주연급으로 출연한 중국 여배우 장링링의 불륜 스캔들이 터졌기 때문이었고, 그 장링링은.
“장링링은 Wang Media Partners의 매니지먼트 간판 여배우잖아요!!”
Wang Media Partners에 소속된 중국 답여배우였다.
몇 시간 뒤.
중국의 인기 여배우 장링링의 불륜 스캔들은 빠르게 중국을 강타했다. 기사와 더불어 SNS 등으로 퍼지던 장링링의 불륜설은 중국의 검색사이트는 물론이고, 중국의 방송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해외이슈]중국의 인기 여배우 ‘장링링’, 정치인과 호텔방문? 충격에 빠진 중국』
『 정치인과 불륜 스캔들 ‘장링링’누구? 중국의 탑여배우 수입은 중국 내 5위.』
『[이슈체크]여배우와 불륜……뒤승승한 中 정치판』
몇 시간 전 중국을 강타한 장링링의 불륜 스캔들이 한국의 언론에서도 빠르게 번지기 시작했다. 마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누군가 조종하는 것처럼,
『불륜 ‘장링링’ 출연한 ‘danger2’은 어떻게 되나?』
『3일 뒤 개봉 예정인 ‘danger2’……대중들 “불륜 여배우 나온 영화였네”』
중국 여배우 장링링의 불륜 스캔들은 며칠 전, 안 그래도 ‘폭풍’과 ‘danger2’의 전쟁 구도였던 영화계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 불륜 스캔들 휩싸인 ‘장링링’, ‘danger2’의 국내 배급사는 묵묵부답.』
『[무비IS] danger2’, 개봉 3일 앞두고 흥행 빨간불』
이 이슈가 한국의 영화계 언론을 무려 하루 동안 흔들였다. 그리고 13일이 지난 14일, 중국 Wang Media Partners에서는 소속 여배우 장링링과 정치인에 관한 불륜 스캔들을 막기 바했다.
물론,
“본사에서 빠르게 막고 있으니까, 한국 언론에도 정정기사를 내보내세요!!”
때마침 한국에 있던 리슈잉 이사는 한국에도 퍼지는 장링링의 불륜 스캔들을 막아야 했다.
“해프닝이다! 장링링의 소속사에서는 최초 불륜 스캔들을 터트린 중국 측 언론사를 고소할 생각이다! 등등 많잖아!! 최대한 빨리 돌리라고요!”
왜 하필 이 타이밍에 헐리웃 영화 ‘danger2’에 주연급으로 출연한 장링링의 불륜 스캔들이 터졌는지 모르지만, 중요하지도 않았다.
“수습은 본사에서 책임집니다! 일단, 불륜 스캔들이 진짜든 아니든, 진실은 중요치 않아요! 해명 기사부터 내란 말입니다!!”
danger2’ 개봉까지 이틀이 남은 상황. 리슈잉 이사의 입장으로선 어째서 터졌는지, 출처는 어딘지 보다는 엎어진 물을 빠르게 닦아내는 것이 급선무.
“한국에서 ‘danger2’가 엎어지면 손실이 얼마나 나는지 아십니까?!! 들어간 돈이 얼만데!”
리슈잉 이사가 헐리웃 영화 ‘danger2’의 대진을 ‘폭풍’과 맞춘 것은 당연히 강주혁을 방해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danger2’를 버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Wang Media Partners가 최근 개봉시키는 영화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선별한 것이었다.
그래야 판이 크게 흔들릴 테니.
“진실 여부는 뒤로하고, 최대한 빨리 여론부터 잠재우세요!!”
그런 ‘danger2’가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가뜩이나 정보가 빠르고, 자극에 신속한 반응을 보이는 한국. 현재로선 ‘폭풍’의 견제보단 ‘danger2’의 이미지 회복이 먼저였다.
“시간 없어요. 지금!! 이딴 전화 할 시간에 해명 기사나 뿌리라고!!”
그러나 영화 개봉까지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 많아봤자, 하루하고 조금, 그 안에 최대한 많은 해명 기사를 내어 한국의 여론을 잠재워야 했다.
하지만,
“네. 편집장님.”
같은 시각, 사무실에서 다리를 꼰 채 누군가와 통화하는 강주혁은 김재황 사장이 펼친 판을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제가 어제 드린 선물, 지금 풀면 되겠네요.”
상대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준비가 끝나있었으니까.
같은 날 14일, 늦은 오후.
TOM엔터의 사장실에서 여전히 핸드폰을 붙잡고, 목정껏 통화 중인 리슈잉 이사. 그는 젤 발린 앞머리가 땀에 절였는지도 모른 채, 종일 장링링 불륜 스캔들을 막아내기 바빴다.
“그러니까! 배급사에서도 지금은 영화 홍보보다는 해명 기사를 하나라도 더 내라고요!!”
사장실의 원래 주인인 바지사장 고근우는 보이지도 않았다. 지금 TOM 엔터 사장실의 주인은 리슈잉 이사였다.
“배급사를 그렇게 오래 하셨는데, 언론사랑 줄도 없어요?! 내용은 상관없어! 똑같은 내용으로 날리더라도, 최대한 많은 해명 기사를 내라고!!”
얼굴이 와장창 깨진 리슈잉 이사는 분노에 찬 몸짓으로 통화를 끊었고,
-툭!!
핸드폰을 앞 책상에 괴팍하게 던졌다. 중국어로 된 욕설은 덤이었다. 그때 소파 쪽에 앉아, 한국의 언론 상황을 지켜보던 사냥개 장석태 이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또 뭐야.”
덕분에 방금 냉수를 벌컥벌컥 넘기던 리슈잉 이사가 앞쪽 소파로 고개를 팍 들었다.
“뭔데요. 또!”
“아, 아니, 그게.”
“뭐냐고!!”
리슈잉 이사의 고함이 퍼지자, 몸을 움찔한 장석태 이사가 노트북을 집어서는 리슈잉 이사의 앞에 놓았다.
“……상황이 좀.”
“이렇게 보여주면 내가 뭘 알아요? 말로 해줘야 알 것 아니냐고.”
한글을 모르는 리슈잉 이사가 어금니를 꽉 물며 말을 뱉자, 그의 얼굴을 보던 장석태 이사의 시선이 놓인 노트북 화면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갱신되는 노트북 화면에는 지금도 빠르게 검색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보였다.
1. Legend of Legends.
2. 장링링 불륜.
3. 라이넛.
4. EBC 온라인 강의.
5. 라이넛 보이스프로덕션 프로젝트.
6. 강주혁.
7. 강주혁 라이넛.
이어 약간 떨리는 손으로 실검 순위 중 ‘5위 라이넛 보이스프로덕션 프로젝트’를 클릭한 장석태 이사가 노트북 화면에 뜬 기사 제목을 리슈잉 이사에게 전했다.
“가, 강주혁이 게임사 라이넷과 대형 프로젝트를 체결했다는.”
“뭐라고요?!!”
-덜컥!
곧, 자리서 벌떡 일어나는 리슈잉 이사였고, 노트북 화면에는 이런 기사가 보였다.
『 [속보]해외 유명 게임사 라이넛 측 “한국의 보이스프로덕션과 대규모 프로젝트 함께한다” 깜짝 발표!』 – 디쓰패치.
그쯤 장석태 이사가 어렵게 말을 추가했다.
“이것 때문에 우리 측이 내는 해명 기사가 전부 묻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