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72
오픈 (11)
핸드폰 너미의 강주혁 목소리에 TOM엔터의 바지사장 고근우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햄버거가 툭 소리를 내며 그의 허벅지로 떨어졌다.
“아……아!잠시만!”
잠시간 멍때리던 고근우 사장이 허벅지에 떨어진 햄버거를 대충 조수석에 던졌고, 묻은 소스를 닦으며, 속으로 읊조렸다.
‘왜? 강주혁이 지금 나에게 왜 연락을……나부터 담그려는 건가? 아니면,’
잠시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이 오갔던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 제게 힘을 실어주신다고 하셨습니까?”
여전히 허벅지에 묻은 햄버거의 잔해를 닦으며 묻는 고근우 사장에게 다시금 강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습니다. 정확하게는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요.”
-제안? 강주혁씨가. 아, 죄송합니다. 강주혁 사장님께서 저한테 제안을 하신다는 말씀입니까?”
이쯤 허벅지를 닦던 고근우 사장의 손도 멈췄다. 당연했다. 자신의 주인과 대립각을 세우는 강주혁이, 그 강주혁에게서 전화 온 지금 상황이 당최 이해 가지 않았으니까.
‘나한테 제안을 해? 내 상황을 모르는 건가?’
덕분인지, 그의 야윈 얼굴 중 이마에 주름이 만들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주혁의 말은 이어졌다.
“저는 고근우 사장님의 처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 회사에서의 위치, 사장이라는 단어가 그제 이름표일 뿐이라는 것도요.”
“……아, 아시면서 왜 제게 제안을.”
-그래서 드리는 겁니다. 그런 처지에 있기 때문에.”
바지사장 고근우는 당장 반응이 없었다. 그저 앞을 응시하며 힘없는 숨을 뱉어낼 뿐. 그러다 마른침을 삼킨 고근우 사장이 입을 일었다.
“어떤 제안입니까?”
“말이 좀 길어질 겁니다. 전화로 하긴 좀 그렇고,내일 밤 어떠세요? 제 쪽에서 사람을 보내죠.”
“내일 밤, 알겠습니다.”
어느새 마음을 추슬렀는지, 고근우 사장의 대답엔 꽤 힘이 실려 있었다. 이어 그의 핸드폰에서 다시금 강주혁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요.”
고근우 사장이 눈을 끔뻑였다.
“예?”
“지금 저와 통화하는 것은 당연히 고근우 사장님 혼자만 알고 계셔야 합니다.”
“아, 물론입니다!”
“그런데 뭐, 장석태 이사 쪽으로 흘러 들어가도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그렇게 된다면 고근우 사장님의 미래가 좌지우지될 제안이 날아가게 되겠죠.”
곧, 고개를 다급하게 젓는 고근우 사장이었고,
“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만! 절대 저만 알고 있겠습니다!”
“예. 그럼 내일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동화가 마무리되려던 찰나, 고근우 사장의 핸드폰에서 강주혁의 목소리가 추가로 들렸다.
“참. 사장님.”
“예?!”
“아무리 바쁘서도 지하 주차장에서 식사하시면 쓰나요.”
말을 듣자마자, 고근우 사장의 고개가 팍 들렸다.
다음 날 6월 17일 목요일 아침.
TOM엔터 사장실 5인용 소파에 리슈잉 이사와 장석태 이사 그리고 직원 몇몇이 앉아 있다. 오늘 리슈잉 이사는 항상 젤로 올리던 앞머리를 차분히 내린 상태였다. 그의 현 심정을 표현한 듯한 모습.
“…….”
사장실은 고요했다. 장석태 이사 포함, 모인 모두가 차분하다 못해, 싸늘한 느낌의 리슈잉 이사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그쯤,
“후-”
소파 상석에 앉은 리슈잉 이사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소파 팔걸이 올려둔 유리잔을 들어 올렸다. 유리잔에는 양주가 담겨있었다. 아침이었지만, 지금 리슈잉 이사는 술이라도 마셔야 분노를 참을 수 있을 지경이었고,
“장석태 이사.”
양주 한 모금을 넘긴 리슈잉 사막같이 건조한 얼굴로 주름진 얼굴의 장석태 이사에게 시선을 던졌다.
“오픈해봐요.”
곧, 장석태 이사가 몸을 움찔했다.
“예.”
짧게 답한 장석태 이사가 옆자리에 앉은 직원에게 검은색 태블릿을 넘겨받았고, 전날인 16일 개봉한 영화들의 국내 박스오피스 결과를 확인했다.
[2021년 6월 16일 관객수 조회]1. 폭풍/ 개봉일: 6월 16일, 관객수: 710,556/ 스크린수 : 1003/ 누적관객수 : 710,556
2. 죽어있다. 개봉일: 5월 26일 관객수: 110,334/ 스크린수 : 988 / 누적관객수: 3,315,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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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danger2/ 개봉일: 6월 16일/ 관객수: 54,810/ 스크린수 : 1075 / 누적관객수:54,810
처참했다. 처참해도 너무 처참했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할 정도로 처참했다. 덕분에 태블릿 화면을 내려보는 장석태 이사는 입을 달싹일 뿐 쉽사리 결과는 내뱉지 못했고,
“결과 말해봐요.”
리슈잉 이사가 영혼 없는 눈빛으로 압박하자, 장석태 이사의 주름 섞인 입이 어렵게 열렸다.
“……1위 포, 폭풍, 개봉 첫날 관객수 71만, 이게 아무래도 이슈가 끌리면서 대중들한테 관심이 집중된 모양이에요.그래서 관객수 뻥튀기가.”
“danger2는?”
“그 – 리슈잉 이사님. 일단, 아침을 드시고 들으시는게.”
“말하라고.”
결국, 리슈잉 이사의 영혼 없는 눈빛에 살기까지 포함됐고, 장성태 이사가 눈을 질끈 감으며 결과를 뱉었다.
“8위 danger2.관객수……5만.”
그 순간.
-파창!!!
리슈잉 이사가 들고 있던 유리잔을 정면 벽에다 냅다 던졌고.
벽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깜짝 놀라며 튀는 유리 조각을 팔을 들이 방어했다. 벽에는 양주가 바닥으로 주르륵 흘러내렸고,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이 주변에 투두둑 떨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리슈잉 이사는 어금니를 꽈득 물며 자리서 일어났고,
“난 일단, 중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야.”
바짝 쫄은 장석태 이사가 따라 일어났다.
“예!”
“그 사이 당신은 강주혁을 찌를 틈을 찾아요. 소속 연예인이든 소속 감독, 작가든 뭐가 됐든 아무거나 찾아와.”
“아, 알겠습니다.”
더듬거리며 답한 장석태 이사를 노려보던 리슈잉 이사가 정장 재킷을 여미며 문 쪽으로 움직였다.
“강주혁 게임구단, 그 사무국장도 재촉해서, 일 좀 빨리 진행하세요.”
어느새 뒤따라온 장석태 이사가 사장실의 문을 대신 열며 ‘예’ 정도의 대답을 날렸을 때, 대뜸 몸을 멈춘 리슈잉 이사가 한 손을 주미니에 쑤셔 넣으며 읊조렸다.
“강주혁 말고, 그 뒤에 뭔가가 또 있어. 분명히. 그것도 한 번 알아보세요.”
점심 무렵,
영화계 언론은 전날 동시 개봉했던 영화 ‘폭풍’과 danger2’에 관한 결과를 빠르게 찍어냈다.
『 [무비BOX]영화 ‘폭풍’ vs danger2′, 승자는 ‘폭풍’ 이었다.』
『[영화 ‘폭풍’ 첫날 관객수 71만, ‘danger2’는 5만…… 장링링의 불륜 스캔들이 망한 이유?』
『[박스오피스]개봉 첫날 5만 관객수 찍은 ‘danger2″, 배급사 측 “할 말 없다”』
적당히 차이 나는 결과도 아니고,71만 대 5만이었다. 극명하게 차이 나는 관객수에 언론은 신명 나게 기사를 뿌렸다.
『관객수 5만 ‘danger2, 총제작비 2억 달러 어떻게 회수하나?』
『[무비is] 5만 관객수에 피눈물 ‘danger2’, 활짝 웃는 ‘폭풍’』
『위기가 곧 기회로? 영화 ‘폭풍 여러 이슈가 합쳐진 71만 초대박 관객수』
여기에 영화를 이미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까지 추가됐다.
-하정훈ㅠㅠㅠㅠ 이번 폭풍에서 너무 멋지게 나오더라.
-폭풍 존잼.
-앜ㅋㅋㅋㅋ난 남친이 하도 danger2 보재서 봤는데, 시간 가는 줄 알고 봤다 진짝ㅋㅋㅋㅋㅋ
-이렇게 되면 또 강주혁이 픽한 영화가 성공한 건가? 진짜 강주혁은 뭐지? 이쯤 되면 신내림 받았어도 100번은 받은 거 아님?
-danger2 씹노잼,
-폭풍은 폭풍전야 보고 나서 보면 더 잼남, 다음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에 일어나는 이야기임.
-중간에 강하진이 짐보따리 들고 뛰는 장면……아직도 기억난다. 그때 뒷좌석 남자가 미모 실화나고 지 탄성뱉음ㅋㅋㅋㅋㅋ
-danger2;;; 영화보다 중간에 나온 적 처음……역시 중국 자본은 일단 거르고 봐야 된다.
-강하진 진짜 작품 보는 눈이 좋은 듯? 나이도 어린데, 미래가 진짜 기대됨.
-보이스프로덕션이랑 관련된 작품은 일단 믿고 보는 거지.
이런 와중에 강주혁은 강남에 있는 고급 횟집에 들렀다. 김재황 사장을 만나기 위함이었고,
-드르륵.
정장 재킷을 한 손에 든 주혁이 김재황 사장과 항상 만나는 VIP룸의 문을 열자, 룸 안에는 이미 김재황 사장이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그 모습에 룸의 문을 닫으며 주혁이 물꼬를 텄고,
“일찍 오셨네요?”
코끝에 걸친 안경을 빼낸 김재황 사장이 보던 신문을 접었다.
“배가 고파서, 앉지.”
“예.”
이어 정장 재킷을 옆에 내린 주혁이 자리에 앉자, 김재황 사장이 검지로 벽에 붙은 메뉴판을 가리켰다.
“매운탕 괜찮지? 점심이니까 날것 말고 탕을 먹자고.”
“아, 예. 괜찮습니다.”
곧, 종업원이 룸으로 들어와 메뉴를 받아 갔고, 미리 세팅된 컵에 물을 따르며 주혁이 입을 열었다.
“최명훈 감독 사단하고 재욱이 출국했습니다. 영화 찍으러.”
“음. 알아, 문자 받았어.”
“전화 자주 하라고 말했으니, 아마 자주 할 겁니다.”
“허허 요즘은 내가 바빠서 말이야.”
작게 웃은 김재황 사장에게 주혁이 물 따른 컵을 내밀었다.
“Wang Media Partners 관련해서, 이번 영화 건 그리고 우리 게임구단에 사무국장까지 잘 봤습니다.”
말을 듣자마자 김재황 사장이 입꼬리를 올리며 팔짱을 꼈다.
“역시 알고 있었나?”
“뭐. 대충은요.”
“그렇지. 자네 성격에 모르고 있었을 리 없지.”
미소지으며 물컵을 드는 김재황 사장에게 주혁이 다시 물었다.
“어떠셨습니까?”
“뭐가?”
“사장님이 계신 동네서는 해장그룹이 독보적이니, 이렇게 대놓고 놀아보신 거 오랜만이지 않습니까?”
들린 소린 아니었는지, 김재황 사장이 크크 웃었다.
“맞아. 그렇지. 오랜만에 재밌긴 해.”
“오랜만에 하시는 것 치곤 나쁘지 않던데요.”
“평가가 짜군, 뭐, 사실 자네가 하던 것을 모방한 것뿐이야.”
이어 흥미 섞인 표정의 김재황 사장을 물끄러미 보던 강주혁이 작게 읊조렸고,
“이 정도면 괜찮겠어요. 제가 빠져도.”
제대로 못 들었는지, 김재황 사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응? 뭐라고?”
“아닙니다. 어쨌든 감사합니다.덕분에 해외 쪽 일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도 잘 나왔고.”
“그 게임사 프로젝트 건 말이지?”
“예. 그런데 지금부터 TOM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우리 게임구단 사무국장 건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사장님은 오롯이 Wang Media Partners만 걷어내 주세요.”
주혁의 말에 김재황 사장이 턱을 쓸었다.
“그래도 괜찮나? 나야 그 중국 것들만 처리하면 편하기야 하겠다만, 자네 일이 많잖아?”
“괜찮습니다. 일 두 개 추가된다고 해도, 라이넛 일도 대충 정리했고.”
“음. 자네 그렇다면 뭐. 그래서 그 짱깨들 사냥개는 언제 정리할 건가?”
곧, TOM엔터를 떠올린 주혁이 픽 웃었다.
“시간 끌 것 있나요. 바로 정리해버릴 생각입니다.”
“오? 그랬다가 Wang Media Partners가 가만히 있겠나? 좀 빠른 거 아니야?”
그때 주문을 받아간 종업원이 쇠 냄비에 담긴 매운탕을 들고 등장했다. 이어 버너에 불을 건 주혁이 말을 이었다.
“괜찮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이 적기예요.”
“지금이 적기다?”
“예. 제가 사냥개, 그러니까 TOM엔터를 건드리면 아마 Wang Media Partners는 꼬리를 자를 겁니다.”
“꼬리를 자른다라……왜지?”
던져진 물음에 주혁이 국자로 매운탕을 휘적거리며,
“‘화이트 빅 마우스’ 개봉이 코 앞이거든요.”
“7월 초라고 했지?”
“예. danger2가 한국에서 개봉 첫날 관객수 5만이 찍혔습니다. 폭삭 망했죠.”
“그렇다고 하더군.”
“danger2 총제작비가 2억 달러에 육박합니다. 그런데 5만이 찍혔어요. 물론, 해외서 어느 정도 상쇄할진 몰라도 피해가 막심하겠죠.”
“음. 그러니까 자네 말은 그 중국 새끼들이 지금 잔뜩 쫄아있을 거라는 거잖아.”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주혁이 앞접시에 담긴 매운탕 국물을 떴다.
“더는 피를 흘리고 싶지 않겠죠. 즉, 뭣 같아도 지금 걔들은 저와 한배를 타고 있다는 겁니다. 저와 그들은 ‘화이트 빅 마우스’ 공동 투자자니까. 그러니 지금
움직이기 딱 좋다는 겁니다.”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찬찬히 끄덕이는 김재황 사장에게 주혁이 국자를 내밀었다.
“사장님은 장석태 이사와 우리 사무국장 관련 자료들만 좀 넘겨 주세요.”
같은 날 늦은 밤. GM엔터테인먼트,
강주혁이 대주주로 있는 G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주혁의 계획대로 매니지먼트를 전문으로 하는 엔터 기업으로서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여론도 이강수가 있던 시절보다 더욱 낫다는 평을 받는 중이었고,
“…….”
그런 GM엔터테인먼트의 한 미팅룸에 강주혁이 창밖을 내다보며 서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퇴근 시간이 훌쩍 넘은 GM엔터는 고요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똑똑.
강주혁이 있는 미팅룸에 노크 소리가 퍼졌고,
-끼익.
문이 열리며 황실장이 들어왔다.
“사장님, 모셔왔습니다.”
“네, 들어오세요.”
곧, 황실장이 뒤를 돌아보며 모셔온 인물에게 들어가라는 손짓을 던지자, 뒤쪽에서 익숙한 남자가 걸어들어왔다.
삐쩍 마른 바지사장 고근우였다.
“안녕하세요. 고근우 사장님, 처음 뵙네요.”
몸에 비해서 너무 큰 정장을 입은 고근우 사장이 어색하게 강주혁의 손을 잡았고,
“예…… 처음 뵙겠습니다.”
바지사장 고근우의 손을 잡고 흔들던 강주혁이 입꼬리를 올리며 대뜸 본론을 던졌다.
“사장님, 전 TOM엔터테인먼트를 폭파시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