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73
폭파 (1)
손을 잡자마자, 던져진 강주혁의 말에 바지사장 고근우의 두 눈이 커졌다.
“포, 폭파요?!”
고근우 사장의 몸집이 작아서인지, 그의 커 보이는 정장이 더욱 팔락거렸다. 그런 그의 손을 놓은 주혁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폭파요. 말 그대로 없애버릴 생각입니다. 투자가 들어갔으니, 없어져야 손해를 입겠죠. 아- 앉으세요.”
회사 하나를 없앤다는 말을 담담하다 못해, 무심하게 던진 주혁이 앞쪽 자리에 손짓하며 고근우 사장을
“황실장님도 앉으세요.”
“예.”
황실장까지 자리에 앉고 나서야 주혁이 상석에 다리를 포며 앉았다.
“자~ 고근우 사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주혁이 간단히 말하자, 바지사장 고근우가 히끗한 머리에서 흐르는 땀을 닦았다.
“어, 어떤 것을.”
“그냥 다요. TOM엔터의 내부사정과 사장님이 저와 만나면 안 된다는 것,장석태 이사가 실은 중국 투자사의 사냥개라는 것까지.”
“…….”
곧, 고근우 사장의 고개가 책상으로 내려갔다. 그쯤 주혁이 몸을 살짝 앞으로 당겼다.
“거기다 최근 중국 투자사, 그러니까 Wang Media Partners와 장석태 이사가 나에게 피해를 주려고 했다는 것도요.”
리슈잉 이사와 장석태 이사의 작당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못 한 고근우 사장은 죄스러웠는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살짝 몸을 떨기까지 했다. 하지만 주혁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독였다.
“괜잖아요. 고근우 사장님, 그렇게 고개 숙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장님의 입장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죄송합니다.”
“사실, 별 대수롭지 않아요. 제가 여기까지 오는데, 그런 날파리들이 한둘도 아니었고, 영화 하나 망한다고 제가 흔들리겠습니까?”
사실이었다. 이미 강주혁은 보이스프로덕션은 국내 대형 기획사였다. 영화 ‘폭풍’이 망했다고 한들 큰 피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데요.”
주혁이 고근우 사장의 어깨에 올렸던 팔을 내리며 의자에 등을 움푹 기댔다.
“제가 복수를 즐기는 타입이 아니라고 해도, 걸리적거리면 확실히 짓밟는 편이라서요.”
여유롭게 다리를 꼰 강주혁의 말에 얼굴을 푹 숙였던 고근우 사장이 고개를 꽉 들었다. 그런 그에게 주혁이 미소를 지어 보였고,
“저는 지금 장석태 이사. 그러니까 TOM엔터가 거슬립니다.”
폰 다리의 방향을 바꾸며 주혁이 말을 이었다.
“고근우 사장님. 그들은 사장님을 바지사장이라 부르죠. 아니면 허수아비 또는 있으나 마나 한 인간. 그렇죠?”
“…….”
“계속 그렇게, 그 중국 것들과 장석태 이사가 사장님의 인생을 감아먹게 두실 겁니까? 무의미하게?”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의 팩트에 고근우 사장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방법이, 방법이 없었습니다. 제가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힘, 제가 실어드리죠. 그러면 남은 인생 저와 함께 유의미하게 보내실 수 있습니다.”
고근우 사장은 힘이란 단어와 친하지 않았다. 운이 나빴든, 기회가 오지 않았든 뭐가 됐든, 그에게는 늘 힘이 없었다. 무시당하고 핍박받았다. 하지만 고근우 사장은 참아야 했다.
참는 것이 그에게 힘이었고, 유일한 생존수단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고근우 사장에게 연예계의 거대한 뒷배. 강주혁이 나타났다. 덕분에 지금 고근우 사장은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기분에 대답을 망설이고 있었다.
“아……그-”
“망설이는 게 아니라, 두려운 것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두려워하는 것은 그동안 많이 하셨잖습니까? 저와 함께하시면 이제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주혁의 말이 기폭제가 됐는지 아니면 가족을 떠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빼빼 마른 고근우 사장의 두 눈에 힘이 실렸다.
“장석태 이사를 도려내실 생각이신 것 같은데. 장석태만 치운다고 이 회사가 끝나진 않을 텐데요. 중국 쪽이 새로운 사냥개를.”
“그러니까. 이 TOM엔터에서 돈 될만한 것들을 모조리 빼내야죠. 장석태 이사는 덤으로 치우는 것뿐이고.”
“돈 될만한 것들?”
“네, 엔터 회사에서 돈 될만한 것들이 뭐가 있을까요? 보니까 TOM엔터가 최근 Wang Media Partners의 돈으로 이것저것 많이 샀더군요.”
곧, 뭔가 섬광이 스친 고근우 사장의 입이 벌어졌다.
“설마.”
“예. 그 설마가 맞을 겁니다. 그리고 빼 온 모든 것들은 이곳 GM엔터테인먼트에 이식할 겁니다. 고근우 사장님까지. 물론, 사장직은 내려놓으셔야겠지만요.”
말을 마친 주혁이 자리서 일어나, 앉은 빼빼 마른 고근우 사장을 내려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사는 데 의미가 생기겠죠. 자 – 어찌시겠습니까?”
그런 강주혁을 올려다보던 고근우 사장의 머릿속에는 새로운 미래가 펼쳐지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강주혁의 손을 잡으면 그의 인생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변화된 삶을 살 것이 판했다.
‘……참는 것은 많이 해왔잖아?”
고근우 사장의 고민은 의외로 짧았다.
“하겠습니다.”
“좋아요.”
곧, 픽 웃은 주혁이 황실장을 가리켰다.
“소통은 황실장님과 하실 건데, 폭파 전에 사장님이 사전준비를 해주실 게 있습니다.”
몇 시간 뒤, LA 폭스 스튜디오.
한국과는 다르게 아침 해가 떠오른 LA, 무비 마운틴 픽쳐스와 약 30분 거리에 있는 해외 영화사 폭스 스튜디오가 아침부터 붐볐다. 당연했다.
“자- 다음, 88, 89, 90, 91번 들어오세요.”
오늘은 헐리웃 영화감독으로서 인지도만으로는 세 손가락에 꼽히는 감독 스티븐 베이의 영화 ‘the perfect wall’ 1편 오디션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
“92번부터 95번까지 전부 계세요? 안 계신 분 있으면 바로바로 넘어가요?”
대형 영화사 폭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오디션 분위기는 한국의 오디션과 별반 다른 게 없었다.배우 대기실이 있고, 차례가 되면 오디션장으로 들어가 오디션을 보면 되는 아주 익숙한 광경.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몰린 인원이 엄청나다는 것과 죄다 외국인이라는 점.
“엄청나네.”
그런 몰린 인파를 보며 대기실 구석 좁은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송이사가 보였다. 더운 날씨 탓에 헐렁이는 반팔 셔츠를 입은 송이사가 혀를 내두르자, 몸에 딱 달라붙은 회색 반팔티를 입은 여자가 반응했다.
“적어도 한 타임 1000명은 되지 않을까?”
캘리였다. 켈리가 90번 번호를 달고 오디션장으로 향하는 제니퍼 라이블리에게 다시 한번 손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오디션으로 뽑는 배역이 8개나 되고, 오디션 기간만 1주가 넘어. 서류로 70%는 떨어트렸을 거야. 제니퍼!! 잘해!!”
“응! 캘리! 송! 다녀올게! 꼭!!”
오디션장으로 향하던 제니퍼 라이블리가 넘어질 뻔한 모습을 보며 송이사가 길게 숨을 뱉었다.
“왜 시작도 안 했는데, 결과를 알 것 같지? 이제 우리 배우라고 생각하니까, 걱정이 앞선다.”
“그러지 마, 나도 비슷한 기분이지만, 우리 제니퍼 소속사 이사님께서 그러면 안 되지.”
이어 제니퍼 라이블리가 사라진 대기실 문 쪽을 보던 송이사가 연주황 머리카락을 묶은 캘리를 곁눈질했고, 헛기침했다.
“어험! 그나저나. 캘리, 영화사 인원은 좀 생각해 봤어?”
“흥, 한다고 결정도 안 했는데, 어째서 인원부터 물어봐?”
“아- 결정 안 했어? 나는 한 줄 알았지.”
“송, 너 점점 뻔뻔해지네?”
잔뜩 탄 송이사의 얼굴을 보며 빙긋 웃던 캘리가 핫팬츠 입은 다리를 모았다.
“솔직히 말해봐,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몰라.”
“야!!”
“그런데 우리 사장님이 사람 보는 눈이 좀 정확해. 나를 보면 알잖아?”
“좀 믿음이 떨어지는데?”
“높아져야지. 그리고 캘리 너 자주 말했잖아. 독립해서 영화 만들고 싶다고.”
곧, 한숨을 푹 쉰 캘리가 턱을 괴며 앞을 응시했다.
“그건 진짜 작은 영화사 꾸려서, 예술 영화부터 시작한다는 거지. 대뜸 이렇게 스케일 크게 말고.”
이어 송이사가 캘리의 귓가에 얼굴을 바짝 붙였고,
“이건 나도 사장님한테 대중만 들은 건데, 아마 작은 영화사를 끌어다 합칠 거야.”
캘리가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돌렸다.
“인수?”
“글쎄, 어쨌든 캘리 네 말대로 작은 프로젝트는 아니지. 시작부터 크게 벌려놓고 갈 느낌이긴 해. 그런 영화사에 캘리 네가 대표로서 스카웃된 거고, 기회잖아?”
“기회지! 그렇긴 한데.”
“무비 마운틴이고 위너필름 스튜디오 또는 여기 폭스 스튜디오처럼 대형 영화사와 어깨를 맞댈 영화사. 타이들이 좋잖아? 물론, 사장님은 그걸로 만족할진 모르겠지만.”
“하…….”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캘리의 어깨에 손을 올린 송이사가 미소지었다.
“어쨌든 에반은 필수지?”
“……걘 무조건이지.”
그때였다.
-벌컥!
대기실의 문이 대뜸 열리며 보랏빛 눈의 제니퍼 라이블리가 뛰어들어왔다.
“캘리! 송! 나 합격!!”
방방 뛰는 제니퍼 라이블리를 보며 캘리가 미간을 찌푸렸고,
“쟤가 지금 뭐라는 거야. 발표가 무슨 벌써 나와? 떨어져서 정신적인 충격이 컸.”
“제니퍼 소속사 직원분!”
캘리의 말을 잘라먹으며 제니퍼 라이블리 뒤쪽에서 오디션 진행스탭의 얼굴이 쑤욱 나왔다.
“감독님이 좀 보자고 하시는데요! 지금 괜찮나요?!”
다시 한국,보이스프로덕션 광주 사옥.
밤 10시가 넘은 시각, 편집실 문짝에 ‘없어졌던 남자’라 적힌 편집실에서 김태우 PD와 편집기사들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와 진짜. 까메오 컷은 버릴 그림이 없네요? 버리기 너무 아까운데, 최다.”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쓴 김태우 PD의 왼쪽에 앉은 편집기사가 모니터에 비추는 강주혁을 보며 혀를 내두르자, 김태우 PD가 팔짱을 꼈다.
“흠. 그렇지? 바스트, 풀샷, 달리,지미집. 뭐 하나 버릴 게 없어.”
“씨. 편집기사 하면서, 버릴 그림이 없어 본적은 또 처음이네.”
편집기사의 말에 김태우 PD가 썼던 모자를 벗고, 머리를 긁었다.
“일단, 달리로 원테이크 한 거 있지? 아까 본 거. 그거 다시 돌려봐.”
“예.”
곧, 모니터에 강주혁을 따라가는 듯한 장면이 재생됐다. 이어 김태우 PD가 책상을 탁 쳤다.
“여기는 이걸로 가자.”
그의 말에 편집기사들의 손이 빨라졌다. 와중에 김태우 PD가 팔짱을 끼며 말을 추가했다.
“그리고 까메오 컷으로 찍은 그림, 죄다 살려볼까 하는데.”
“어? 까메오 것 방송에 3분 나간다면서요? 어떻게 다 살려요?”
모니터 보던 편집기사가 고개를 갸웃하자, 김태우 PD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미방분으로 살리면 되지.”
“아.”
“방송에는 3분 편집본 내보내고, 나머지는 미방분으로 돌려도 돼. 이걸 아까워서 어떻게 버리냐.”
말을 마친 김태우 PD가 지로 모니터를 찍었다.
“방송에 못 나가는 미방분도 힘을 꽉 줘서, 너튜브나 SNS 그리고 기타 동영상 플랫폼에 풀면.”
“‘없어졌던 남자’라는 드라마 자제를 못 보는 해외 쪽 애들도 볼 수 있겠지.”
대답을 들은 편집기사가 고개를 갸웃했고,
“외국인들을 보여줘요? 왜요?”
편집기사의 어깨에 손을 올린 김태우 PD가 픽 웃었다.
“맛있는 건 나눠 먹어야지.”
같은 시각, 강주혁의 오피스텔.
하루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강주혁이 들고 있던 정장 재킷을 대충 소파 팔걸이에 던지고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며 소파에 널브러졌다.
“후-”
너무나 빽빽한 스케줄에 녹초가 된 그가 소파에 잠시간 얼굴을 파묻고 있다가, 무언가 떠올랐는지 고개만 획 돌려 기실 구석 쪽을 쳐다봤다.
“슬슬 읽어야겠지.”
거실 구석에는 수많은 종이 뭉치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죄다 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마 대본 또는 시놉들이었다. 작품으로 따지면 50개가 넘는 수준이었고,
“보자”
강주혁이 벌인 퍼포먼스, 즉, 까메오 컷을 찍는다는 이슈 이후로 들어온 것들이었다. 이어 천근만근 한 몸을 일으켜 쌓인 종이 뭉지 중 가장 위쪽에 있는 것을 집은 주혁이 읊조렸다.
“이건 영화네.”
곧, 영화 시나리오라는 것을 인지한 그가 리딩에 빠져들었다. 순식간이었다.
그 순간.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탁자에 올려둔 그의 핸드폰이 벨소리를 뱉어냈다. 덕분에 시나리오에 있던 주혁의 시선이 돌아갔고, 발신자를 확인한 그가 픽 웃었다.
“얘네는 잠이 없나?”
말을 마친 주혁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는 보이스피싱. 곧, 경쾌한 여자 목소리가 쏟아졌고,
[‘블랙’ 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VIP 유료서비스 ‘블랙’의 남은 횟수는 총 13번입니다!!] [VIP 유료 서비스인 ‘블랙 단계를 통해 인생역전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주혁이 1번을 눌렀다.
-띠익.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 해주세요! ] [1번 ‘세계 각국의 마스크 댄서’, 2번 ‘하루에 몽땅 공개’, 3번 ‘7월 8일이 시발점인’, 4번 ‘최대 5천만 명, 5 Zombie attack’,64 Control’, 7번……]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키워드를 들은 주혁이 턱을 쓸었다.
“이번에는 영어 키워드를 선택해볼까?”
영어로 된 키워드는 총 2개. 잠시간 생각하던 강주혁이 결론을 내렸는지, 6번 ‘Control’을 선택했다.
-띠익.
[ 완벽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Control’ 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상의 제96회 시상식에서 영화 ‘Control’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총 6개 부문에서 상을 받는 꽤 이례적인 기록을 남기고, 이게 세계적으로 화제에 오르며 전 세계 영화계가 들썩입니다. ] [VIP 정보: 영화 ‘Control’은 아카데미상뿐만 아니라, 여러 시상식을 휩씁니다!]-뚝.
이어 미래정보를 전부 들은 주혁이 입꼬리를 올렸다.
“복귀작으로 딱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