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8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부스럭.
“ 끄으. ”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주혁의 오피스텔에서 벨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여전히 베개에 얼굴을 처박은 채, 강주혁이 더듬더듬 침대를 훑는다.
-스윽
어쩌다 손에 잡힌 핸드폰을 강주혁이 거의 감긴 눈으로 대충 통화버튼을 눌렀다.
“ ······여보세요. ”
[‘브론즈’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유료 서비스 ‘브론즈’의 남은 횟수는 총 17번입니다.] [‘유료 서비스’를 경험하며 인생역전의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 어? ”
익숙한 보이스피싱의 여자 목소리를 들은 주혁이 그제야 눈을 비비며 핸드폰 액정을 확실하게 확인했다.
*070-1004-1009
“ 아, 보이스피싱. ”
보이스피싱의 여자 목소리 덕에 확실히 정신을 차린 주혁이 곧장 1번을 눌렀다.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J’, 2번 ‘28’, 3번 ‘아침 10시’, 4번 ‘적화’, 5번······ ]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 이제야 전부 바뀌었네. ”
드디어 키워드가 전부 새롭게 변했다. 강주혁이 부스스 침대에서 일어나 수첩을 집어 든다.
-(1번 ‘J’, 2번 ‘28’, 3번 ‘아침 10시’, 4번 ‘적화’)
새롭게 바뀐 키워드들은 수첩에 적은 주혁이 #다시 듣기 버튼을 눌러 시간을 벌었고, 수첩에 적힌 키워드들을 가만히 보던 주혁의 입이 살짝 열렸다.
“ 적화? ”
4번 적화. 1번부터 3번까지는 검색한다고 뭐,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올 거 같지 않았다. 근데 적화는 뭔가 나올 거라는 직감이 든 주혁이었다.
연속해서 #버튼을 누르며 노트북을 켠 강주혁이 검색창에 ‘적화’를 검색해본다. 그 결과가.
『토라모니 신상 라인 ‘적화’ 여성들 반응은?』
『신상 라인 ‘적화’ 출시 예정!』
『관심도 높은 ‘적화’ 실시간 검색어 등극.』
화장품 이름이었다.
“ 화장품? ”
화장품이라니. 강주혁에게는 완벽하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물론 활동할 당시에야 분장부터 시작해서, 메이크업까지는 받아봤지만.
“ 상관없긴 하지. ”
그따위는 전혀 상관없었다. 왠지 돈 냄새가 나는 정보가 나올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주혁은.
-띠익
4번 ‘적화’를 눌렀다.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적화’입니다! ] [화장품 기업 토라모니가 내놓은 한방 ‘적화’ 라인이 출시 첫날부터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올립니다. 다만, 출시 이틀 후, 부작용이 나타난 구매자가 블로그에 이 내용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부작용이 발생한 고객들이 폭발하면서 쓰레기화장품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토라모니 화장품 불매운동이 퍼집니다. 덕분에 다른 회사에서 뒤늦게 출시된 프라워 라인이 더욱 높은 판매고를 기록합니다.]-뚝!
끊긴 핸드폰을 내려놓는 주혁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 이렇게 매번 검색되는 키워드가 나오면 얼마나 좋냐. ”
사실 키워드 자체가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1’이라는 키워드가 나왔다 치고, 그 ‘1’을 검색해본들 의미가 있을까?
다만, ‘적화’ 같은 특이한 키워드는 사정이 달랐다. 주혁이 웃으며 ‘적화’ 관련 미래정보를 수첩에 추가했다.
-영화 ‘척살’ (진행 중)
-다큐 독립영화, 내 어머니 박점례 (진행 중)
-퍽치기 사건 (진행 중)
-토라모니 적화라인 화장품(진행 중)
메모를 마친 주혁은 이어서 토라모니에서 출시한다는 적화라인 화장품 출시일을 확인했다.
출시일은 다음 주 월요일.
“ 그리고 이틀 뒤 부작용이 터진다는 거지? ”
보이스피싱에서 들린 대로라면 다음 주 월요일 ‘적화’ 라인 화장품이 출시 되고, 대박이 터진다. 다만, 이틀 뒤 부작용을 겪은 사용자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난 후부터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것.
“ 그다음 많은 사람이 프라워 라인을 산다는 건가? 거기다 적화보다 더 많이 팔린다는 건데. ”
프라워 라인? 고개를 갸웃하던 주혁이 검색창에 프라워 화장품을 쳐본다.
-BS 화장품.
결과적으로 프라워 라인 화장품은 BS 화장품이라는 기업에서 내놓는 라인이며 토라모니에서 출시하는 적화 라인보다 하루 늦게 판매를 시작한다는 것을 확인한 주혁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 음······ 일단 확인부터 해볼까? ”
시간은 9시 10분. 오랜만에 HTS 프로그램을 켜는 주혁이었다. 가장 먼저 검색한 기업은 토라모니.
-토라모니 27,800(+1.46%)
평범했다. 다음으로 BS 화장품.
-BS 화장품 31,600(+1.29%)
이쪽 역시 평범하고.
HTS가 켜진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주혁이 이내 결론을 내린다.
“ 토라모니에서 BS로 갈아타면 되겠네. ”
적화라인 출시일이 다음 주 월요일. 대박이 터지긴 하지만 이틀 뒤 망하고, 프라워 라인이 뜬다는 것이 핵심.
그러니 토라모니를 샀다가, 적화가 대박이 터져서 주가가 오를 때, 손 털고 BS로 넘어가는 게 베스트.
생각을 마친 주혁이 토라모니 여윳돈을 뺀 나머지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 매수체결, 매수체결, 매수체결.
-토라모니 37,487주
-매수 31,100 금액 1,165,845,700
꽤 되는 돈을 부어서 그런지 주가가 살짝 올랐지만 크게 문제없는 정도였다.
“ 일단 이쪽은 됐고. ”
노트북에서 시선을 돌린 주혁이 핸드폰을 다시 켜본다. 혹시 부재중이 왔나 싶어서였다. 하지만 부재중은커녕 문자 하나 안 들어와 있다.
“ 이 사람들이. ”
순간 짜증이 몰려온 그가 연락처에서 어제 찾았던 인물들을 검색한다.
-추민재 형.
-홍혜수 누나.
지금은 아침이고, 전화해봤자 안 받을 것 같아 일단 문자를 보내둔다.
– 거 확인했으면 전화 좀 줍시다.
두 명 다 똑같은 내용으로 문자를 보낸 주혁은 핸드폰을 대충 침대에 던지고선 기지개를 켠다.
“ 으그극! ”
기지개를 켠 후, 주혁이 잠시 허공을 바라본다. 오늘은 금요일. 퍽치기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날이다. 막는 건 막는 거고, 잠복하는 건 잠복하는 건데.
“ 진짜 나 혼자 괜찮나 이거? ”
막상 눈앞에 닥쳐오니 걱정이 앞선다.
다치는 것도 다치는 거지만, 범인을 확실히 못 잡는 것도 문제고, 혹은 범인이 한 명이 아닐지도 모를 일. 인터넷에 조사를 해봤을 때도 정확하게 한 명이다. 라고 확정 난 기사는 없었으니까. 만약 놓치게 되면 나중에 보복이 있을지도 모르고, 반대로 아예 숨어버릴지도 모르니까.
“ 적어도 한 명은 데려가야 한다는 건데. ”
누굴 데려가지? 대뜸 퍽치기 범인을 잡으러 가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행여라도 데려간 사람이 다치거나 더욱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곤란했다. 단순하면서 지금 내 말을 아주 잘 들을 수 있는 사람.
“ 하정훈? ”
번뜩 떠올랐지만, 이내 생각을 접는다. 척살 촬영이 눈앞이다. 데려갔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촬영 자체가 올스톱.
“ 걔가 딱인데. ”
아쉽지만 패스. 그렇다면 누굴 데려가지?
그러다 번뜩.
예전에 한 번 이런 식으로 사람을 고용해본 기억이 떠올랐다.
“ 검색어가 분명,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 ”
생각을 마친 주혁이 검색창에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를 치고 뒤지기 시작했다. 바로 나오진 않았다. 분명 예전에도 굉장히 어렵게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20분. 20분을 헤집은 뒤에야 찾을 수 있었다.
-어려운 일, 비밀보장을 원하는 일
-고민 상담, 심부름 등
-운전대행, 수행기사, 경호, 등등.
-편하게 연락 주세요.
-전국 어디나 갑니다.
-연락처 010.1111.2222
“ 얼추 비슷한 거 같은데. ”
주혁이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오후 6시 30분 기흥역 주변, 차 안
차 안에 대기하며 주혁이 핸드폰으로 MTS를 켠다. 토라모니의 주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 딱히 아침과 변화가 없다. 어차피 큰 기대도 없었다. ‘적화’라인 출시 전엔 큰 변화가 없는 게 당연하겠지.
벨 소리가 울린 건 그때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주혁이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확인했다.
-추민재 형.
“ 문자를 보낸 게 몇 신데 지금 전화를 해. ”
그가 한차례 혼잣말을 내뱉고는 전화를 받는다.
“ 아니. 형. ”
“ 너 강주혁 맞냐? ”
“ 그럼 내가 누군데? ”
“ 시끄러워. 이 배은망덕한 새끼야. 5년도 넘게 연락 안 하던 새끼가 갑자기 연락 와서 확인해 본 거야. ”
추민재는 강주혁의 첫 번째 매니저였다. 당시 20대 초반이었으니, 지금은 40대 초반 정도. 최근까진 연락하고 지내다, 강주혁이 처박혀 산 다음부터 연락이 끊겼다. 횟수로 따지면 거의 20년 지기.
“ 그때 내가 좀 그랬어. ”
“ 그래 이 새끼야. 너 그렇게 되고 내가 전화를 수천 통을 했을 거다. 죄다 꺼져있고. 너 해외로 튄 줄 알았는데. 안 뒈지셨네? 아까워라. ”
추민재는 강주혁에게 상당히 화가 난 모양이다. 주혁은 괜히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을 이었다.
“ 미안해. 형. 나도 오죽했으면 그랬겠냐. 근데 형 어디야? 알아보니까 은퇴했던데. ”
“ 몰라 이 새끼야. ”
“ 얼굴 좀 봅시다. 추사장님. 할 말도 있고. 예?”
“ ······ ”
“ 예? ”
“ 이기적인 새끼. ”
쌓인게 많았는지 이후로도 추민재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 욕설들은 주혁은 담담하게 참아낸다. 이윽고.
“ 후- 이제 좀 시원하네. ”
“ 그래서. 언제 볼 수 있습니까. 다음 주 화요일 어때? ”
“ 장소, 시간 찍어서 보내. 끊어 임마! ”
-뚝!
“ 아주 잔뜩 열 뻗쳤네. ”
현재 강주혁은 일의 범위를 점점 늘려감에 따라, 인원 보충이 절실해졌다. 믿을만한 인력이 꼭 필요한 상태.
그 첫 번째 인선이 추민재였다.
입이 좀 험하긴 하지만, 나름 사람 보는 눈도 있고, 꽤 괜찮은 센스도 겸비한 고급인력이다. 뭣보다 주혁이 믿는 사람이기도 했고.
-똑똑!
차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지잉
소리를 듣고는 강주혁이 조수석의 창문을 내리자, 창문을 두드린 남자가 말을 건넨다.
“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에서 나왔습니다. ”
“ 타세요. ”
-덜컥!
남자는 무심하게 차 문을 열어 탑승했다. 처음부터 강주혁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도 딱히 꼬집어 묻지 않았다.
차에 탄 남자가 물었다.
“ 뭘 하면 됩니까. ”
“ 차에서 대기하다가 제가 시키는 것 해주시면 됩니다. ”
“ 알겠습니다. 결제는. ”
“ 계좌 알려주시면 보내겠습니다. ”
“ 여기. ”
대체로 우락부락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남자는 주혁에게 명함을 건넨다. 나름 정직한 회사인가 싶었다. 명함도 있고.
명함을 건넨 후, 남자는 말 없이 앞을 향했고, 강주혁은 그런 남자를 잠시간 쳐다보다 이내 차를 몰기 시작했다.
잠시 후, 지하 보도 주변.
어제 먼저 와서 주변을 탐문 했을 때, 점찍어둔 자리에 차를 세운 주혁은 시동을 끄고,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7시 57분.
이제부터는 기다릴 뿐이다. 주혁이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서 옅은 한숨을 내쉴 때, 지금껏 조용히 앉아있던 남자가 말을 꺼냈다.
“ 혹시. ”
“ 예? ”
“ 혹시나 드리는 말씀인데. ”
“ 네. ”
“ 저희는 살인, 절도, 폭행 등 절대 가담하지 않습니다. ”
남자의 말을 들은 주혁이 순간 이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다 지금 상태를 확인했다.
캄캄한 주변, 인적이 드문 거리, 앞에 있는 지하 보도, 마스크를 끼고 있는 강주혁.
“ 아아. 그런 거 전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 범법행위나 그와 비슷한 수준이라도 절대 가담하지 않습니다. 참고하세요. ”
“ 알겠습니다. ”
나름 확고한 철칙을 가진 남자는 얘기를 끝낸 후, 다시 입을 다물고 가만히 앞을 응시한다.
다음부터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10분, 30분, 1시간. 앞을 바라보는 부동자세를 유지하던 남자도 살짝 지루했는지, 핸드폰을 꺼내 보기에 주혁이 한마디 던진다.
“ 죄송한데, 밝기 좀 줄이시거나, 나중에 하시죠. ”
“ 아, 알겠습니다. ”
어쩔 수 없었다. 행여나 핸드폰 불빛을 범인이 볼 수도 있으니.
남자에게 말을 건넨 주혁은 여전히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빈틈없이 경계한다. 간혹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보였지만,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또 10분 정도가 흘렀다. 그리고.
-타박타박.
저 멀리서 흰색 셔츠에 가방을 멘 학생이 천천히 지하 보도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 혹시 ’
가능성은 있었다. 시간은 9시 25분. 주혁이 걸어오는 학생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 따라붙은 사람은 안 보이는데. ’
하지만 당장 걸어오는 학생 주변에 사람은 안 보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혁은 옆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작게 속삭였다.
“ 준비하세요. ”
“ 예. ”
학생이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주혁은 더욱 몸을 웅크렸다. 대신 문을 바로 열 수 있게 손은 문 쪽으로 붙여둔 채였다. 이윽고.
-타박타박.
학생이 주혁의 차를 지나쳤고.
-타닥, 타닥, 타닥.
계단을 따라 지하 보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끝
ⓒ 장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