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81
선언 (4)
이수영 총괄 디렉터의 말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주혁의 옆에 앉은 황실장이었다.
“사장님의 브랜드 파워?”
을 조린 그가 강주혁의 옆모습을 바라볼 때쯤, 넷플렉스 회의실에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수영 총괄 디렉터를 포함해, 회의실에 앉은 열댓 명의 넷플렉스 크리에이티브 팀은 전원 상사의 말을 알고 있는 듯, 그저 강주혁을 쳐다봤고,
“……”
입을 다문 주혁도 반대편에 앉은 이수영 총괄 디렉터의 눈을 바라봤다. 꽤 지긋이, 강주혁의 눈에는 흥미가 섞여 있었다. 그런 무거운 침묵이 대충 1분여 정도 흘렸을 때,
“계속하세요. 디렉터님.”
강주혁이 여유롭게 미소지으며 침묵을 깼고, 이수영 총괄 디렉터가 싱긋 웃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두 작품 자체는 너무 좋아요.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도 알겠고, 특히나 두 작품 모두 국내에서 많이 다루지 않았던 장르와 주제. 즉, 틈새시장, 우리 넷플렉스을 겨냥한 작품인 것이 좋았어요.”
그녀의 말에 주혁이 숨길 것도 없는지, 간단하게
“잘 보셨어요. 애초부터 넷플렉스 런칭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작품입니다. 말씀하신 장르와 주제 그리고 방영방식, 시즌제 도입, 방대한 인물 간의 갈등 등등해서, 모두 빗플렉스의 입맛에 맞줬죠.”
“역시, 드라마도 세계를 노리시는 건가요?”
주혁의 두 눈을 바라보며 묻는 이수영 총괄 디렉터는 꽤 온화한 웃음을 짓고 있었고, 주혁도 비슷했다.
“제가 넷플렉스의 내부적인 사항까진 전부 알 순 없겠지만, 그냥 간단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답은 나오죠. 사실, 지금 보신 두 작품은 국내서 드라마화하기 힘든 대본이에요. 다만, 보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보는 시청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시장은 넓어지고, 입맛도 다양해지니까요.”
“맞아요. 국내의 시청자만으로는 제작비 회수조차 힘들지만, 현재 넷플렉스는 190개국 정도에 퍼져있죠. 뽑고도 남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둘의 대화가 여기서 끊겼다. 말을 마친 주혁은 꼰 다리의 방향을 바꿨고, 이수영 총괄 디렉터가 작게 숨을 뱉으며 자리서 일어났다.
“앞쪽 불 좀 끌게요.”
그녀가 회의실 문 쪽에 붙은 전등 스위치 중 몇 개를 누르자, 회의실 앞쪽 불이 꺼졌다. 덕분에 꽤 어두운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이수영 총괄 디렉터는 아랑곳없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저저번달인가? 가족들이랑 ‘화이트 빅 마우스’를 봤어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거기다 정진훈씨나 재욱씨 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뜬금없이 던져진 ‘화이트 빅 마우스’ 얘기에 주혁은 딱히 대답은 없었다. 계속하라는 뜻이었고, 이수영 총괄 디렉터가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계속해서 기사나 티저 영상같은 건 봐왔는데, 직접 영화를 보니까, 너무 재밌어서 회사서 검색을 좀 해봤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이 영화가 국내나 해외서 대히트를 쳤는데, 요즘 근황은 어떤가? 아니면 요 배우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같은”
말을 마친 그녀가 책상의 끝쪽, 정면에 달린 커다란 TV 앞에 앉은 직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직원이 노트북과 연결된 TV를 들었고, TV에는 ‘화이트 빅 마우스’ 관련 기사들이 출력됐다.
“보세요.”
이수영 총괄 디렉터의 요청에 강주혁이나 황실장
회의실에 모인 고개가 정민 TV로 향했다.
『[무비토크]국내, 해외 박스오피스 힘쓴 ‘화이트 빅 마우스’, 성공의 뒤에는 강주혁이 있었다!!』
『’화이트 빅 마우스’ 1400만 돌파! 강트맨 ‘강주혁’ 그의 눈은 진짜였다.』
.
.
출력되는 기사에는 분명 ‘화이트 빅 마우스’ 관련 얘기가 많았지만, 어떤 인물에 관한 얘기도 많이 언급됐다.
바로 강주혁이었다.
그런 TV 화면을 주혁이 팔짱을 끼며 바라볼 쯤, 이수영 총괄 디렉터가 입을 열었고,
“보이세요? 사장님의 브랜드 파워가?”
주혁이 피식 웃었다.
“네. 보이네요.”
“지금 보시는 건 그냥 기사란 한 페이지일 뿐이에요. 뒤 페이지에는 강주혁이라는 이름이 더욱 많아요. 그리고 오늘. 이건 저도 좀 놀랐는데.”
말을 잠시 멈춘 그녀가 손짓하자, TV에 출력하는 화면이 바뀌었다. 화면에는 오늘 터진 마니또 관련 라이넛이 공개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기사들이 보였다.
“대단해요. 이런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성공시키는 건 아마 한국에서 강주혁 사장님 밖에 없을거라 생각해요.”
어느새 정면 TV 옆으로 이동한 이수영 총괄 디렉터가 검지로 화면을 찍었고,
“보세요. 현재에도 몸집을 불리고 있는 이 이슈에도 역시, 강주혁이라는 이름 천지예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계속하세요.”
“물론, 사장님이 의도하지 않으셨을지 몰라요. 하지만 좋든 싫든 지금 국내 또는 해외에서 가지는 강주혁이라는 이름의 브랜드파워가 너무 크고, 방대해요. 언제나 노출이 되고, 언급되죠.”
이어 이수영 총괄 디렉터가 다시 움직여 꼈던 불을 켰고, 강주혁과 눈을 마주쳤다.
“이는 분명 엄청난 홍보 효과고,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할 브랜드 파워임은 분명해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연예계에서만큼은 대기업이 가지는 브랜드 파워와 맞먹으니까. 강주혁이라는 이름이.”
그때,
“그러니까.”
내내 미소를 머금으며 그녀의 말을 경청하던 주혁이 말을 받았고,
“디렉터님이 말씀하신 문제는, 저네요. 이 두 작품이 성공하더라도, 넷플렉스와 작품 자체가 제 그림자에 가려진다는 것. 맞죠? 자칫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이수영 총괄 디렉터가 자리에 다시금 앉으며 양손을 모았다.
“역시, 이미 알고 계셨나요?”
“꽤 오래전부터요. 뭐, 이해합니다. 넷플렉스는 이미 전 세계적인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독보적인 플랫폼이죠. 그런데 최근 새로운 도전을 꾀합니다. 바로 자체 브랜드, 즉,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죠.”
“맞아요. 쉽게 말해, 오리지널 작품을 늘려, 조금 더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려고 해요. 그렇게 보자면 이 두 작품은 너무나 욕심이 나지만.”
그녀의 말을 주혁이가로챘다.
“작품은 탐나지만, 내가 방해된다. 이거죠?”
싱긋 웃는 이수영 총괄 디렉터가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글쎄요.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사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음. 그런가?”
약간은 장난스레 말을 넘긴 이수영 총괄 디렉터에게 주혁이 바로 답했다.
“죄송한데, 디렉터님하고만 얘기할 수 있나요?”
곧, 그녀가 회의실 직원들에게 고개를 돌리자, 직원들 전부가 자리서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황실장도 나가려 했으나, 그를 주혁이 붙잡았다.
이후 1분 뒤,
회의실에는 3명만이 남았고,
“흠-”
짧게 숨을 뱉은 주혁이 반대편에 앉은 이수영 총괄 디렉터에게 말을 던졌다.
“디렉터님, 이건 아직 비공식인데, 저는……”
이어 주혁의 말을 들은 그녀가 양손으로 입을 막으며 놀랐다.
“그게 진짜예요?!”
같은 시각, 삼성동 종합센터.
종합센터 2층, 게임 트레이닝 센터의 휴게실에서 게임구단 ‘VI’의 선수들 모두가 나란히 앉아, TV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
이들이 보고 있는 것은 라이넛이 공개한 마니또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
휴게실에는 오직 ‘K-STAR’의 노래만 울려 퍼졌고, TV에는 캐릭터화한 마니또 멤버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선수들은 미어캣이 됐다.
미어캣처럼 주룩 나란히 앉아, 뮤직비디오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러는 와중.
“와~ 퀄 높아진 것 봐라.”
팀에서 탑 포지션을 맞은 턱살이 늘어진 김우성이 물꼬를 틀자, 바텀 듀오중 더벅머리 박진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테스트 버전 봤을 때도 진짜 죽여줬는데…… 지금은 진짜 – 아. 말을 못 하겠네. 이걸 뭐라 표현해야 되지?”
“그냥, 세 글자, 오진다.”
그때 대형 TV에서 뮤직비디오 재생이 끝났고, 리모컨을 쥐고 있던 주장 장성훈은 마지 홀린 듯이 영상을 리플레이했다.
선수들, 아니, 미어캣들은 다시금 뮤직비디오에 빠져들었고,
“또 봐도 미쳤네. 소장각,”
“이거 스킨 언제 나온대?”
“몰라. 다음 주였나?”
“산다. 무조건 산다. 본캐에 부캐까지 싹-다 산다.”
주장 장성훈의 말에 선수들 전부가 고개를 끄덕였고,
“인정, 이건 사야지.”
눈이 작고, 팀에서 정글을 맡은 문우혁이 끼어들었다.
“너튜브 반응 봤지?”
-벌써 조회수 700만 넘었더라. 미쳤음 진짜. 아까 보니까, 이것때매 우리까지 화제 돼서 운영팀들 막 인터뷰 잡고 난리던데.”
이미 9월에 열린 롤드컵 (월드 챔피언십)의 1차 예선을 당당하게 승리하며 통과한 이들은, 아니, 미어캣들은 연습 중 쉬는 시간을 오롯이 마니또를 보는 데에 쏟고 있었다.
“터졌다. 진짜. 선수인 우리도 이 정돈데, 일반 겜 유저들은 반응이……”
“야야 말해 뭐해. 너튜브 알고리즘 땜시 볼 안 하는 사람들도 겁나 보게 될걸?”
그때 리더 장성훈이 끝난 영상을 재차 재생시키며 읊조렸고,
“오늘 공개했는데, 이 정도면, 이건 무조건 롤드 결승전 오프닝 무대서 마니또님들 공연 각이다.”
정글을 맡은 눈 작은 문우혁이 TV를 검지로 찍으며, 흥분했다.
“미친! 야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 정도면 빌보든지 뭔지 그거 들고 급이 달라질 정도잖아!”
5분 뒤, 다시 넷플렉스 코리아.
짧은 시간 모든 것을 설명한 주혁이 이수영 총괄 디렉터에게 말을 던졌다.
“자~ 이러면 문제 될 것은 없죠?”
그의 말에 살짝 충격을 받은듯한 표정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정말 그렇다면, 네, 문제 될 게 없겠어요.”
그때 주혁이 검지로 앞에 놓인 대본을 찍었다.
“그럼 나도 질문 하나 할까요?”
“네. 하세요.”
“이수영 총괄 디렉터님은 넷플렉스 본사까지 포함해서, 어느 정도 선까지 처리 가능한가요?”
즉, 이수영 총괄 디렉터의 힘이 넷플렉스 내부에서 어디까지 뻗치는지를 물음이었고,
“그건 그러니까.”
그녀가 미소지었다.
“제가 어느 정도 권한을 가지는 것인지 묻는 거죠?”
“맞아요.”
“음- 흔히들 외국계 기업의 지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본사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을많이 받는데요. 대답은 간단해요.”
“어떻죠?”
“한국에서의 활동은 전적으로 넷플렉스 코리아가 결정하고, 실행해요.”
원하는 답변이었는지 어쨌는지, 주혁이 검지로 찍었던 대본들을 그녀에게 밀었다.
“그럼 얘기가 빠르겠네요. 이것저것 거칠 것 없이, 여기서 결정해도 지장이 있을까요?”
곧, 이수영 총괄 디렉터가 고개를 저었다.
“미국에 있는 넷플렉스 본사는 지사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요. 그리고 방금 말씀하신 사장님의 계획이 진짜라면. 네. 제 대답은 ‘고’겠네요. 문제 될 것이 없으니까.”
꽤 커다란 프로젝트가 눈앞에서 결정되는 상황에 황실장이 눈을 끔뻑이는 와중, 주혁이 말을 추가했다.
“우리의 조건은 간단해요. 작품에 칼을 대지 않을 것. 그리고 연출을 맡을 PD는 두 작품 모두 준비된 분들을 쓸 것.”
“들어볼까요?”
“‘왕좌의 무게’에는 김태우 PD, ‘가정부일기’ 에는 최정아 PD.”
“그렇군요. 없어졌던 남자’를 연출한 김태우 PD님과 ‘여자의 복수’의 최정아 PD님이시네요.”
“역시랄까요. 빠삭하시네요.”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능력이 있는 PD님들은 꿰고 있어야죠. 그 두 분이라면 이견은 없어요.”
이어 주혁이 조건을 추가했다.
“그리고 제작사까지는 이미 쓰는 곳이 있을 테니, 넘어가고, 작품이 런칭됐을 때, 넷플렉스의 내부적 프로모션을 해외에 치중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건 기본 중의 기본이에요. 힘써볼게요.”
이수영 총괄 디렉터는 대두됐던 문제점이 해결되자,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그 모습에 강주혁이 입꼬리를 올렸고,
“제가 내건 조건들이 계약서에 명시된다면, 바로 진행해도 됩니다.”
한가지 말을 추가했다.
“속도를 내주시는 만큼, 저도 빠르게 움직일 생각이에요. 시간이 많이 없어서.”
약 1시간 뒤.
어느새 밤 10시가 넘어가고 있을 무렵, 이수영 총괄 디렉터와 여러 자질구레한 얘기와 복잡한 계약서 등의 합의를 마친 주혁이 황실장과 함께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후-”
꽤 고됐는지, 주혁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한숨을 뱉을 때, 그의 옆에 선 황실장이 강주혁을 힐끔거리다. 입은 야상재킷의 지퍼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사장님. 아까 회의실에서 하신 말씀. 진짭니까?”
“네? 어떤?”
“그- 디렉터분한테 문제 해결로서 제시한,”
“아.”
황실장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주혁이 픽 웃었다.
“진짜죠. 가짜겠어요?”
바로 그때,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주혁의 속주머니에서 벨소리가 퍼졌고, 강주혁이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070-1004-1009
핸드폰 화면에 표시되는 발신자를 보자마자, 주혁이 고개를 황실장에게 돌렸다.
“잠시. 화장실 좀.”
“예? 아, 예예.”
대답을 들은 주혁이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가는 복도에서 전화를 받았다. 이어 핸드폰을 터치하던 그가 읊조렸고,
“럭키박스.”
추가로 핸드폰 화면을 그가 및 번 터치하자, 핸드폰이 메시지 도착 알림음을 뱉어냈다. 곧, 끊긴 전화를 내린 강주혁이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한 주혁의 두 눈이 커졌다.
“‘Control?!”
어째선지 그의 입에서 보이스피싱에서 들었던, 아카데미상 영화제에서 6개 부문 상을 탄다는 영화
‘Control’이 뱉어졌다.
이어 잠시간 핸드폰 화면을 내려보며 도착한 메시지 속, 무언가를 확인하던 그가 대뜸 몸을 휙 돌렸고, 주혁이 넷플렉스 사무실 쪽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이것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