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87
선언 (10)
오디션에 배우를 추가시켜달라는 강주혁의 말에, TV를 통해 보이는 마크 헤이스 사장이 흰 턱수염을 쓸었다.
“당신네 배우를?”
“예.”
뭔가 예상치 못했던 조건이었는지, 마크 헤이스 사장이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턱을 쓸던 손가락으로 양 볼을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회의실에는 잠시간 정적이 번졌다.
그 정적이 대중 20초간 유지됐고,
“음-”
마크 헤이스 사장의 침음으로 정적이 깨졌다.
“오디션이라 좀 생각 외의 답변이네요. 대체 무엇을 보고 당신네 배우를 우리 작품에 넣어달라는 건가요?”
어쩌면 당연한 물음이었다. 마크 헤이스 사장으로서는 강주혁은 그저 영화 제목만 알고 있을 거라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강주혁의 대답은 빨랐다.
“엔터테인먼트를 하는 사람이 가능성 보이는 작품에 배우를 넣으려는 것이 이상한가요? 당연한 거라 생각되는데,”
-맞아요. 당연한데, 그 가능성이라는 것을 어디서 캐치했냐는 거지. 당신이 가진 회사는 한국에서 대기업이라고 들었어요. 들어오는 작품이나 제작하려는 작품이 많을 텐데?”
맞는 소리였다. 실제로 강주혁이 수장으로 있는 보이스프로덕션은 지금 현 시간도 무언가를 제안받거나, 만들고 있었으니까.
반면, 다리를 꼬고 있던 강주혁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졌다. 마지 ‘질문이 많은데?’ 정도의 표정.
“사장님. 아까 사장님의 입으로 우리가 의논하고 뭐, 그런 사이는 아니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필요로 하는 것을 말하라고 하셨고, 저는 말했어요. 그런데 물어보시는 것이 많으시네요.”
“……”
강주혁은 웃고 있었지만, 마크 헤이스 사장은 그렇지 못했다. 여전히 궁금증이 덕지덕지 붙은 꽤 진지한 표정. 그런 그에게 주혁이 말을 추가했다.
“그냥 감입니다.”
“감?”
“예. 감이요. 저는 제 감을 꽤 믿는 편이라서요.”
추가된 주혁의 대답조차도, 마크 헤이스의 궁금증을 풀어주진 못한 듯 보였으나, 주혁은 당신의 이해 따윈 상관없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쩌시겠어요?”
밑도 끝도 없이 밀어붙이는 강주혁의 모습을, 살짝 놀란 듯 입 벌린 채 쳐다보는 이수영 총괄 디렉터였고, 그쯤 TV속 마크 헤이스 사장이 짧게 숨을 뱉었다.
“후- 좋아요. 다만, 비공개 오디션이라 오디션 자체도 밖으로 새면 안 되고, 당신의 배우가 최종합격을 하면 모를까, 1자나 2차 오디션에 합격했다 해도, 정식 시나리오를 볼 수 없습니다.”
“이해해요. 그럼, 오디션은 자유 연기나 지정 연기를 랜덤으로 진행하겠네요.”
“맞아요. 오디션에선 우리가 준비한 쪽대본이 나갈 예정이고, 그 쪽대본에는 작품의 성격이 부여되지 않은, 오직 대사만 적혀 있을 겁니다.”
“배우의 역량만으로 풀어내야 겠네요.”
주혁의 대답에 마크 헤이스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리고 당신이 이 작품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는데, 얼마를 생각하나요?”
던져진 물음에 강주혁이 속으로 읊조렸다.
‘분명, ‘Control’의 총제작비가 7, 000만 달러라고 했었지?’
한화로 대략 800억이 넘는 돈, 물론, 마케팅 비용은 제외한 제작비겠지만, 주희의 대답은 일말의 고민조차 없었다.
“제가 전부 책임져도 되는데요.”
강주혁이 TV 속 마크 헤이스 사장을 똑바로 응시하며 답을 뱉어내자, 헛웃음이 들려왔다.
“허- 이 영화 총제작비가 얼만지 알고?”
“얼마가 됐든, 가능합니다.”
“……3, 000만 달러, 3, 000만 달러 정도면 어떻겠어요.”
곧, 마크 헤이스 사장의 입에서 3, 000만 달러가 뱉어졌다. 한화로 350억 정도, 어쨌든 대답을 들은 주혁이 얼굴을 살짝 꺾었다.
‘총제작비보다 살짝 아래군. 뭐, 당연한가? 큰 프로젝트고, 자기들이 메인이어야만 하겠지.’
사실, 강주혁이 영화 ‘Control’에 굳이 투자하려 하는 것은 보이스프로덕션의 인지도 상승이 가장 큰 이유였다. 즉, 10억이든 100억이든 1000억이든 발만 걸치면 그만이라는 뜻.
이어 주혁이 꼰 다리의 방향을 바꾸며 산뜻하게 대답했고,
“좋아요. 3000만 달러,”
대답이 너무 산뜻했는지 TV 속 마크 헤이스 사장이 흰색 섞인 오른쪽 눈썹을 살짝 추켜세웠다.
“확인을 해보죠. 그러니까, 당신이 우리의 비밀을 지켜주는 대가로 바라는 것은, 비공개 오디션에 배우 참가 그리고 우리의 영화에 투자하게 해주는 것. 맞나요?”
“맞아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이 통화 이후에 무언가를 추가해도, 소용없습니다. 확실한가요?”
“확실해요.”
재차 확인했음에도 강주혁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쯤 마크 헤이스 사장이 마무리를 지었다.
“좋아요. 앞으로 당신과 연락과의 대화는 코리아의 수영이 맡아줄 거고, 최대한 빠르게 계약서를 보내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곧, 마크 헤이스 사장을 비추던 TV가 또다시 검은색을 출력했다. 연결이 끊겼음을 의미했고, 그런 암흑만이 보이는 TV 화면을 쳐다보던 강주혁의 고개가 반대편, 꽤 대단한 얘기가 오간 것 때문인지 두 눈이 커진 이수영 총괄 디렉터에 닿았다.
“디렉터님. 아까 주시려던 커피, 지금 좀 받을 수 있어요?”
그 시각, 미국 넷플렉스 본사 사장실.
방금 강주혁과 화상동화를 마친 마크 헤이스 사장이 잠갔던 정장 재킷을 풀며 자리서 일어났고, 앞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다.
“그렇다는군.”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뱉은 마크 헤이스 사장의 말에, 이상하게도 누군가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런데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대답이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 그가 내세운 조건 중에 그에게 이득이 되는 게 없잖아?”
“확실히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던질 만큼, 특이한 남자군.”
“갑자기 투자 얘기는 또 뭐지?”
사실, 마크 헤이스 사장의 사무실에는 넷플렉스의 중책들 너댓명이 모여있었고, 이들은 마크 헤이스 사장과 강주혁의 화상통화를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감독, 당신은 어떻게 봤어요?”
이곳에는 존 스필버그 감독도 합께였다.
“글쎄. 다른 건 모르겠으나, 뭔가 정상적인 남자가 아니라는 건 알겠군.”
백발을 올백으로 넘긴 존 스필버그 감독이 동그란 안경을 추켜 올리며 간단히 답하자. 그의 옆에 앉아 있던 민머리 외국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그냥 멍청한 거 아닌가? 오디션이야 대충 형식만 갖추고, 우리 쪽에서 그 남자가 보낸 배우를 떨어트리면 그만이고, 투자에 관해서는 우리가 더 이득이잖아?”
그때 민머리 남자의 반대편, 키가 길쭉한 단발 여자가 다리를 꼬며 픽 웃었다.
“나는 마음에 들어. 일을 진행함에 있어 막히는 게 없잖아? 3,000만 달러를 무슨 300달러 던지듯 거침없었어. 마크. 이 딜은 받아도 되지 않겠어요? 스티븐의 말처럼 그가 보내는 배우야. 그냥 떨어트리민 그만이니까.”
여자의 말에 책상에 엉덩이를 걸친 채, 팔짱을 낀 마크 헤이스 사장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흠. 분명 그 남자가 ‘화이트 빅 마우스’로 재미를 좀 봤으니, 투자하려는 것은 이해가 돼, 뭣보다 지금 우리는 아시아 시장 확장하는 시기고, 한국은 컨텐츠 강국이니 그의 보이스프로덕션과 길을 터두면 우리로선 나쁠 게 없어.”
곧, 다리 길쭉한 여자가 빙긋 웃었다.
“내 말이 그 말이에요. 수영에게 들어보니, 이미 보이스프로덕션 측과 드라마 2개 계약을 코앞에 두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상황에 사이를 굳이 헤질 필은 없지 않겠어요?”
죄다 맞는 말이었지만, 마크 헤이스 사장은 뭔가 미심쩍은 듯한 표정으로 얼굴을 쓸었다.
“그런데, 그런데 뭔가 이상해. 너무 우리만 좋은 조건이잖아? 한국에서 엔터테인먼트를 그렇게 크게 만들 정도의 남자야. 그런 남자가 이렇게 멍청한 딜을 하는 게 말이 되나?”
곧, 사장실에 궁정의 침묵이 흘렀다. 분명, 말이 안 되기는 했다. 방금 화상통화에서 강주혁이 제시한 조건은 누가 들어도 넷플렉스가 이득이었으니.
어쨌든 마크 헤이스 사장이 긴 한숨을 뱉었다.
“뭐, 일단은 가봐야겠지. 앤, 수영에게 최대한 빨리 계약서를 전달해요. 비밀 유지 계약서까지 함께.”
“알았어요.”
여자의 대답을 들은 마크 헤이스 사장의 시선이 제일 끝쪽에 앉아, 뭔가 생각에 빠진 존 스필버그 감독에게 닿았다.
“감독, 그 남자가 보내오는 배우가 오디션을 볼 때는.”
“내가 지음에도 말했지만.”
그런데 대뜸 존 스필버그 감독이 마크 헤이스 사장의 말을 잘라냈다.
“이번 작품의 오디션은 오로지 배우의 연기만 볼 거네. 유명세나 경력 같은 부수적인 것은 이번 오디션에서 볼 필요가 없어. 오직 배우의 연기력만 보고 판단할 거야.”
“……음”
존 스필버그 감독의 칼 같은 대답에 마크 헤이스 사장이 침음을 뱉었고,
“그 남자, 강주혁이라고 했지?”
단언하듯 존 스필버그 감독이 말을 추가했다.
“그가 보내온 배우가 오디션에서 괜찮게 연기를 한다면, 조·단역이든 조연이든 역할을 맡길 거네.”
하지만 그의 입에서 ‘주연’ 이라는 단어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틀 뒤, 21일 목요일 아침.
주혁이 출근하자마자, 입었던 트렌치코트를 벗을 때였다.
♬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속주머니 속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황실장님.
상대는 황실장이었다. 이어 벗은 트렌치코트를 대충 의자에 걸친 주혁이 전화를 받았다.
“네, 황실장님.”
곧, 핸드폰을 통해 황실장의 낮은 음성이 들렸고,
“사장님, 일전에 말씀하신 웹소설 작가분. 찾았습니다.”
주혁이 등을 의자에 움푹 기대며 답했다.
“그래요? 그럼 정중하게 모셔오세요. 지금,”
몇 시간 뒤, 보이스프로덕션 본사 대회의실. 넓디넓은 대회의실에 검은색 경량 패딩을 입은 황실장과 처음 보는 남자가 앉아 있다.
“……”
남자는 뭐가 긴장되는지, 앞에 놓인 종이컵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런 남자의 바가지미리를 연상케 하는 헤어스타일과 코가 상당히 커 보였다. 모습은 어쨌든 그가 손목에 찬 시계를 볼 때였다.
-끼익.
“안녕하세요.”
회의실에 정장 입은 강주혁이 등장했다. 덕분에 자리서 벌떡 일어난 남자가 말을 더듬었다.
“허, 헐, 아니! 아, 안녕하십니까! 장진곤입니다!”
강주혁을 실제로 봐서 놀랐는지 어쨌는지, 자신을 장진곤이라 소개한 남자가 잔뜩 얼어붙었고,
“하하.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반갑습니다. 강주혁입니다.”
“예예! 아, 알아요! 강주혁님 모르면 한국 사람 아니죠!”
방방 뛰는 장진곤의 맞잡은 손을 놓은 주혁이 그를 자리에 앉혔다. 이어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주혁이 물었다.
“몇 살이시죠? 대충 봐도 어려 보이는데.”
“올해 20살이요!”
“20살? 그래요?”
“넵!”
큰 코를 벌렁거리며 당차게 대답하는 장진곤의 얼굴을 보던 주혁이 들고 온 흰색 태블릿을 올렸고, 태블릿 화면에는 한 웹소설이 출력되고 있었다.
“오늘 보자고 한 것은 이 작품 때문이에요. 1287화 연재, 대단합니다. 거의 4년째 연재 중이네요.”
주혁의 극찬에 바가지머리를 긁적인 장진곤이 혜혜 웃었고,
“그, 그냥 쓰다 보니 이렇게.”
대뜸 주혁이 양손을 모으며 다시 물었다.
“그래서. 진짜 작가님은 어디 계십니까?”
곧, 헤헤 웃던 장진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예?”
“이 웹 소설을 쓴 진짜 작가님이 지금 어딨는지 물었습니다.”
주혁이 태블릿에 출력되는 웹 소설을 검지로 찍으며 되묻자, 얼굴에 어둠이 드리운 장진곤이 억지웃음을 뱉었다.
“하……하. 죄송한데요.. 진짜 작가라니, 전데요. 이거 제가 쓴 게 맞는데.”
“진짜요?”
“예예 제가 쓴 게 맞는데.”
여전히 억지웃음인 장진곤의 얼굴을 보던 주혁이 다리를 꼬았다.
“반응이 뭔가 어색하시네요. 보통이면 이런 상황에 화를 내야되는 거 아닌가? 지금 처음 본 사람이 대뜸 자신이 쓴 작품을 부정하고 있다면?”
“아……아 그게.”
눈에 띄게 당황하는 장진곤. 그쯤 주혁의 시선은 이미 태블릿에 닿아 있었다. 태블릿이 표시하는 웹소설의 제목은 이랬다.
-제목: 단역인데 자꾸 주연 취급을 한다.
-연재: 총 1287화
그런 웹소설 제목을 보던 주혁이 픽 웃으며 말을 뱉었다.
“다시 물어볼게요. 진짜 작가님은 어디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