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88
선언 (11)
이후로 장진곤은 침을 튀기며 변명하듯 말을 뱉어냈다.
“제가 쓴 게 맞는데요! 제, 제가 원래 예전부터 글쓰기를 좋아해서요! 뭔가 글을 쓰면 훅! 집중되면서, 생각이 안 나고! 그리고 또!”
그런 그를 가만히 지켜보던 주혁이 작게 숨을 뱉으며 보이스피싱에서 들었던 미래정보를 떠올렸다.
며칠 전 강주혁이 보이스피싱을 상대로 대담한 실험을 벌였을 때 들었던 정보,
[완벽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알고 보니 국내에 있는’입니다! ] [헐리웃에서 4편까지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5편까지 제작 확정된 영화 ‘Magician k의 원작이 ‘알고 보니 국내에 있는 한국의 웹 소설 단역인데 자꾸 주연 취급을 한다로 밝혀지면서, 꽤 화제에 오르게 되는데요! 이후 이 웹 소설의 원작자가 장진곤이 아닌, 실제 원작자가 따로 있으며 장진곤이 원작자에게 정산을 제대로 해주지 않은 것까지 밝혀지면서 큰 논란을 낳습니다!] [VIP 정보: 이 논란으로 Magician k의 5편이 제작 중단됩니다!]이 정보를 듣자마자, 주혁이 떠오른 것은 하나였다.
‘대필’
앞에 앉은 장진곤과 아직 만나보지 못한 진짜 작가의 관계라든지 아니면 상황까지는 주혁이 알지는 못했지만, 보이스피싱 미래정보만 보면 장진곤은 그냥 얼굴마담이고, 글을 쓰는 작가는 따로 있다는 것.
‘와중에 이 작품이 해외 쪽에 판권이 팔리고, 다음으로 나온 영화가 ‘Magician k ”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Magician k’라는 영화는 헐리웃에서 4편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초대박을 치고, 5편 제작까지 확정.
‘문제는 과정이야 모르겠지만, 이 장진곤이 진짜 작가에게 정산을 똑바로 안 해준다. 그래서 실제 작가가 자신을 밝히며 나타난 건가? 뭐, 나한테는 상관없긴 하지’
추측이야 할 수 있었지만, 사실 강주혁에겐 의미 없었다. 주혁은 이미 진짜 작가가 있음을 알고 있고, 이 웹소설이 영화로 탄생했을 때, 헐리웃에서 대성공을 한다는 것만이 중요했다.
곧.
“이게- 글 쓰는 거 진짜 오래 걸리거든요? 가끔은 진짜 8시간이 걸릴 때도 있어요. 죽죠. 그래도 꾸준히 쓰는 이유는.”
“진곤씨.”
주혁이 앞에서 여전히 나불거리고 있는 장진곤의 말을 잘랐고,
“예?!”
어느새 돼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한 주혁이 코 큰 장진곤 쪽으로 몸을 당겼다.
“다시 말합니다. 이거 진곤씨가 쓴 거 아니잖아요. 진짜 작가 어딨습니까.”
“……아.”
장진곤이 주혁의 기백에 눌렸는지 말문이 막혀버렸고,
-스윽.
내내 대화를 듣고 있던 황실장이 약간 격양된 표정으로 자신의 검은색 다이어리를 펼쳤다.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했기에, 정보들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 황실장을 강주혁이 말렸고,
“괜찮아요. 황실장님, 제대로 찾아오셨어요.”
다이어리 보던 황실장의 시선이 강주혁에게 닿았다.
“방금은 작가가 따로 있다고.”
“네. 작가는 따로 있어요.”
이어 주혁의 시선이 황실장에서 입 벌린 장진곤에게 옮겨졌고,
“총 1287화 연재. 그런데 이 소설을 보는 사람이. 엊그제 15명, 어제 13명, 오늘 8명, 심지어 유료도 아니고, 무료소설. 어떻게 보자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글이 좋아서 쓰는 수준이니까.”
장진곤의 얼굴을 보며 말을 쏟아내던 주혁이 고개를 살짝 꺾으며 미소지었다.
“그런데 여기 계신 진곤씨한테는 그런 글 욕심이 안 보여요. 내 회사 소속 작가님들이 내풍기는 그런 느낌이 없어.”
이어 주혁이 검지로, 웹소설을 출력하고 있는 흰색 태블릿을 툭툭 쳤다.
“이 친구는 아마 얼굴마담으로 전면에 나서는 정도만 해주고 있고, 진짜 글 쓰는 작가는 따로 있을 겁니다.”
말을 마친 그가 장진곤을 다시 불렀다.
“진곤씨.”
“……”
“솔직히 말해서, 여기서 진곤씨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찾을 수 있어요. 그냥 시간문제일 뿐이죠.”
주혁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장진곤이 직접 말하고, 바로 움직이는 것이 베스트였다.
간단했다. 보이스피싱에서 들었던 미래정보에서는 해외에서 언제 이 웹소설을 채가는지, 시기가 나와 있지 않았다.
즉, 그 시기가 당장 오늘일지 내일일지도 모른다는 것. 만약 당장 오늘 헐리웃의 어느 영화사가 이 웹소설 ‘단역인데 자꾸 주연 취급을 한다’의 판권을 채간다면 골치 아파질 것이 빤했다.
‘아니, 판권을 헐리웃에 뺏긴다면 골치 아픈 것이 아니라, 작품 자제를 포기해야 돼.’
한마디로 강주혁은 여기서 장진곤을 잘 구슬려, 진실을 받게 해야 했다.
“진곤씨. 어떻게 하시겠어요? 계속 숨기겠어요? 전전긍긍하면서?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진짜 작가님을 찾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실체만 모를 뿐, 정황은 모두 알고 있다는 뜻이에요.”
주혁이 다독이자, 어느새 불안하게 눈알을 굴리던 장진곤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고,
“…… 걔 집에서 안 나와요.”
“집에서 안 나온다?”
시선을 내렸던 장진곤이 강주혁과 눈을 맞췄다.
“네. 아시죠? 은둔형 외톨이. 걔가 그거에요.”
두 시간 뒤, 점심 무렵, 용인 수지구.
수지구의 어느 원룸촌. 그중 4층짜리 원룸 건물 301호 문 앞에 선 장진곤이 뭔가 고민하듯 큰 코를 매만지다. 뒤쪽에 선 강주혁에게 시선을 보냈다.
이어 짧게 숨을 뱉은 장진곤가 301호 철문에 노크했다. 세 번 정도.
-똑, 똑, 똑.
“중재야. 나야.”
그러나 굳게 닫힌 철문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었고,
“나라고! 야 고중재!”
장진곤가 언성을 살짝 높이자, 문 안쪽에서 사람 인기척이 느껴졌다.
-덜컥, 띠리릭.
곧, 걸쇠 푸는 소리와 도어락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철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장진곤의 뒤쪽에 선 강주혁에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 퀴퀴한 냄새와 함께 거친 남자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미안……잤어.”
“중재야. 누가 널 찾아왔어.”
“뭐라고?”
작게 열린 문틈으로 고중재라 불린 남자의 머리와 얼굴까지 반쯤 튀어나왔다. 원룸 안 고중재의 머리는 길었다. 앞머리만으로 얼굴의 눈까지 덮을 정도.
그런 반쯤 얼굴을 내민 고중재의 가려진 눈이 이윽고 장진곤 뒤에 선 강주혁에게 닿았다.
“헉!”
-덜컹
곧, 고중재의 얼굴이 사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철문을 잡고 있던 장진곤가 문을 활짝 일었다. 사라진 고중재는 신발장에 엉덩방아를 찧은 상태였다.
“뭐. 뭐야!”
엎어진 고중재는 엉덩방아를 찧은 충격 때문인지, 얼굴을 가렸던 앞머리들이 지워진 상태였다. 덕분에 그의 얼굴이 꽤 선명하게 보였다.
오른쪽 눈 주변에 흉터.
이어 문 쪽으로 다가선 주혁이 고중재의 얼굴을 확인했다.
화상흉터?
정획하진 않았다. 다만, 그냥 주혁이 보기에는 화상 흉터처럼 보였다. 오른쪽 눈 주변으로 벌건 흉터가 주먹만 하게 포진해 있었다.
‘저 흉터 때문에 앞머리로 얼굴을 가리는 건가? ‘
거기다 장진곤은 고중재가 은둔형 외톨이라 말했었다. 무슨 과거 있는지는 알 수 있으나, 어쨌든 주혁은 앞에 엎어진 고중재가 좋지 않은 과거를 보냈음을 추측했다.
하지만 주혁은 고중재의 흉터에 관한 생각은 금방 날려 보냈고,
“작가님.”
여전히 신발장에 엎어져 있는 고중재에게 강주혁이 담담하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세요.”
“……예? 아!”
그때야 자신이 엎어져 있음을 인지했는지, 고중재가 다급하게 치워진 앞머리로 얼굴을 가리며, 주혁이 내민 손의 도움은 받지 않고, 스스로 일어났다.
“강주혁……맞죠?”
“네, 맞아요.”
“아니, 왜 여길”
여전히 강주혁이 자신에 집에 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 보이는 고중재에게 주혁이 바로 본론을 던졌다.
“작가님이 쓰신 웹소설을 제가 사고 싶어서요.”
잠시 뒤.
고중재가 사는 원룸이 좁은 관계로, 피치 못하게 황실장은 신발장에 서 있었고, 강주혁만 원룸 내부에 들어섰다.
“흠.”
원룸에 들어온 주혁이 천천히 원룸은 둘러봤다. 싱글 침대 매트 하나, 노트북 하나 좌식 의자, 작은 책상이 끝이었다. 여전히 앞머리로 얼굴을 가린 고중재와 장진곤은 나란히 침대매트에 앉아 있었다.
“작가님.”
그 둘 중, 고중재를 주혁이 불렀고,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던 고중재가 작게 답했다.
“……예.”
“여기선 얼마나 사신 겁니까??”
“몰라요. 대충 3년 정도.”
“두 분 동갑 아닙니까?”
“맞아요.”
나란히 앉은 고중재와 장진곤를 내려보던,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주혁의 시선이, 들어오는 빛을 완벽히 차단하는 암막 커튼으로 향했다.
‘장진곤와 동갑이라면 이 아이도 20살, 그럼 이 캄캄한 곳에서 고등학교 때부터 산 건가?’
이 부분에서 파생되는 질문은 많았다. 부모님은? 형제자매는? 돈은 어디서? 주 수입원은? 등등 많았지만, 강주혁은 그런 시시콜콜한 질문 대신, 그저 수긍했다.
“그래요. 그렇군요.”
답한 주혁의 고개가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앉은 고중재에게 내려갔다. 지금 이 아이의 모습 그리고 이 원룸, 은둔형 외톨이인 상황, 냄새 등, 주혁은 지금 고중재에게서 과거 자신이 보였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해.’
그는 위로도 잘 못 할뿐더러,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과거 강주혁이 그랬듯, 고중재도 스스로 세상을 받아들여야 했다. 아무리 남이 떠민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 아이가 움직일 수 있을 만한 기폭제는 만들어 줄 수 있겠지.’
강주혁에게는 보이스피싱이 기폭제였고, 고중재에게는 주혁이 기폭제가 될 참이었다.
“작가님.”
“말씀드렸다시피, 작가님의 작품의 판권을 제가 사겠습니다.”
말을 마친 주혁이 신발장에 선 황실장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황실장이 원룸으로 들어와 흰색 서류봉투를 앉은 고중재에게 내밀었다. 곧, 앞머리로 얼굴이 반쯤 가려진 고중재의 고개가 들렸고,
“뭐예요? 이거?”
주혁이 간단히 답했다.
“판권 계약서예요.”
답을 들은 고중재가 받은 서류봉투 안에서 종이 몇 장을 꺼냈고,
“……!”
곧, 두 눈이 커졌다.
“이… 이 돈을 전부 주시는 거예요?!”
“물론이죠. 숫자 하나 안 틀리고, 작가님께 지급되는 판권롭니다. 그리고,”
말을 잠시 멈춘 강주혁이 앉은 고중재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몸을 낮추며 미래를 읊조렸다.
“진 작가님의 작품을 해외에 팔아볼까 해요. 초장편으로”
같은 날, 늦은 밤.
보이스프로덕션 본사 주변 한정식집의 룸 안, 두 남자가 앉아 있다.
“어흠!”
최근 라이넛과 진행한 프로젝트. 즉, ‘K-STAR’ 관련 해외 스케줄을 마치고 귀국한, 여전히 대학교수 같은 모습의 최상희 감독, 그리고, 말없이, 팔짱 낀 채 메뉴판을 내려보고 있는 김삼봉 감독이었다. 김삼봉 감독은 영화 ‘도적패’ 부터 ‘폭풍 까지 쉼없이 찍었기 때문인지. 흰머리가 그새 더욱 늘어난 모습이었다.
어쨌든 룸 안은 어색한 침묵이 흘렸다.
당연했다. 두 감독이 딱히 친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폭풍전야’와 ‘폭풍’을 같이 제작한 사이이긴 했으나, 엄밀히 따지면 따로따로 진행한 것이었기에 두 감독이 어색한 것.
그쯤.
“김삼봉 감독님.”
무거운 침묵을 참다못한 최상희 감독이 물꼬를 텄고,
“괜찮으십니까? ‘도적패’부터 ‘폭풍’까지 연달아 천만을 달성하셔서, 여기저기 엄청 불려서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보던 메뉴판 한 장을 넘긴, 과묵한 김삼봉 감독이 짧게 답했다.
“괜찮아. 초반이나 그랬지, 요즘은 한산하네.”
“아……그렇군요.”
다시 찾아온 정적, 이번엔 김삼봉 감독이 입을 열었다.
“자네가 만든 그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야말로, 요즘 시끄럽더군, 잘 만들었어.”
대뜸 던져진 칭찬에 최상희 감독이 머리를 긁었고,
“뭘요. 계획, 컨셉부터 판 자체도 사장님이 짜셨는데요. 저야 숟가락이나 얻은 거고”
“그래. 그 강사장은 언제 온다는,”
바로 그때,
-드르륵
어색한 룸 안의 분위기가 문이 열리자마자, 반전됐다.
“죄송해요. 늦었습니다.”
정장 재킷을 한 손에 든 강주혁이 등장했기 때문. 그가 등장하자마자, 무거운 어색함이 사라졌고, 최상희 감독이나 김삼봉 감독은 마치 짠 듯이 강주혁과 인사를 나눴다.
“후-”
이어 짧은 숨을 뱉은 주혁이 목이 났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물 한 컵을 원샷했고.
-탁!
탁자 위에 흰색 태블릿을 올리며 강주혁의 시선이 주름진 김삼봉 감독에게 닿았다.
“감독님, 저번에 쓰신다던 차기작, 혹시 지금 진행 중이십니까?”
그러자 김삼봉 감독이 팔짱 끼며 고개를 저었다.
“생각 중이야. 작품을 받을지, 작품을 쓸지.”
대답을 들은 주혁의 고개가 이번에는 최상희 감독에게 돌았다.
“감독님은요?”
“예? 아, 저야 기획 중인 게 있긴 한데, 당장 할 생각은 아닙니다.”
두 감독의 대답을 들은 주혁이 뭔가 잠시 생각하는 듯 턱을 쓸다가, 탁자에 놓인 태블릿을 켰고,
“제가 두 분께 차기작 제안을 할까 합니다. 그런데.”
이어 켜진 태블릿을 조작하던 주혁이 웃었다.
“이번엔 판이 좀 커요.”
그때,
-띠링!
강주혁의 핸드폰이 문자 도착음을 뱉었고,
“아, 잠시만요.”
핸드폰을 꺼낸 주혁이 메시지를 확인했다. 보낸 이는 추민재 부장이었고, 내용은 이랬다.
-사장님 전화했었네? 쏘리쏘리, 씻느라 못 받았다. 지금 전화 되나?
그런 그에게 주혁이 답장을 보내기 시작했고,
-아니, 굳이 전화까진 할 필요 없고, 다음 주 월요일 아침에 회의 좀 잡아줘. 장소는 본사 대회의실.
회의에 참석할 인원들을 적었다. 그런데.
-참석한 인원은, 보이스프로덕션 본사, 지사, GM엔터, 보이스 라이브러리 등 간부급 전원 참석시켜줘, 회의에 참석할 인원이 너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