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89
선언 (12)
추민재 부장에게 답장을 보낸 강주혁이 핸드폰을 탁자 위에 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죄송합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그나저나 이번엔 판이 크다는 게 무슨.”
“아-”
이어 주혁의 핸드폰 옆에 놓인 흰색 태블릿을 탁자 중앙으로 민 그가 말을 이었다.
“두 분 차기작으로 이건 어떨까요?”
태블릿을 먼저 집은 것은 김삼봉 감독이었다. 그런데 김삼봉 감독은 태블릿에 출력되는 것이 꽤 익숙한지, 보자마자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이건……웹소설인가?”
“예. 맞아요. 웹소설.”
“1287화? 양이 꽤 되는군.”
“그렇죠? 그리고 그 웹소설 판권을 오늘 낮에 제가 샀습니다.”
“예?!”
곧, 김삼봉 감독에 손에 들렸던 태블릿이 최상희감독에게로넘어갔고,
“그래. 뭐, 좋아. 웹소설이 영화화된 사례도 패많으니까. 이해는 돼, 그래서, 이 웹소설로 판을 어느 정도나 키울 생각인가?”
던져진 되물음에 주혁이 아주 간단하게 답했다.
“이번에도 ‘폭풍전야’와 ‘폭풍’처럼 동시 제작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똑같이?”
“예. 계획 자체는요. 그런데 과정이 좀 달라요.”
“과정이 다르다?”
그쯤 시선이 태블릿에 박혀있던 최상희 감독이 고개를 팍 들었다. 덕분에 그가 쓰고 있던 동그란 안경이 흔들거렸고,
“과정이 다르다는 건! 혹시 애니메이션은 온라인으로 판매한다든지, 그런!”
“아니요. 저번에 말씀드렸을 텐데요, 감독님은 국내애니메이션 시장을 개척해주셨으면 좋겠다고요.”
“그럼 과정이 다르다는 건.”
이어 들고 있던 물컵을 내린 주혁이 다리를 꼬았다.
“시리즈 5편 보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5편, 영화 5편, 동시에.”
“……설마. 자네 이 소설로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노리는 건가?”
“정확하게 보셨어요.”
단어 자체는 익숙하면서도 국내에서는 어색한, 만화, 소설 등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속 세계관은 통합돼있지만, 캐릭터별로 차별화된 에피소드인 시네마틱유니버스.
“헐리웃에서는 숱한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가 존재하지만, 국내는 아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걸 제가 한번 해볼까 합니다.”
주혁의 포부에 김삼봉 감독은 입을 다물고 침음을 뱉었고, 최상희 감독은 반대로 입을 쩍 벌렸다. 와중에 강주혁이 말을 이었다.
“웹소설 내용은 꽤 간단합니다.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 주인공의 이야깁니다. 들어가고 보니, 마법사세계였고, 거기서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는 스토리지만, 나오는 캐릭터가 방대하고 하나하나 히어로적인 색깔도 짙어요.”
말을 마친 그가 여전히 입을 쩍 벌린 최상희 감독에게 말했고,
“영화 ‘폭풍’이 애니메이션 ‘폭풍전야’의 스핀오프였다면 이번에는 영화가 본편, 애니메이션이 스핀오프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던져진 주혁의 시선은 천천히 김삼봉 감독에게 이어졌다.
“즉, 영화 본편인 1편이 개봉하면 동시 제작하던 애니메이션이 그 본편의 스핀오프로, 외전 격으로 바로 개봉합니다. 그렇게 5편까지 진행하는 거죠.”
곧, 쩍 벌린 최상희 감독의 입에서 현실이 뱉어졌다.
“그, 그렇게 판을 크게 벌였다가! 망한다면! ”
“뭐, 망하면 망하는 거죠. 그런데 어차피 우리는 도전자고, 이 정도 스케일로 도전해야 세상이 알아볼겁니다.”
그에 반해, 김삼봉 감독은 꽤 흥미로운 미소를 머금으며 턱을 쓸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걸 만들면 마볼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보이스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불리겠군, 좋아. 이 나이에 이 정도 프로젝트를 만나기도 힘들지. 난 합류하지.”
이미 ‘폭풍’부터 여러 가지 작품을 강주혁의 눈을 믿고 있던 김삼봉 감독의 대답은 빨랐고, 이젠 최상희 감독의 대답만이 남았다.
“하…… 처음 스카웃 제안받았을 때, 얼토당토않은 계획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진행하시네요. 후- 예. 저도 하겠습니다.”
두 감독의 입에서 오케이 사인이 뱉어지자마자, 주혁이 미소지으며 양손을 모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폭풍’, ‘폭풍전야’와는 시작부터 다르게 갈 겁니다.”
“다르게 간다?”
“예, 구성 스밥부터 영화 각색 작가까지 모든 인원을 헐리웃에서 충당합니다.”
이어 탁자에 놓인 태블릿을 주혁이 끌어왔고,
“제작사는 제가 헐리웃에 설립한 영화사 보이스필름스튜디오가 맡습니다.”
강주혁이 결론을 던졌다.
“즉, 이번엔 아예 헐리웃 개봉부터 시작하겠다는 말이죠.”
다음 날 아침.
이후부터 강주혁은 사무실에 들어박혔다. 무언가 열정적으로 하고는 있었지만, 정확하게 강주혁이 뭘 하는지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어쨌든 강주혁이 사무실에 들어박혀 지내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 녹아 없어졌다.
와중,’Uglygirl’ 의 모든 작업을 마친 해나가 귀국했다.
헤나는 촬영은 물론이고, 추가로 발생 되는 후시녹음부터 극 중에 추가되는 노래 믹싱까지 모두 마무리를 지었고, 감독인 마리 미코와 그녀의 스탭들은 곧장 영화 후반 작업인 편집에 들어갔다.
“사장님!!”
어쨌든 한국에 귀국한 헤나는 곧장, 보이스 프로덕션본사의 사장실에 들이닥쳤다.
“마니또 애들 뭐예요? 지금 해외 난리 난 거 알아요?!! 영화 스탭들이 나한테 막 마니또 애들 아냐고 묻고, SNS도 마니또 애들 얘기로 미쳤던데!! ”
촬영을 마치자마자 염색했는지, 회색 단발인 헤나가 호들갑을 떨자, 주혁이 자리에 앉은 모습 그대로 간단하게 답했다.
“알아요.”
“어? 알아요? 아니아니! 한국 말고요! 해외 말이에요. 해외!”
“네. 해외. 지금은 알아서 굴러가게 내버려 두고 있지만, 곧 우리 쪽에서 작정하고 스노우 볼을 굴리기 시작하면 K-POP의 영향력이 꽤 커질 거예요. 어떠한 유행처럼.”
“……어? 아직 아무것도 안 했다는 거예요?”
“안 했어요.”
“그런데 그 정도라고?”
바로 앞에 서서 두 눈을 끔뻑이는 헤나에게, 주혁은 그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강주혁을 물끄러미 내려보던 혜나가 뒤쪽 의자를 빼내 조용히 앉았다.
“그럼 우리 쪽에서 지금 이 사태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
“글쎄요. 당장 이렇다저렇다 답을 내리긴 어렵지만, 잘만 굴린다면 전 세계적으로 꽤 재밌는 모습을 볼 수 있겠죠.”
“허-”
“그리고 이 흐름은, 밈처럼 K-POP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면, 당연히 헤나씨의 ‘Uglygirl’에도 그 관심이 옮겨붙게 될겁니다.”
대답을 들은 헤나가 이제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떴다.
“어! 맞아! 내 영화도 K-POP 주제로………”
“엄밀히 따지자면 ‘Ugly girl’은 K-POP이 주제는 아니죠. 설정 중 하나일 뿐이고, 중간중간 헤나씨의 노래가 들어갔을 뿐. 그래도 상관없어요. 분명히 지금의 이 현상이 ‘Ugly girl’에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어 미래의 꽃길이 머릿속에 펼쳐지는지 어쩌는지, 헤나가 양손으로 입을 막으며 웃었다. 그게 대충 1분 정도 이어졌고,
“헐-”
순간, 고개를 팍 들어 올린 헤나가 강주혁에게 물었다.
“혹시, 사장님. 이거 전부. 그러니까 타이밍부터 이런 반응까지 전부 계산하고 짠 거? 생각해보면 마니또 애들 터진 것부터 ‘Ugly girl’이 개봉할 시기가 너무 딱 맞아떨어지는데.”
그녀의 호기심 섞인 물음에도 주혁은 그저 픽 웃을 뿐이었다.
“글쎄요.”
및 시간 뒤.
헤나가 돌아간 뒤에도 주혁은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채, 해가 떠 있는 시간부터 사라진 시간까지 그리고 다시 해가 떠오를 때까지도 사무실에 있었다.
“마니또는 때가 됐을 때, 스노우 볼을 밀기만 하면 돼. ‘Ugly girl’도 편집만 남았고.”
사실, 그가 사무실에 들어박혀서 하는 일은 그간 벌여놓은 일은 훌는 것이었다. 결과만 남은 일 또는 손을 좀 대야 하는 일 아니면 계속 신경을 써야 하는 일 등등.
“‘없어졌던 남자’ 시즌2는 시청률 40%대 유지 중이니 딱히 문제없어. 라이넛 관련 일도 이대로만 진행되면 되고……”
주혁은 수많은 일들을 재차 확인했다. 사실, 현재는 강주혁이 푸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추진력을 얻어 잘굴러가는 것들이었지만, 그래도 확실함이 필요했다.
“최근 넷플렉스나 웹툰, 웹소설 그리고 트로트 예능만 좀 신경 써주고,”
비포장도로보단 포장도로가 낫고, 포장도로보다는 고속도로가 속도는 훨씬 빠르니까. 물론, 강주혁이 보이스프로덕션을 여기까지 키워내면서, 소속아티스트나 직원들 전부는 아주 만족스러운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진짜야.”
그들의 성장은, 보이스프로덕션의 진짜 발전은, 강주혁이 지금 준비하는 계획. 그다음이 진짜 승부처라고 주혁은 판단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보이스프로덕션에는 약점이 하나 존재했다. 그 약점은 모순되게도,
“……나지.”
강주혁 본인이었다. 보이스프로덕션의 가장 강력한 무기임과 동시에 약점, 즉, 주혁은 현재로서 양날의 검이었다. 그의 브랜드파워가, 파급력이 현재로서 거대해졌고, 그림자가 너무 짙어진 상태였다.
모든 것을 가려버릴 만큼,
어쨌든 강주혁이 무언가 작업에 몰두하던 새에 날짜는 빠르게 바뀌었고,
“후-”
어느새 24일 일요일 밤. 얼추 정리를 마친 주혁이 걷어붙였던 셔츠 소매를 내리며 자리서 일어났다.
“내일이지?”
대회의가 잡혀있는 내일, 보이스프로덕션에 소속된 수많은 간부들이 참석하는 회의,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회의에, 자리서 일어난 주혁이 자신의 사무실을 말없이 쭉 둘러봤다.
“……”
가장 고생해준 커피머신, 미팅용 책상, 의자, 여기저기 쌓인 기획서, 시나리오 등등. 이어 자신의 사무실을 둘러보던 그가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몸을 돌렸고, 커다란 장문을 통해 보이는 서울 야경을 두 눈에 담았다.
잠시간 그렇게 창밖을 보던 주혁이 작게 읊조렸다.
“나도 지금부터야.”
다음 날 아침, 25일.
보이스프로덕션 삼성동 본사 대회의실에 익숙하거나 낯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안녕하세요.”
“어어 – 고팀장님! 오랜만이시네. 청담 사옥 별일없죠? 거기도 안 가본지가 꽤 됐네.”
강주혁이 소집한 총회의에 간부급 직원들이 하나둘 참석하기 시작한 것. 덕분에 회의 소집을 핸들링한 추민재 부장은 일찌감치 대회의실에 도착해, 속속 도착하는 직원들과 인사를 하거나, 안내하고 있었다.
그쯤.
“어머, 추부장님. 일찍 왔네? 사장님은? ”
회의 때문인지,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홍혜수부장이 등장했고, 추민재 부장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안 오셨다. 홍부장님, 당신도 빨리 거들어!”
이렇듯 넓은 대회의실에 간부급 직원들이 점점 재워졌고, 보이스프로덕션 본사의 박찬규 부사장은 부장급부터 팀장, 지사의 간부들, GM엔터테인먼트, 보이스 라이브러리 등 적어도 30명은 거뜬히 넘는 인원들이 자리를 잡았을 무렵.
-끼익.
“죄송합니다! 잠시 지나가겠습니다!”
“부장님, 이거, ”
“이게 뭔데?”
“저도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사장님이 배포하라고 하셔서, ”
지원팀 직원 5명 정도가 한눈에 봐도 꽤 두꺼워 보이는, 사전 두께의 종이뭉치를, 대회의실에 모인간부들에게 한 부씩 배포했다. 그리고 방금 직원에게서 종이 뭉치를 받은 박찬규 부사장이 종이뭉지의 제목을 확인했다.
-인수인계 및 미래 계획서.
곧, 박찬규 부사장의 눈에 물음표가 떴고
“인수인계? 계획서?”
종이뭉치를 받은 간부급 직원들의 표정도 비슷하게 변했다. 심지어 이미 첫 장을 펼친 추민재 부장이나 홍혜수 부장의 얼굴은 구겨지기까지 했다.
어쨌든 모인 모두에게 종이뭉치가 전달됐을 때쯤.
-뚜벅, 뚜벅,
회의실 밖 복도에서 구둣발 소리가 들려왔다. 그 구듯발 소리는 점차 가까워졌고, 이내.
“안녕하세요. 다들 받으셨어요?”
네이비 정장에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강주혁과 황실장이 회의실에 등장했다. 덕분에 받은 종이뭉치에 시선이 박혀있던 간부급 직원들이 고개가 팍 들렸고,
“사장님! 이거 뭔데?!!”
박찬규 부사장 옆에 앉아 있던 추민재 부장의 외침에, 회의실 책상 상석 쪽에 서 있던 주혁이 오른팔을 들어올렸고, 엄지로 뒤쪽 자신의 사무실을 찍으며 선언했다.
“슬슬 방을 뺄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