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90
등장 (1)
강주혁의 선언에 대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너무 놀라거나 충격을 받으면 말문이 막히듯이, 모인 직원들만 30명이 넘음에도, 마치 도서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회의실에 침묵이 번졌다.
그런 고요함이 적어도 10초 정도가 흘렀고,
“……그게.”
강주혁의 바로 옆에 앉아, 서 있는 주혁을 커진 눈으로 올려다보던 박찬규 부사장이 어렵게 말을 이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방을 빼다니요?”
반면, 서서 모두를 바라보던 주혁이 작게 웃으며 물꼬를 튼 박찬규 부사장에게 시선을 던졌다.
“말 그대롭니다. 부사장님. 이제 제 방을 빨 시기가 왔다는 거죠.”
주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찬규 부사장의 옆에 앉은 추민재 부사장이 자리서 벌떡 일어났다.
“방을 빼?!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니까!”
그의 외침이 회의실에 쩌렁쩌렁 울렸다. 그럼에도 모인 모두는 추민재 부장의 외침에 동의한다는 듯, 강주혁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고,
“방을 뺀다는 게 무슨 소리겠어요.”
강주혁이 담담하게 답했다.
“제가 사장직을 잠시 내려놓겠다는 거죠.”
“어?!!”
“어머.”
“아니! 잠시만요!”
곧, 말문이 막혔던 직원들 전부가 한마디씩 끼어들며, 꽤 고요했던 회의실이 술렁였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금껏 보이스프로덕션을 선봉에서 이끌던 강주혁의 선언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그런 충격에 휩싸인 모두를 가만히 지켜보던 주혁이, 선 자리에서 창가 쪽으로 몇 걸음 움직여 다시 입을 열었고,
“보이스프로덕션은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달려왔고, 지금은 엔터테인먼트로서 대기업 반열에 올랐습니다. 당연히 앞으로 더욱 몸집을 불려가겠죠. 지금 보이스프로덕션은 세계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곤, 지금까지와 다른 도전을 하려고 하는 중이죠. ”
창밖을 내다보던 주혁의 시선이 다시금 회의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 시점에 걸리는 게 하나 있어요.”
이번에는 추민재 부장 반대편에 앉은 홍혜수 부장 쪽에서 질문이 날아들었다.
“걸리는 것? 어떤 거?”
“바로 저예요. 나라는 존재가 회사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곧, 충격에 서 있던 추민재 부장은 두 눈을 끔뻑이며 자리에 풀썩 앉았고, 강주혁의 말을 경청하던 지사나 GM엔터에 포함된 간부들이 웅성거렸다.
그때,
“죄송합니다만.”
GM엔터의 사장을 맡고 있던 남자가 손을 번쩍 들었고,
“이해가 안 갑니다. 도움이 되면 됐지, 강주혁사장님이 우리 회사의 방해가 된다니요?”
창가 쪽에 서 있던 주혁이 상석 쪽으로 돌아오며 답했다.
“저에게는 특수성이 있죠. 배우 출신에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슈도 많았고, 사건 사고도 많았습니다.”
“전부 해결되지 않았습니까? ”
“맞아요. 다만, 여기서 문제는 그 특수성 때문에 언론이고 여론 그리고 연예계 모든 곳에서 저에게만 너무 집중된다는 겁니다. 이게 지금까지는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해외를 노리는 미래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단점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
“……사장님의 어마어마한 브랜드파워가 단점이 될 수 있다고요?”
여기서 내내 가만히 듣고 있던 박찬규 부사장이 깔끔하게 맨 넥타이를 살짝 풀며 물었다.
“그런 브랜드파워를 꺼리는 곳이 생길 거라는 말씀인가요?”
“정확히 보셨습니다, 부사장님. 우리는 바닥부터 시작한 기업입니다. 당연히 높이 올라가기 위해선, 인지도와 브랜드파워가 필요하죠. 지금까지는 제가 그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해외 포함, 우리가 상대해야 할 곳은 어지간하면 대형 영화사나 제작사 등, 이미 자리를 잡은 곳입니다.”
“즉, 그쪽에서는 사장님의 브랜드파워를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뜻이네요.”
박찬규 부사장의 대답에 주혁이 작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지금까지 보이스프로덕션이 성장하는 원동력은 강주혁이 맞았다. 아니, 오롯이 강주혁이라고 말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달랐다.
쉬운 예로 이번 넷플렉스를 들 수 있는데, 이미 해외서도 단단하게 자리를 잡은 기업이 강주혁처럼 눈에 띄는 브랜드파워를 달가워할까? 작은 스타트업기업이면 모를까, 열이면 열 고개를 저을 것이 뻔했다.
자신들의 존재가 지워질 테니까.
어쨌든 박찬규 부사장을 바라보던 주혁의 고개가 다시금 들렸고,
“당장은 티가 안 날지 몰라도, 이 문제가 점차 이기 시작하면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이 섞여 일을 진행하는 이 연예계 바닥에서는 지명타가 될겁니다. ”
강주혁이 오른손으로 자신을 짚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제가 방을 빼려고 하는 거고요.”
이쯤부터 대회의실의 분위기는 충격에서 수긍으로 분위기가 변했다.
“거기다가 저 때문에 여러분의 노력이 가려지는 것 또한, 성장에 방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보이스프로덕션의 성장에는 모두의 힘이 포함됐는데, 세간에는 강주혁이라는 이름만이 팔리니까요. 이것도 쌓이다 보면 장차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큰불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요. 자~ 그래서 말인데.”
이어 잠시 말을 멈춘 그가 앞에 놓인 두꺼운 종이뭉치를 집었다.
“이건 지사, 자회사, 부서별로 나눠진 인수인계섭니다. 현재 보이스프로덕션 포함, 여러 곳에서 진행되는 일들의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게획이 담겨 있고, 꽤 오랫동안 정리했으니 보실만 하실 거예요. 먼저, 매니지먼트 팀부터. ”
이후, 주혁은 모두에게 나눠준 인수인계서를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약 2시간 뒤.
중간 쉬는 시간, 박찬규 부사장이 상석에 앉은 강주혁에게 작게 물었다.
“아예…… 손을 놓으시는 겁니까?”
그의 물음에 주혁이 픽 웃었다.
“그럴 리가요. 아예 내려놓는 것이 아닌, 보이스프로덕션에서, 이 바닥에서 제 이름이 희석될 때까지만 빠져있겠다는 겁니다. 한걸음 정도. ”
말을 마친 그가 어느새 주변으로 몰린, 지금껏 강주혁과 같이 해온 추민재, 홍혜수 부장, 황실장, 박과장 등 본사 간부들에게 말했다.
“투자 쪽과 내가 꼭 개입해야 하는 일 그리고 갑자기 터지는 사건·사고 등에는 조용히 움직일 참이야.”
그러자 홍혜수 부장이 강주혁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미 결정했구나?”
“응, 이건 꼭 거쳐야 할 단계고, 늦으면 늦을수록 정체될 거야. 모든 것이.”
이어 추민재 부장이 양손으로 얼굴에 마른세수를 퍼부었다.
“어우! 구구절절 맞는 소리라, 어떻게 하지도 못하겠네! 엠병!”
“괜찮아. 다들 잘할 거야. 지금까지와 달라지는 건 없어.”
“사장님이 빠지는 게 가장 큰 변화 아니냐!”
“형. 이 바닥 알잖아? 트렌드가 하루아침에 변하고, 우리는 그 변화에 익숙해져야 살아남잖아.”
“알기야 알지만……너는! 후- 진짜.”
“내가 나가기 전에 본사 모두의 직급을 한 단계씩 올릴 생각이야. 부사장님도 마찬가집니다.”
그때 팔짱 낀 박찬규 부사장이 은은한 웃음을 띠며 입을 열었고,
“임시로 맡겠습니다. 이참에 푹 쉬셨으면 좋겠어요. 그간 계속 달려오셨으니.”
강주혁이 다리를 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저대로 다른 것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응?!”
“어머, 사장님 설마.”
곧, 모두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고, 특히나 주민재, 홍혜수 부장의 얼굴이 남달랐다. 그런 그들에게 주혁이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맞아. 다시 시작해 보려고.”
그러자 주민재 부장이 강주혁의 양어깨를 부여잡았고, 홍혜수 부장도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이어 주혁이 추민재 부장 때문에 몸이 흔들거리면서도 말을 이었다.
“내일이면 내가 사장직을 내려놓는다는 소식이 꽤 시끄럽게 터질 거야. 이미 설계는 짜놨어.”
잠시 말을 멈춘 주혁이 자리서 일어나며 미소지었다.
“그런데 나는 그 이슈를 마케팅으로써 이용해 볼까 해. 마지막으로”
다음날,
이른 아침, 한 가지 소식이 쏘아졌다.
『[공식] ‘강주혁’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직 내려놓는다. -디쓰패치.』
모두가 놀랄만한 소식이었다.
“편집장님! 이거 보셨습니까?!”
“봤어! 뭐야? 진짜야?! ”
“디쓰패치가 쐈잖습니까! 보이스프로덕션이랑 거기 사이좋잖아요?! 뭔가 얘기가 오간 게 틀림없어요!! ”
“아니! 씨 – 이게 말이 되나? 지금 한창 잘나가는데, 강주혁이 왜 뜬금없이.”
분명, 충분히 이상한 소식이었지만.
“어떡합니까?! 붙어요? 말아요?”
“말이라고 하냐! 일단, 달라붙어!!!”
언론사가 달라붙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언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마치, 지금까지 쭉 칼을 갈고 있었던 것처럼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속보] 사장직에서 물러난다는 강주혁, 진짜인가?』
『어떤 속사정이 있기에……굳건하던 강주혁 체제 무너졌다.』
『[연예계IS]갑자기? 전조 없던 강주혁의 탈선, 보이스프로덕션 문제없나?』
『’강트맨’ 사고 쳤나? 강주혁 사장직 내려놓는다는 소식에 연예계 어리둥절』
과거부터 지금까지 연예계를 휘어잡던 강주혁이 보이스프로덕션에서 떠난다는 이슈는 터지자마자, 실검을 빠르게 장악했다.
1. 강주혁,
2. 강주혁 사퇴.
3. 보이스프로덕션 강주희.
4. 개는 대단하다.
5. 강주혁 사퇴 이유.
.
.
.
최근까지도 승승장구하던 강주혁이었고, 그만큼 번지는 속도가 엄청났다.
『[속보] 강주혁, 보이스프로덕션 모든 직책서 사퇴?』
『 강주혁 사퇴 이유? 보이스프로덕션 측은 묵묵부답』
『 [스타포토]너무나 갑작스러운 보이스프로덕션의 강주혁 대표 사퇴/ 사진』
-뭐냐 이거? 진짜냐?
-헐……
-ㅋㅋㅋㅋㅋㅋ 뭔가 사고를 쳤구만? 빤스런했네.
-찌라시 아니고, 확정임?
-ㅈㄴ갑작스럽네? 진짜뭔사고쳤나?
-좀 무책임하네…갑자기 사퇴라니.
-이유가 있겠죠. 다들 좀 기다려 봅시다.
-뭔 이육ㅋㅋㅋㅋ걍 손절한거지.
-이렇게 갑자기? 아니, 보이스프로덕션은 무슨 사고도 안 쳤는데? 그럼 해창이랑 진행하는 해외문화산업은 어케됨?
-↑걍 접는 거지 뭘.
-진짝 ㅋㅋㅋㅋㅋ 강트맨이네? 숨어서 지켜보겠다는 건갘ㅋㅋㅋㅋ
이렇듯 강주혁 관련 이슈는 점심 무렵에 더욱 농도가 짙어졌고,
『 [공식] 보이스프로덕션 측 “강주혁 사퇴 맞다. 개인적인 사유”』
『 강주혁 사퇴에 입 연 보이스프로덕션 “해외문화산업 그대로 유지할 것, 변하는 건 없다”』
『해외 문화산업 등 ‘강주혁’ 사퇴에도 흔들림 없이 진행한다는 보이스프로덕션, 강주혁만 발 빼는 것?』
이른 오후, 보이스프로덕션의 공식 입장이 터지면서, 언론과 여론의 포커스가 새롭게 맞춰졌다.
-강주혁 빤스런해도 보이스프로덕션은 계속 유지되나보네.
-사퇴하는 건 진짜라는 소리임?
-이 타이밍에 강주혁이 빠진다는 건,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거임.
-↑아니 ㅂㅅ아 문제고 나발이고, 지금껏 상장 안 할 정도로 자금이 많은 회사였는데, 무슨 문제?
-강주혁 도박 찌라시 돌던데.
-그래도 다행이네…보이스프로덕션 자체는 큰 문제없는 듯.
-이상하다. 내가 알기론 보이스프로덕션 주식부터 권력 전부 강주혁이 다 갖고 있었을 텐데? 난데없이사퇴?
-ㅈㄴ 이정도면ㅋㅋㅋㅋ 강주혁이 똥 싸고 튀고, 보이스프로덕션이 치우는 수준아님???
-지금 보이스프로덕션 휘청하면 연예계가 휘청한다. 등신들앜ㅋㅋㅋㅋ 소속된 배우들이 몇인데.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강주혁의 난데없는 사퇴에 그에게는 비난이 던져졌고, 보이스프로덕션의 이미지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 일주일째 입장표명 없는 ‘강주혁, 과거처럼 또 잠적하나?』
일주일째 언론이고, 여론이고 벌집처럼 비난이 쏟아지는 와중.
『 [스타is]자취 감춘 강주혁, 그는 대체 어디에 있나?』
강주혁이 사라졌다.
10월 29일 금요일, 늦은 밤.
직원이 전부 퇴근하여 고요한 넷플렉스 코리아. 와중 이수영 총괄 디렉터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턱을 괸 채,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다.
“이렇게 시끄럽게 터트릴 줄은.”
인터넷은 강주혁의 사퇴 이슈로 벌써 일주일째 불타오르고 있었다. 인터넷뿐만이 아니라, 너튜브, SNS 등등 현재는 어디서나 강주혁의 이름으로 시끄러웠다.
“이러면 아무 문제 없지. 좀 잠잠해져야겠지만. ”
읊조린 이수영 총괄 디렉터가 책상에 놓인 머그컵을 들어 올릴 때였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노트북 옆,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고,
“양반은 못 되시네.”
발신자에 표시된 번호를 보며 픽 웃은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네. 저예요.”
곧, 그녀의 핸드폰 너머 중저음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디렉터님. 문자 지금 확인했습니다.”
“한창 정신없으실 것 같아서, 문자 먼저 보냈어요.”
“지금 바로 넘어가도 됩니까?”
남자의 물음에 이수영 총괄 디렉터 자리서 일어났다.
“정신없으실 텐데, 오실 수 있으시겠어요?”
“딱히 정신없지 않은데요.”
“그래요? 그럼 지금 오셔도 돼요. 참! 투자는 개인으로 가시나요? 아니면.”
“보이스프로덕션으로 갑니다. ”
고개를 끄덕인 이수영 총괄 디렉터가 책상에 놓인 흰색 포스트잇에 무언가 메모하며 다시 물었다.
“확인했고요. 오셔서 정식 투자 계약서랑 비밀 서약서 써주시면 돼요. 본사랑 전부 얘기된 사항이니까.”
그때 포스트잇에 메모를 마친 이수영 총괄 디렉터가 대뜸 고개를 꽉 들었다.
“아! 맞아! 사장님! 공식 오디션 일정이 확정됐어요!
“……언제죠?”
“12월 5일이요. 한 달 좀 넘게 남았네요. 장소는 본사. 혹시 배우는 누구를 보내실지 결정하셨나요?”
그녀의 물음에 핸드폰에서 남자의 담담한 대답이 들려왔다.
“생각 중입니다.”
“그래요? 알겠어요. 그럼 잠시 후에 뵐게요.”
“네.”
-뚝.
이어 끊긴 핸드폰을 내려놓은 이수영 총괄 디렉터가 읊조렸고,
“대체 누굴 보내려고 이러지?”
그녀가 흰색 포스트잇에 메모를 추가했다.
-11월 말, 보이스프로덕션과 드라마 체결 발표할 것.
그리고,
『[단독] 넷플렉스, 보이스프로덕션과 대형 계약 체결!』
메모에 적힌 것이 실제로 발표된 11월 말, 겨울이 당도하는 것은 눈 깜짝할 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