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92
등장 (3)
LA 보이스프로덕션 해외 지사.
12월 5일 아침. 해외 지사의 회의실에 여러 사람이 모였다. 더욱 후덕해진 송이사와.
“자- 그럼 슬슬 제작 이야기로 넘어갈까요?”
여전한 갈색 파마를 자랑하는 보이스필름스튜디오의 린다와 민머리 칼,
“제가 보내주신 원작 초반을 좀 봤는데요, 각색이 많이 들어가야 하겠던데요?”
거기에 최근 해외로 넘어온 김삼봉 감독과 최상희 감독, 기타 해외 파트 직원들까지. 대충 15명은 넘게 모인 회의실에서는 강주혁이 사퇴전, 물꼬를 터놨던 웹소설 기반 보이스 시네마틱유니버스 영화 관련으로 제작 회의가 한창이었다.
이어 전체적인 핸들링을 맡은 보이스필름스튜디오의 린다가 미리 준비한 서류를 나눴다.
“일단, 계획된 영화와 에니메이션에는 각각 4명씩 각색 작가가 붙을 거예요. 물론, 두감독님도 참여하셔야 하고, ”
곧, 린다가 나눈 서류를 보던 김삼봉 감독이 물었고,
“영화와 애니. 각색 작업이 같이 들어가나요?”
그 말을 해외파트의 직원이 통역하자, 린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작업할 예정이에요. 스핀오프지만, 세계관은 같으니까, 작가끼리 의견을 소통해야겠죠? 설정이 튀면 안 되니까. ”
“음.”
대답을 들은 김삼봉 감독이 주름진 입을 우물거리며 턱을 쓸자, 송이사가 호탕하게 웃었고,
“하하. 감독님, 그래도 우리는 가장 복잡한 투자쪽 문제가 없으니, 거치적거리는 것 없이 진행될겁니다!”
이번에는 최상희 감독이 손을 올렸다.
“배우는요? 영화에 들어가는 배우가 애니메이션의 목소리까지 맡으면 자연스럽고 좋은데.”
통역 후, 이에 관한 대답 역시 핸들링을 맡은 린다에게서 나왔다.
“원작만으로 보면 세계관이 넓어서, 출연인물의 인종이 다양해요. 그러니까 배우는 헐리웃은 물론이고, 한국 등으로 폭넓게 서치해야 될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 쪽은 음- 일단, 배우캐스팅 조건에 넣어볼게요. 우리도 같은 배우가 애니메이션 목소리까지 맡아주면 편해요.”
말을 마친 린다가 쥐고 있던 기획안의 가장 마지막 부분을 검지로 찍었다.
“프리프로덕션은 최대 4달. 강에게서 받은 계획서상으로는, 내년 하반기에는 크랭크업을 해야 해요. 그리니까 우리 좀 빨리 움직여야 될 것 같아요.”
린다의 입에서 강주혁의 이름이 뱉어지자, 줄곧 궁금했는지 어쨌는지, 김삼봉 감독이 팔짱을 끼며 송이사를 쳐다봤다.
“송이사. 한국을 그렇게 난리 피워놓고, 강사장은 대체 어딨나? 자네는 그 친구와 꽤 오래됐잖아? 자네도 몰라?”
그러자 행색은 대학교수 같지만, 방정스럽게 고개를 흔드는 최상희 감독도 끼었고,
“맞아! 본사 사람들도 전혀 모르던데요. 너무 갑자기 없어지시니까,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송이사가 미소지으며 가볍게 답했다.
“아침에 사장님 여기 들르셨는데요.”
대답을 들은 최상희 감독의 두 눈이 커졌다.
“예?! 강사장님, 지금 미국에 있어요?! ”
“네. 하하. 감독님들께 안부 전하라고 하시던데요. 제가 깜빡했습니다.”
이어 김삼봉 감독이 팔짱 낀 채, 고개를 갸웃했다.
“그친구가 지금 왜 미국에 있어?”
물음을 들은 송이사가 시선을 기획안으로 내리며 픽 웃었다.
“그런 걸 말하는 친군가요. 어디. 아침에 소품실 들렀다. 바쁘게 어딜 가더라고요.”
같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넷플렉스 본사. 존 스필버그 감독과 넷플렉스사장 마크 헤이스가 소극장에 등장 이후, 오디션준비가 얼추 끝나가는 상황, 3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소극장에 모인 심사위원들의 모습은 픽자유로웠다.
한국의 오디션과는 꽤 다른 모습.
무대와 가까운 좌석에 앉아, 코끝에 걸친 안경으로 오늘 오디션에 올 배우들의 프로필을 보는 존 스필버그 감독을 포함해.
“흠.”
다리를 꼰 채 배우 프로필을 보는, 깔끔한 정장자림의 마크 헤이스 사장과 나머지 4명의 심사위원까지. 총 6명이 불규칙하게 좌석에 앉아 있었고, 총 3대의 카메라가 정면 무대를 비추고 있었다.
그즈음.
“슬슬 배우들 도착할 때가 됐는데.”
오늘 오디션의 진행을 맡은 얼굴에 주근깨가득한 외국인 남자가 손목시계를 확인한 뒤, 작은 무전기를 들어 올렸다.
“입구 쪽, 배우들 도착했어요?”
한편, 오늘 진행되는 비공개 오디션 때문에 텅비어 있는 넷플렉스 본사의 정문에서는, 헐리웃배우들이 하나둘 입장하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죠?”
“아! 3층! 3층으로 가시면 돼요!”
그에 따라 입구 주변에서 오디션장인 소극장으로의 안내를 맡은 남자, 여자 직원들 너딧명이 난리가 났다.
“와! 라이언! 나 라이언 실물 처음 봐!”
“나도 그래. 첫 등장이 라이언이라니……”
스타의 등장에 쏟아지는 반응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크게 다를 바 없었고,
“3층! 3층으로 가시면 돼요!!”
“세상에 올랜도도 올 줄이야. 오디션 라인업이 엄청난데?”
“그러게, 오늘 안내를 맡길 잘했어!”
비공개 오디션이었기에, 참여할 배우 자체가 비밀이었고, 점점 등장하는 헐리웃 스타들을 직원들은 신나게 구경했다.
어쨌든 오디션 시간이 임박해짐에 따라.
“테일러! 테일러야!”
“테일러 지금 영화 들어간 거 있지 않아? 이게 되면 엄청 빡빡할 텐데?”
“무슨 상관이야! 난 테일러 실물을 본 거로 만족해!”
오디션에 참가할 헐리웃 스타 배우들이 점차 늘어났다.
“에반스! 세상에 에반스까지! 아, 에반스!! 3층으로 가세요!”
줄줄이 사탕처럼, 입구를 통과하는 헐리웃배우는 방금 엘리베이터로 향한 에반스 포함 총 8명. 곧, 1층 로비에 선 직원들이 엘리베이터안으로 사라진 에반스까지 확인하곤 탄성을 뱉었다.
“대단한데? 존 스필버그 감독도 그렇고, 심사위원들이 고생하겠어. 나라면 못 뽑아. 저 중에서.”
“다 뽑을 순 없을까? ”
“하하. 줄리. 우리 제작비 알고는 있지?”
그쯤 살짝 통통한 남자 직원이 읊조렸다.
“어쨌든 오디션……예상은 했지만, 엄청 치열하겠는데?”
잠시 뒤, 오디션장인 소극장 안.
어느새 전부 도착한 8명의 헐리웃 배우들은 소극장 입구에 비치된 비밀 서약서를 작성 후, 각자 원하는 소극장 좌석에 앉기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 앞쪽 좌석에 앉은 심사위원들 뒤쪽으로 자리를 정했고, 서로 안면이 있는 배우끼리 같이 앉거나.
“하하. 올랜도, 네가 이 오디션을 볼 줄은 몰랐는데?”
“테일러. 너야말로 지금 영화 작업 중이잖아? 이거 할 시간이 돼?”
“뭐야. 벌써 견제하는 거야?”
홀로 앉아, 앞쪽 무대를 응시하거나.
“……”
각자 맘대로였다. 어쨌든 방금 서약서에 사인하고 좌석으로 올라가는 배우 에반스를 끝으로 오디션이 진행될 소극장에는 정확히 8명의 배우가 도착했다. 그런 모습을 입구 쪽에서 바라보던, 오디션의 진행을 맡은 주근깨 직원이 혀를 내둘렀다.
“저만한 배우가 저렇게 모여 있으니 대단한걸?”
실제로 그의 눈에 비치는 소극장 내부의 모습은 꽤 장관이었다. 그럴만했다. 헐리웃에서 이름만 대면 알법한 스타 배우들 8명이, 이렇게 한곳에 모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그때 주근깨 직원 옆에 선 모자 쓴 외국인 남자가 슬쩍 끼어들었다.
“맞아. 솔직히 계속 오디션 보는 배우들은 비밀이었잖아? 그렇게 비밀로 유지한 이유가 있었네.”
“그러게. 나도 저 정도 급은 예상 못 했어.”
“그래도 저만한 배우들이 오디션을 보긴 하는구나……신기하네.”
사실, 지금 오디션에 참가한 헐리웃 배우들의 유명세는 굳이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작품이 들어오는 급이었다. 그러나.
“뭐, 저들은 지금 헐리웃 탑배우가 아닌, 그저 이 작품을 얻기 위한 신인배우나 마찬가지지.”
주근깨 직원의 말처럼, 아무리 탑배우라할지라도 이런 특수한 경우에는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었다.
“물론, 저만한 배우들을 이끌리게 한 존재는 당연히.”
이어 주근깨 직원의 시선이 앞쪽, 여전히 프로필을 내려보고 있는 존 스필버그 감독에게 닿았다.
“존 스필버그 감독. ”
헐리웃에 몇 없는 거장 중의 거장 존 스필버그감독의 존재. 지금 오디션에 참가한 배우들은 분명, 존 스필버그 감독의 존재 덕분에 이곳에 와있는 것이 빤했다.
그런 존 스필버그 감독을 보던 주근깨 직원이 모자 쓴 남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미 저 배우들은 인기를 얻을 만큼 얻었어. 그럼 이제 남은 것이 뭐겠어?”
“음- 돈?”
“틀렸어. 돈도 벌 만큼 벌었겠지.”
“그럼?”
“명예야. 저들은 이제 배우로서 명예를 원하는 거야.”
명예욕. 한 배우가 돈을 벌 만큼 벌고, 인지도를 끌어올릴 만큼 올렸다면 남은 것은 상징성이었다.
명예와 관록이 붙은 상징성. 이 영역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겠다는 욕망.
그런 욕망을 이뤄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존 스필버그 감독. 헐리웃에서 배우의 명예를 치켜세워줄 수 있는 감독이라면 단연 저 존스필버그 감독이지.”
사실이었다. 실제로 지금 심사위원들의 뒤쪽으로 앉은 배우들은 아까부터 존 스필버그감독의 뒤통수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당연했다.
이 영화는 무려 존 스필버그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고, 거기다 어째선지 투자 및 제작을 넷플렉스가 맡았다. 여기서 배우들의 생각은 일맥상통했다.
‘심상치 않아. 무조건 큰 프로젝트다.’
한마디로 여기 모인 내로라하는 헐리웃탑배우들은, 이곳 소극장에서만큼은 작품을 갈구하는 신인배우나 다름없었다.
그쯤.
“든든하네요.”
심사위원 중, 민머리 외국인 남자가 뒤쪽에 모인 배우들을 보며 읊조리자, 불뚝한 배에 배우 프로필한 장을 올린 남자가 동의했고,
“그러게요. 하하. 벌써 대작 냄새가 풀풀나는데요?”
재킷과 셔츠, 넥타이 그리고 정장 조끼까지 풀세팅한 마크 헤이스 사장이 팔짱 끼며 존 스필버그감독의 뒤통수를 흘겼다.
‘제안 열을 보냈는데, 여덟 명이 응답했어. 역시 존 스필버그 감독이 정답이었어.’
속으로 읊조린 마크 헤이스 사장이 꽤 크게 헛기침하며, 무대 쪽에 선 주근깨 남자에게 시선을 보냈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그러자 오디션 진행을 맡은 주근깨 직원이 무대로 올랐다. 대뜸 주근깨 직원이 무대에 오르자, 존 스필버그 감독을 힐끔대던 배우들의 시선이 모두 무대로 향했고, 무대 중앙에 선 주근깨 직원이 외쳤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넷플렉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곧, 오디션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진행 전 짧은 설명을 하겠습니다!”
꽤 크게 외친 그가 손에 든 종이를 보며 말을 이었다.
“입구에서 서약서에 사인했듯이, 오늘 오디션 자체는 비공개지만, 진행 자제는 오픈입니다. 쉽게 말해, 이곳을 연극무대로 생각해주세요.”
이어 주근깨 직원이 든 종이를 한 장 넘겼다.
“1차 오디션은 지정연기지만, 자유연기와 유사합니다. 쪽대본을 나눠드릴 텐데, 대사만 있는 대본입니다. 자유롭게 연기를 펼쳐주세요!”
곧, 말을 마친 그가 소극장 입구 쪽으로 바라보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이번 오디션의 상대역은 여배우 엠마메이가 맡아줄 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언제부터 있었는지, 허리까지 오는 긴 갈색 머리에 짙은 파란색 눈의 여자가 무대로 웃으며 올라왔다.
바로 화이트 ‘빅 마우스’에 김재욱의 파트너로서, 주연으로 출연했던 여배우 엠마메이였다.
“반가워요. 다들 아는 얼굴들이라, 편하게 할 수 있겠네요.”
무대에 서서 짧은 인사를 던진 여배우 엠마메이는 이미 캐스팅이 완료된 상태였고,
“설명은 여기까지!”
그녀의 옆에 선 주근깨 직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들으신 내용이 마음에 안 드시면 나가시는 것은 자유입니다! ”
누가 짠 것인지는 모르나, 꽤 특이한 진행의 오디션이었다. 어쨌거나 소극장 안이 고요해졌다.
설명을 들은 8명의 배우는 각기 다른 반응이었다.
반은 찡그렸고, 반은 평온했다.
그래도 소극장을 박차고 나가는 배우는 없었다.
그런 상황을 잠시간 지켜보던 주근깨 직원이, 나눠둘 쪽대본을 들고 입구 쪽에서 대기하는 진행직원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대본을 나눠드리겠습니다!! 오디션은 정확히 30분 후 시작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고, 대기하던 직원들이 쪽대본을 배우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무렵.
“조지.”
코끝에 안경을 걸친 존 스필버그 감독이 백발인 머리를 들어 올려, 지나가는 주근깨 직원을 늘상그렇듯 투박하고 건조하게 불렀다.
“프로필은 이게 전부?”
“예? 아, 네.”
“한국에서 보낸다는 배우 프로필이 없는데, 안들어온 건가?”
그런데 대답은 그의 뒤쪽에 앉은 마크 헤이스사장에게서 나왔고,
“투자금은 들어왔는데, 프로필은 보내지 않았어요. 사정이 있는 모양이에요.”
존 스필버그 감독이 오묘한 표정으로 양 볼을 만져댔다.
“흠- 궁금했는데, 아쉽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