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404
외전 (3)
6월 초. LA, 보이스프로덕션 해외지사 연습실.
연습실 안에는 회색 긴 머리에 배가 훤히 보이는 탱크탑을 입은 서아리와 그녀의 댄스팀인 외국인 댄서들이 한창 안무를 맞추는 중이었다.
바로 영화 ‘스텝다운4’을 위한 연습이었고.
-♪♬♩
서아리 포함 총 10명에 가까운 댄서가 비트에 맞춰 군무처럼 안무를 딱딱 맞춘 지, 벌써 3시간. 서아리가 오디오에서 나오는 비트가 멈추자마자, 바닥에 엎어졌다.
“ 헙! 죽는다!! ”
탱크톱을 입은 덕분에 엎어진 서아리의 배가 팽창했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하는 배가 보이는 와중.
“ 아리, 수고했어~~ ”
“ 내일 봐요~ ”
“ 다들 잘가아!! ”
방금 맞춘 연습이 끝이었는지, 외국인 댄서들이 몸통만 한 가방을 집어 한 명씩 연습실을 빠져나갔고, 그들에게 서아리는 누운 채로 손을 흔들어댔다.
그때.
“ 오오! 안녕하세요! ”
“ 와- 헤나!! ”
“ 사진 좀 찍어도 돼요?! ”
연습실을 빠져나가던 외국인 댄서들이 나타난 여자를 보며 꺅꺅 소리를 질러댔다. 덕분에 누은 채 고개만 입구 쪽으로 돌린 서아리가 픽 웃었다.
“ 헤나야. 지금 몇 시야? 죽을래? ”
나타난 여자는 영화 ‘Ugly girl’로 최근 헐리웃 배우 및 뮤지션으로 급부상한 헤나였다.
“ 언니, 미안! 밑에 샌드위치 가게 사람 엄청 많아서! 아아- 네네. 찍으셔도 돼요. ”
헤나는 여전히 단발이었지만, 흑발로 염색한 상태였다. 어쨌든 그녀는 연습실을 나가던 댄서들에게 사인과 사진을 찍어주는 팬서비스를 거친 후에야, 누운 서아리에게 도착했다.
그런 그녀에게 서아리가 누운 채로 손을 올려, 샌드위치 하나를 받았다.
“ 헐리웃 스타님께서 샌드위치까지 사다 주시고, 황송해라. ”
“ 흠흠. 두 손으로 받도록. ”
“ 죽을래? ”
서아리가 미간을 찌푸리자, 헤나가 깔깔 웃었다.
“ 그나저나 언니. 미국 생활을 좀 어때? 지낼만해? ”
“ 아니? 나 빵 좀 그만 먹고 싶어. 빵만 봐도 토할 것 같아. 진짜 토하면 빵만 쏟아질 거야, 분명. ”
대답한 서아리가 ‘끄윽’ 따위의 소리를 뱉으며 앉았다.
“ 근데 너 안 바빠? 여기저기 불려 다닌다고 그러던데. 송이사님이. ”
“ 응. 맞아. 내일부터 또 바빠. 인터뷰도 있고, 무슨 영화인 파티 어쩌고도 가야 되고······죽겠네, 진짜. ”
투덜거리는 헤나를 보며 웃은 서아리가, 받은 샌드위치를 한입 물었다.
“ 맞다! 너 JZ랑 같이 작업한 곡, 빌보드 3위더라? ”
“ 나도 봤어. JZ빨이지. ”
“ 아주 빌보드 상위권 너하고 마니또 애들이 다 먹었어. 다 해 먹어라, 다. ”
그쯤 들었던 샌드위치를 바닥에 내린 헤나가 입을 오물거리며 서아리와 눈을 마주쳤다.
“ 아리 언니. 연기 배우는 건 어때? ”
“ ······하- 까먹고 있었는데, 또 생각났어!! 좀 이따가 점심부터 또 레슨이야. 암울해. ”
“ 죽겠지? 나도 처음에 연기 배울 때 그랬어. 그런데 어쩌겠어? 버텨야지. 사장님이 언니를 위해! 특. 별. 히 마련해 둔 작품인데. ”
헤나의 말에 침울하던 서아리의 표정이 단숨에 밝아졌다.
“ 맞아. 빵 먹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할 거야. 칭찬받아야지~ ”
“ 첫 촬영 언제야? ”
“ 8월 말. ”
이어 고개를 끄덕인 헤나가 갑자기 큐빅 케이스 껴진 핸드폰을 들었고.
“ 언니- 이쪽 보세요~ ”
사진을 찍어댔다. 서아리만 찍거나 그녀와 바싹 붙어 같이 찍거나, 대충 서너 장의 사진을 찍던 헤나가 비죽비죽 웃으며 핸드폰 화면을 터치하자, 서아리가 다 먹은 샌드위치 포장지를 구겼다.
“ 뭐 하는데? ”
“ 응? 팬들이랑 소통. ”
곧, 배시시 웃은 헤나가 핸드폰 화면을 서아리에게 보여주며, SNS에 올린 사진을 보여줬다.
“ 잘 나왔지? ”
“ 해외 팬들 많이 늘었어? ”
“ 엄청. 진짜 어어어엄첨 늘었어. ”
그때.
“ 어!! ”
방금 올린 SNS를 확인하던 헤나의 두 눈이 커졌고.
“ 사장님이 좋아요 눌러줬다!! ”
서아리가 들고 있던 포장지를 냅다 집어 던지고 헤나에게 바싹 붙었다.
“ 진짜? 봐봐. 헐- 진짜네. ”
실제로 헤나가 SNS에 방금 올린 사진에는 강주혁이 누른 좋아요가 보였다. 덕분에 부러움이 흘러넘치는 눈빛으로 헤나에게 바싹 붙은 서아리가 자신의 핸드폰을 집었다.
“ 내가 어제 올린 건 오빠가 좋아요 안 눌러줬는데! ”
“ 나도 잘 안 해줘. 딱 보니까, 타이밍이 맞으면 해주나 봐. 사장님이 SNS 보고 있을 때, 올리면 좋아요 눌러주더라. ”
그러다.
“ 부럽긴 하지만, 난 괜찮아! ‘강단있게’로서 보물을 얻어냈거든! ”
자신의 핸드폰 갤러리를 보며 서아리의 텐션이 급작스레 높아졌고.
“ 보물? 뭔데? 나도 알려줘. ”
“ 샌드위치 보답으로 너만 알려줄게. 이거 봐봐. ”
다가온 헤나에게 서아리가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 화면에는 젊은 남자와 무심한 표정의 어린 남자아이가 나란히 선 사진이 출력되고 있었다.
“ 누구야? 이 남자는······혹시 추민재 이사님? ”
“ 응. 대박이지? ”
“ 헐- 대박. 엄청 젊으시네? 뭐야 이사진? 유물이야? ”
아예 핸드폰을 뺏은 헤나에게 서아리가 말을 이었다.
“ 저번에 한국 잠깐 갔을 때, 추민재 이사님이 보여줬어. 사진을 지갑에서 꺼내더라. 그때 냅다 찍었지! ”
“ 근데, 옆에 이 애는 누구야? ”
“ 누굴까요? ”
“ 혹시······사장님?!! ”
“ 딩동댕! 귀엽지? 나 그 사진 받고 오열했잖아. ”
강주혁의 어릴 적 모습이 담긴, 유물에 가까운 사진에 놀란 헤나가 입을 벌렸고.
“ 와- 어리다, 진짜. 몇 살 정도 됐으려나? 이거 언제래? ”
서아리가 헤나에게서 핸드폰을 뺏으며 웃었다.
“ 오빠, 데뷔 전이래. ”
과거, 약 20여 년 전.
공기가 후덥지근하고 매미가 목청껏 우는 계절이었다. 살갗이 닿기만 해도 짜증이 치미는, 불쾌지수가 극에 달하는 여름.
그럼에도 한 영화의 오디션장은 인산인해였다.
“ 나 화장실 가고 싶어요!! ”
여기서 재밌는 점은 오디션장에 모인 배우들 전부가 어린아이라는 점.
“ 나도!! ”
“ 배고파!!! ”
“ 쉿! 애들아! 쉿!! ”
물론, 와중에 성숙한 아이도 있었지만, 유난인 아이도 많았다. 이 오디션장에는 어린아이가 왜 이렇게 많을까? 답은 간단했다.
“ 자- 다음 박성수, 최진성, 김태욱, 정정욱 군 들어오세요. ”
이곳은 바로 류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할머니···’의 오디션장이기 때문. 영화 ‘할머니···’의 주연은 아역이었고, 그 아역을 뽑기 위한 오디션인 것.
그렇기에 오디션 대기실에는 어린아이들. 즉, 아역들이 넘쳐났고, 아역들의 보호자들도 넘쳐났다.
와중에.
“ 주혁아. ”
대기실 구석 쪽. 한눈에 봐도 단아하다는 단어가 어울리는, 긴 생머리에 흰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아들과 얘기 중이었다.
“ 배 안 고파? ”
“ 응. 안 고파. 엄마는? ”
“ 엄마는 고파. ”
“ 그럼 나도 고파. ”
“ 그럼 우리 이거 끝나고 닭갈비 먹으러 갈까? ”
“ 왜 닭갈비야? ”
“ 응? 엄마가 먹고 싶어서? ”
바로 어린 강주혁과 그의 어머니였다.
이 둘은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지만, 대기실에서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 어머- 쟤 좀 봐. 애 생긴 것 좀 봐요. 진짜 귀엽게 생겼네. 딱 얼굴이 배우네, 배우야. ”
“ 저대로만 크면 엄청 잘생겨지겠는데? ”
“ 옆이 엄만가? 엄마도 되게 청초하고, 분위기 있게 예쁘네. 그 엄마에 그 아들······ ”
주변에서 수군거렸지만, 정작 어린 강주혁과 어머니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 엄마 닭갈비 먹고 싶어? ”
“ 응. 왜? 주혁이는 먹기 싫어? ”
“ 아니. 엄마가 먹고 싶으면 먹어. ”
그때.
-달칵!
대기실 문이 열리며, 오디션 볼 아역들 명단을 보며 조연출이 외쳤다.
“ 다음! 최정수, 김주영, 장진우, 조민석, 강주혁 군!! 따라오세요! ”
5명의 아역 중 강주혁이 불렸다. 이어 잠시 뒤.
“ 다음 팀 들어갑니다! ”
5명의 아역을 안내한 조연출이 오디션이 진행될 사무실에서 외쳤고, 그의 뒤로 어린아이 5명과 보호자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줄줄 들어왔다.
반면.
“ 후- ”
정면 책상에 앉은, 영화 ‘할머니···’의 감독 류성수를 포함해 총 5명의 심사위원의 표정은 꽤 지쳐 보였다. 당연했다.
오늘만 대충 300명이 넘는 아역을 봤으니까.
어쨌든 류성수 감독 옆에 있는 뚱뚱한 남자가 앞에 놓인 프로필을 넘기며 영혼 없이 읊조렸다.
“ 바로 시작합시다~ ”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디션은 빠르게 진행됐다. 즉, 어린아이들이 연기를 시작했다. 물론 당연한 현상이 펼쳐졌다.
“ 할머니!!! ”
냅다 소리만 지르는 아이.
“ 할모니······밥 주세여. ”
발음이 부정확한 아이.
“ ······그, 그게. ”
아예 대사조차도 뱉어내지 못하는 아이 등. 어린 데다, 경력이 적은 아역들의 연기인만큼 실수가 잦고 의미 없는 오디션의 연속이었다.
“ 어후- 전 팀이랑 똑같네. ”
“ 아역 오디션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몰랐습니다. ”
“ 보통은 이래요. 성인 배우들이야 말이라도 잘하는데, 애들을 그게 또 안되니까. ”
“ 오늘도 글렀나 싶은데요? ”
이어 아이들의 연기를 보던 심사위원들이 탄식했고, 덕분에.
“ 얘, 얘가 왜 이래. 정수야 밖에선 잘했잖아? 다시 해보자. 응? ”
아이들과 같이 들어온 보호자들은 민망함에 눈을 질끈 감거나, 얼굴을 감쌀 뿐이었다. 어쨌든 심사위원석에 앉은 뚱뚱한 남자가, 전 팀과 별반 다르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에 한숨을 푹 쉬며 마지막 아이를 불렀다.
“ 다음. 강주혁군. 시작하세요. ”
덕분에 앉아 있던 어린 강주혁이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려, 뒤쪽에 선 미소지은 어머니의 표정을 봤다가, 담담한 표정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 할머니. ”
그런데.
“ 할머니 어디 있어? ”
아이가 연기를 시작하자마자, 오디션장에 모인 모두의 시선이 어린 강주혁에게 박혔다.
“ ······허? ”
특히나 영화 ‘할머니···’의 류성수 감독의 반응이 컸다. 내내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가 한쪽 눈썹을 추켜세우며 강주혁에게 시선을 던졌다.
“ 어딨어? 할머니. 내가 잘 못 했어요. 할머니. ”
지금까지 봐오던 아역들의 연기와는 확연한 차이였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정도도 뛰어넘은 어린 강주혁의 연기에 류성수 감독이 빠르게 아이의 프로필을 다시 확인했고.
‘ 연기경력이······없다고? ’
빈 칸투성이인 어린 강주혁의 프로필을 보던 류성수 감독의 고개가 팍 들려, 여전히 연기 중인 아이를 쳐다봤다.
‘ 뭐야 쟤? ’
그리고 5분 뒤.
조연출이 아이들과 보호자들을 끌고 오디션장을 나갔고, 어린 강주혁이 끝으로 나가며 문이 닫혔다. 그런 어린 강주혁의 뒷모습을 홀린 듯 보던 류성수 감독이 두 눈이 커진 채로 읊조렸다.
“ 어디서 저런 게 튀어나왔지? ”
이어 복도.
오디션을 마치고, 어린 강주혁이 자신의 손을 잡은 어머니에게 말했다.
“ 엄마. 나 잘했어? ”
그러자 어머니가 빙긋 웃었다.
“ 응! 주혁이가 제일 잘하더라. ”
“ 다행이다. ”
“ 흐응. 이제 닭갈비 먹으러 갈까? ”
“ 응. ”
바로 그때.
“ 저, 저기요!! ”
남자 목소리가 뒤쪽에서 침투했다. 덕분에 걸어가던 어린 강주혁이나 어머니나 고개를 돌렸다.
“ 죄송합니다!! ”
뒤쪽에는 대충 20대 후반 정도에 흰색 반 팔, 검은색 다이어리를 왼손에 든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그 남자가 둘에게 도착하자마자, 명함을 내밀었고.
“ 안녕하세요, 어머니! 저 추민재라고 합니다. 매니지먼트 팀에서 실장을 맡고 있어요. 혹시, 이 아이 소속사가 있습니까?! ”
추민재라 소개한 남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어린 강주혁의 어머니가 작게 미소지었다.
“ 아니요? 없어요. ”
“ 진짜요?! 아니, 왜요? 아! 이게 아니고! 그럼 제가 꼭 이 아이를 키워보고 싶습니다! ”
“ 주혁이를요? ”
“ 이름이 주혁? 안녕 주혁아? ”
“ 네. 안녕하세요. ”
작게 인사하는 어린 강주혁을 보던 추민재 실장이 더욱 욕심났는지, 눈에 불이 났다.
“ 이 아이는! 주혁이는 됩니다! 진짜 돼요! 혹시, 연기는 어디서 배운 겁니까? 진짜 어지간한 성인 배우들보다 훨씬 났다고 봅니다, 진짜로요! ”
추민재 실장이 칭찬과 탄성을 섞어서 쏟아냈고.
“ 제가 꼭 키워보고 싶. ”
“ 그런데. ”
단아하게 미소짓고 있던 어머니가 그의 말을 잘랐다.
“ 제가 시간이 많이 없어요. ”
“ 예? 아, 그러시면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저한테 연락을 주세요! 약속을 잡고 다시 만나면. ”
“ 아니요. ”
곧, 고개를 저은 어머니가 손잡은 어린 강주혁을 한번 내려봤다가, 다시 얼굴을 들었다.
“ 진짜 시간이 많이 없어요, 제가. 앞으로. ”
“ ······예? 그, 그게 무슨. ”
영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눈을 끔뻑이는 추민재 실장에게 그녀가 다시 말했다.
“ 만약 실장님과 계약하면. 우리 주혁이 배우 만들어 주실 수 있어요? ”
“ 그럼요!! 주혁이는 천잽니다! 진짜로! 제가 본 아역 중에서는 단연······ ”
또다시 추민재 실장이 칭찬을 쏟아냈다. 약간 미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열광했다. 그 모습에 픽 웃은 어머니가 긴 생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답했다.
“ 그럼. 꼭 그렇게 만들어 주세요. 모두가 사랑하는 배우로, 외로움 느끼지 않게. ”
“ 예? 외로움이요? ”
뭔가 꺼림칙한 표정을 짓던 추민재 실장이 번뜩 정신을 차렸고.
“ 아! 그럼 죄송한데, 주혁이랑 사진 하나 찍어도 됩니까? 윗선에 사진을 보여줘야 말이 통하거든요. ”
웃으며 즉석 필름 카메라를 꺼냈다. 그런 그에게 어머니가 손을 내밀었다.
“ 그럼요. 제가 찍어드릴게요. ”
이어 잡은 손을 놓은 어머니가 어린 강주혁에게 고개를 내렸고.
“ 주혁아. 아저씨랑 나란히 서볼래? ”
“ 하하하. 저 아저씨는 아닙니다만. ”
“ 그래요? 그럼. 실장 아저씨랑 서봐 주혁아. ”
“ ······예. 뭐. 대충 그렇게 통일하죠. ”
꾸물꾸물 추민재 실장과 나란히 선 어린 강주혁이 정면에 선 어머니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살짝 꺾어, 아들을 보며 그녀가 미소지었다.
“ 주혁아. 웃어야지? 자- 찍을게요. 하나~ 둘~ ”
-찰칵!
그리고 추민재 실장이 그녀의 ‘시간이 많이 없다’라는 말을 정확히 이해한 것은 1년 뒤였다.
다시, 현재. 한국.
보이스프로덕션 본사 주변 선술집. 시간은 밤 11시를 넘기고 있었다. 와중 선술집의 주방이 훤히 보이는 카운터 바로 앞에 자리한 추민재 이사가, 앞에 놓인 본인의 지갑과 오래된 사진을 보다가 따라진 소주를 털어 넣었다.
“ 크흡! ”
주방 앞 일자로 쭉 뻗은 탁자에 앉은 손님은 당장 봐선, 넥타이를 대충 풀은 추민재 이사 혼자였다.
“ ······약속을 잘 지킨 건지 모르겠네. ”
그때.
“ 무슨 약속을 지켜? ”
추민재 이사 뒤쪽에서, 화장실에 다녀왔는지 양손에 묻은 물을 탈탈 털며 홍혜수 이사가 나타났다. 이어 그녀가 추민재 이사의 옆자리에 앉으며 붉은 입술을 달싹였다.
“ 어머. 민재야, 너 그 사진 아직도 들고 있어? ”
“ 이걸 어떻게 버리냐. 지금 이거 주혁이 팬클럽 ‘강단있게’에 팔아도 꽤 받을걸? ”
말을 마친 추민재 이사가 홍혜수 이사의 비워진 소주잔을 채우며 말을 이었다.
“ 이젠 이 사진이 내 부적 같아. 아줌마 주혁이 어머님, 뵌 적 없지? ”
“ 응. 어떻게 봐? 내가 주혁이 본 게, 데뷔하고 좀 지나서잖아. 어머님 주혁이 데뷔하고 1년 뒤에 돌아가셨다면서? ”
그녀의 말을 들은 추민재 이사가 책상 위에 올려진, 젊은 자신과 어린 강주혁이 찍힌 사진을 내려보며 읊조렸고.
“ 그땐 몰랐어. 알았으면 같이 찍었을 텐데. ”
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 쯧. 뭐, 주혁이가 지금 브랜드 평판 1위다, 국내 파급력 배우 1위다 어쩐다 하니까, 모두에게 사랑받게 하겠다는 약속은 지킨 거겠지. ”
그런 추민재 이사의 얼굴을 턱을 괸 채 바라보던 홍혜수 이사가 검지로 그의 볼을 찔렀다.
“ 하여간. 은근 츤데레라니까. ”
“ 하지 마라. ”
곧, 픽 웃은 홍혜수 이사가 소주잔을 들며 추민재 이사에게 물었고.
“ 그나저나 슬슬 ‘Broken down’ 개봉할 때 됐지? ”
추민재 이사가 홍혜수 이사가 든 소주잔에 짠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 어. 헐리웃부터 개봉하고, 이제 한- 2주 남았지. 최명훈 감독이랑 통화하니까, 곡소리를 내던데. ”
소주를 입에 털어넣은 추민재 이사가 읊조렸다.
“ 그나저나 주혁이가 영화 개봉하고 놀라지 말라던데, 또 뭔 짓을 벌이는 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