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408
외전 (7)
기자 두 명이 타고 있는 검은색 승합차는 여전히 2인 고급 외제차 뒤를 따르고 있었다. 와중에 운전하는 기자가 크크 웃으며 입을 열었다.
“ 이 밤에 어딜 가는 거지? ”
그러자 조수석에 앉아, 앞쪽 대시보드에 양발을 올린 기자가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 이 밤에 어딜 가겠어? 가봤자, 호텔? ”
“ 에이- 보는 사람이 많아서 호텔은 좀 오바 아니냐? ”
“ 크큭. 그런가? 그럼 정진훈 집? 청담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
“ 청담? ”
이어 운전하던 기자가 시선을 옆자리에서 앞으로 던졌다.
“ 뭐, 어디를 가든. 상관없지. ”
“ 그래. 우리는 오늘 최대한 저 둘 사진을 많이 찍어두면 돼. ”
“ 그런데 편집장님이 허락해주려나? 그 돼지 새끼 요즘 몸 사린다고, 위험한 건 건들지도 않잖아? ”
곧, 짜증 나는 얼굴이 떠올랐는지, 조수석에 앉은 기자가 혀를 찼다.
“ 쯧! 야. 우리 이 건은 독립적으로 진행하자. ”
“ 엥? 독립이라니? ”
“ 그냥 편집장 쌩까고, 우리끼리 보이스프로덕션에 딜치자고. 일단 던져두면 편집장 그 새끼가 어쩌겠어? ”
“ 음······ ”
그러나 운전하는 기자는 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조수석에 앉은 기자가 대시보드에서 발을 내렸다.
“ 괜찮아. 아니면 뭐, 이만한 특종 버릴래? ”
“ 안되지, 그건. 에이- 시발 몰라! 고! 그나저나 딜이 잘 되겠냐? 보이스프로덕션이잖어. ”
“ 뭐 있냐? 어차피 강주혁도 사퇴한 마당에. 그리고 강주혁이 있다고 해도, 뭐 지가 어쩌겠어? ”
“ 그래도 위험하지 않겠냐? 저번에 송기자한테 들어보니까, 강주혁 그거 또라이라 그러던데. 혹시라도. ”
“ 에이! 괜찮아! 김재황 기자회견 봤잖아? 지금 보이스프로덕션 상황이 개 같을 거야. ”
이어 조수석에 앉은 기자가 사진기를 들어, 앞쪽에 달리는 2인 고급 외제차를 다시금 찍으며 읊조렸다.
“ 즉, 지금이 딜치기에 타이밍이 딱 좋다 이 말이야. ”
한편, 정진훈이 몰고 있는 2인 고급 외제차 안.
차는 지금 분당 수서간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 하영아. 밥은? ”
검은색 반바지에 얇은 린넨 셔츠를 입은 정진훈이 운전 중에 조수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조수석에 앉은 강하영이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으며 정진훈의 남은 오른손을 잡았다.
“ 아니? 나 안 먹었는데? 오빠랑 먹으려고! ”
보라색 오버핏 반팔이 얼마나 길었는지, 강하영의 허벅지까지 가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마스크를 벗은 뒤에,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이어 대답을 들은 정진훈이 실눈을 떴고.
“ ······너 자꾸 밑장 뺄래? ”
무언가 간파당한 강하영이 배시시 웃었다.
“ 아니~ 진짜 밥은 안 먹었어. 초코파이 하나. 딱 하나 먹었다니까, 진짜야! ”
강하영이 잡은 정진훈의 오른손을 흔들며 눈웃음치자, 정진훈이 못 말린다는 듯 피식하며 시선을 다시금 정면으로 향했다.
그쯤 강하영이 정진훈의 옆모습을 보며 물었다.
“ 참! 오빠 오늘 후시 녹음 잘했어?! 오늘 ‘왕좌의 무게’ 후시 있었다며? ”
“ 잘했지. 근데 너는 무슨 경쟁작 걱정까지 해. 알고 있지? 너랑 나랑 지금 서로 다른 거 들어갔다? ”
“ 고럼고럼. 알지알지. ”
“ 모르는 것 같은데. ”
“ 그래도 난! 남자친구의 작품까지 신경 쓰는 마인드야! ”
“ 그래그래. ‘가정부일기’는 어때? 편집 언제 끝난대? ”
정진훈이 분당 수서간도로에서 빠져나가는 길로 접어들며 묻자, 강하영이 작게 한숨을 뱉었다.
“ 몰라! 혜인 언니가 대충 말해주긴 했는데, 겨울쯤? ”
“ 음- 우리가 좀 빠르겠네. ”
“ 아! 혜인 언니가 오빠한테 안부 전해 달랬어! ”
“ 안부? ”
“ 응! 어- 큼큼! ”
곧, 강하영이 목을 가다듬으며 정혜인 성대모사를 펼쳤고.
“ 진훈이, 우리 ‘가정부일기’ 안 오고, ‘왕좌의 무게’ 쪽으로 들어간 거 후회할 거라고 전해. ”
정진훈이 순간 오한이 들었는지, 넓은 어깨를 살짝 떨며 답했다.
“ 어후- 음성지원. 한동안 혜인 선배 피해 다녀야겠네. ”
“ 힘들 텐데? 좀 있으면 우리 제3회 내부파티도 있고, 요즘 혜인 언니 본사에서 거의 살던데. ”
대답을 들은 정진훈이 ‘본사도 한동안은’ 정도의 혼잣말과 함께 순간 주제를 바꿨다.
“ 근데 하영아. ”
“ 응? 왜왜? 아, 밥은 고기가 좋을 것 같아! 소소. ”
“ 어. 고기는 그렇다 치고, 재욱이 뭐야? 나 아까 집에서 물먹다 죄다 뱉었잖아. 진짜야? ”
난데없이 묻는 김재욱의 근황에 강하영이 세상 순진한 얼굴로 눈을 끔뻑였다.
“ 재욱이? 재욱이 왜? 지금 ‘Broken down’ 잘 되고 있어서. ”
“ 아니, 너 혹시 못 봤어? ”
“ 뭘? 뭐야뭐야! 나도 알려줘. 흐아- 나 오늘 진짜 종일 잤어! ”
강하영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덕분에 입꼬리를 살짝 올린 정진훈이 아까 봤던 내용을 읊었다.
“ 아까 오후쯤에 해창그룹 김재황 사장이 기자회견 열었는데, 거기에 재욱이가 나오던데? ”
“ 어?!! 진짜?!! 왜? 재욱이가 거길 왜 갔지? ”
“ ······재욱이가 김재황 사장 아들이라더라. ”
뜬금없는 대답에 강하영이 정진훈의 팔뚝을 찰싹 때렸고.
“ 오빠. 죽을래? 오늘 소고기 10인분 먹는다? 뭔 그런 뚱딴지같은 사기를 치고 있어! 검거! 검거다! ”
강하영이 정진훈의 팔목을 잡고, 체포하는 듯한 모션을 취했다. 그 모습에 정진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 허- 너도 몰랐다고? 너랑 하진이 그리고 재욱이는 초창기 멤버잖아? 아예 몰랐다고? ”
“ 어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
“ 하영아. 지금 손 놓고, 실검 봐봐. ”
“ 이야- 이 오빠 봐라? 연기하시겠다? 좋아. 그럼 나도 해주지! ”
약간 장난스럽게 정진훈의 말을 받은 강하영이 허벅지와 허벅지 사이에 끼웠던 핸드폰을 켰다.
“ 이제 내가 실검 보고 화들짝 놀라면 되는······응? 으으응?? 이게 무슨. ”
그런데 실검을 확인한 강하영의 표정이 순식간에 요지경이 됐다. 눈이 너무 커져서,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
당연했다.
1. 김재황 사장.
2. 김재욱.
3. 김재황 사장 아들.
4. 해창전자.
5. 백종완 제육볶음 레시피.
6. 김재욱 김재황 사장
7. 김재황 사장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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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실검은 온통 김재황 사장과 김재욱의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었으니까. 곧, 두 눈을 끔뻑이던 강하영이 실검 1위 김재황 사장 이름을 터치했고,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 기사가 범람했다.
『[속보]해창 ‘김재황 사장’ 오늘 기자회견서 충격 고백 “배우 김재욱은 내 아들이다”』
이 밖에도 기자는 초마다 쏟아지고 있었지만, 내용은 얼추 비슷했다. ‘김재황 사장의 아들이 배우 김재욱이었다’라는.
이게 뭐지? 싶었는지, 강하영이 대뜸 외쳤다.
“ 헐!!! ”
“ 대박이지? ”
“ 오빠! 잠깐만! 차, 차 좀! ”
“ 어? 아, 어어. ”
강하영의 외침에 정진훈이 가까운 갓길에 차를 정차했다. 그 옆으로 검은색 승합차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 ······ ”
놀란 강하영이 눈을 비비적거린 뒤, 다시금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그녀가 빠르게 김재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 왜 안 받아!! ”
김재욱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강하영이 다음으로 전화를 건 것은 현재 미국에 있는 강하진.
“ ······씨! 얘는 또 왜 안 받지?! ”
강하진도 불통. 이어 강하영이 김건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다행히 김건욱이 전화를 받았다.
“ 오빠!!! 재욱이 이거 오빤 알았어요?! ”
“ 알았겠냐?! 야 너도 몰랐어? 연락 없길래 너는 아나보다 했는데? ”
“ 헐- 이게 뭐지? 나도 몰랐어요. ”
“ 하영아. 나 지금 본산데, 본사 뒤집어졌다. 간부들 총출동했어. ”
“ 알았어요! 일단, 끊어봐! ”
-뚝.
다급하게 전화를 끊은 강하영이 고개를 정진훈에게 휙 돌렸고, 검지로 앞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 오빠! 삼성동, 본사로! 빨리빨리!! ”
이후.
해창그룹 김재황 사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7월 12일의 밤은 축제가 펼쳐졌다. 리액션 축제. 김재욱이 김재황 사장의 아들이라는 이슈에 김재욱과 관련된 모든 이들의 리액션이 쏟아졌다.
“ 미친!! 진짜 아무도 몰랐다고?!! ”
물론, 보이스프로덕션 본사에 모인, 박찬규 임시 사장부터 추민재 이사, 홍혜수 이사, 홍보팀 박이사 등등.
“ 아줌마! 아줌마도 몰랐어?! ”
“ 어머. 민재야. 네가 몰랐는데, 나라고 알겠어? ”
“ 홍보팀은?! 박이사님은 알고 있었어요?! ”
“ 아니요. 저도 아까 처음 전화 받았어요~ 일절 대응하지 말랍니다. 사장님이. ”
본사 회의실에 모인 인원들이 난리가 났다. 특히나 추민재 이사가 큰 충격을 받은 모습.
“ 아니! 대응이고 나발이고. 와씨! 최근에 먹은 충격 중에 제일 크다, 진짜! ”
이어 홍혜수 이사가 마스크팩을 하다 달려 나왔는지, 광나는 양 볼을 쓰다듬으며 과거를 떠올렸다.
“ 흠. 맞아. 생각해보면 주혁이가 예전부터, 우리 분당에 있을 때부터 해창 쪽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턱턱 잘 물어왔었어. ”
“ 맞아! 광고나 웹드라마도! 브랜디드 콘테츠도 무슨 구멍가게 일 수주받아오듯이 가볍게······와 이런 속사정이 숨어 있었구만?! ”
곧, 홍혜수 이사가 미소지으며 다리를 꼬았다.
“ 잘나가는 헐리웃 배우에 해창그룹 총수의 아들? 우리 재욱이 먼치킨이었네. 더 잘해줄걸. ”
“ 아줌마! 지금 농담이 나오냐?! 이 일을 어떻게 처리. ”
“ 굳이 우리가 뭘 할 필욘 없어요. ”
흥분한 추민재 이사의 말을, 운동복 차림의 박찬규 임시 사장이 잘라냈다.
“ 뭐, 당시에는 별수 없었겠죠. 이렇게 국내가 뒤집힐 일이니, 김재황 사장과 재욱군 그리고 사장님. 이렇게 셋만 알고 있었겠지. ”
“ 그, 그렇기야 하겠다만! ”
“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김재황 사장은 앞으로 우리 보이스프로덕션이 해외 문화산업으로 확장해나갈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인물. 강주혁 사장님은 그 점 때문에 이렇게 움직인 게 아닌가 싶어요. ”
홍혜수 이사가 말을 받았고.
“ 저도 동감이에요. ‘Broken down’은 작년부터 기획에 들어갔었고, 그때부터 이미 일은 진행되고 있었다는 얘기겠죠. 그래도 진짜 아들인 재욱이를 주연으로 넣어서 터트릴 줄은······우리 사장님을 누가 말려~ ”
얼굴을 감싼 추민재 이사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 적당히 터트려야지, 이건 뭐. 핵폭탄을 넘어섰다, 넘어섰어. ”
그쯤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난 박찬규 임시 사장이 다크서클 자욱한 홍보팀 박이사에게 시선을 던졌다.
“ 사장님이 일절 대응하지 말라고 하셨다고요? ”
“ 예. 그냥 흘러가게 두랍니다. 이 건은 알아서 처리하신다고. 대신에 홍보팀 스케줄을 한 달 정도 앞당기라고 하셨고요. ”
“ 알아서 하신다고 하셨으면 굳이 우리가 손댈 필욘 없죠. 그럼 그렇게 정리하죠, 이 건은. 그래도 궁금하긴 하네요. ”
곧, 말을 마친 박찬규 임시 사장이 웃었다.
“ 이 일이 어떻게 굴러갈지. ”
바로 그때.
-덜컥!!
닫혔던 회의실의 문이 휙 열리며, 김건욱과 강하영 그리고 어색하게 웃음 짓는 정진훈이 들이닥쳤고, 강하영이 가장 먼저 추민재 이사에게 달라붙었다.
“ 이사님!! 재욱이 진짜 재벌 집 아들이에요?!! 그것도 무려! 해창그룹 김재황 사장 아들?!! ”
이어 대뜸 나타난 보이스프로덕션 간판 배우들과 어깨에 매달린 강하영을 보며 추민재 이사가 또다시 한숨을 뱉었다.
“ 하- 니들은 스케줄도 없냐? ”
몇 시간 뒤, 미국.
한국은 새벽이었지만, 미국 캘리포니아는 아침이었다. 시간은 10시쯤. 그리고 영화 ‘Control’의 세트장은 무척이나 바빴다. 물론, 스탭들이나 관련된 인원들의 모습은 평소 촬영 때와 비슷했지만, 뭔가 전부 눈에 힘이 들어간 상태였다.
특히나 연기하는 배우들은 더 했다.
“ 그러니까. 아, 이름이 루이스라고 했지? 당신 말은 아내 애나가 사망한 것이 사고가 아니라, 살해당했다? ”
지금 연기하는 배우로는, 방금 대사를 던진 언론사 편집장 역을 맡은 헐리웃 중년 배우 숀 그랜트 그리고 주인공 루이스의 강주혁. 세트장은 한 언론사를 본떠 만들었고.
“ 맞아요. ”
“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
주혁은 여전히 찌그러진 동그란 안경에 멜빵을 맨 모습.
“ 증거가 있어요. 당신이 나와 손을 잡아 준다면 보여줄 생각도 있어. ”
지금 씬은 강주혁과 숀 그랜트가 마주 앉아, 대화하는 장면. 꽤 긴장감이 실린 씬이었다.
“ 증거? 좋아. 증거가 있다고 치자고. 근데 내가 왜 이 일에 가담해야 하지? 들어서는 평범한 사건·사고로 보이는데? ”
“ 이 사건 뒤에 거대한 비리가 숨어있다면? ”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는 세트장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물론, 이번 씬 자체가 두 인물이 서로의 심리를 파악하려는 감정선도 숨겨져 있기에, 원테이크 5분짜리로 길게 촬영하는 중이라 촬영장에는 왠지 평소보다 더 무거운 긴장감이 깔렸다.
“ 비리? ”
카메라를 집은 수염 난 촬영감독은 온 신경을 손끝에 집중시켰고, 오디오 팀은 귀에, 기타 다른 팀들은 숨소리마저 쉽게 내뱉지 못했다.
와중에 강주혁이 앞에 앉은 숀 그랜트에게 대사를 쳤고.
“ 정치, 경제, 이름 모를 단체. 파면 팔수록 거대한 진실이 숨어있어요. 어때? 구미가 좀 당기십니까? ”
그쯤 배우들이 출력되는 모니터에 얼굴을 처박은, 코끝에 안경을 걸친 존 스필버그 감독의 입에서.
“ ······후. ”
오늘 촬영장이 특히나 긴장감이 넘실거리는 이유가 쏟아졌다.
“ 마지막 촬영이라 그런가? 배우들 집중도가 높고, 그림도 잘 뽑혀. ”
오늘은 영화 ‘Control’의 크랭크업. 즉, 마지막 촬영 날이었다.
그리고 그 시각, 촬영장 주변에 주차된 강주혁의 트레일러 안.
-띠링!
선반에 올려진 주혁의 핸드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보낸 이는.
-박과장님.
박과장이었으며, 화면이 출력하는 문자 내용은 이랬다.
-사장님. 정진훈, 강하영씨에 날파리들이 붙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