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411
외전 (10)
한국에 없는 줄 알았던 강주혁이 뜬금 등장해서인지 회의실에 모였던 모두가 얼이 빠져버렸다. 덕분에 회의실 안은 충격 섞인 묘한 침묵이 흘렀다.
“ 아······ ”
방금 강주혁과 반강제로 악수를 한 박찬규 임시 사장은 악수하던 손 모양 그대로 멈춰버렸고, 홍보팀 박이사나 추민재, 홍혜수 이사 모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난 상태 그대로 얼어붙었다.
물론, 나란히 앉은 정진훈이나 강하영도 마찬가지.
와중에 회의실 입구 쪽에서 양손을 모은 채, 서 있던 황실장이 작게 웃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 전부 괜찮으십니까? 물이라도 끼얹어야 하나 이거? ”
그때야 회의실 안 멈췄던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시작은 당황 섞인 표정의 추민재 이사부터.
“ 아니! 사장님이 왜 여기서 나와?!! 지금 한창 촬, 악!! ”
‘촬영’이라는 단어를 꺼내기 전에, 추민재 이사의 팔뚝을 홍혜수 이사가 꼬집으며 말을 정정했다.
“ 전부 정리되고 들어온 거야? ”
그녀가 영화 ‘Control’ 질문을 돌려 말하자, 강주혁이 강하영과 정진훈 반대편 의자를 당기며 고개를 끄덕였고.
“ 얼추? ”
“ 어머, 그래? 생각보다 엄청 빨랐네? ”
주혁이 내년 아카데미상 영화제를 떠올리며 픽 웃었다.
“ 응. 기한이 정해진 일이었으니까. 그보다. ”
이어 자리에 앉은 강주혁이 다리를 꼬며 강하영과 정진훈의 눈을 훑으며 말을 이었다.
“ 이 회의는 뭐고, 두 사람이 죄송하다는 일이 뭔지 좀 알려주지? ”
약간은 장난스럽게 말을 던진 주혁이었지만, 상석에 앉아 있던 박찬규 임시 사장은 꽤 긴장한 듯, 정장 재킷을 여미며 답했고.
“ 그게······그렇게 큰일은 아니고. ”
“ 아니. ”
어느새 냉정해진 홍보팀 박이사가 다크서클 쌓인 눈가를 긁으며 박찬규 임시 사장의 말을 정정했다.
“ 큰일이라고 생각해. 홍보팀으로서는. ”
“ 그래? ”
곧, 박이사를 보던 주혁의 시선이 다시금 강하영과 정진훈에게 던져졌다. 덕분에 화들짝 놀란 강하영이 눈알을 아래로 팍 내리며 양손을 주물럭거렸고, 정진훈은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런 둘을 잠시간 쳐다보던 주혁이 시선은 여전히 둘에게 둔 채, 읊조렸다.
“ 설명해봐. ”
설명은 홍보팀 박이사가 대신했다.
“ 두 사람. 사귀는 중이라는데, 기자들에게 걸렸어. ”
“ 기자들한테? ”
“ 응. ”
대답을 들은 주혁이 박과장에게서 도착한 문자를 떠올렸고.
‘ 하영씨한테 붙은 날파리가 기자들이었나 보네. ’
주혁이 고개를 홍보팀 박이사 쪽으로 돌렸다.
“ 그래서? ”
“ 그런데 걸린 타이밍이 김재황 사장이랑 재욱이 논란이 터진 시점이고, 그 기자들이 좀 쓰레기야. 상황이 좋진 않다. ”
이어 홍보팀 박이사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모두 강주혁에게 설명했다. 기자들에게 사진 찍힌 상황부터 지금까지. 설명에는 대충 5분의 시간이 걸렸고, 상황을 전부 파악한 강주혁이 꼰 다리의 방향을 바꿨다.
“ 흠. ”
그런데 강주혁의 리액션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저 짧은 침음을 뱉은 뒤, 검지로 책상을 툭툭툭 작게 두드리며 앞에 앉은 두 사람을 바라볼 뿐.
반면.
“ ······ ”
강하영이나 정진훈은 죄지은 사람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주혁이 박이사에게 다시 물었다.
“ 그 기자들한테 연락 온 건 언제야? ”
“ 오늘 아침쯤. ”
“ 언론사는 어딘데? ”
“ 플러스 팩트라고 중형 언론산데, 그렇게 크진 않아. 그리고 기자들이 제시한 딜은. ”
“ 됐어. 기자들이 딜치는 내용이야 빤하지. ”
말을 마친 주혁이 왼손으로 턱을 괴며 흥미로운 미소와 시선을 다시 앞쪽, 두 사람에게 던졌고.
“ 그러니까, 둘이 사귄다는 거지? ”
정진훈이 나섰다.
“ 죄, 죄송. ”
“ 축하해요. ”
“ 예! 정말 죄송······예? ”
“ 축하한다고. ”
“ 어? ”
축하를 받을 줄은 몰랐는지, 강주혁을 쳐다보던 정진훈이 두 눈을 끔뻑였고, 내내 고개를 내리깔고 있던 강하영이 얼굴을 팍 들었다.
곧, 그녀에게 시선을 맞춘 주혁이 말은 정진훈에게 던졌다.
“ 진훈씨. ”
“ 예? 아, 예! 선배님. ”
“ 알고 있겠지만, 하영씨랑 하진씨는 내가. 아니, 보이스프로덕션이 처음으로 맡은 배우들이에요. 그만큼 내가 애정한다는 소리지. 내가 지금 무슨 말 하는지 알겠어요? ”
“ ······아. ”
하지만 정진훈은 미소지으며 말하는 강주혁의 말뜻을 정확히 알아채진 못했고, 주혁이 간단하게 말을 추가했다.
“ 잘해주라고. ”
이어 강하영이 약간 울컥했는지, 강주혁을 보며 외쳤고.
“ 사장님! ”
주혁이 강하영과 시선을 맞췄다.
“ 하영씨, 어떻게 해줄까요? ”
“ 엥? 그게 무슨······ ”
“ 숨겼으면 좋겠는지, 아니면 밝혔으면 좋겠어요? ”
“ 어······그걸 제가 결정해도 되는 거예요? ”
“ 당연하지. ”
곧, 묘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앞으로 고생길을 직감했는지, 홍보팀 박이사가 얼굴을 감쌌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이 강하영과 정진훈에게 말했다.
“ 나는. 아니, 보이스프로덕션은 소속 배우들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거지, 간섭하는 게 아니니까. ”
말을 마친 주혁이 회의실에 모인 간부들에게 고개를 돌렸고.
“ 그렇죠? ”
홍보팀 박이사를 빼곤 모두 미소지었으며 대답은 박찬규 임시 사장이 대표로 했다.
“ 타당한 말씀입니다. ”
“ 감사합니다. ”
이어 다시금 강하영에게 시선을 던진 주혁이 말을 이었다.
“ 나는 하영씨와 진훈씨의 사생활을 존중해요. 감춰달라면 죽을 때까지 감춰줄 것이고, 밝히고 싶다면 당장 지금이라도 밝혀줄게요. ”
주혁의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강하영이 작게 벌려진 입으로 달싹였다.
“ 그, 그래도! 사장님! 지금 상황이! ”
“ 그런 걸 왜 하영씨가 신경 써요? 그리고 상황이 어때서? 전혀 대수롭지 않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두 사람의 생각이고 결정이에요.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나를 믿고 말해봐요. 어떻게 해줄까요? ”
강주혁이 말을 마치자마자, 회의실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와중에 주혁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강하영의 고개가 옆에 앉은 정진훈에게로 돌아갔다.
둘은 서로 눈빛으로 대화했다.
원래도 같은 주제로 여러 번 얘기를 해왔는지 어쨌는지, 둘이 답을 내리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답은 강하영의 입에서 뱉어졌다.
“ 사장님! 발표해서, 떳떳하게 만나고 싶어요. 죄지은 것도 아닌데, 숨어서 만나기 싫어요! ”
그녀의 당찬 답에 주혁이 픽 웃었고.
“ 그럼 대놓고 공식발표로 기사 내자, 우리가 직접. ”
얼굴을 감싼 홍보팀 박이사에게 시선을 던졌다.
“ 그럼 문제없잖아? ”
“ ······없지. 일이 커질 뿐. ”
“ 상관없어. 커지는 게 오히려 더 좋기도 하고. 음- 그런데. ”
이어 입꼬리를 올린 주혁이 자리서 일어났다.
“ 두 사람 뒤를 밟은 기자들은 마음에 안 드는데? 걔네 소속 언론사가 어디라고? ”
잠시 뒤, 이동하는 강주혁의 차 안.
회의실을 정리하고 나온 주혁의 차가 빠르게 달리고 있다. 황실장은 퇴근했는지 보이지 않았고, 차 안에는 운전하는 강주혁만 보였다.
그러다 강주혁의 차가 신호에 걸렸고.
-끼익.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멈춘 주혁이 혼잣말을 뱉었다.
“ 김재황 사장 기자회견은 7월 12일. 오늘이 15일. 대충 2주 정도 뒤부터 움직인다 치면. ”
이어 그가 무언가 결론을 내렸다.
“ 7월 말부터, 하영씨 진훈씨 발표로 시작하면 되겠네. ”
이어 핸드폰을 집어든 주혁이 퇴근 중일, 홍보팀 박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짧았다.
“ 어- 사장님. ”
“ 내일부터 언론사들 미팅 좀 잡아줘. 좀 조용조용하게. ”
“ 미팅? 이런 상황에?! 사장님이 돌아다니면 언론사들 좋다고 물어뜯을 텐데?!! ”
꽤 흥분한 박이사에게 주혁이 간단하게 답했다.
“ 그러라고 만나는 거야. 슬슬 언론사들이 움직여줘야 돼. ”
“ 흠- 어느 정도 선까지? ”
“ 언론사 상위 5곳 정도면 될 것 같은데? ”
답한 주혁이 바뀐 신호에 차를 출발시키며 말을 추가했다.
“ 스타트는 디쓰패치로 끊자. ”
약 30분 뒤, 강남 고급 횟집.
VIP룸에 김재황 사장과 강주혁이 마주 앉아 있다. 물꼬는 김재황 사장이 텄다.
“ 언제 들어왔나? ”
“ 오늘이요. ”
넥타이를 풀어헤친 김재황 사장은 꽤 마음고생 중인지, 핼쑥한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주혁이 입은 카라티 단추 하나를 풀며 물었다.
“ 재욱이한테 듣긴 했는데, 상황이 그다지 좋진 않나 보네요. ”
그러자 김재황 사장이 작게 웃으며 물컵을 들었다.
“ 그렇지. 뭐, 애초에 예상했던 바였고 각오한 일 아닌가? ”
“ 그래서요? 이제 기자회견 뒤로, 한 3일 지났는데. 앞으로 어떻게 움직이실 생각입니까? ”
“ 기다려야지. 겸허하게. ”
대답을 들은 주혁이 팔짱을 꼈다. 덕분에 그의 팔뚝 근육이 도드라졌다.
“ 저는 지금부터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
“ 지금부터? ”
“ 네. 지금부터 슬슬 밑 작업을 해놔야 역풍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
“ ······음. ”
침음을 뱉은 김재황 사장이 들었던 물컵을 내렸다.
“ 역풍, 그렇지. 여론과 언론 빼고, 슬슬 제3자가 끼어든다는 소리지? ”
“ 맞습니다. 이대로 그냥 기다리기만 한다면, 여론이나 언론이나 시간이 꽤 흐르면 점차 식겠죠. 그런데 그건 아무도 끼어들지 않았을 때나 얘기고. ”
“ 파리가 꼬이고, 그들이 계속 장작을 던지면 식지 않겠지. ”
지금이야 워낙에 언론이나 여론이 불타올라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있으나, 대 해창그룹의 스캔들이었다. 이 논란이 식을 때쯤 제3자가 끼어들어, 진흙탕을 만들 가능성이 농후했다.
“ 사장님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약점을 봉쇄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얘기하면 약점이 모두에게 드러났다는 것과 같죠. ”
“ ······음. ”
“ 그래요. 가령, 현봉의 박만욱 사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이것저것 쓸데없는 찌라시를 퍼트리면 당연히 언론은 좋다고 빨아 재낄 것이고, 여론은 또다시 불타오르겠죠. 그쯤 되면 진화 자체도 불가능해집니다. 박만욱 말고도 여럿 참여할 테니까. ”
“ 후- 별수 없어. 적이 너무 많아. ”
곧, 주혁이 미소지었다.
“ 예. 많으시겠죠. 그 위치에 계시니까. 뭐, 재벌가 적들은 사장님이 알아서 하시고. ”
-스윽.
말을 마친 주혁이 탁자 위에 누런 서류봉투를 올렸다.
“ 뭐가 됐든 그대로 계시면, 해창이 멈춰있으면 제가 좀 곤란합니다. ”
“ 이건 뭐지? ”
“ 밑 작업. ”
“ ······ ”
대답을 들은 김재황 사장이 눈알만 올려, 강주혁의 얼굴을 바라봤다.
“ 그 표정. 오랜만인데? 뭔가 움직일 생각이군. ”
“ 시간이 없어서요. ”
“ 그런데 자넨 자리서 물러났잖나? ”
“ 그렇죠. 그러니 뒤에서 조용히. 그림자처럼 진행해야죠. 거기다 이 건은 제가 사퇴 전에 시작한 일이니 제가 직접 매듭지을까 합니다.”
-팔락.
이어 김재황 사장이 탁자에 올려진 누런 서류봉투 안, 종이를 꺼냈다. 와중에 주혁이 말을 이었고.
“ 사장님은 내일부터 그 자료들, 해창과 줄 닿은 언론사에 조금씩 흘려주세요. 나머진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종이를 보던 김재황 사장이 한 쪽 눈썹을 추켜 올렸다.
“ 대체 뭘 하려고. ”
“ 사장님, 폭풍전야라고 아시죠? ”
“ 알지.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 ”
“ 지금을 폭풍전야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
말을 잠시 멈춘 주혁이 미소지었다.
“ 핵심은 아무도 끼어들 틈 없이, 미친 듯이 휘몰아치면 된다는 거죠. ”
다음 날 아침. 보이스프로덕션 광주 사옥.
어제와는 달리, 정장을 차려입은 주혁이 어째선지 보이스프로덕션 광주 사옥 3층 미팅룸에 홀로 앉아 있다. 미팅룸은 고요했다. 오직 강주혁이 커피 마시는 소리가 전부. 그러기를 약 3분. 고요하던 미팅룸의 문이 열렸고.
“ 모셔왔습니다. ”
황실장과 그의 뒤로 배 나온 남자가 나타났다.
“ 허허. 진짜 강주혁씨네? ”
배 나온 남자는 주혁에겐 꽤 익숙한 디쓰패치 연예부 편집장이었다. 예전보다 더욱 배가 커진 편집장은 강주혁과 악수를 나누며 웃었다.
“ 살아계셨구만? ”
“ 예. 다행히. ”
짧게 답한 주혁이 자리에 앉자, 편집장 역시 나온 배를 욱여넣으며 의자에 앉았다.
“ 그나저나, 작품은 언제 들어가십니까? 작년 말에 배우 복귀한다고 떡밥을 그렇게 던지시더니만, 소식이 없네? ”
“ 때 되면 시작하겠죠. ”
“ 아시죠? 다들 말은 안 해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요. 강주혁 사장님. 아니, 이제 그냥 강주혁씬가? 주혁씨 복귀 기사 먹으려고. ”
-스윽.
그때 주혁이 편집장의 나온 배 앞쪽으로 투명파일을 내밀었다. 바로 본론부터 시작하자는 몸짓.
“ 편집장님. 제가 오랜만에 재밌는 거래를 제시할까 하는데. ”
“ 허이구- 주혁씨가 제시하는 거래는 언제나 환영이지. ”
말을 마친 편집장이 투명파일을 펼치자마자, 눈알이 커졌다.
“ ······허? 크크. 보자- 이렇게 굴리겠다는 건, 지금 불타는 언론이고 여론이고 슬슬 진압하겠다? ”
곧, 주혁이 여유롭게 고개를 저었다.
“ 틀려요. 진압이 아니라, 시선만 돌리겠다는 겁니다. 불타는 건 그대로 불타게 두고. ”
“ 불만 옮겨붙게 하겠다? 흠- ”
편집장이 보던 파일을 책상에 대충 툭 던졌다. 그런 그에게 주혁이 설명을 추가했다.
“ 솔직히 슬슬 김재황 사장 쪽, 뽑아 먹을 건 없잖아요? 기자회견에서 워낙에 팩트만 던졌으니까. 서서히 찌라시만 돌 테고. ”
그러자 편집장이 약간은 악의적으로 웃었고.
“ 그러니까, 주혁씨 말은. ”
“ 예. ”
강주혁이 후덕한 편집장의 말을 자르며, 다리를 꼬았다.
“ 쉰 거 먹지 말고, 새것을 먹어라. 뭐 그런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