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415
외전 (14)
내부파티에서 영화 ‘Control’의 제작발표회를 하자는 말에 마크 헤이스 사장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 거기서 제작발표를? ”
반면, 강주혁은 꽤 여유롭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음- 기왕이면 서프라이즈로 하는 게 좋겠네요. ”
“ ······서프라이즈라- 진행하던 내부파티에서 예정도 없이, 급작스레 하자는? ”
“ 그게 더 충격적이지 않겠습니까? ”
여기서부터 마크 헤이스 사장은 말이 없어졌다. 그저 강주혁의 차갑지만, 잘생긴 얼굴을 보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 지금 헐리웃에서 한국이 가지는 파급력을 무시 못 하는 것도 사실이야. ’
현재는 헐리웃 뿐만 아니라, 해외 가요계도 그렇고 방송 쪽도 마찬가지. 어느 업계의 차트든 한류가 집어삼키는 중이었다.
‘ 그리고 그 중심엔 이 남자와 보이스프로덕션이 있지. ’
그 한류의 시발점과 장작을 끝없이 던지고 있는 것은 바로 강주혁과 보이스프로덕션이었다. 심지어 넷플렉스는 한국의 보는 눈을 높이 사는 편이었다.
따라서 한국 컨텐츠 시장에 큰 힘을 쏟는 중.
여기까지 생각이 뻗친 마크 헤이스 사장은 뭔가 흥미로운 듯 턱을 쓸었다.
‘ 이 합동 내부파티가 화제가 되면,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면 혹시 ‘Control’이 큰 힘을 못 쓰더라도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거야. ’
즉, 꿩 대신 닭.
행여 ‘Control’이 망한다 하더라도, 내부파티를 같이한다면 현재 한류의 중심에 있는 보이스프로덕션 덕분에 화제성과 파급력을 챙길 수 있었다.
‘ 강주혁과 보이스프로덕션이라는 키워드에 숟가락을 얹을 수 있지. ’
한마디로 차선책이 생긴다는 것.
여기서 강주혁은 마크 헤이스 사장의 미묘한 표정을 보며 작게 웃었다.
‘ 날 꿩 대신 닭으로 보겠지. 내가 닭이 될 일은 없겠지만. ’
주혁이 닭이 될 일은 없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현재 강주혁만이 미래를 알고 있으니까. ‘Control’의 미래 대로라면 봉황이면 봉황이지 강주혁이 닭일 수는 없었다.
이쯤 정적을 먼저 깬 것이 마크 헤이스 사장.
“ 구미가 당기는데요? ”
댄디한 마크 헤이스 사장의 답변에 주혁이 꼰 다리 방향을 바꾸며 미소지었다.
“ 진짜요? 구미만 당기십니까? 얼굴을 봐서는 100% 넘어오신 것 같은데요. ”
“ 하하하. 그럴 리가요. ”
곧, 강주혁과 마크 헤이스 사장 사이에 미묘한 눈빛이 오갔다.
“ ······ ”
“ ······ ”
대기업 수장들의 눈치 싸움.
이어 약 1분 정도 흐른 뒤에 마크 헤이스 사장이 강주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 좋아요. 하는 김에 화끈하게 해보죠. ”
“ 바라던 바입니다. ‘하는 김에 크게 하자’는 제가 상당히 좋아하는 말이거든요. ”
잠시 뒤.
마크 헤이스 사장과 미팅을 마친 강주혁이 주차장에 도착하자, 주차돼 있던 승합차에서 황실장이 내렸다.
“ 끝나셨습니까? ”
“ 예. ”
답한 주혁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 흠. ”
뭔가 시간을 가늠하던 그가 황실장에게 시선을 다시 맞췄다.
“ 일 하나만 더 처리하고, 바로 한국 넘어가죠. ”
몇 시간 뒤, LA 보이스필름 스튜디오.
3층 규모의 보이스필름 스튜디오는 한눈에 봐도 바빠 보였다. 당연했다.
제작 팀별로 현재 제작 진행 중인 작품이 많기 때문.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Magician k’부터 애니메이션 ‘Magician k The Animation’, ‘스텝다운4’ 등등.
“ 필립! 나 현장 다녀올 테니까, 기획안 수정된 거 사장님께 올려줘!! ”
“ 예예! 다녀오세요! ”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작품들에 진행률도 전부 달랐기에, 보이스필름 스튜디오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뛰어다녔다.
“ 왜 장소 섭외에 문제가 생긴 거야?! 데커! 똑바로 확인한 거야?! ”
“ 지금 전화해보겠습니다!! ”
“ 쯧! 확인하고, 마리 미코 감독한테 직접 전화해! ”
분명, 규모 자체는 한국의 본사 보이스프로덕션보다는 작았지만, 직원들은 더 많아 보였다. 그런 와중에 정신없는 사무실을 가로지르는 여자직원과 익숙한 남자가 보였다.
“ 이쪽으로. ”
파란 눈 여자직원은 가죽 재킷을 입은 남자를 안내하고 있었다. 하정훈이었다.
“ 아, 예. ”
하정훈은 미국에서 지내면서도 보이스필름 스튜디오는 처음 와보는 듯, 바쁘게 돌아가는 사무실을 휘휘 둘러보며 여자직원 뒤를 따랐다.
그쯤.
“ 여기요.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
여자직원이 한 미팅룸 앞에서 들어가라는 손짓을 던졌다. 이어.
“ 감사합니다. ”
하정훈이 작게 감사 인사를 전하자, 여자직원이 눈웃음치며 자리를 떴다.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하정훈이 미팅룸의 문을 열었다.
“ 아, 오셨네요. ”
미팅룸의 문을 열자마자, 하정훈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인물은 황실장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보인 것은.
“ 왔냐? ”
흰색 티에 블레이저를 걸친 강주혁. 그런 강주혁에게 황실장이 고개를 돌렸다.
“ 그럼 전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
“ 연락드릴게요. ”
“ 예. ”
답한 황실장이 입구에 선 하정훈에게 간단한 인사를 던진 뒤, 미팅룸 문을 닫았다. 여기서부터 아까까지 잔뜩 긴장한 듯 보였던 하정훈의 상태가 약간은 편하게 풀렸다.
“ 오랜만이다? ”
“ 그런가? 앉아, 서서 얘기할 거냐? ”
-스윽.
이어 강주혁의 반대편에 앉은 하정훈이 의자를 당기자마자 바로 말을 뱉었다.
“ 야, ‘Broken down’ 뭐냐? 재욱이가 그렇고 그렇다는 거, 대충 귀띔이라도 해주던가. ”
“ 네가 사람 색안경 안 끼고 한결같이 전부 깔보는 건 내가 알긴 아는데. ”
“ 아는데? 왜 말 안 해줬는데. ”
주혁이 웃으며 팔짱을 꼈고.
“ 그냥 귀찮아서? ”
하정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 미친놈. ”
이쯤 강주혁이 손목을 올려 시간을 다시금 확인했고.
-툭!
하정훈 앞으로 꽤 두꺼운 종이 뭉치를 가볍게 던졌다. 던져진 종이뭉치를 확인한 하정훈의 한쪽 눈썹이 추켜 올라갔다.
“ 뭔데? ”
“ 요즘 오디션 열심히 보더라. ”
“ 그러라매. ”
“ 그거 한번 준비해봐. ”
짧은 대답을 들은 하정훈이 주혁의 얼굴을 잠시간 쳐다보다, 종이뭉치를 들어 첫 장을 넘겼다. 종이뭉치의 용도는 그가 첫 장을 넘기자 확인할 수 있었고.
“ 시나리오? ”
시나리오에 적힌 제작사나 감독 그리고 원작자 등을 확인하던 하정훈이 대뜸 두 눈을 크게 떴다.
“ 원작 안숙희? 이 안숙희 작가가 내가 아는 안숙희 작가냐?! ”
“ 맞아. ”
“ ······이 여자가 영화 시나리오를 썼어?! 허- 어떻게 된 거냐? ”
-팔락, 팔락.
곧, 두꺼운 시나리오를 빠르게 넘기는 하정훈에게 주혁이 설명을 간략하게 던졌다.
“ 시간 많이 없으니까, 짧게 말한다. 내용은 축구선수 이야기고 동양인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는 거. 헐리웃 맛에 맞게 각색했고. ”
“ 축구? ”
“ 어. 너 축구 좋아하잖아? 축구팀도 있고. ”
실제로 하정훈은 한국에 꽤 유명한 연예인 축구팀의 일원이었다. 덕분인지 시나리오를 읽는 하정훈의 두 눈이 빛났다.
그런 그에게 주혁이 자리서 일어나며 말을 툭 던졌다.
“ 이번엔 주연인데, 해볼 거냐? ”
“ 당연하지. ”
여전히 시선은 시나리오에 둔 채, 빠르게 대답하는 하정훈의 모습에 픽 웃은 주혁이 하정훈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고.
“ 당연히 특혜는 없고 네가 오디션에 합격해야 하겠지만, 잘해봐. ”
미팅룸을 나서는 강주혁의 등 뒤로 하정훈의 목소리가 다시금 침투했다.
“ 야, 지금 국내 상황. 네가 짠 거지? ”
여전히 휘몰아치고 있는 한국 상황을 묻는 하정훈이었고, 가던 길을 멈춘 주혁이 얼굴만 돌려 작게 답했다.
“ 글쎄. ”
“ 지랄, 돌아가는 꼴이 딱 네 스타일이던데? 존 스필버그 감독 계약 건은 나도 좀 놀랐어. 뭐 또 터질 건 있냐?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다. ”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친 채, 몸만 돌린 하정훈의 물음에 주혁이 이번에도 간단히 답했고.
“ 그것도 글쎄. ”
문손잡이에 손을 올린 주혁이 영화 ‘Control’과 넷플렉스와의 합동 내부파티를 떠올리며 말을 추가했다.
“ 내 계획상으론 이제 터질 건 하나밖에 없긴 한데. ”
이어 미팅룸을 나서며 주혁이 혼잣말을 뱉었다.
“ 사람 일이라는 게 또 언제 예상을 빗나갈지 모르니까. ”
그리고 주혁이 말한 것처럼, 예상이 빗나가는 일은 얼마 지나지 않아 터졌다.
이틀 뒤. 9월 22일 목요일, 중국 상해.
중국 상해에 있는, 성을 방불케 하는 디즈니랜드에서 오늘, 10월 초 개봉 예정인 영화 ‘비스트’ 관련 제작 행사가 열렸다. 덕분에 영화관을 행사장으로 이용한 공간에는 소수의 관객과 다수의 기자가 몰렸고, 중국 방송국 인원들도 많았다.
“ 약 5분 동안 포토타임 갖겠습니다! ”
지금 기자들에게 외친 여자 진행자가 서 있는 정면 무대에는 디즈니 영화 ‘비스트’의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었고, 그 앞으로 ‘비스트’의 빌 에반스 감독이 가장 처음, 다음으로 여주 실비아, 로버트, 강하진, 조지 순으로 남자와 여자 주연 배우들이 앉아 있는 모습.
중간쯤 앉은 강하진은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이어 5분 뒤,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 빌 에반스 감독. 디즈니가 ‘비스트’를 실사화한다고 발표했을 때, 전부 마녀 ‘헤델’ 역을 누가 하느냐가 관심사였는데요? 어쩌다가 하진이 이 역할을 맡게 됐나요? 속 시원하게 말씀해주세요. ”
정면 무대에 인터뷰를 진행하는 여자 진행자가 옆에 앉은 수염 덥수룩한 빌 에반스 감독에게 질문하자, 빌 에반스 감독이 턱을 슬슬 긁다가 중간에 앉은 강하진에게 시선을 던지며 답했다.
“ 애초 ‘헤델’역은 고난이 많은 역할이었습니다. 많은 배우들이 고사했고, 인물의 성격이나 배경 자체가 바뀔 뻔했었는데. ”
“ 했었는데? ”
“ 그때 조·단역을 맡을 예정이었던 하진이 등장했고, 그녀에게 반한 제가 억지로 하진에게 역할을 맡겼습니다. ”
이어 진행자나 앞쪽 관객석의 기자들이 파하하 웃었다. 그 분위기를 이어 여자 진행자가 시선이 쏠린 강하진을 쳐다봤다.
“ 그럼 빌 에반스 감독이 반한 하진에게 질문! ”
덕분에 무릎에 내렸던 마이크를 집은 강하진에게 진행자가 질문을 던졌고.
“ 맡은 역할 ‘헤델’처럼 만약 진짜 하루 동안 마녀로 변해, 성에 갇히게 된다면 그리고 그 성에서 딱 한 명만 함께 할 수 있다면 지금 양쪽에 앉은 로버트와 조지 중에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은가요? ”
진행자의 꽤 짓궂은 질문에 강하진 왼쪽에 앉은 헐리웃 배우 로버트는 은근 기대하는지 웃으며 강하진을 쳐다봤고, 조지는 민망한 듯 시선을 허공에 던졌다.
그때 회색 드레스를 입은 ‘비스트’의 여주 실비아가 끼어들었고.
“ 와우. 지금 하진에게는 최대의 시험 문제가 내려졌네요. ”
눈웃음치던 진행자가 받아쳤다.
“ 그렇죠? 그래도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시고, 하진. 대답 부탁드려요. ”
그런데.
“ 꼭 두 분 중에 선택해야 하나요? ”
“ 음? 그게 무슨. ”
담담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올린 강하진의 대답은 꽤 충격적이었다.
“ 전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짝사랑이긴 하지만. ”
곧, 장내가 뒤집어졌다.
다음 날. 금요일, 한국 인천 공항.
한국에 비밀리에 입국한 강주혁이 미리 준비된 차에 타자마자,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었다. 이어 짐을 트렁크에 넣고 운전석에 탄 황실장도 마스크를 벗으며 입을 열었다.
“ 어후- 사장님. 저까지 얼굴을 가릴 필요가 있습니까? ”
황실장의 말에 핸드폰을 내려보던 주혁이 여전히 자신을 씹어대는 기사에 피식했고.
『[이슈체크]여전히 침묵하는 ‘강트맨’ 강주혁, 연기는 안 해도 입장은 밝혀야 할 때』
기사 내용을 읽으며 황실장에게 말을 던졌다.
“ 지금까지 뜨는 기사들 못 보셨어요? 제목이 뭐였더라? 강주혁과 항상 붙어다니는 남자, 그는 누구인가? 였나? ”
“ 아······그건 저도 보긴 했는데. ”
“ 그리고 황실장님 저랑 찍힌 사진 많아서, 어지간한 기자들은 얼굴 알아볼 겁니다. ”
“ 후- ”
황실장이 근심 섞인 한숨을 내뱉을 때, 어느새 강주혁의 핸드폰에는 자신의 기사가 아닌, 미쳐 날뛰는 실검과 다른 기사가 넘실대고 있었다.
『[속보]디즈니 영화 ‘비스트’ 중국 상해 제작발표회에서 짝사랑 고백한 ‘강하진’』
『[스타is]‘강하진’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는 누구? 대중들 관심 폭발!/ 사진』
『[스타포토]영화 ‘비스트’ 제작발표회에서 짝사랑 고백하는 ‘강하진’/ 사진』
강하진과 관련된 여러 기사를 보던 주혁이 턱을 긁었다.
“ 이건 또 뭐야? ”
바로 그때.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강주혁의 핸드폰이 벨소리를 토해냈고.
-박찬규 사장님.
상대는 박찬규 임시 사장이었다. 발신자를 확인한 주혁이 황실장에게 출발하자는 신호를 보낸 뒤, 전화를 받았다.
곧, 박찬규 임시 사장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 사장님, 전화하셨었네요. 회의 중이었습니다. ”
“ 네. 그럴 것 같았습니다. 것보다 이제 사장도 아닌데, 사장님이라고 그만 부르시라니까요. 주혁씨나 뭐, 그런 거로. ”
“ 아니요. 그건 좀 힘들겠습니다. ”
딱 잘라 거절하는 박찬규 임시 사장의 말에 주혁이 작게 웃으며 주제를 바꿨다.
“ 그건 그렇고, 저 지금 한국인데요. ”
“ 예?! 지금 한국에 계세요? ”
“ 네. 방금 들어왔는데, 본사까지 한 2시간 걸립니다. 그 2시간 안에 회의 좀 잡아주시겠습니까? ”
“ 회의요? ”
“ 네. 고문으로서 제안할 것이 있어서요. ”
강주혁의 제안에 핸드폰 너머 잠시간 침묵하던 박찬규 임시 사장이 다시 물었고.
“ ······회의 참석 인원은 어떻게 짤까요? ”
주혁이 모일 사람들을 추렸다.
“ 마케팅팀, 홍보팀 그리고 부장 이상급 간부들 전부 모아주세요. ”
“ 작은···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
“ 작아요. 그냥 헐리웃 한번 발칵 뒤집어 볼 생각입니다. ”
“ 헐리웃을 뒤집어요? ”
이어 말을 잠시 멈춘 강주혁이 약간은 악동같이 웃었다.
“ 예. 이제 슬슬 여론 뒤집어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