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417
외전 (16)
무려 현재 해외서 꽤 대단한 영향력을 뿌리고 있는 넷플렉스를 발판으로 쓰자는 말에, 회의실에 모인 모두가 웅성거렸다.
“ 넷플렉스를 발판으로······ ”
사실, 턱 들어서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이긴 했다. 그런데 이 계획을 발언한 것이 다름 아닌 강주혁이었고, 다들 왠지 모르게 강주혁이라면 모든 것을 해낼 것 같은 작은 기대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런 틈에 강주혁이 말을 이었고.
“ 우리 보이스프로덕션의 해외 문화산업은 현재 흥하곤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 해외에서 넷플렉스보다 브랜드파워가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시간 문제긴 하지만, 어쨌든 낮아요. 해봐야 이제 명함을 내미는 수준이죠. ”
회의실 모두가 강주혁의 말을 경청했다.
“ 물론, 당연히 우리도 점점 세력을 넓혀갈 것이고, 헐리웃이나 해외 전체에 파급력을 늘려갈 예정이지만, 만약 지금 내가 계획한 내부파티처럼 영향력이 포함된 상징성 띠는 파티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리고 이 파티를 잘만 이용하고 키우면. ”
잠시 말을 멈춘 주혁이 다시 창밖을 검지로 찍었다.
“ 저 멀리서 진행하고 있는 해외 문화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물론이고, 영향력을 키우는 시간을 빠르게 단축해줄 겁니다. ”
즉, 강주혁이. 보이스프로덕션이 지금 진행하는 해외 문화산업만으로도 성장을 이루곤 있지만, 넷플렉스 합동 내부파티를 잘만 굴리면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뜻.
“ 그러니까, 이번 3회 내부파티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돈도 아끼지 말아야 하겠죠. 틀에 박히지 않은 컨셉을 잡아야 할 겁니다. ”
설명을 마친 주혁이 여전히 자신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마케팅팀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 마케팅팀은 홍보팀과 합세해서, 제가 지금 나눠 준 기획안 초안을 토대로 빠르게 설계 잡아보실 수 있겠어요? ”
대답은 마케팅팀 3팀장이 했다.
“ 아······예. 가능합니다. ”
“ 좋네요. 자- 제 설명은 여기까진데, 혹시 질문이나 이의가 있으신 분? ”
전체적으로 되물은 주혁이 회의실에 모인 모두를 한 번씩 훑었다. 그러나 회의실에는 그저 침묵만이 감돌았다. 작은 미소를 머금은 박찬규 임시 사장 포함, 간부들, 직원들 전부 조용했다.
그 누구도 이의를 표출하지 않았고.
“ 그럼 다들 제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겠습니다. ”
강주혁이 있던 자리에서 문 쪽으로 몇 걸음 움직이다 몸을 돌렸다.
“ 여러분 이건 꼭 돼야 합니다. ”
이어 주혁이 마무리를 지었다.
“ 이 합동 내부파티를 잘 이용하면 우린 세 가지. 아니, 잘하면 그 이상을 얻을 수 있어요. ”
약 한 시간 뒤, 현봉자동차 사장실.
넓디넓은 현봉자동차 사장실에 코 큰 박만욱 사장이 직원들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직원들에게 보고를 받는 박만욱 사장의 입에는 담배가 물려 있었고, 직원의 보고에 따라 보고서 종이를 넘겨댔다.
“ 올해 하반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연말을 겨냥한 프로모션을. ”
“ 야 지금 내가 작년 보고서를 보고 있는 거야? ”
“ ······예? ”
“ 지금 네가 씨불이는 말이 작년이랑 다를 게 뭔데? 그놈에 프로모션 백날 퍼준다고 사람들이 차를 사냐?!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라고, 아이디어를! 카드 돌려막는 것도 아니고, 기획을 돌려막냐?!! 실적 안 올릴 거냐?! ”
“ 죄, 죄송합니다! ”
“ 아니!! 죄송하지 말고,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라니까!! ”
바로 그때.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책상에 올려둔 박만욱 사장의 핸드폰이 진동을 뱉었다. 덕분에 큰 코를 벌렁거리며 씩씩대는 박만욱 사장이, 앞에 서서 잔뜩 찌그러진 직원들을 한번 쏘아보곤 핸드폰을 집었다.
그런데.
“ ······뭐야 이 새끼. ”
발신자를 보고 살짝 놀란 그가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고.
“ 야 싹다 처음부터 다시 해와. 오늘 오후에 다시 올려. ”
바짝 쫀 직원들에게 엄포를 놓고는 나가라 손짓했다. 이어 박만욱 사장에게 90도로 인사를 던진 직원들이 빠르게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보던 박만욱 사장이 전화를 받았다.
“ 허- 너 뭐야? 요즘 욕 들어 처먹기 바쁘던데, 나한테 전화를 할 시간이 있나? ”
곧, 박만욱 사장의 핸드폰 너머 중저음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 네. 욕은 듣기만 하면 돼서 그다지 바쁘진 않습니다. 그보다 사장님. ”
“ ······왜. ”
“ 오늘 밤에 좀 뵐 수 있겠습니까? ”
“ 나를? ”
“ 예. ”
박만욱 사장이 다 핀 담배를 유리 재떨이에 구겼고, 뭔가 잠깐 생각하더니 이내 답했다.
“ 시간, 장소는 내 쪽에서 정한다. ”
“ 편하신 대로. ”
“ 알았어. ”
-뚝.
그렇게 전화를 끊은 박만욱 사장이 들고 있던 핸드폰을 책상에 대충 던졌고, 속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며 읊조렸다.
“ 이 타이밍에 강주혁 이 새끼가 나를 보자고 한다? ”
그 시각, 미국 LA 길가.
햄버거 가게에서 급작스레 도망친 강하진을 하정훈이 붙잡은 것은 햄버거 가게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길가에서였다.
가까스로 강하진의 팔목을 잡은 하정훈이 외쳤고.
“ 야! 너 미쳤냐?! 갑자기 도망가고 지랄이야!! ”
덕분인지 이 둘을 스쳐 지나가는 외국인들이 하정훈이나 강하진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정훈에게 팔목을 잡힌 강하진이 거친 숨을 뱉으며 작게 웃었다. 꽤 개운한 얼굴로.
“ 우하! 저 엄청 오랜만에요. 이렇게 미친 듯이 뛰어 본 거. ”
“ ······진짜 강주혁 주변엔 제대로 된 애가 없냐? 왜 죄다 미쳤냐고. ”
혀를 찬 하정훈이 잡았던 강하진의 팔목을 놓자, 그 팔목을 강하진이 팍 들어 올리며 길 반대편을 찍었다. 찍힌 곳엔 배가 불뚝 나온 외국인이 핫도그를 파는 노점상이 보였다.
곧, 강하진이 하정훈이 입은 가죽 재킷을 잡아당겼다.
“ 선배님. 핫도그 먹을래요? 제가 쏠게요. ”
몇십 분 뒤.
핫도그 노점상에서 커다란 핫도그 2개를 산 하정훈과 강하진은 근처 작은 공원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 선배님. 우리 여기 앉아요. ”
자리에 앉자마자 강하진은 노란색과 빨간색 소스가 질질 흐르는 핫도그를 한입 크게 베어 물었고, 하정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 야. 갑자기 왜 뛰었냐? ”
곧, 한입 가득 베어 물은 핫도그를 오물거리던 강하진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고.
“ 그냥 놀라서요. ”
“ 놀라서라······ ”
하정훈이 약간은 비열하게 웃었다.
“ 그렇다는 건 네가 짝사랑 중인 놈은 강주혁이 맞다는 소리네? ”
“ ······어떻게 아셨어요? 티 낸 적 없는데. ”
“ 안 내긴 개뿔. 너 ‘폭풍’ 촬영장에서 티 팍팍 났거든? 물론, 나 아니면 눈치 못 챘겠지만. ”
“ 아- ”
작게 고개를 끄덕인 강하진이 핫도그를 한 번 더 베어 물더니, 담담하게 하정훈을 쳐다봤다.
“ 비밀로 해주세요. ”
“ 싫다면? ”
“ 킬러 고용할 거예요. 미국에 그런 사람 많으니까. ”
“ 지랄. 그거 전부 영화거든? ”
이어 하정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리를 꼬았다.
“ 대체 걔가. 그 성격 더러운 놈이 왜 좋냐? ”
“ 사장님이 성격이 더러워요? 선배님이 더 더럽지 않아요? ”
“ 너. ”
하정훈이 강하진을 쏘아봤지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다 먹은 핫도그 포장지를 구겼다.
“ 언제부터였지. 어-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처음엔 그냥 동경? 존경? 뭐 그런 건 줄 알았어요. 저 아빠가 없거든요. ”
“ ······ ”
“ 동경이나 존경이 아니구나- 확신한 건. 제가 ‘척살’로 신인상 탔을 때요. 청룡 영화제 무대에서 신인상으로 제 이름이 불렸을 때, 저도 모르게 옆에 앉은 사장님 손을 잡았거든요? ”
“ 그런데? ”
그때가 다시 떠올랐는지, 강하진이 작게 숨을 뱉었고.
“ 심장 터지는 줄 알았어요. 막 그런 거 있잖아요. 손잡으니까, 안고 싶고, 안고 나니까 또 그 입술을······ ”
이러면 안 된다는 듯이 두 눈을 질끈 감았던 강하진이 대뜸 고개를 하정훈 쪽으로 휙 돌렸다.
“ 근데 선배님은 왜 사장님과 사이가 그런 거예요? 볼 때마다 좀 신기해요. 오래되셨잖아요? ”
대뜸 던져진 질문에 하정훈이 아직 입도 안 댄 핫도그를 옆에 내리며, 턱을 슬슬 긁었다.
“ 아니, 뭐. 걔가 싫다기보다는 그냥 어- 라이벌이라서? ”
“ 아- 라이벌~ ”
강하진이 영혼 없이 반응하자, 하정훈이 다급하게 말을 정정했다.
“ ······시발, 라이벌은 개뿔. 그냥 내가 걔를 그렇게 본다는 거다. 걘 내가 안중에도 없을 거야. ”
말을 마친 하정훈의 시선이 강하진에서 정면, 공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로 향했다.
“ 생각해보면 옛날에 강주혁이랑 내가 라이벌로 불리던 때도 있었어. 옘병- 그게 몇 달 안 가긴 했지만, 뭐 여튼 영화판에서 그렇게 불렸었지. ”
하정훈의 독백에 강하진은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 틈에 하정훈이 과거를 떠올리며 턱을 괸 채 말을 이었다.
“ 예전인데, 얼마나 됐지? 한- 10년은 더 넘었다. 내가 첫 주연으로 들어간 영화에 강주혁 그 새끼가 까메오로 들어온 적이 있었어. ”
“ 사장님이요? ”
“ 어- 그때 난 강주혁 연기를 처음 봤다. 시발 소름이 돋더라고. 장면 해봐야 1~2분짜리 연긴데도.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주변에 배우들이나 원로배우 선생님들도 전부 똑같았어. ”
이어 잠시 말을 멈춘 하정훈이 양팔을 벤치 등받이에 걸쳤다.
“ 그때 김삼봉 감독님과도 친한 원로배우 선생님 중 한 분이 ‘하정훈은 연기를 잘하지만, 강주혁의 연기는 배우에게 절망을 안겨준다’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말 다 했지. ”
“ 은근 본인 자랑도 끼우신 것 같은. ”
“ 시끄러. 어쨌든 더 뭣 같은 건, 강주혁 까메오 촬영이 전부 끝나고 다시 내 촬영 씬에서 감독이 계속 다시 가자고 리액션이 나오는 거야. ”
“ 그게 왜요? ”
“ 그 감독. 강주혁 보기 전에는 3컷 이상 리액션하던 감독이 아니었어. ”
“ 아아. ”
곧, 하정훈이 픽 웃었고.
“ 시발- 기분 더럽더라고. 데뷔하고 처음으로 패배한 기분이었다. ”
엉덩이를 털며 벤치서 일어난 그가 작게 읊조렸다.
“ 영화 주연이 1분짜리 까메오한테 밀린 거지. ”
여기서부터 정적이 흘렀다.
하정훈은 선 채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고, 앉은 강하진도 딱히 반응이 없었다. 그런 상태로 약 1분 정도. 대충 1분여가 지난 뒤, 서 있던 하정훈이 양손을 가죽 재킷에 쑤셔 넣으며 뒤 돌았다.
그의 입가에는 흥미 섞인 웃음이 번져 있었다.
“ 야. 강주혁 한번 제대로 꼬셔봐라. 내가 도와줄게. ”
그러자 서 있는 하정훈을 올려보던 강하진이 벌떡 일어났다.
“ 어떻게요? ”
“ 뭐든 하나 넘어서 봐. 배우로서 아니면 사업가로서. 근데 사업가는 글러 먹었으니까, 배우로 가자. 좋잖아? 강주혁한테 존경, 동경, 질투, 사랑 다 때려 박은 상태로 넘어봐. ”
“ 넘어서면요? ”
“ 그 정도일 때 사귀자고 들이대면 뭔가 반응이 있지 않겠냐? 너는 어려서 충분할 거다. 옘병- 나도 지금 발악하고는 있는데, 나이를 너무 처먹어서. ”
이어 강하진이 긴 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기며 작게 웃었고.
“ 막보(마지막 보스)네요, 막보. ”
하정훈이 여전히 양손을 가죽 재킷에 쑤셔 넣은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그래- 막보야. 그것도 아주 지독한 놈. ”
같은 날, 늦은 밤. 한국.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한정식집. 언뜻 봐선 대형 주택처럼 보이는, 과거 강주혁이 박만욱 사장을 만났었던 한정식집 VIP룸에 현봉그룹의 박만욱 사장과 강주혁이 나란히 앉아 있다.
물꼬는 팔짱 낀 박만욱 사장이 텄다.
“ 그래서, 날 왜보자고 했냐? ”
큰 코를 벌렁거리며 묻는 박만욱 사장을 보며 주혁이 입꼬리를 올렸다.
“ 서로 윈윈하는 일 하나 소개할까 해서요. ”
“ ······윈윈? 그게 무슨 개소리야? ”
-스윽.
이어 주혁이 탁자 위로 얇은 종이뭉치를 올렸다. 종이뭉치를 보니, 오늘 아침 본사 회의실 직원들에게 돌렸던 내부파티 기획안이었고.
“ 곧, 규모가 꽤 큰 파티를 해외서 계획 중인데요. 사장님도 오시면 어떨까요? 오셔서 김재황 사장님과도 사이좋게 사진도 찍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
“ 야. 나랑 지금 말장난하자는 거냐? ”
박만욱 사장이 으르렁거렸다. 반면, 주혁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올린 종이뭉치를 검지로 찍었다.
“ 그 규모 큰 파티. 넷플렉스와 함께 할 겁니다. ”
“ 뭐? 어디? ”
“ 넷플렉스요. ”
“ 거기랑······같이 합동으로 파티를 연다고? ”
“ 네. ”
여기서부터 박만욱 사장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사업가다운 눈빛이랄까? 그런 그가 살짝 다급하게 앞에 놓인 기획안을 펼쳤다.
-팔락, 팔락.
이어 기획안을 빠르게 읽던 박만욱 사장의 미간이 찌푸려졌고.
“ 이거······진짜로 이렇게 열겠다고? ”
“ 예. 아마 올해 헐리웃에서 연 파티 중에선 가장 크겠죠. 그래서 말인데. ”
강주혁이 몸을 살짝 박만욱 사장 쪽으로 당기며 본론을 던졌다.
“ 현봉에서 자동차 협찬을 좀 대주세요. 가능하면 비싼 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