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42
『쓰레기화장품이 기회가 된 ‘BS 화장품’』
『토라모니의 역풍, BS 화장품에 호재 되다.』
『적화 다음으로 나온 ‘프라워’ 호평 일색.』
『고객들, “ 비슷한 컨셉이지만 BS 화장품은 믿을 수 있다.”』
적화가 무너지기 시작한 당일 오후, BS 화장품의 프라워가 빠르게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적화를 사기 위해 준비하던 고객부터 시작해서, 적화를 환불한 고객, 애초에 프라워를 사려고 했던 고객.
그리고 프라워 라인에 대해 전혀 몰랐던 고객들도 이번 상승세 덕분에 프라워를 알게 되어 구매하기 시작했다.
토라모니에 부는 역풍이 BS 화장품에는 호재로 작용하여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그에 반해 BS 화장품의 주가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BS 화장품 60,783주
-매수 31,700 금액 1,926,821,100
-현재 36,600(+15.46%) 금액 2,224,657,800
-손익 297,836,700
토라모니의 역풍 때문인지, BS 화장품의 확실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널뛰기를 반복한다. 확실히 고민이 되긴 하겠지.
집어넣은 금액이 커서, 1~3%만 빠져도 몇백, 몇천만 원이 순식간에 없어진다.
“ 쫄리네. ”
BS 화장품이 초대박이 날것을 알면서도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때문인지 주혁은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다음 날 강주혁의 사무실.
사무실에 주혁이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홍혜수. 평소 관리를 빡세게 하는 모양인지, 늘씬한 몸매에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비죽 올린 모습.
그녀가 강주혁의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내비친 반응은 추민재와 사뭇 달랐다.
사무실을 천천히 둘러보던 홍혜수는 자연스럽게 소파에 자리를 잡더니 웃음을 머금으며 강주혁을 쳐다본다. 그러면서.
“ 우리 강주혁씨. 무슨 일을 꾸미시는 걸까? ”
“ 내가 꾸미긴 뭘 꾸며. 근데 누나 해외에는 왜 나간 거야? ”
“ 그냥. 한국 지루해서. 근데 넌 왜 그렇게 오랫동안 잠적했니이? 연락도 안 되고. ”
추민재와 비슷하게 그녀에게도 지금까지의 일을 설명하는 강주혁이었다. 하지만 홍혜수는 추민재와 반응이 조금 달랐다.
“ 그래? 그럼 나도 껴줘. ”
“ 걔네 안 봐도 돼? ”
“ 어머. 주혁이 너가 직접 보고 뽑았다며? 그럼 보나 마나 뭐, 재미있는 애들이겠지. 근데 추민재 그 인간이 나도 합류한다는데 하겠데? ”
“ 응. 첫 출근만 기다리고 있지. ”
“ 잘됐다 야. 그 인간 놀려먹는 재미도 있겠어. 해서 난 뭘 하면 돼? ”
탁자에 놓인 커피를 죄다 털어 넣은 주혁이 웃으며 답했다.
“ 누나는 연기 레슨이랑, 강하영이라는 친구 1:1 마크. ”
“ 레슨은 한 명만 봐주면 되는 거야? ”
“ 아니. 있는 애들 전부. ”
해봐야 2명밖엔 없지만. 주혁의 대답을 들은 홍혜수가 꺄르르르 웃으며 반응한다.
“ 그래. 어차피 오랫동안 쉬어서 근질근질하던 참이었어. 근데 주혁아. 누나 월급 얼마야? ”
“ 그건 아직 안정했는데. 많이 드려야지. ”
“ 무조건 추민재 그 인간보단 많이 줘. 단 백 원이라도. ”
둘은 왜 이렇게 앙숙일까. 주혁은 싱긋 웃고 있는 홍혜수를 보며 앞으로 추민재와 홍혜수를 보는 재미도 있겠다 싶었다.
이후부터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가장 먼저 BS 화장품의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토라모니와는 반대로 블로그 및 갤러리, 카페 등 온통 칭찬 섞인 글이 줄을 이었고.
BS 화장품이 진행한 마케팅으로 인해 SNS와 메신저 등에서 폭발적인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프라워’ 초대박 행진! 여성들 마음 사로잡아』
『BS 화장품이 진행한 SNS 후기 이벤트, “당첨자 뽑기도 힘들어” 』
『‘적화’에서 고통받고, ‘프라워’에서 치유한다.』
『불티나게 팔리는 ‘프라워’, BS 화장품 주가 고공행진!』
적화의 부작용 사건 때문에 긴가민가하던 사람들이 앞다투어 BS 화장품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고 초대박 판매고를 올리고, 매일 갱신되는 호평 후기가 초석이 되어, BS의 주가가 미친 듯이 치솟기 시작했다.
-BS 화장품 60,783주
-매수 31,700 금액 1,926,821,100
-현재 49,000(+28.97%) 금액 2,978,367,000
-손익 1,051,545,900
BS 화장품은 프라워 출시 이후 38,000으로 장 마감. 그리고 오늘 상한가를 때리면서 49,000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하지만 BS 화장품의 상한가는 멈출 줄을 몰랐다. 기세를 탄 BS 화장품은 연일 이벤트를 때리고, 지속적인 광고 및 행사를 벌여 수많은 고객의 눈을 사로잡으면서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BS 화장품의 초대박 행렬. 덕분에.
-BS 화장품 60,783주
-매수 31,700 금액 1,926,821,100
-현재 62,500(+27.56%) 금액 3,798,937,500
-손익 1,872,116,400
BS 화장품의 주가는 연속으로 상한가를 때리면서 2연상의 기염을 달성했다. 확실히 상한가를 친 토라모니에서 손 턴 금액 전부를 BS 화장품에 부으니 상한가를 칠 때마다 갱신되는 금액이 어마어마했다.
다만, 매도 적기를 잘 잡아야 했다. 현재 보이스피싱에서 들은 정보는 BS 화장품이 토라모니보다 더 큰 판매고를 올린다는 정보뿐.
즉, 팔아야 하는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는 뜻.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적당할 때 팔아야 했다. BS 화장품의 주식이 뜨거울 때, 관심이 폭발적일 때 털고 빠져나와야 한다.
어차피 앞으로 이런 돈 냄새나는 정보는 보이스피싱이 또 알려줄 테니까.
“ 내일쯤 팔까? ”
현재 BS 화장품이 대박이 터진 지 이틀. 하지만 분명 화장품 판매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거품도 어느 정도 끼어 있을 것이다.
주혁은 내일 아침이 되자마자, BS 화장품의 주식을 팔 결심을 마쳤다.
그리고 그사이 강자매와 추민재, 홍혜수의 정식적인 인사가 있었다. 보이스 프로덕션의 소속 직원과 소속 연기자의 만남.
“ 인사해요. 이쪽이 추민재 실장님. 이쪽이 홍혜수 실장님. ”
“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
강자매는 강주혁의 소개에 맞춰서 추민재와 홍혜수에게 인사를 던졌다. 이번엔 반대로 강주혁은 강자매를 소개했다.
“ 이쪽이 강하영씨, 이쪽은 강하진씨. ”
“ 반가워요. ”
“ 어머. 너무 예쁘다. 몇 살이에요? ”
추민재와 달리 홍혜수는 강자매를 처음 봤으므로 보자마자 리액션이 컸다. 강자매와 실장들이 한창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강주혁이 앞으로 방향성에 관해 설명했다.
“ 일단, 하진씨는 여기 추민재 실장님과 한팀, 하영씨는 여기 홍혜수 실장님과 한팀으로 움직입니다. 공식적인 스케쥴이 있는 날에는 대체로 매니저 역할을 해주실 거고, 스케쥴이 없는 날에는 홍혜수 실장님은 두 분 연기 지도 봐주실 거예요. 추민재 실장님은 영업 및 작품 쓸어오실 거고. ”
공식적인 스케쥴이라고 해봐야 강하진은 척살이 전부고, 강하영은 내 어머니 박점례가 전부였다.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연기 레슨으로 시간을 보내게 될 테고, 그사이 추민재 실장이 영업을 움직이는 시스템을 일단 차용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홍혜수가 끼어든 건 그때였다.
“ 주혁 사장님. 얘네 어떤 식으로 키울지 잡았어? ”
“ 사장님 빼고, 평소처럼 불러요. 뭔 사장님이야. 말 나온 김에 이것도 말해줘야겠네. 하진씨. 하영씨. ”
“ 네! ”
“ 네. ”
강주혁의 부름에 강자매가 바싹 긴장한다.
“ 저는 하영씨가 방송 및 드라마, 예능 쪽 그러니까 대놓고 보여지는 쪽이 좋겠고, 하진씨는 영화. 약간 신비주의 컨셉으로 잡는 게 좋아 보이는데. ”
강하영과 강하진은 자매지만 성향 자체가 정반대였다. 한참 뒤에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이 정도의 계획이 적당했다.
“ 그렇네. 앞으로 맡을 배역도 확실하게 파악해서 작품 골라야 하겠고, 어머. 민재야 듣고 있니? ”
“ 너~무 집중해서 듣고 있으니까. 시비 트지 맙시다. 아줌마. ”
그렇게 보이스 프로덕션 소속 네 명은 첫 시작을 알렸다.
이어서 다음날 주혁은 아침부터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노트북을 쳐다보고 있었다. 추민재와 홍혜수의 출근일은 다음 주로 잡았다.
“ 일단, 이것부터 처리해야지. ”
-BS 화장품 60,783주
-매수 31,700 금액 1,926,821,100
-현재 72,800(+16.48%) 금액 4,425,002,400
-손익 2,498,181,300
주식 장이 열린 지는 1시간 남짓. 아직 BS 화장품의 관심도는 높은 상태. 온라인을 비롯해 오프라인까지 그 열기가 뜨거운 상태였다.
“ 그래서 지금 팔아야 돼. ”
욕심을 버리고, BS 화장품의 열기가 뜨거울 때인 지금. 강주혁은 거침없이 주식을 던지기 시작했다. 한방에 던지진 않았고, 적당히 나눠서 털어야 했다.
-매도 체결, 매도 체결, 매도 체결.
역시나 BS 화장품의 주식은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매도 체결, 매도 체결, 매도 체결.
금액이 좀 크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하지만 어떠하랴. 이번에 화장품 대란으로 무려 24억을 벌었는데.
-매도 체결, 매도 체결, 매도 체결.
이윽고.
“ 다 했다. ”
가지고 있던 주식 전부를 팔아넘긴 주혁은 현황을 확인한다. 대략 40억. 당연히 이래저래 세금이야 빠지겠지만 대충 며칠 뒤 그의 통장에 꽂힐 금액은 40억은 넘지 않을까 싶었다.
기지개를 켜던 주혁이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오전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
시간을 확인한 주혁은 척살 팀과 내 어머니 박점례 팀의 진행 상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대본 리딩까지 완벽하게 끝낸 척살은 현재 프리 프로덕션 마지막 점검 중이었고, 곧 배우들의 스케쥴 조정 뒤 첫 촬영 날을 픽스 할 예정이었다.
이어서 내 어머니 박점례팀.
다큐 독립영화 같은 경우 이미 촬영은 진행되고 있었지만, 극영화와는 다르게 주인공의 일상을 거의 종일 담아내기에 사실 속도는 아직 촬영이 안 들어간 척살과 비슷한 상태였다.
주혁은 강하영의 첫 촬영 일정을 조율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 후- 오늘이지? ”
오늘은 다시 돌아온 금요일. 퍽치기범을 잡기 위한 잠복이 있는 날이었다.
기흥역 주변, 오후 7시 30분.
일주일 전 황실장을 만났던 장소에서 주혁은 갓길에 차를 대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두 번째 잠복.
‘ 이번 주에는 나타나려나. ’
사실 나타났으면 했다. 이번 주 내내 이 퍽치기 사건 때문에 일은 하더라도, 가끔 딴생각이 들기 일쑤였다.
‘ 빨리 해결하고 넘겨야 하는데. ’
그때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 아, 타세요. ”
창문을 두드리는 게 황실장임을 확인한 주혁이 곧장 타라는 말을 던졌다.
-텅!
차에 오른 황실장은 먼저, 고개를 꾸벅 숙였다.
“ 늦었습니다. ”
“ 예? 늦으셨어요? ”
“ 네. 3분 정도. ”
실소가 터진 주혁은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전달하면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저번과 같은 장소에 차를 주차한 주혁이 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7시 50분.
점점 주변이 어둑어둑해질 시간이었고, 실제로 지하 보도 주변은 이미 캄캄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 조용하네요. ”
너무나 적막해서일까? 과묵하던 황실장이 괜히 한마디를 던져본다.
“ 그러게요. ”
그 한마디를 받아 주혁도 대답을 던졌고, 시간이 10분, 20분 흐를 때마다 마치 짠 듯이 주변은 인적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내 사람 그림자는커녕 조용하고, 싸늘하게 변해갔다.
지하 보도를 주시하는 주혁의 눈에 몇몇 사람들이 지하 보도를 이용하는 게 보였지만, 학생처럼 보이진 않았다.
-투둑, 투둑, 투둑
괜한 긴장감에 주혁이 운전대를 검지로 빠르게 때렸고, 다시 과묵해진 황실장은 주혁과 같은 곳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새 시간은 9시를 넘기고 있었고, 바짝 긴장을 타고 있던 주혁도 살짝 긴장이 풀려서 기지개를 쭉 켠다.
황실장이 주혁의 팔을 잡아끈 것은 그때였다.
“ 주혁씨. 저기. ”
“ 예? ”
몸을 숙이고 주혁의 몸을 잡아끈 황실장이 정확하게 지하 보도 옆을 손가락을 찍었다. 손가락을 따라 주혁의 시선이 움직였고, 그 끝에는.
‘ 저 새끼 그때 서성거리던. ’
일주일 전 지하 보도를 서성거리던 검은색 야구점퍼를 입은 남자였다. 주혁과 황실장은 더욱 몸을 낮추고, 남자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 오늘은 손에 뭔가 들고 있습니다. ”
소리를 죽인 황실장이 주혁에게 남자가 무엇을 들고 있음을 알렸다. 확실히 검은색 야구점퍼를 입은 남자는 일주일 전과는 다르게, 슈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은색 봉투를 들고 있었다.
‘ 뭘 넣은 거지? ’
분명 봉투 안에 뭔가 묵직한 것이 담겨있는 것 같은데, 캄캄하기도 하고 멀어서 정확하게 판단이 안 섰다.
남자는 검은색 봉투를 빙글빙글 꼬면서 반경을 살짝 좁게 서성거렸다. 묵직한 무언가 들어있는 검은색 봉투를 살짝 휙휙 돌리기도 하고, 탭댄스 비슷한 발걸음으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기도 하며 미친 짓을 일삼고 있었다.
언뜻 보면 즐겁게 놀고 있는 듯.
그러던 남자가 순간 앞쪽을 번쩍 쳐다보더니,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왜 갑자기? ’
급하게 사라진 남자가 이상했는지, 주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가 쳐다봤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 아. ”
그 방향에서 학생 한 명이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순간 주혁은 오늘 뭔가 터질 것을 직감했다.
저 멀리 학생이 천천히 지하 보도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쳐다보며 주혁이 생각을 정리한다.
‘ 저 남자. 여기서 쟤를 기다리고 있었나? 그럼 저번 주에도? 아니. 저번 주에는 뭔가 기다린다는 느낌보다 주변을 둘러보는 느낌이었는데. ’
뭐가 됐든, 학생이 나타나자 남자는 사라졌다. 주변이 워낙에 캄캄해서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타이밍을 잘 잡아야 했다.
만약. 저 학생이 지하 보도로 내려가고, 학생을 따라서 남자가 어디선가 튀어나온다면 바로 뛰어야 한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주혁이 황실장에게 조용히 말을 던졌다.
“ 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
“ 예. ”
담담하게 대답하는 황실장을 뒤로하고, 주혁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밝기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일단 112번을 눌러둔다. 통화만 누르면 바로 연결될 수 있게. 이어서.
-타박타박
학생이 힘 빠진 걸음으로 주혁의 차를 지나쳤다. 그리고 주혁이 학생의 얼굴을 본 순간.
‘ 쟤는. 그때 그. ’
분명 일주일 전 강주혁이 따라가서 주의를 시켰던 김지웅이라는 아이였다.
‘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보이스피싱에서 알려준 피해자 이름은 김재욱. 근데 지금 뭔가 터질 거 같은 쟤는 이름이 김지웅이라고 말했었다.
‘ 에라 모르겠다. ’
생각을 하나하나 정리하기엔 상황이 너무 긴박했다. 어느새 주혁의 차를 지나친 학생은 지하 보도 입구에 다다랐다. 이윽고.
– 타닥, 타닥, 타닥.
계단을 따라 지하 보도로 내려간다.
‘ 말을 안 들어 처먹네. ’
분명 저번 주에 경고했음에도 학생은 아무 걱정 없이 지하 보도를 내려간다. 일단, 저쪽은 그렇다 치고.
지하 보도로 사라진 학생을 뒤로하고, 주혁은 곧장 고개를 들어 주변을 확인했다.
“ ······ ”
이어지는 침묵, 정적.
-스사아아아아
거기다 을씨년스러운 바람까지 불며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흔들거린다.
바로 그때였다.
-타닥!
어둠 속으로 사라졌던 검은색 야구점퍼 남자가 느닷없이 봉투를 흔들면서 지하 보도로 발돋움하며 나타났다.
“ 이런 씨ㅂ ”
욕도 끝까지 못하고, 주혁은 냅다 차 문을 열고 지하 보도로 뛰기 시작했다. 그의 핸드폰은 이미 귀에 붙어있었다.
“ 용인 경찰서입니다. ”
“ 허억! 어헉! 여기! 기흥역 주변 지하 보도! 퍽치기범! 빨리요! ”
“ 어디요? ”
“ 퍽치기범 있다고! 기흥역 주변에 지하 보도 여기 하나밖에 없어요! 빨리 좀! ”
-뚝!
더는 통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강주혁도 어느새 지하 보도 입구에 다다랐기 때문.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주혁이 상황을 파악한다.
-휙휙휙!
미친 퍽치기범이 학생 뒤에서 천천히 봉투를 휙휙 돌리면서 내려가고 있었다.
무기는 묵직한 것이 들어있는 검은색 봉투.
여기서부터 주혁의 이성적인 판단이 끊겼다. 퍽치기범과 학생의 거리는 고작해야 5걸음. 이미 돌리고 있는 검은색 봉투. 이제 내려치면 끝인 상황.
-타닥!
“ 야! ”
외침과 동시에 주혁이 3계단씩 뛰어 내려간다. 그와 동시에 학생과 퍽치기범이 뒤를 돌아본다.
“ 이런 씨발! ”
퍽치기범의 절규.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투둑!
“ 으이 씨발! 이거 놔! 안 놔?! ”
키만 놓고 보면 189cm에 장신인 주혁이 퍽치기범의 양팔과 함께 그의 몸을 와락 껴안았다.
-탁!
덕분에 퍽치기범이 들고 있던 봉투는 계단으로 떨어졌고.
– 탁탁! 타닥!
데굴데굴 제일 첫 계단으로 굴러간다.
‘ 돌? ’
퍽치기범을 껴안고 있는 와중에 떨어진 무기를 확인한 주혁이었다. 검은색 봉투 안에 들어있는 것은 짱돌. 아니, 짱돌보다 훨씬 무지막지하게 생긴 돌이었다.
“ 떨어져! ”
주혁이 덜덜 떨고 있는 학생에게 외쳤고, 이어서.
“ 제가 한쪽을! ”
뒤따라 온 황실장이 한쪽 팔을 뒤로 꺾으며 퍽치기범을 제압하려 할 때, 워낙에 퍽치기범의 저항이 격렬해서, 3명의 남자는 중심을 잃었다.
“ 크악! ”
“ 윽! ”
주혁과 퍽치기범은 서로 엉켜 바닥으로 내팽개쳐졌고, 황실장만 간신히 구르려던 찰나에 중심을 잡고 첫 계단에 발을 디뎠다.
-팍!
넘어지면서 허리에 충격이 있었는지, 주혁은 허리를 붙잡으면서 퍽치기범의 팔을 부여잡았고, 몸으로 그를 짓눌렀다. 황실장도 동참했다.
“ 어헉! 허헉! ”
“ 씨발! 놔!!! ”
퍽치기범은 격렬했지만, 남자 두 명의 힘을 당해내지 못했다. 얼추 상황이 정리된 듯. 주혁이 학생을 돌아봤다.
그런데.
멈칫.
“ 뭐야 너. ”
바로 앞에 웬 남자가 서 있다.
순간 강주혁의 눈이 덜덜 떨고 있는 학생이 아니라, 계단을 내려와 바로 꺾는 코너에 서 있는 남자에게 꽂혔다.
마스크를 끼고, 망치를 든 남자.
남자는 벽에 바짝 붙어있었고, 장갑을 끼고 망치를 들고 있다. 거기다 이미 어느 정도 내려칠 준비를 마친 상태.
망치를 든 남자가 주혁과 눈이 마주쳤고.
지금 상황에 당황했는지, 커진 눈으로 강주혁을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번쩍 정신을 차리더니 냅다 반대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탁탁탁탁!
공범? 아니. 뭔가 다르다. 주혁은 곧장 쫓아가고 싶었지만, 퍽치기범이 걸렸다.
“ 이런. 씨! ”
바로 그때.
“ 꽉 잡고 있어요! ”
황실장이 냅다 뛰기 시작했다.
전직 형사 황실장은 빨랐다. 그의 달리기 속도만으로 형사 시절 얼마나 뛰어다녔을지 짐작이 갔다. 하지만.
-후웅!
등 뒤로 황실장이 바싹 쫓아오자, 망치를 들고 뛰던 남자가 망치를 황실장을 향해 한번 휘둘렀다.
-휙!
아무리 은퇴했다지만, 황실장실 몸놀림은 재빨랐고, 어느새 자세를 잡고 담담하게 망치를 든 남자를 맞서기 시작한다. 양손을 가슴팍에 올려서 반격할 자세를 잡은 황실장.
그런 황실장을 망치를 든 남자가 가만히 쳐다본다.
긴박한 대치상황. 뒤에서 그 장면을 눈에 담던 주혁은 당장에라도 튀어가 도와주고 싶었지만, 퍽치기범이 저항하는 바람이 여의치 않았다. 퍽치기범을 짓누르는 것만으로 벅찼다.
“ 뭡니까. 당신. ”
황실장이 허공에 두 손을 휙휙, 마치 유도를 하는 듯이 흔들면서 대충 말을 던졌다.
“ ······ ”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침묵뿐. 망치를 든 남자는 본능적으로 황실장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이렇게 시간을 끌어봤자 득 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모르지만.
-후웅!
다시 한번 황실장을 향해 망치를 한번 휘두르고는 냅다 뒤돌아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실장이 남자의 목적을 단박에 눈치채고, 곧장 따라붙었다.
-탁탁탁탁!
얼마나 따라붙었을까? 어느새 망치든 남자는 계단을 빠르게 2~3계단씩 뛰어올랐고, 황실장은 더 빨리 뛰어오른다. 이윽고.
-덥썩!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황실장이 망치 든 남자의 어깨 축을 강하게 붙잡았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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